[종교와 트렌드] 보이지 않는 것을 읽는 두 감각
한국 문화에서 ‘눈치’라는 단어는 종종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지만, 미국에서 마땅히 영어 단어로 번역될 만한 것이 없다. 눈치는 사람과 상황을 섬세하게 읽어내는 고도의 감각이다. 누군가의 말투, 표정의 작은 변화, 침묵의 길이, 자리의 분위기, 보이지 않는 흐름을 감지하는 능력은 단순한 처세술이 아니다. 눈치는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기 위한 인간관계의 지혜이며, 사랑의 기술이다. 눈치가 빠른 사람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본다. 상대가 말하지 않았지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지금 이 상황에서 누가 불편한지, 어느 지점에서 갈등이 시작될 수 있는지, 말해야 할 순간인지 침묵해야 할 순간인지 자연스럽게 분별해낸다. 능력 있는 리더들은 대부분 눈치가 빠르다. 조직이나 공동체를 이끄는 데 필요한 타이밍, 언어 선택, 분위기 조율은 모두 눈치에서 나온다. 눈치는 인간관계의 수평적 감각이라 할 수 있다. 반면 영성은 보이지 않는 세계를 향한 수직적 감각이다. 영성은 교회나 종교적 영역에서만 사용하는 개념이 아니다. 인간이 본능적으로 갖고 있는 초월 감각, 무엇이 선한지 악한지, 무엇이 옳은지 아닌지, 어떻게 해야 평화를 세울 수 있는지 분별하는 능력이다. 영성이 깊은 사람은 문제를 단편적으로 보지 않는다. 상황 뒤에 있는 하나님의 마음, 사람의 상처, 욕망과 두려움의 뿌리를 보려고 한다. 그래서 영성은 판단이 아니라 분별이다. 이 두 감각은 완전히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서로를 깊이 보완한다. 눈치 없는 영성은 현실에서 힘을 잃는다. 기도는 깊고 신앙은 뜨겁지만, 사람의 마음을 다루는 데 서툴다면 그의 메시지는 사람에게 닿지 못한다. 영성이 뛰어난데도 인간관계에서 충돌을 자주 일으키는 사람은 눈치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반대로 영성 없는 눈치는 방향을 잃는다. 사람의 표정과 분위기만 보고 움직이다 보면 결국 하나님이 원하시는 방향과 멀어질 수 있다. 눈치만 빠른 사람은 사람의 눈치를 보느라 정작 진리를 말해야 할 순간에 침묵하게 된다. 눈치와 영성이 함께 작동할 때 ‘분별력’이 된다. 분별력은 상황을 정확하게 해석하고,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며,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방향으로 결단하는 통합적 지혜다. 이것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삶의 깊이에서 나오는 능력이다. 어떤 말을 해야 관계가 세워지는지, 언제 멈춰야 갈등이 줄어드는지, 어떤 선택이 공동체 전체를 건강하게 하는지, 이 모든 것은 눈치와 영성이 동시에 필요하다. 결국 눈치와 영성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능력이다. 눈치는 사람의 마음을 읽고, 영성은 하나님의 마음을 읽는다. 이 두 감각이 함께 자랄 때 우리는 말 한마디를 하더라도 지혜롭게 할 수 있고, 결정을 내릴 때 흔들리지 않으며, 누군가를 세우는 삶을 살 수 있다. 눈치는 관계를 살리고, 영성은 삶을 세운다. 오늘도 이 두 감각이 당신 안에서 균형 있게 자라길 바란다. [email protected] 이종찬 / J&B푸드컨설팅 대표종교와 트렌드 모두 눈치 대부분 눈치 반면 영성
2025.12.01. 17: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