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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발자국’과 ‘발자욱’

‘발자욱’이라는 표현은 노랫말에 자주 나온다. 사랑의 발자욱, 너와 나의 발자욱, 하얀 발자욱, 슬픈 발자욱 등 곡명으로도 많이 쓰인다.   “흰 눈 위에 곧은 발자욱” “눈이 녹으면 남은 발자욱 자리마다 꽃이 피리니” 등 시어로도 애용되는 ‘발자욱’은 표준말이 아니다.   발로 밟은 자리에 남은 모양을 이르는 말은 현재 ‘발자국’만 표준어로 인정한다. 북한에서 ‘발자욱’을 사용하는 것과는 다르다. ‘자욱’도 마찬가지다. ‘자국’만 표준말로 삼고 있다.   ‘발자욱’과 같이 문학작품에서 주로 쓰이는 표현들이 일상에서 세를 확장하며 2011년 별도 표준어로 추가된 바 있다. ‘내음’이 대표적이다. 코로 맡을 수 있는 나쁘지 않거나 향기로운 기운이란 의미로 국어사전에 올랐다. 좋건 나쁘건 코로 맡을 수 있는 온갖 기운을 말하는 ‘냄새’와는 뜻 차이가 있다.   나래와 뜨락도 별도 표준어가 됐다. ‘나래’는 ‘날개’보다 부드러운 느낌을 주며, 문학적 표현에 주로 쓰인다. ‘뜨락’은 집 안에 있는 빈터를 일컫는 ‘뜰’ 외에 “영혼의 뜨락”처럼 추상적 공간을 비유적으로 이를 때도 사용한다.   2015년엔 잎사귀의 방언으로 묶여 있던 ‘잎새’가 표준어 대열에 합류했다. 이와 달리 ‘발자욱’은 비표준어로 남아 있다.우리말 바루기 발자국 발자욱 발자욱 자리 표준어 대열 별도 표준어

2023.04.16. 15:26

[삶의 뜨락에서] 남아있는 발자국

가을이 익어가면서 지난여름 돌아보고 또 단풍색으로 물드는 마음을 열어보면 많은 이야기가 발자국으로 남아 있다. 선명한 것, 희미한 것, 보기 좋은 것, 일그러진 것, 특별한 것, 사랑스러운 것들이 저마다의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너는 누구냐 묻게 되는 것도 있고, 반갑다 인사하게 되는 것도 있고, 잊고 싶은 것도 있다. 어느 사이 스쳐 지나간 시간 속에 도리 없이 각인된 발자국이 지을 수 없는 흔적으로 남아 11월과 만나는 지금까지 따라오고 있다. 스스로 만들어 가며 남겨 놓은 것인지 발자국이 따라오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살아온 시간 속에 남겨진 여러 무늬가 눈을 감았다 뜰 때마다 이런저런 모양이 되어 말을 걸어온다. 어쩌면 낯선 당신의 발자국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습니까.   많은 사람이 자기의 발자국을 찾아내고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들춰보고 한 줌의 이야기로 엮어보기도 한다. 스스로 살아온 내력과 속사정을 펼쳐 보이며 “이것이 내 발자국입니다”라고 말한다. 나는 이렇게 살았고 그때나는 이런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스스로 쓴 ‘자서전’이라는 발자국 모아놓기가 있고 타인들이 모아 놓은 ‘그 사람의 이야기’라는 이름의 발자국 전시회가 있다. 그렇게 남아있는 발자국은 또 많은 사람에게 이야기를 전하기도 하고 만들어내기도 한다. 바람에 스러져간 모래 위 발자국도 있고 절벽에 찍힌 깊은 자국으로 세월을 이겨내기도 하고 흙길 위에 잠시 남아 길 안내 하고 또 다른 새로운 발자국에 묻혀 희미한 흔적으로만 남기도 한다. 어떤 모양으로 남은 발자국은 기억하는 어느 사람에게는 잊히지 않는 그림으로 남아 미소 짓게 한다. 어떤 발자국은 지워지지 않는 마음의 흉터가 되어 평생을 우울하게 한다.   향기라는 말과 악취라는 말이 있다. 향기로 남는 사람을 좋은 사람이라 하고 악취로 남는 사람을 나쁜 사람이라 말한다. 발자국의 다른 이름, 발자취가 향기로운 사람이 있고 악취로 남는 사람이 있다. 향기로 남는 발자취가 가득한 세상이 살기 좋은 세상이라 여겨질 것 같다. 발자국을 길 위에 찍어가며 살아가는 동안 누구나 그 흔적이 향기로 남기를 바라며 나아가지만 저만큼 가서 돌아보면 온전히 향기만 담고 있지 않아 돌아와 다시 걸어보고 싶어 하지만 한 번 새겨진 발자국은 더욱 분명해지기도 해서 지나간 세월을 원망하는 후회도 적지 않다.   몸의 건강을 살펴보는 의사의 말에 이런 것이 있다. 당신이 지금 안고 있는 병이나 건강 상태는 지금까지 살아온 당신 습관의 결과입니다. 길 위가 아니고 내 몸에 남은 나의 발자국이 들어낸 내 모습이다. 열심히 연습하고 노력한 운동선수들의 동작이나 아름다운 몸매를 보면 그곳에도 그들의 남겨진 발자국을 보는 듯하다. 매일매일 땀방울과 더불어 찍어내던 발자국이 빛나는 결과를 이루고 있다. 돌아보면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본인들은 놀라고 있지만 남겨진 발자국들은 거짓 없이 정직하게 채우던 시간을 보여주며 당신이 스스로 걸어온 길이라고 증언하고 있다.   여러 가지 매체를 통하여 다른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대할 때가 많다. 방송이나 인터넷, 책이나 인쇄물에 소개되는 보통사람들의 하루하루가 바꾸어 말하면 남겨지는 발자국의 모습이 모두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들 역시 자신의 힘으로 채워지는 하루하루를 사랑하고 진심으로 그 시간에 충실하고 있음을 알게 되면서 사방팔방으로 이어진 세상이라는 길 위에 새겨진 남아있는 발자국 하나하나가 귀중하고 값있는 것으로 다가온다. 가끔 돌아보기 싫은 지나온 길 위에 놓여있는 어떤 발자국을 보게 되지만 그래도 그것이 나를, 나의 체취를 담은 것이어서 마음을 바꾸어 남겨진 자신의 발자국을 사랑하고자 하는 마음이고 싶어진다. 남아있는 발자국이 가만히 전하는 진지한 음성을 들어본다. 안성남 / 수필가삶의 뜨락에서 발자국 발자국 전시회 발자국 하나하나 발자국 모으어놓기

2022.10.31.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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