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칼럼] 아리랑축제, 방랑부터 끝내야
오렌지카운티 한인사회를 대표하는 축제인 ‘아리랑축제’ 개최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무산됐다. 아리랑축제를 주최하는 OC한인축제재단(회장 정철승, 이하 재단) 측은 최근 장소 확보에 실패, 축제를 열지 못한다고 밝혔다. 축제 장소 문제는 재단의 해묵은 골칫거리다. LA한인축제라고 하면 한인들은 서울국제공원을 떠올린다. 반면, 아리랑축제는 매년 장소 선정 문제로 고민해야 하고 때로는 아예 축제를 열지 못하고 있다. 확실하게 고정된 개최 장소 없이는 축제가 방랑객 신세를 면할 길이 없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재개된 아리랑축제는 2022년엔 가든그로브의 US메트로뱅크 몰 주차장에서, 2023년엔 역시 가든그로브의 가든그로브 공원에서 열렸다. 사실 재단 측은 공원보다는 쇼핑몰에서 축제를 여는 걸 선호한다. 몰은 관람객 접근은 물론 부스와 무대 설치, 청소, 경비 등이 용이하다. 전기와 물을 사용하기에도 편리하다. 장소 사용 관련 비용도 최소화할 수 있다. 반면, 공원에서 축제를 열면 불편하다. 몰의 장점을 뒤집으면 공원의 단점이 된다. 시에 지불해야 할 공원 사용료도 만만치 않다. 이런 이유로 재단은 몰에서 축제를 열지 못하게 되면 공원 개최를 대안으로 삼았다. 지난 2011년 축제가 US메트로뱅크 몰 주차장을 벗어나 가든그로브의 빌리지 그린 공원에서 열렸던 주요인은 축제 개최를 반대하는 입점 업체가 한 곳이라도 있으면 시 당국이 개최 허가를 내주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 이듬해인 2012년 축제는 다시 US메트로뱅크 몰에서 열렸다. 이후 또다시 입점 업체들을 설득하다 지친 재단 측은 2013년엔 아예 가든그로브를 떠나 부에나파크의 매콤보 쇼핑센터에서 축제를 열었다. 2014년 축제는 부에나파크의 맬번길 비치~알론드라 길 사이 도로를 막은 채 거리 축제 형식으로 열렸다. 재단 측은 당시 축제의 성과에 크게 만족했지만, 도로 통제에 따른 주민들의 민원으로 이후 다시는 거리에서 축제를 열지 못했다. 마땅한 장소를 구하지 못해 2015년 축제를 건너뛴 재단은 2016년 축제를 부에나파크 시청 주차장에서 열었다. 부에나파크의 다른 장소에 비해 신통치 않은 결과를 거두자, 재단은 새 장소를 알아본 끝에 2017년 더 소스 몰에서 축제를 개최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고무된 재단은 2018년에도 같은 장소에서 축제를 열었다. 이제야 마땅한 장소를 구했나 싶었지만, 2019년 축제는 다시 가든그로브로 돌아왔다. 더 소스 몰의 입점 업체와 쇼핑객이 늘면서 대규모 축제를 여는 것이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최근 14년 동안의 역사를 살펴보면 어느 시점부터 최선이 아니라 차선, 또는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곳에서 축제가 열리고 있다. 재단의 고충은 이해하지만, 이대로는 곤란하다. 아리랑축제를 매년 차질없이 개최하려면 어려움이 따르더라도 최선의 장소를 찾고, 그곳에서 계속 축제를 열어야 한다. 방랑에 종지부를 찍어야 축제의 질 향상을 꾀할 수 있다. 지금까지 축제는 가든그로브와 부에나파크, 두 도시에서만 열렸다. 한인이 밀집 거주하는 다른 도시에서 축제를 여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마침 정철승 재단 회장도 “내년엔 풀러턴이나 어바인에서 축제를 여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축제의 질적 향상도 꾀하길 바란다. 매년 비슷한 축제란 평가에서 벗어나야 한다. 베트남계 커뮤니티와 함께 마련한 2023년 축제는 예상보다 많은 인원을 동원했지만, 소통의 문제와 한국 특산물 벤더, 한식 판매 부스의 매출 부진이란 문제점을 남겼다. 오랜 기간, 오렌지카운티 한인들이 즐겨온 아리랑축제가 화려하게 부활하길 바란다. 그 선결 과제는 축제 개최 장소를 확보하고, 그 자리에서 지속해서 축제를 여는 것이다. 재단의 분발을 기대한다. 임상환 / OC취재담당·국장중앙칼럼 아리랑축제 방랑 반면 아리랑축제 가든그로브 공원 축제 개최
2025.09.23. 1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