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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인 의원들, 방패가 되라

또 한인이 추방 위기에 놓였다. 지난달 31일 비자 문제로 뉴욕 이민법원을 찾았던 한인 고연수(20)씨가 법정에서 나오다가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체포됐다. 체류 신분 때문에 법원에 출두하는 이들을 기다렸다가 붙잡는 속칭 ‘매복 작전’에 걸려든 것이다.   퍼듀 대학에 재학중인 고씨는 대한성공회 서울교구 소속 김기리 사제의 딸이다. 고씨는 지난 2021년 3월 모친을 따라 R-2 비자(종교 노동자의 부양가족)로 미국에 왔다. 이후 지난 2023년 5월 신분 연장을 승인받아 올해 12월12일까지 합법 체류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모친이 지난해 12월 소속 교회를 옮기는 바람에 다시 체류 신분 변경서를 제출했고 계류중인 상태였다. 국토안보부는 고씨의 요청이 아직 최종 결정되지 않은 상황임에도 그의 체류 신분이 이미 종료됐다고 판단했다.   고씨는 체포 나흘만인 지난 4일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마구잡이식 불체 단속’에 대한 비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뉴욕 한인회는 “사실상 인권 유린”이라고 분노했고, 성공회측도 “잔혹한 이민 정책이 만든 부당한 구금”이라고 반발했다.   안타깝게도 ‘부당한 구금’이라는 구호는 이제 일상처럼 들린다. 지난 5개월간 본지 1면에 보도된 한인만 4명째다. 지난 3월 컬럼비아 대학생 정윤서(21)씨는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추방 표적이 됐다. 그는 7살 때 미국에 온 영주권자다. 다행히 지난 6월 법원은 정씨를 추방하지 못하도록 하는 예비 금지명령을 내렸다. “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행사한 학생에게 정치적 보복을 위해 이민법을 악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퍼플하트 훈장까지 받은 참전용사 박세준(55)씨의 사연은 딱하다. 지난 6월 그는 48년간 살아온 ‘고향 미국’에서 ‘낯선 고국’으로 사실상 추방됐다. 1989년 파나마 침공 작전에서 척추에 총상을 입었던 그는 전역 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인해 마약에 연루됐다. 그는 하와이로 이주해 지난 10년간 새 삶을 살아왔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과거의 기록을 문제삼았다. 그는 이민당국의 구금 통보에 자진 출국을 선택했다. 그는 주류언론과 인터뷰에서 “내가 지키려고 싸웠던 나라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라고 착잡한 심경을 밝혔다. 돌아올 수 없는 그가 미국에 두고 가는 노모는 85세다.   라임병 백신을 연구하던 텍사스 A&M 박사과정의 김태흥(40)씨는 어떤가. 35년간 미국에 살아온 영주권자인 그는 14년 전 마리화나 경범죄 기록을 빌미로 공항에서 변호사 접견도 거부된 채 8일간 불법 구금됐다. 그는 한국의 동생 결혼식에 참석하고 귀국하던 길이었다.   억울한 구금이나 추방이 과연 이들뿐일까. 각자의 사연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공통점은 하나다. 트럼프 행정부의 추방 정책은 더 이상 서류미비자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수십년간 미국에 거주해온 영주권자, 신분 변경을 요청한 유학생, 심지어 참전용사까지 누구든 표적이 될 수 있다.   이제는 한인 커뮤니티의 조직된 힘이 필요한 때다. 전국의 한인회들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다른 이민자 커뮤니티와 연계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한인들도 각 지역구 연방 상·하원의원 사무실의 문을 두드리고 전화를 걸어 또 다른 억울한 피해가 없도록 정책적 압력을 가해야 한다.   특히 한인 연방의원들의 책임은 막중하다. 지역구 대표이자 한인들의 지지로 당선된 한인들의 대변인으로서 한인의 구명 활동에 누구보다 앞장서야 할 의무가 있다. 본인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총동원해 억울하게 구금되어 있는 한인들의 석방과 구제를 강력하게 촉구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이민법의 자의적이고 폭압적인 적용을 막을 수 있는 실질적인 입법 활동에 나서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한인 커뮤니티를 위한 든든한 ‘방패’가 되어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해야 할 때다.   한인 한 사람의 권리가 침해될 때, 한인 모두의 권리도 위협받을 수 있다. 부당하고 억울한 일이 우리 자신이나 가족을 향하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있나.사설 한인 방패 뉴욕 한인회 한인 고연수 뉴욕 이민법원

2025.08.06. 18:26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방패와 창, 짧지만 길게 산다

나를 지키는 힘은 내게서 나온다. 타인이 막아주지 못한다. 방패는 적의 공격을 막는 병기다. 방패를 가지면 심리적으로 안정돼서 공격적으로 나설 수 있게 만든다. 살면서 항상 기댈 수 있는 방패가 돼 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든든한 일인가.     창은 인류 역사 초창기부터 사냥용으로 쓴 무기다. 길다란 장대 끝을 뾰족하게 만들거나 칼날을 달아 찌르고 베고 던져 사냥을 했다. 역사학자들은 인간은 수십만 혹은 수만년 전부터 가는 곳마다 대형 포유류를 멸종시켜 왔는데 그 원동력은 창이라고 설명한다. 인간이 확실하게 먹이사슬 최정상에 올라선 시점은 창을 쓴 후부터라는 설명이다.     초나라 ‘무기 장사꾼’이 “이 방패는 아무리 날카로운 창도 막을 수 있는 대단한 물건 입죠. 요즘 같은 ‘전국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 꼭 필요한 방패고 이 창은 세상에서 제일 튼튼한 방패도 뚫을 수 있는 천하제일 창입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반드시 필요하지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한 노인이 “정말 훌륭한 창과 방패구려. 근데 그 창으로 그 방패를 찌르면 어떻게 되겠소”라고 물었다. 장사꾼은 판을 거두고 줄행랑을 친다.     모순(矛盾)은 행동의 앞뒤가 서로 일치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형용 모순(形容 矛盾, Oxymoron)은 상반된 어휘를 결합시키는 수사법이다. 그리스어로 ‘Oxy’는 날카로운(Sharp), 예리한(Keen)을 의미하고 ‘Moran’ 은 바보(fool)로 ‘똑똑한 바보’란 뜻이다. 아들녀석이 내 별명을 ‘모란’이라 불러 뜻을 찾아봤더니 저능아였다. 틴에이저 둘 건사하며 제정신으로 살아남은 사람이 몇 있을까.   ‘눈을 감아라, 그러면 보일 것이다’ ‘달콤한 슬픔’ ‘죽고자 하면 살고, 살고자 하면 죽는다,’(이순신 장군의 명언)처럼 상반된 어휘의 배열은 의미를 증폭시킨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갈라치기와 흑백이론, 금수저와 흙수저. 무한 경쟁과 성공 강박, 목숨 건 당파싸움, 한 쪽이 패망해야 다른 한 쪽이 살아남는 처절한 생존 경쟁, 죽이고 죽임을 당하는. 자기의 이익만 생각하고 행동하는 아전인수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린다. 아전인수(我田引水)는 자기 논에만 물을 끌어넣는다는 뜻으로 자기 이익만 챙기고 유리한 방향으로 궤변을 늘어놓는 처사를 일삼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창과 방패는 양날의 검이다. 진검승부는 패하면 생명을 잃을 정도로 명예와 권위를 다투는 대승부다. 사익과 말바꾸기, 거짓과 모함으로 언론을 도배질하는 추태를 보는 국민은 피곤하다. 돈도 명예도 권력도 없이 바닥을 헤매는 서민들은 기댈 곳이 없다. 허기진 몸을 방패 삼아 하루를 버티고, 폐지를 주워 생계를 유지하는 등 굽은 백발 할머니의 두 손은 찌그러진 생의 병기다.       상식(Common Sence)을 고수하는 것이 제일 힘들다. 일반적인 지식과 이해력, 판단력으로 분별하고, 자명하여 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지식이 상식이 된 사회,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진보적이며 역사를 부정하지 않고, 모순에 타협하지 않으며 자기주견의 함몰되지 않고 치열하고 담담하게 살면 사상의 오류에서 벗어날 수 있다.     나는 매일 반전을 꿈꾼다. 어제 보다 다른 오늘, 오늘 보다 나은 내일을 꿈꾼다. 반전의 기회는 늘 있다. 역사가 그것을 증명한다. 역사는 반복과 반전을 통해 발전한다.     꿈꾸는 사람, 준비하고 노력하는 사람을 능가하는 인생의 성공은 없다. 방패와 창을 버리고 사랑과 화합의 꽃이 만발하는 세상이 오면 그대를 만날 수 있을지 모른다. 세월의 파도 속에서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세상의 끝이 안 보여도, 남은 시간을 아껴 쓰면 인생이 길어진다. 짧지만 길게 산다. (Q7 Editions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방패 형용 모순 무기 장사꾼 역사가 그것

2023.10.10.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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