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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웹툰·DC, 배트맨 단행본 출간

네이버웹툰과 북미 엔터테인먼트 기업 DC가 올여름 미국 서점에 배트맨을 주인공으로 한 웹툰 단행본을 선보인다.   네이버웹툰은 DC와 손잡고 오는 8월 미국 출판시장에 ‘배트맨: 웨인 패밀리 어드벤처 1권’, ‘빅슨: NYC 1권’ 단행본을 출간할 예정이라고 17일 밝혔다.   또 10월에는 ‘자타나 앤 더 리퍼’ 단행본을 펴낸다.   이 웹툰들은 네이버웹툰과 DC가 기존에 공개되지 않은 오리지널 스토리를 웹툰으로 선보이는 ‘슈퍼캐스팅 캠페인’ 일환으로 기획한 작품들이다. 모두 온라인 플랫폼에서 연재 중이다.   특히 배트맨이 초능력자 아이들을 키우는 일상을 담은 ‘배트맨: 웨인 패밀리 어드벤처’는 작년 만화계 대표 시상식인 아이즈너 어워즈에서 ‘베스트 웹 코믹’ 부문 후보작에 올랐으며, 누적 조회 수가 7630만 회를 넘기는 등 독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빅슨: NYC’는 아프리카 출신 여성 영웅, ‘자타나 앤 더 리퍼’는 여성 마법사를 주인공으로 한 웹툰이다.   DC는 마블코믹스와 더불어 만화계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기업이다. 배트맨, 슈퍼맨, 원더우먼 등 누구나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히어로 캐릭터 IP를 보유하고 있지만, 젊은 층의 유입을 위해 네이버웹툰과의 협업을 강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웹툰은 자사 플랫폼 이용자 가운데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비중이 75%라고 설명했다.   앤 드피스 DC 부사장은 “네이버웹툰과의 창의적인 파트너십을 통해 팬들을 만족시킬 수 있게 됐다”며 “DC는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프랜차이즈와 네이버웹툰의 새로운 기술과 글로벌 팬덤을 결합하는 파트너 관계를 앞으로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네이버웹툰 배트맨 배트맨 단행본 웹툰 단행본 배트맨 슈퍼맨

2023.03.19. 18:25

[시 론] 배트맨, 우리의 가면

 글을 쓸 때 ‘노동요’로 삼는 음악이 있다. 원고 작업은 감흥에 잠기거나 심장이 너무 빨리 뛰면 오히려 집필에 방해가 된다. 그래서 단조롭고 우울한 곡을 선호한다. 최근에는 영화 ‘더 배트맨’의 사운드트랙을 자주 들었다.   그렇게 새로운 배트맨의 주제가는 수십 번, 어쩌면 수백 번을 들었는데, 정작 영화 ‘더 배트맨’은 보지 않았다. 보러 갈까 망설이는 사이에 우리 동네 극장의 상영시간표에서는 이 영화가 사라졌다. 큰 화면으로 볼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하니 그제서야 아쉬운 마음이 든다. 이놈의 우유부단이여. 좋은 평을 받은 모양이던데.   ‘더 배트맨’ 관람을 주저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우선 영화가 너무 길었다. 상영 시간이 2시간 56분이나 된다. 그리고 배트맨 영화를 그간 너무 많이 본 것 같았다. 세어보니 내가 본 배트맨 실사 영화가 10편이나 된다. 어린 시절의 브루스 웨인이 등장하는 ‘조커’까지 포함하면 11편이다.   ‘더 배트맨’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도 솔직히 반갑다기보다는 ‘아니, 또 배트맨이야?’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배트맨, 물론 매력적인 히어로다. 캐릭터 사업을 펼치기도 좋다. 그런데 사골국도 아니고 도대체 몇 번을 우려먹는 거냐.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어둠의 기사라는 설정도 그만하면 여러 연출자가 온갖 각도로 해석하고 또 재해석하지 않았나.   원고가 안 풀리면 쓸데없는 상념에 잠기게 된다. 배트맨 테마곡을 들으며 배트맨은 어떻게 이렇게 꾸준히 인기가 있을까, 왜 사람들은 배트맨에 질리지 않을까, 생각했다. 근본 원인은 배트맨의 안이 아니라 밖에 있는 것 아닐까 싶었다. 세상이 점점 배트맨이 사는 도시처럼 변하고 있고 우리들이 모두 조금씩 배트맨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가설이다.   수퍼맨이 영화와 만화에서 활약하는 도시는 메트로폴리스다. 이 도시는 가끔 외계인의 습격도 받고 렉스 루터 같은 악당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밝다. 메트로폴리스 시민들은 진취적이며, 자기 도시를 믿고 사랑하는 것 같다. 배트맨의 배경인 고담의 시민들은 그렇지 않다. 고담은 총체적 난국이다. 범죄와 부패가 심각하고 빈부격차는 폭발 직전이다.   그래서 배트맨은 더러 가엾고 우스워 보인다. 그가 아무리 범죄자를 때려잡아도 고담의 상황은 달라지지 않을 게 확실하다. 심지어 배트맨 본인도 그 사실을 아는 듯 보인다. 그는 실패할 운명이다. 그럼에도 싸운다. 그래서 좀 멋있긴 하지만, 그러느니 그 많은 돈을 범죄예방 환경설계 프로젝트나 전과자 재활 사업에 투자하는 편이 더 현명하지 않을까?   그런데 현대인은 자신이 메트로폴리스가 아니라 고담에서 산다고 생각한다. 순수와 희망의 상징인 수퍼맨의 인기가 두어 세대 전부터 시들해진 것은 그 때문이라고 나는 추측한다. 두어 세대 전부터 우리를 사로잡은 정서는 좌절과 분노 아닐까. 밤에 가면을 쓰고 밖에 나가 이 사태의 책임자를 두들겨 패고 싶어 하는 충동들이, 그 냄새가, 느껴지지 않나.   하지만 문명사회에서는 그런 욕망을 인정하는 것조차 위험하다. 그래서 브루스 웨인에게는 박쥐 가면과 망토가 필요하고, 우리에게는 배트맨 영화가 필요하다. 소셜미디어 계정에는 착한 말 정의로운 말만 쓰지만 익명 게시판은 시궁창이다. 모두 조금씩 위선자이고, 조금씩 다크 히어로이며, 조금씩 신경증 환자들이다.   ‘다크 나이트’에서 조커의 목적이 뭔지 알 수 없어 무섭다며 너스레를 떠는 이들을 나는 기이하게 여겼다. 그 영화에서 조커는 의도가 분명한 중2병 환자였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위선자라고 믿었고, 그게 역겹다며 주변 인물을 타락시키고 시민들이 악행을 저지르게 하려고 애썼다. ‘다크 나이트’의 조커는 약간은 옳았기 때문에 무서웠다.   배트맨은 그래도 고결하다. 그는 자신이 내리막길 위에 있음을 알고 괴로워하며 거기에 저항한다. 불살(不殺) 같은 자신만의 규칙을 지키려 노력한다. 현대인은 배트맨을 사랑한다, 아직까지는. 그가 우리와 같은 병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마블이 얼마 전 디즈니플러스에서 공개한 드라마 ‘문나이트’의 수퍼히어로 문나이트는 해리성 정체감 장애를 앓고 있다고 한다. 온라인 정체성, 메타버스 정체성을 따로 만드는 세대에게 어울리는 영웅 같다. 장강명 / 소설가시 론 배트맨 배트맨 영화 배트맨 테마곡 배트맨 실사

2022.04.18. 20:07

[시론] 배트맨, 우리의 가면

글을 쓸 때 ‘노동요’로 삼는 음악이 있다. 원고 작업은 감흥에 잠기거나 심장이 너무 빨리 뛰면 오히려 집필에 방해가 된다. 그래서 단조롭고 우울한 곡을 선호한다. 최근에는 영화 ‘더 배트맨’의 사운드트랙을 자주 들었다.   그렇게 새로운 배트맨의 주제가는 수십 번, 어쩌면 수백 번을 들었는데, 정작 영화 ‘더 배트맨’은 보지 않았다. 보러 갈까 망설이는 사이에 우리 동네 극장의 상영시간표에서는 이 영화가 사라졌다. 큰 화면으로 볼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하니 그제서야 아쉬운 마음이 든다. 이놈의 우유부단이여. 좋은 평을 받은 모양이던데.   ‘더 배트맨’ 관람을 주저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우선 영화가 너무 길었다. 상영 시간이 2시간 56분이나 된다. 그리고 배트맨 영화를 그간 너무 많이 본 것 같았다. 세어보니 내가 본 배트맨 실사 영화가 10편이나 된다. 어린 시절의 브루스 웨인이 등장하는 ‘조커’까지 포함하면 11편이다.    ‘더 배트맨’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도 솔직히 반갑다기보다는 ‘아니, 또 배트맨이야?’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배트맨, 물론 매력적인 히어로다. 캐릭터 사업을 펼치기도 좋다. 그런데 사골국도 아니고 도대체 몇 번을 우려먹는 거냐.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어둠의 기사라는 설정도 그만하면 여러 연출자가 온갖 각도로 해석하고 또 재해석하지 않았나.   원고가 안 풀리면 쓸데없는 상념에 잠기게 된다. 배트맨 테마곡을 들으며 배트맨은 어떻게 이렇게 꾸준히 인기가 있을까, 왜 사람들은 배트맨에 질리지 않을까, 생각했다. 근본 원인은 배트맨의 안이 아니라 밖에 있는 것 아닐까 싶었다. 세상이 점점 배트맨이 사는 도시처럼 변하고 있고 우리들이 모두 조금씩 배트맨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가설이다.   수퍼맨이 영화와 만화에서 활약하는 도시는 메트로폴리스다. 이 도시는 가끔 외계인의 습격도 받고 렉스 루터 같은 악당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밝다. 메트로폴리스 시민들은 진취적이며, 자기 도시를 믿고 사랑하는 것 같다. 배트맨의 배경인 고담의 시민들은 그렇지 않다. 고담은 총체적 난국이다. 범죄와 부패가 심각하고 빈부격차는 폭발 직전이다.   그래서 배트맨은 더러 가엾고 우스워 보인다. 그가 아무리 범죄자를 때려잡아도 고담의 상황은 달라지지 않을 게 확실하다. 심지어 배트맨 본인도 그 사실을 아는 듯 보인다. 그는 실패할 운명이다. 그럼에도 싸운다. 그래서 좀 멋있긴 하지만, 그러느니 그 많은 돈을 범죄예방 환경설계 프로젝트나 전과자 재활 사업에 투자하는 편이 더 현명하지 않을까?   그런데 현대인은 자신이 메트로폴리스가 아니라 고담에서 산다고 생각한다. 순수와 희망의 상징인 수퍼맨의 인기가 두어 세대 전부터 시들해진 것은 그 때문이라고 나는 추측한다. 두어 세대 전부터 우리를 사로잡은 정서는 좌절과 분노 아닐까. 밤에 가면을 쓰고 밖에 나가 이 사태의 책임자를 두들겨 패고 싶어 하는 충동들이, 그 냄새가, 느껴지지 않나.   하지만 문명사회에서는 그런 욕망을 인정하는 것조차 위험하다. 그래서 브루스 웨인에게는 박쥐 가면과 망토가 필요하고, 우리에게는 배트맨 영화가 필요하다. 소셜미디어 계정에는 착한 말 정의로운 말만 쓰지만 익명 게시판은 시궁창이다. 모두 조금씩 위선자이고, 조금씩 다크 히어로이며, 조금씩 신경증 환자들이다.   ‘다크 나이트’에서 조커의 목적이 뭔지 알 수 없어 무섭다며 너스레를 떠는 이들을 나는 기이하게 여겼다. 그 영화에서 조커는 의도가 분명한 중2병 환자였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위선자라고 믿었고, 그게 역겹다며 주변 인물을 타락시키고 시민들이 악행을 저지르게 하려고 애썼다. ‘다크 나이트’의 조커는 약간은 옳았기 때문에 무서웠다.   배트맨은 그래도 고결하다. 그는 자신이 내리막길 위에 있음을 알고 괴로워하며 거기에 저항한다. 불살(不殺) 같은 자신만의 규칙을 지키려 노력한다. 현대인은 배트맨을 사랑한다, 아직까지는. 그가 우리와 같은 병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마블이 얼마 전 디즈니플러스에서 공개한 드라마 ‘문나이트’의 수퍼히어로 문나이트는 해리성 정체감 장애를 앓고 있다고 한다. 온라인 정체성, 메타버스 정체성을 따로 만드는 세대에게 어울리는 영웅 같다. 장강명 / 소설가시론 배트맨 배트맨 영화 배트맨 테마곡 배트맨 실사

2022.04.15. 19:01

[영화몽상] 배트맨이 돌아오는 세상

 가난한 고등학생 피터 파커와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은 기업인 브루스 웨인. 사뭇 다른 두 인물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각각 마블코믹스와 DC코믹스의 만화를 통해 탄생한 캐릭터이자, 각자 ‘스파이더맨’과 ‘배트맨’이라는 이름으로 악당과 맞서는 수퍼 히어로라는 점은 기본. 저마다 잔혹한 범죄에 가족을 잃는 아픔을 겪은 인물이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를 통해 전 세계에 낯익은 주인공이기도 하다.   한 가지 더 추가하면, 영화 시리즈의 새 출발이 잦은 캐릭터라는 점도 이제는 공통점이 될 것 같다. 새로 개봉한 ‘더 배트맨’의 로버트 패틴슨은 1989년 ‘배트맨’의 마이클 키튼, 2005년 ‘배트맨 비긴즈’의 크리스천 베일에 이어 다시 배트맨 이야기의 새 출발을 알리는 주인공이다. 앞서 두 시리즈의 전개 과정은 좀 달랐다. 크리스천 베일이 주연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시리즈는 ‘다크 나이트’와 ‘다크 나이트 라이즈’까지 호평과 함께 3부작으로 완결됐다. 반면 마이클 키튼이 시작한 ‘배트맨’은 3편 발 킬머, 4편 조지 클루니로 주연이 바뀐 데다 4편 ‘배트맨과 로빈’은 졸작이란 평가와 함께 시리즈를 막 내리게 했다.   스파이더맨도 기복을 겪었다. 2000년대초 토비 맥과이어가 주연한 ‘스파이더맨’ 시리즈가 비교적 성공적으로 3부작을 마친 반면 앤드류 가필드가 주연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2부로 단명했다. 곧이어 새로운 스파이더맨으로 등장한 톰 홀랜드는 다른 수퍼 히어로와 함께한 어벤져스 시리즈와 스파이더맨 자체 시리즈 모두 흥행 활약을 펼쳤다.     로버트 패틴슨의 ‘더 배트맨’은 새로운 출발답게, 배트맨 이야기의 새로운 결을 보여준다. 이 영화의 브루스 웨인은 배트맨으로 활동한 지 이제 겨우 2년. 또 액션 영웅만 아니라 탐정 같은 면모가 두드러진다. 연쇄살인범이 남긴 암호문을 단서로 감춰진 음모를 추적한다.   여기서 실감하게 되는 것은 배트맨은 그가 나고 자란 도시, 고담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란 점이다. 스파이더맨과 달리 이 영화에서 배트맨의 상대는 먼 우주나 다른 차원에서 온 악당이 아니라 고담시의 악당이다. 배우는 다르지만 ‘다크 나이트’에서 악과 맞서기 위해 악을 자처하는 배트맨의 모습까지 본 터. 이후 스크린 밖에서는 세월이 흘렀건만 ‘더 배트맨’의 고담시는 여전히 정치인과 검찰·경찰과 범죄조직 두목이 한통속인 악의 소굴이다. 변한 게 없는 현실과 새로울 것 없는 악당들 탓인지, 극장문을 나서며 좀 우울해졌다. 어쩌면 수퍼 히어로의 활약에 더이상 큰 기대가 없는 나이가 된 탓인지도 모르겠다. 이후남 / 한국 문화선임기자영화몽상 배트맨 배트맨 이야기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영화 시리즈

2022.03.14. 20:08

[J네트워크] 배트맨이 돌아오는 세상

가난한 고등학생 피터 파커와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은 기업인 브루스 웨인. 사뭇 다른 두 인물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각각 마블코믹스와 DC코믹스의 만화를 통해 탄생한 캐릭터이자, 각자 ‘스파이더맨’과 ‘배트맨’이라는 이름으로 악당과 맞서는 수퍼 히어로라는 점은 기본. 저마다 잔혹한 범죄에 가족을 잃는 아픔을 겪은 인물이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를 통해 전 세계에 낯익은 주인공이기도 하다.   한 가지 더 추가하면, 영화 시리즈의 새 출발이 잦은 캐릭터라는 점도 이제는 공통점이 될 것 같다. 새로 개봉한 ‘더 배트맨’의 로버트 패틴슨은 1989년 ‘배트맨’의 마이클 키튼, 2005년 ‘배트맨 비긴즈’의 크리스천 베일에 이어 다시 배트맨 이야기의 새 출발을 알리는 주인공이다.     앞서 두 시리즈의 전개 과정은 좀 달랐다. 크리스천 베일이 주연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시리즈는 ‘다크 나이트’와 ‘다크 나이트 라이즈’까지 호평과 함께 3부작으로 완결됐다.     반면 마이클 키튼이 시작한 ‘배트맨’은 3편 발 킬머, 4편 조지 클루니로 주연이 바뀐 데다 4편 ‘배트맨과 로빈’은 졸작이란 평가와 함께 시리즈를 막 내리게 했다.   스파이더맨도 기복을 겪었다. 2000년대초 토비 맥과이어가 주연한 ‘스파이더맨’ 시리즈가 비교적 성공적으로 3부작을 마친 반면 앤드루 가필드가 주연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2부로 단명했다.     곧이어 새로운 스파이더맨으로 등장한 톰 홀랜드는 다른 수퍼 히어로와 함께한 어벤져스 시리즈와 스파이더맨 자체 시리즈 모두 흥행 활약을 펼쳤다.     한국에선 2017년 1편 ‘스파이더맨:홈커밍’, 2019년 2편 ‘스파이더맨:파 프롬 홈’에 이어 코로나19로 극장가가 한껏 위축된 지난 연말 개봉한 ‘스파이더맨:노 웨이 홈’도 700만 넘는 관객을 모았다.   로버트 패틴슨의 ‘더 배트맨’은 새로운 출발답게, 배트맨 이야기의 새로운 결을 보여준다.     이 영화의 브루스 웨인은 배트맨으로 활동한 지 이제 겨우 2년. 또 액션 영웅만 아니라 탐정 같은 면모가 두드러진다. 연쇄살인범이 남긴 암호문을 단서로 감춰진 음모를 추적한다.   여기서 실감하게 되는 것은 배트맨은 그가 나고 자란 도시, 고담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란 점이다. 스파이더맨과 달리 이 영화에서 배트맨의 상대는 먼 우주나 다른 차원에서 온 악당이 아니라 고담시의 악당이다. 배우는 다르지만 ‘다크 나이트’에서 악과 맞서기 위해 악을 자처하는 배트맨의 모습까지 본 터.     이후 스크린 밖에서는 세월이 흘렀건만 ‘더 배트맨’의 고담시는 여전히 정치인과 검찰·경찰과 범죄조직 두목이 한통속인 악의 소굴이다. 변한 게 없는 현실과 새로울 것 없는 악당들 탓인지, 극장문을 나서며 좀 우울해졌다. 어쩌면 수퍼 히어로의 활약에 더이상 큰 기대가 없는 나이가 된 탓인지도 모르겠다. 이후남 / 한국 중앙일보 문화선임기자J네트워크 배트맨 배트맨 이야기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스파이더맨 자체

2022.03.10. 18:47

복수와 정의 사이, 고뇌하는 배트맨의 액션

‘배트맨’의 기원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수퍼맨’이 나온다. 1939년 ‘배트맨’의 크리에이터(Creator) 밥 케인이 ‘수퍼맨’을 보던 중 떠올린 아이디어가 ‘배트맨’의 효시였다. 실제로 케인은 배트맨의 이미지를 창조하는 데 수퍼맨을 참조했다. 그러나 케인은 수퍼맨과 달리, 캐릭터 자체에 수퍼파워를 부여하지 않았다. 대신 평범한 인간이 수퍼 툴(Tool)을 사용하여 악당들에 맞서는 내용으로 차별화를 시도, ‘수퍼맨’의 흥행을 능가하는 성공을 거두었다.     우리의 기억 속에 인상적으로 남아 있는 배트맨은 팀 버튼이 연출했던 ‘배트맨’의 마이클 키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연출 ‘다크나이크’ 시리즈에 등장했던 크리스천 베일 정도다. 2018년 벤 애플렉 주연의 새로운 배트맨을 기대했지만 알코올 중독, 이혼 등 사적 문제들로 인하여 결국 무산되어 버리고 말았다. 애플렉이 주연뿐만 아니라 제작, 감독까지 맡는 조건이었다.     제작사 워너브라더스는 이 난감한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혹성탈출’, ‘클로버필드’의 맷 리브스 감독에게 연출을,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로버트 패틴슨에게 배트맨 역을 의뢰한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 이후 10년 만에 돌아온 DC 코믹스 배트맨 시리즈의 열여섯 번째 영화 ‘더 배트맨’은 이제까지의 배트맨 실사들과는 전혀 다른, 가장 우울하고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다.     90년대 얼터너티브 록의 대표적 밴드 너바나의 ‘Something in the Way’가 백그라운드 음악으로 흐른다. 늘 비에 젖어있는 도시, 음울함이 진하게 배어 있는 도시 고담에는 여전히 비굴한 인물들과 겹겹의 음모가 가득하다. 2년간 고담의 밤거리를 범죄로부터 지켜왔던 배트맨에게 새로운 빌런 리들러(폴 다노)가 나타난다. 재선을 노리는 시장을 살해한 그는 또 다른 살인을 예고한다.     고담 시의 탐정 역할을 수행하며 악과 맞서는 청년 배트맨은 리들러를 상대하는 한편, 비굴한 마피아 두목 팔코네(존 터투로)와 펭귄(콜린 파렐)을 통해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된 숨겨진 사실들에 접근해 간다. 복수와 정의 사이에서 갈등하는 브루스 웨인, 어릴 적 부모가 살해되면서 겪었던 상처와 공포가 그의 심리 안에서 복잡미묘하게 움직인다.     배트맨의 카리스마는 언제나 조커의 존재감에 비례했다. 리들러, 펭귄 등의 빌런들이 이전 조커들에 견줄만한 존재감을 갖춘 인물들인지는 다소 의문이다. 조이 크래비츠는 30년 전 미셀 파이퍼가 ‘배트맨 리턴즈’에서 연기했던 캣우먼 이후 가장 돋보이는 캣우먼으로 등장한다.     패틴슨의 배트맨은 더 이상 수퍼히어로가 아니다. 고독하고 고뇌하는 청년 브루스 웨인의 인간성에 더 많은 초점이 가있다. 동네 건달들과의 싸움에서 자주 얻어맞는 배트맨을 보며 캣우먼 셀리나는 연모를 품는다. 그리고 함께 고담시를 떠나자고 제안한다.   김정 영화평론가배트맨

2022.03.04.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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