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K-컬처의 선구자 백남준
K-컬처의 기세가 무섭다. ‘케데헌’이 기대했던 대로 골든글로브 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 2관왕의 영예를 차지했다. 지금의 분위기로는 그래미상과 아카데미상도 기대할 만하다는 전망이다. 방탄소년단의 활동 재개도 큰 관심을 끌고 있는데, ‘아리랑’을 대표곡으로 내세운 것이 뜻깊다. 이처럼 파죽지세로 뻗어가는 K-아트의 인기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은 물론 아니다. 선구자, 개척자의 땀과 눈물 덕에 지금의 영광이 있는 것이다. 그 선구자, 개척자 중 가장 앞에 서 있는 인물은 단연 백남준(1932-2006)이다.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로 20세기를 대표한 세계적인 예술가 중 한 사람, 20세기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으로 평가받는 백남준…. 그 백남준이 올해 20주기를 맞았다. 1월29일이 20주기 기일이었다. 한국에서는 20주기를 맞아 다양한 전시회와 행사가 열릴 예정이라고 한다. ‘백남준아트센터’는 2026년 한 해, “그의 평화와 실험의 유산을 오늘의 언어로 번역하며 온 세계와 공유하고 더 많은 대화와 연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우선, 1960년대 중반 나왔던 백남준의 로봇 조형물 ‘K-456’을 복원해 과거처럼 구동시켜, 로봇 오페라를 공연하는 기념 프로젝트가 눈길을 끈다. 이어서, 백남준의 영향을 받은 동유럽 작가들의 기획전, 백남준 미술사 심포지엄, 관련 퍼포먼스, 작업을 망라한 백남준 미디어아트 페스티벌, 고인의 행성 우주 작업을 결산하는 기념 전시 등의 행사가 일 년 내내 열릴 예정이란다. 7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에서는 거의 무명에 가까웠던 백남준의 예술세계를 한국사회에 제대로 소개하고 조명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이어령 교수였다. 천재는 천재를 알아보는 법. 두 사람은 한눈에 서로를 알아봤고, 벽을 허물고 친구이자 예술적 동반자로 평생에 걸쳐 깊은 교감을 나누었다. 이어령은 백남준 예술의 바탕에 깔린 한국인의 문화유전자를 읽어냈고, 천재가 창조의 날개를 마음껏 펼칠 수 없는 한국의 문화풍토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령은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를 ‘한국의 혼’과 연결 지어 설명하는 등 한국적 미학과 철학을 담아낸 그의 예술을 해석하는 데 주력해, 한국 예술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에 답하듯 백남준은 한국을 중심으로 세계를 연결하는 ‘굿모닝 미스터 오웰’ ‘바이 바이 키플링’ ‘손에 손잡고’ 등의 혁신적 작품을 내놓았다. 또한,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을 설치하여 한국 미술이 세계 미술계에 진출하는 교두보를 마련하는 일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광주 비엔날레 태동의 산파 역할을 하는 등 한국 미술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우리가 지금 백남준을 다시 소환하는 까닭은 K-컬처의 바람직한 앞날을 설계하기 위해서다. 그가 겪어온 길을 살펴보면 앞날의 방향이 보이기 때문이다. “백남준의 사유는 한 시대의 기록이 아니라, 동시대의 감각과 기술, 삶의 윤리 속에서 공명하는 ‘진행형’입니다. 전쟁과 분열, 기후위기와 불신이 겹쳐지는 오늘, 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 ‘평화의 상상력’을 필요로 합니다. 백남준은 연결을 통해 적대의 언어를 넘어서는 길을 보여주었고, 기술을 단절이 아니라 공존의 회로로 상상했습니다.”-〈백남준아트센터〉의 새해 인사 한 구절 백남준의 예술세계와 철학을 깊이 알고 배우기 위해서는 그의 육성을 새겨듣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일 것이다. 그는 참 많은 명언을 남겼다. “한마디로 전위예술은 신화를 파는 예술이다. 자유를 위한 자유의 추구이며, 무 목적적인 실험이기도 하다. 규칙이 없는 게임이기 때문에 객관적 평가란 힘들다. 어느 시대건 예술가는 자동차로 달린다면 대중은 버스로 가는 속도다.” “한국에 비빔밥 정신이 있는 한 멀티미디어 시대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나는 세계적인 예술가가 아닙니다. 세기(世紀)적인 예술가입니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선구자 백남준 백남준 미디어아트 백남준 예술 기획전 백남준
2026.01.29. 18: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