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적인 물가와 쥐꼬리 임금에 가로막힌 '밴쿠버 드림'이 '대탈출'이라는 현실적인 생존 선택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한 해에만 4만 명이 넘는 BC주 거주자가 정든 터전을 뒤로한 채 해외로 떠나며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수십 년을 버텨온 이민자들마저 "더는 희망이 없다"며 고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 등 밴쿠버의 인구 지도가 흔들리고 있다. 수십 년 가꾼 밴쿠버 생활 접고 고국행 택하는 이민자들 멕시코 출신 이민자 헥터 바스케스 씨는 9년 전 멕시코시티에서 웨스트 밴쿠버로 건너와 청소 업체를 운영해 왔으나 오는 6월 스페인 마드리드로 떠나기로 했다. 그는 캐나다인이라는 자부심은 크지만 지금의 소득으로는 평범한 생활조차 꾸려가기 버겁다고 털어놨다. 리치몬드에서 20년 넘게 보험업에 종사했던 캐롤 리우 씨도 지난해 집을 처분하고 가족과 함께 중국 베이징으로 돌아갔다. 리우 씨는 팬데믹 이후 캐나다 경제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더 넓은 시장과 기회를 찾아 떠나게 됐다고 전했다. BC주 인구 유출 전국 최고 수준 기록 캐나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동안 BC주를 등지고 해외로 떠난 거주자는 4만612명에 달했다. 이는 캐나다 전체 해외 이주자의 25%를 상회하는 수치로 BC주의 전국 인구 비중이 13%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유출 속도가 비정상적으로 가파르다. 2024년 대비 24% 늘어난 것은 물론 2021년과 비교하면 2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로슬린 쿠닌 경제학자는 유능한 이민자들이 더 나은 기회를 찾아 떠나는 이른바 엑소더스 현상이 지역 경제와 노동 시장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타국 대비 낮은 경제 성장률과 고물가의 이중고 캐나다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24년 2%에서 2025년 1.7%로 주춤하더니 올해는 1.2%까지 추락할 전망이다. 반면 이민자들이 대안으로 택한 스페인의 지난해 성장률은 2.8%, 중국은 5%를 기록하며 대조를 이뤘다. 한 이민자는 예전엔 코스코에서 300달러에서 400달러면 카트를 가득 채웠지만 이제는 절반도 사기 힘들다며 삶의 질이 수직 하락했다고 토로했다. 바스케스 씨 역시 마드리드의 생활비가 밴쿠버보다 약 35% 저렴한 반면 서비스 단가는 1.5배나 더 높게 받을 수 있어 경제적 안정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고학력 이민자들의 학력 과잉과 인재 유출 학력 과잉과 전공 불일치 문제도 이민자들을 등 돌리게 하는 주요 원인이다. 2024년 밴쿠버에서 공학 석사 학위를 딴 헤일리 우 씨는 현지 취업 시장의 높은 벽을 절감하고 지난해 여름 베이징으로 돌아갔다. SFU의 앤디 얀 교수는 대학 학위를 가진 중국계 이민자의 19.9%가 본인의 역량보다 낮은 수준의 직종에 종사하고 있다며 인적 자원의 낭비가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학계와 업계에서는 이러한 인구 변화가 향후 노동 생산성 회복이나 임대료 상승 둔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으나, 외국 자격 인정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등 우수 인재를 붙잡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건수 기자 [email protected]밴쿠버 굿바이 밴쿠버 생활 웨스트 밴쿠버 밴쿠버 드림
2026.04.20. 17:46
밴쿠버 생활에 얼마나 녹아들었는지 확인하는 흥미로운 지표들이 화제다. 단순히 거주하는 것을 넘어 생활 방식 전반에서 나타나는 현지인만의 독특한 습관 12가지가 밴쿠버 사람임을 증명하는 척도로 꼽힌다. 밴쿠버인의 가장 큰 특징은 비에 대처하는 자세다. 연간 160일가량 비가 내리지만 현지인들은 우산을 쓰기보다 후드티 하나로 버티곤 한다. 젖은 옷을 입고 비를 불평하면서도 정작 우산 사용은 거부하는 고집은 밴쿠버 생활의 시작이다. 그라우스 그라인드(GG) 도전은 필수 통과의례다. 가파른 경사를 오르며 다리 통증을 느껴도 정상에서 경치를 감상한 뒤 곤돌라를 타고 내려오는 여유를 부린다. 옷장에는 용도별 레인코트가 가득하다. 한 잔에 8달러 넘는 고가의 라떼를 마시는 일도 일상이다. 프랜차이즈보다 독립 카페의 품질을 따지는 소비 습관이 자리를 잡았다. 라이온스 게이트 브리지나 그랜빌 스트리트에서 1시간 넘게 갇혀 있어도 묵묵히 참아낸다. 타지 사람에게 산과 바다를 자랑하며 정착을 권유하는 유별난 도시 사랑도 특징이다. 아침에는 겨울 외투를 입고 오후에는 반바지를 입는 혼용 패션이 어색하지 않다. 복잡한 대중교통 요금 체계를 다 이해하지 못해도 일단 컴패스 카드를 찍고 보는 대범함을 보인다. 일주일에 여러 번 스시를 먹는 식습관과 비 오는 일요일에 그랜빌 아일랜드를 찾아 도넛 줄을 서는 번거로움도 즐긴다. 이슬비만 내려도 약속을 취소하고 집에서 쉬는 변덕도 밴쿠버인만의 특징이다. 키칠라노나 웨스트 엔드 중 어디가 진짜 밴쿠버인지 논쟁하며 지역 자부심을 드러내는 대화는 현지인들만이 공유하는 즐거움이다. [체크포인트 · 이것만은 꼭] 밴쿠버 로컬 생활을 더 쾌적하게 즐기려면 장비와 정보력을 갖춰야 한다. 비가 잦은 만큼 우산보다는 방수 기능이 뛰어난 고품질 레인코트를 장만하는 편이 활동성을 높인다. 대중교통 이용 시 구역별 요금이 헷갈린다면 컴패스 카드 자동 충전 기능을 활용해 결제 오류를 방지하는 것이 좋다. 교통체증이 심한 특정 구간을 통과할 때는 실시간 도로 상황 앱을 수시로 확인해 우회로를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 현지인들이 스시나 카페에 열광하는 이유는 가성비보다 품질을 우선하는 문화 때문이므로 평점이 높은 독립 매장들을 탐방하며 자신만의 로컬 지도를 만드는 재미를 느껴보자. 밴쿠버중앙일보편집국밴쿠버 인증법 밴쿠버 생활 밴쿠버 로컬 밴쿠버 사람
2026.01.26. 1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