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의 흔한 술자리 농담이 있다. “가늘고 길게(끊어지지 않게 조심하며) 버틸래, 짧고 굵게 인정받고 끝낼래?” 극단적으로 다른 두 개의 답 중 무조건 하나를 골라야 하는 무시무시한 게임이 있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밸런스 게임’이다. 초급 수준의 질문은 어렵지 않다. 취향의 문제기 때문이다. 짬뽕 vs 짜장면, 비냉 vs 물냉, 양념 치킨 vs 프라이드 치킨,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 vs 뜨아(뜨거운 아메리카노). 중급 수준 질문은 유머 감각으로 적절히 받아치면 되는 답들이 많다. 군대 다시 가기 vs 애인 없이 2년 살기, 고3으로 돌아가 수능 다시 보기 vs 지금 이대로 살기, 훈남·훈녀 되기 vs 1억원 받기, 이상형 옆 이코노미 석 vs 코골이 옆 퍼스트 석 등등. 웃자고 시작한 게임이 갑자기 진지하게 느껴질 때는 ‘딜레마’에 빠졌을 때다. 두 갈래 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어느 쪽을 선택하든 아쉬움과 미련이 남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은 잘하는데 성격이 별로인 사람 vs 착한데 일은 잘 못하는 사람, 돈 많이 받는데 하기 싫은 일 vs 돈 적게 받는데 하고 싶은 일, 이상형 만나고 친구들과 인연 끊기 vs 평생 솔로로 지내며 친구와 지내기, 우선 해결할 사회적 문제는 교육문제 vs 빈곤문제 등등. 게임 이름에 왜 ‘밸런스(균형)’라는 단어가 붙었는진 모르겠다. 다만 이 소소한 놀이를 통해 배울 게 있다면 양극단의 선택지 어느 쪽도 정답은 아니라는 것, 어떤 선택을 하든 충분히 이유를 고민하면서 생각의 균형감을 갖는 게 더 중요하다는 점이다. 서정민 중앙SUNDAY / 문화선임기자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밸런스 게임 밸런스 게임 게임 이름 아이스 아메리카노
2023.03.06. 19:33
직장인들의 흔한 술자리 농담이 있다. “가늘고 길게(끊어지지 않게 조심하며) 버틸래, 짧고 굵게 인정받고 끝낼래?” 극단적으로 다른 두 개의 답 중 무조건 하나를 골라야 하는 무시무시한 게임이 있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밸런스 게임’이다. 초급 수준의 질문은 어렵지 않다. 취향의 문제기 때문이다. 짬뽕 vs 짜장면, 비냉 vs 물냉, 양념 치킨 vs 프라이드 치킨,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 vs 뜨아(뜨거운 아메리카노). 웃자고 시작한 게임이 갑자기 진지하게 느껴질 때는 ‘딜레마’에 빠졌을 때다. 두 갈래 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어느 쪽을 선택하든 아쉬움과 미련이 남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은 잘하는데 성격이 별로인 사람 vs 착한데 일은 잘 못하는 사람, 돈 많이 받는데 하기 싫은 일 vs 돈 적게 받는데 하고 싶은 일, 이상형 만나고 친구들과 인연 끊기 vs 평생 솔로로 지내며 친구와 지내기, 우선 해결할 사회적 문제는 교육문제 vs 빈곤문제 등등. 게임 이름에 왜 ‘밸런스(균형)’라는 단어가 붙었는진 모르겠다. 다만 이 소소한 놀이를 통해 배울 게 있다면 양극단의 선택지 어느 쪽도 정답은 아니라는 것, 어떤 선택을 하든 충분히 이유를 고민하면서 생각의 균형감을 갖는 게 더 중요하다는 점이다. 서정민 / 중앙SUNDAY 문화선임기자밀레니얼 사전 밸런스 게임 밸런스 게임 게임 이름 아이스 아메리카노
2022.11.09. 18:53
급속하게 정보화되어가고 있는 시대에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대담한 거짓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습관을 갖게 됐다. 성폭력으로 인한 초등학생의 자살과 가해 소년의 아버지와 동명이인일 뿐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온라인상에서 린치를 당해야 하는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은 이 작품은 뛰어난 리얼리즘적 터치로 정보화 시대의 거짓말에 대하여 직조하듯 파헤친다. 현재를 살아가는 일본 젊은이들의 삶과 고민을 밀도 있게 파헤친 데뷔작 ‘고잉 더 디스턴스(Going the distance, 2016)’로 독립영화 경연장에서 주목받았던 하루모토 유지로 감독이 6년 만에 내놓은 ‘밸런스’는 개인의 내면을 주시하는 섬세함과 사회적 문제의식을 포착하는 작가의 예리함이 돋보인다. 입시학원을 운영하는 아버지를 도와 틈틈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유코는 다큐멘터리 감독이다. 그녀는 3년 전에 일어났던 학교폭력과 그로 인한 여학생들의 연쇄 자살 사건을 추적 중에 있다. 유코는 학교에서 일어났던 사건을 파헤치면서 감춰졌던 진실과 그 진실로 고통받는 가족들의 삶에 깊숙이 개입하게 된다. 그러던 중 학생들에게 두루 존경받는 아버지 마저 성폭력에 연루되었다는 놀라운 사실을 접하면서 유코의 삶은 송두리째 흔들린다. 여러 가지 사건이 얽혀 있어 플롯이 복잡해 보이지만 하루모토 감독은 철저히 팩트에 기반한 서사로 그의 주제에 접근해 간다. 그는 우리가 사는 사회엔 아직 정의가 남아 있을까, 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이 대목에서 ‘배후 인물’로 사회의 언론과 교육을 등장시킨다. 언론과 교육은 사람들을 바른길로 인도해주는 등대이다. 교육과 언론은 이미 그 자체로 ‘옳은 것’으로 인식되어 있다. 이마저 믿고 나아가지 못한다면 사회는 깊은 불안의 늪으로 빠져버릴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정보를 접하고 나누면서 어느 누구도 정보의 소스를 의심하지 않는다. 오늘의 대중은 언론과 교육을 통해 길들여져 있으며 ‘정보의 바다’에 내던져져 있는 존재들이다. 멜로의 감성과 픽션을 배제한 다큐멘터리는 사실 전달이라는 점에서 언론의 정점에 있는 장르이다. 영화가 사회 참여의 창이어야 한다고 믿는 하루모토 감독은 팩트보다 논조를 내세우는 언론의 맹점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그는 교육에 언론을 더하고, 이에 대한 현대인의 굳은 믿음에 균열을 가함으로써 거짓말의 극단을 보여준다. 피해를 당한 줄로만 알았던 취재원의 진술조차도 거짓말이었음이 드러나면서 놀라운 반전을 맞는다. 영화는 막판에 진실과 정의에 직면한다. 그리고 공허한 결말로 끝을 맺는다. 무정하고 냉혹하기까지 한 그 거짓말(들)의 주체는 바로 우리 모두일 것이라는 여운을 남긴 채. 김정 영화평론가밸런스 영화 밸런스
2022.07.29.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