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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고국 이야기

변해도 너무 변해 버린 고국의 모습에 홀딱 반했다. 먼저 건널목에서의 경험이다. 파란불 신호등뿐 아니라 발밑에서도 파란불이 반짝거려 나도 모르게 “와” 하는 놀라움의 탄성이 나왔다.     버스 정류장에서는 내가 탈 버스 번호가 반짝 거렸고 몇분 후에 도착하는지, 좌석은 몇 개가 남았는지도 알려준다. 버스 정류장 시설도 첨단이다. 추운 겨울에는 의자가 따듯해지고 따뜻했고 여름에는 시원한 선풍기 바람까지 나온다고 한다. 미국에는 없는 시설이라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람들도 친절했다. 초행길에 날도 어두워져 버스 옆자리 학생에게 길을 물었다. “M마트에 가려는데 몇 정거장 남았나 봐줄래요?” 했더니, 그 학생은 버스 천정에 있는 안내판을 보더니 “다섯 정거장 더 가셔야 하는데 제가 내리고 두 정거장 더 가셔서 내리세요”라고 친절하게 알려줬다. 당시 그곳이 어딘지도 모르는 터라, 얼마나 고마웠는지.     한번은 바퀴 달린 가방을 들고 버스를 탔는데 차가 흔들리는 대로 가방이 이리저리 굴러다녔다. 쩔쩔매는 내 모습이 안타까웠는지 한 학생이 가방을 무릎 사이로 끌어 드리며 “제가 가지고 있을게요”라고 한다. 얼마나 그 학생이 고맙고 예뻤는지 모른다.      그런데 다소 서운한 점도 있었다. 택시를 타고 남산엘 올라가려는데 택시기사가 “남산엔 왜 가시는데요?”라고 물었다. “케이블카도 타고 팔각정에도 가려고요”라고 답했더니 택시기사는 케이블카가 고장이 나 다 뜯어서 지금은 운행하지 않는다는 고 말하는 게 아닌가. 깜짝 놀라 난처해 하자 택시기사는 “여기서 내려 시티 버스 타고 올라가세요”라고 말했다. 그런데 택시에서 내려 인터넷으로 확인해 보니 케이블카는 멀쩡하게 운행 중이었다.     그때야 그 택시기사가 복잡한 곳에 가기 싫어 거짓말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남산은 항상 관광객으로 붐비는 곳이니 말이다. 우리 일행은 결국 다른 택시를 타고 남산에 올랐다.   알록달록한 색깔의 자물쇠 울타리에 눈길이 멈췄다. 젊은 연인들이 남긴 수많은 사랑의 흔적들이 놀라웠다. 남산 아래 펼쳐진 서울 시가지를 보며 옛 시절을 떠올리기도 했다. 마침 피어난 꽃들을 만난 기쁨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었다.     서울은 연신 “우와”소리를 터트리게 하는 곳이었다. 한 번은 호텔 앞에서 짐수레에 짐을 싣는데 검은 옷을 입은 남성이 다가왔다. 그는 “도와 드릴게요” 하면서 짐수레를 호텔 안으로 밀고 들어갔다. 그러더니 3000원을 달라고 하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그 사람은 홈리스였다. 순간 “또 당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내버스를 탔는데도 안전벨트를 매라는 안내 방송, 곳곳에 높이 솟은 아파트 건물도 미국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이었다. 그리고 좁은 파킹랏에서도 거침없이 주차하는 운전 솜씨도 놀라웠다. 엄경춘 시인살며 생각하며 이야기 고국 고국 이야기 버스 정류장 버스 옆자리

2026.05.3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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