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 이야기] 한국의 법왜곡죄 신설
이른바 ‘법왜곡죄’를 신설하는 형법 개정안이 최근 한국 국회를 통과하고 국무회의 의결까지 거쳤다. 구체적으로 법왜곡죄는 형사사건의 재판에 관여하는 법관, 검사, 수사기관 종사자가 특정 당사자에게 위법하거나 부당한 이익을 주거나 권익을 해할 목적으로 법령을 의도적으로 오적용하거나, 증거를 인멸·위조·변조하거나, 위법수집증거를 사용하는 등의 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한다. 사실 형법에는 이미 직권남용죄가 규정되어 있고, 그동안 법왜곡죄의 처벌 대상과 유사한 사안들에서 직권남용죄가 적용되어 온 만큼, 법왜곡죄가 중복되거나 불필요하다는 견해도 적지 않았다.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의 권한 남용을 폭넓게 규율하는 일반조항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반해 법왜곡죄의 도입에 찬성하는 측은 직권남용죄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영역이 있다고 주장한다. 직권남용죄가 본질적으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였는지, 또는 권리행사를 방해하였는지와 같은 외형적 결과를 중심으로 하고, 대법원 판례 역시 구체화한 권리의 현실적 행사가 실제로 방해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에 비해 법왜곡죄는 고의적 법령 오적용, 증거 왜곡, 위법수집증거의 사용과 같은 행위 자체를 중심으로 규율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한편 법왜곡죄가 죄형법정주의에서 도출되는 명확성 원칙에 반하여 위헌적이라는 견해도 있다. 헌법재판소는 형벌법규가 통상의 해석방법에 의하여 보호법익과 금지행위를 누구나 알 수 있을 정도로 명확해야 한다고 본다. 다만 직권남용죄의 ‘직권’이나 ‘의무’라는 표현이 곧바로 불명확하다고 볼 수는 없어 위헌이 아니라고 판단한 바 있다. 법왜곡죄 역시 문언을 일정 부분 구체화하고 재량적 판단의 예외까지 두고 있으나, “의도적으로 잘못 적용”, “논리나 경험칙에 현저히 반하여”와 같은 표현이 고의적 왜곡과 단순한 오판 또는 법리 해석의 잘못을 실제로 선명하게 구별해낼 수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더 나아가 법왜곡죄가 사법권의 독립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러나 법의 고의적 왜곡과 법 해석의 잘못은 분명히 구별되어야 하는데, 그 경계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법왜곡죄가 남용될 경우 패소한 당사자가 법관이나 검사를 상대로 형사고소를 제기하는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를 자세히 생각해보면, 법왜곡죄의 입법 취지는 기존 직권남용죄와 차별되는 측면이 있고 그 필요성 또한 일정 부분 인정될 수 있다. 그러나 증거 조작이나 명백한 법령 오적용처럼 객관적으로 확인 가능한 경우에 한정하여 엄격하게 적용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지켜볼 문제다. 또한 법왜곡죄에 관한 수사와 기소는 다시 수사기관과 검사가 담당하고, 최종 판단은 법원이 하게 된다는 점에서 절차 전반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둘러싼 논란 역시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형사고소의 접근성이 높은 한국의 현실에서는 특정 집단을 주체로 하는 새로운 형벌조항의 도입이 해당 집단에 대한 형사고소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설령 그 결과 무혐의 처분이 내려진다 하더라도, 그에 대응하는 당사자의 시간과 비용은 물론 이를 처리하기 위한 수사기관과 검찰의 사회적 비용 또한 절대 가볍지 않다. 결국 법왜곡죄가 책임과 독립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갖춘 제도로 기능할 수 있을지는 앞으로의 신중한 운용에 달려 있다. ▶문의: (424)218-6562 이진희 K-Law Consulting 한국 변호사한국법 이야기 법왜곡죄 한국 그동안 법왜곡죄 기존 직권남용죄 최근 한국
2026.03.18. 0: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