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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피로 맺은 동맹, 감사로 이어간다

나는 대한민국 강원도 최전방 육군 21사단 보병부대에서 GOP부대에서 8년간 복무하고 중사로 제대한 후 미국으로 향했다. 비행기를 타던 그날, 나는 두 가지 결심을 했다. 첫째, 반드시 미국에서 좋은 대학에 진학하자. 둘째,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미국 사회에 알리는 사람이 되자. 그 이유인즉, 나는 최전방을 지켰던 군인으로서 미군이 6·25 전쟁에 참전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자유민주주의 아래 번영하는 대한민국은 절대 불가능했을 것이고 북한의 의해서 적화통일을 당하고 북한의 공산주의 체제 아래 살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1950년 9월,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을 계기로 낙동강 방어선까지 밀려 있던 국군과 UN군은 전세를 완전히 뒤집었다. 단숨에 서울을 수복하고 38선을 돌파한 뒤, 북진을 거듭하여 압록강 인근까지 진격하였다. 그러나 1950년 10월 말, 중공군이 대규모로 참전하면서 전황은 다시 급변하였다. 국군과 UN군은 혹한 속에서 치열한 후퇴전을 치르며 전열을 재정비해야 했고, 이듬해에는 전선이 현재의 휴전선 부근, 즉 38선 인근에서 교착 상태에 이르렀다. 이 과정은 한반도 전쟁사에서 가장 극적인 전세의 전환이자, 자유를 지키기 위한 희생과 인내의 상징으로 기록되었다.   이 치열한 전투의 흔적은 오늘날까지도 한반도의 곳곳에 남아 있다. 내가 복무했던 21사단 백두산 보병부대 지역 또한 그러했다. 그곳은 도솔산, 가칠봉, 피의 능선, 단장의 능선, 펀치볼 등 6·25전쟁의 가장 치열한 격전지로, 하루에도 수차례 주인이 바뀌었던 고지전의 현장이었다. 그 산과 능선마다 수많은 젊은 병사들이 자유와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쳤고, 그 피와 희생의 흔적은 지금도 그 땅속에 깊이 새겨져 있다.   특히 2010년, 나는 수리봉 982고지에서 두 달간 유해발굴 사업을 수행했다. 그곳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쳤지만 아직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전사자들의 유해가 묻혀 있는 곳이었다. 삽을 들고 흙을 파낼 때마다 선배 전우의 뼛조각과 전투화, 철모가 드러났고, 그 순간마다 내 가슴속에서는 참전용사들에 대한 한없는 존경과 죄송함이 밀려왔다. 그분들이 나라를 지키지 않았다면, 그리고 미군과 유엔군이 참전하지 않았다면, 오늘의 우리도, 대한민국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군복무 시절에도, 그리고 제대한 뒤 군복을 벗은 민간인이 되었을 때에도 매번 참전용사분들을 뵐 때마다 항상 머리 숙여 인사드리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것이 군인으로서, 또 한 사람의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예의라고 믿었다. 미국에 와서도 그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나는 지난 6월 초 코리아타운 플라자 푸드코트에서 6·25 참전용사와 베트남전 참전용사분들을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일면식도 없었지만 나는 용기를 내서 그분들께 다가가 “저는 21사단 GOP에서 8년간 복무한 예비역 중사입니다. 참전용사분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도, 제가 미국에서 공부하는 기적도 없었을 것입니다. 자유민주주를 위해 목숨 걸고 싸워주시고 번영된 대한민국을 만들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라고 말했다. 그분들은 환하게 웃으며 “고맙네. 꼭 6·25 기념행사에 와주게”라고 말씀하셨다. 그 만남이 계기가 되어 나는 대한민국육군협회 미주지부의 최만규 회장을 만나게 되었고, 그 후 6·25 기념행사, 미 40사단 Army Appreciation Day, 백선엽 장군 기념사업회 행사 등 수많은 군 관련 행사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며 한미 양국의 동맹 정신을 전하는 일을 맡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6·25 참전용사분들의 희생과 헌신 덕분에 대한민국 육군 중사 출신으로서는 최초로 미국 UC Santa Barbara(UCSB)에서 통계 및 데이터과학(Statistics & Data Science) 학부 과정을 졸업할 수 있었다. 그분들이 지켜낸 자유와 평화의 토대 위에서 내가 배움의 길을 걸을 수 있었다는 사실이 늘 내 마음속 깊은 감사로 남아 있다.   올해 나는 KDVA(Korea Defense Veterans Association)와 KUSAF(Korea-U.S. Alliance Foundation)로부터  ‘미국 민간인 부문 한미동맹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나는 이 상이 내 개인의 영예가 아니라 나라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했을 때 목숨을 초개처럼 바친 모든 한미 양국 참전 장병들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오늘 공기처럼 누리는 자유와 번영은 절대로 결코 공짜가 아니다.  그것은 피와 희생 위에 세워진 값진 소중한 선물이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는 참전용사분들을 만날 때마다 반드시 인사드리고, 한국전과 베트남전에 참여하신 참전용사분들에게 마땅히  감사의 마음을 전해야 한다. 인사와 감사는 단순한 예의가 아니라, 과거의 희생을 기억하고 미래의 평화를 지키겠다는 우리의 약속이다. 심인성 / 대한민국 육군협회 미국지부 이사기고 피로 동맹 베트남전 참전용사분들 대한민국육군협회 미주지부 대한민국 강원도

2025.11.13.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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