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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는 막고 이익은 챙긴다?”…‘안전형 투자상품’의 진짜 실체

최근 몇 년 사이 변동성 제어 지수(Volatility Control Index, 이하 VCI)는 고정형 인덱스 어뉴이티(FIA) 시장에서 주목을 받아왔다. 보험사들은 ‘손실은 방어하면서 시장의 상승은 따라간다’는 메시지를 강조했고, 투자자들은 ‘리스크 없는 성장’이라는 개념에 마음이 끌렸다. 하지만 그 약속이 실제 시장에서 충실히 지켜졌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커지고 있다. 화려한 백테스트 결과가 홍보 자료에 등장하곤 하지만, 현실의 성과가 그 수준에 미치지 못한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의 핵심은 제품이 근본적으로 나쁘다기보다, 그 구조와 한계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기대가 과도하게 형성되었다는 데에 있다.   ▶구조적 한계의 근원은     VCI의 기본 원리는 시장의 변동성을 일정한 목표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다. 변동성이 커질 때는 위험자산 비중을 줄이고, 변동성이 잦아들면 다시 늘리는 식으로 자산 배분을 자동 조정한다. 얼핏 들으면 합리적으로 들린다. 불안정할 때는 안전하게, 안정될 때는 더 적극적으로 접근하자는 뜻이니까.     그러나 실제 시장에서는 이 메커니즘이 역효과를 내곤 한다. 강세장이 시작될 때는 변동성이 높은 경우가 많다. 바로 그때 VCI는 위험을 줄이겠다며 주식 비중을 낮춘다.     반대로 큰 하락이 지나 시장이 안정을 되찾는 구간에서는 이미 주요 반등이 상당 부분 진행된 다음이라, 다시 위험자산을 늘려도 회복의 초입을 놓치기 쉽다. 결과적으로 공포 속에서 팔고 안도 속에서 사는, 투자자라면 피하고 싶은 패턴이 기계적으로 반복되는 셈이다.   여기에 현실의 마찰비용도 더해진다. 모델은 종이 위에서 매끈하게 작동하지만, 실제 운용에서는 리밸런싱 과정의 거래 비용과 시차, 슬리피지가 누적된다. 백테스트는 이런 요소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VCI가 시장 대표지수의 수익률을 완전히 따라잡기 어려운 구조적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 숫자가 전해주는 현실   이런 구조적 한계는 성과 비교에서 또렷하게 드러난다. 어떤 VCI는 지난 20년간 연평균 10% 안팎의 수익을 기록했다고 소개되지만, 같은 기간 그 VCI가 참고하는 실제 주식 지수는 15%를 넘는 연평균 수익을 냈다.     표면적으로는 몇 퍼센트포인트 차이로 보일 수 있지만, 복리로 쌓이면 장기적으로 자산 격차가 눈에 띄게 벌어진다.  최근 1년 같은 짧은 구간에서도 시장 지수가 두 자릿수 상승을 하는 동안 VCI가 제자리이거나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사례가 나타난다.     변동성이 커지자 위험자산 비중을 줄였고, 이후 강한 반등이 이어질 때 이미 방어적인 포지션으로 묶여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단지 운이 나빴던 한 해의 예외라기보다, 변동성 목표를 기계적으로 맞추는 구조에서 빈번히 발생할 수 있는 결과다   ▶마케팅 문구가 만드는 착시   VCI를 설명할 때 흔히 쓰이는 문구는 ‘하락을 방어하면서 상승을 누린다’는 식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하락을 완전히 피하진 않지만 반영이 늦고, 상승은 구조적으로 제한되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변동성 제어는 본질적으로 수익의 상한선도 함께 낮춘다. 그 사실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백테스트 수익률만을 현실처럼 받아들였다면, 시장이 크게 오를 때 내 계좌가 왜 조용한지 당황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백테스트는 과거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모형 실험일 뿐, 실제 거래 비용이나 즉시 실행이 불가능한 상황 등을 온전히 반영하지 않는다. 그래서 백테스트는 좋은 참고자료일 수는 있어도 장밋빛 미래를 보장해 주진 않는다.   ▶예외처럼 보이는 사례와 그 한계     모든 VCI가 똑같이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어떤 지수는 채권 등 안전자산으로의 전환을 최소화하고 주식 관련 파생을 활용해 포지션의 크기만 조절한다. 시장과의 연동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대신, 변동성 관리의 효과를 얻기 위해 여전히 상승 여력을 일부 포기해야 한다는 딜레마는 남는다.     실제로 이런 단순화된 구조에서도 시장이 강하게 오르는 시기에는 의미 있는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 반대로 변동성이 낮고 횡보가 이어지는 기간에는 상대적 안정감이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결국 VCI는 시장을 대체하는 만능 엔진이 아니라, 특정 환경에서는 유용하고 다른 환경에서는 아쉬운 ‘도구’라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 솔직한 접근이다.   ▶가격과 조건이 담보하는 것   VCI가 포함된 상품은 대개 상한선(캡)이나 참여율 같은 조건이 붙는다. 이런 조건은 보험사가 실제로 헤지에 투입하는 예산, 즉 옵션 비용의 크기에 따라 결정된다.     같은 회사의 상품이라도 대표 주가지수를 기준으로 한 캡이 지나치게 낮은데, VCI에는 유난히 높은 캡이나 참여율이 붙어 있다면 그것이 진짜 더 후한 기회인지, 아니면 마케팅을 위한 숫자에 가까운지 차분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재설정률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장기간 일정한 수준을 유지해 왔는지, 실제 갱신 때 조건이 급격히 나빠지지 않았는지 같은 기록도 중요한 단서가 된다. 표면의 숫자보다 그 숫자를 가능하게 하는 비용 구조와 운용 원리가 더 본질적이기 때문이다.   ▶내게 맞는지 점검하려면     VCI는 위험을 없애는 장치가 아니라 위험을 다른 형태로 재배분하는 장치에 가깝다. 변동성을 낮추는 대신, 상승장의 에너지도 일부 내려놓는 선택이다. 그렇다면 이런 특성이 내 재무목표와 투자성향에 맞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시장이 크게 오를 때 따라가는 재미보다, 계좌의 등락 폭이 작은 편안함이 더 중요하다면 VCI의 성격이 마음에 들 수 있다. 반대로 장기적인 자산 증식을 우선하고, 단기 변동성은 감수하더라도 시장의 추세를 더 온전히 가져가고 싶다면 다른 선택지가 나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백테스트보다 실제 운용 성과를 중시하고, 동일 기간에 단순한 주가지수 연동 구조와 비교했을 때의 차이를 냉정하게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상품의 이름이나 복잡한 설계 논리보다, 결국 내 돈의 길을 결정짓는 것은 현실에서의 결과다.   ▶환상보다는 이해가 먼저     VCI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작동 원리와 한계를 모른 채 ‘손실 없이 성장한다’는 기대를 품는 순간, 실망은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변동성 제어는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줄 수 있지만, 장기 수익의 상한선을 낮출 가능성도 함께 품는다.     중요한 것은 환상이 아니라 이해다. 백테스트의 예쁜 곡선보다 실제 운용의 굴곡을 직시하고, 내 상황에 맞는지 차분히 점검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전문가의 설명을 들을 때에도 ‘왜 이런 조건이 가능한가, 어떤 환경에서 강하고 어떤 환경에서 약한가, 갱신 때 조건은 어떻게 변해왔는가’ 같은 질문을 던져보자. 투자에서 가장 큰 리스크는 틀릴 수 있는 선택이 아니라, 선택의 본질을 모른 채 기대만 키우는 일이다. 이해를 바탕으로 한 선택이라면, 결과가 어떻든 다음 선택으로 이어질 힘이 남는다.   켄 최 아피스 자산관리 대표 [email protected]변동성 제어 지수의 이해 상승 구조 구조적 한계 시장 대표지수 변동성 목표

2025.10.14.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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