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대 샌디에이고 한인회(회장 앤디 박)가 출범한 지 1년이 지났다. 팬데믹 이후 한인 커뮤니티의 화합과 발전을 기치로 내걸었던 한인회는 지난 1년 동안 열심히 달려온 덕분에 커뮤니티로부터 활동의 진정성을 인정받고 있으며, 더욱 활발하고 체계적인 임기 2년째를 기약하고 있다. 한인회가 이처럼 조직적이며 체계적인 활동을 펼쳐나갈 수 있었던 배경에는 매주 두 번씩 정기적으로 모여 기획, 예산, 집행에 대한 회의를 실시하고 있는 앤디 박 회장과 모든 임원진의 단합과 책임감에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생업을 위한 시간과 재원을 나눠서 써야 하는 봉사단체의 임원들이 매주 두 번씩 모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일단 모여야 힘이 생기고 결국은 해낼 수 있다는 굳은 의지를 반영한 결단인 셈이다. 이렇게 매주 회의에 빠지지 않고 참여하는 이사들 중에 유난히 눈에 띄는 조합으로 바로 김정아 부회장, 모경진.이지은 이사 등 여성임원 삼총사를 들 수 있다. 30대와 70대가 모인 흔치 않은 조합이지만 언제나 환한 얼굴로 모이면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으니 한인회의 분위기도 더욱 밝고 경쾌해진다. 이들은 한인회가 주관하는 크고 작은 행사에서 미리 계획하거나 요청하지 않아도 정성스럽게 선물을 준비하는 섬세함이 드러나고(김정아 부회장), 행사장에 필요한 꽃다발 장식은 물론, 사전 준비와 뒷정리를 도맡아 하며(모경진 이사), 뭐든지 배우고 돕겠다는 자세로 영어가 필요한 일, 힘쓰는 일을 마다치 않는다(이지은 이사). 이들은 봉사자로서 서로에 대한 존경과 사랑도 크다. 이지은 이사는 "두 분은 마치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다. 언제나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며 따뜻한 마음으로 도와주는 모습이 귀감이 된다"고 말했다. 모경진 이사도 "김 부회장은 동년배지만 나서지 않고 조용히 봉사하는 모습이 마치 언니 같다. 막내인 이 이사는 항상 밝고 건강한 모습으로 활기를 넣어주니 잠시라도 안 보면 보고 싶고, 궁금한 소중한 사이"라고 자랑했다. 김정아 부회장은 "좋은 친구를 사귀는 것은 긴 시간이 필요한 일이지만, 이들과는 금세 마음을 터놓는 사이가 됐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서로를 배려하고, 일하는데 있어서도 편안함과 즐거움을 안겨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서정원 기자한인회 보물 여성임원 삼총사 샌디에이고 한인회 보물 여성
2024.12.19. 20:53
지난 6월 막을 내린 LA카운티미술관(LACMA) ‘한국의 보물들’ 전시회의 일부 작품이 위작이라는 의혹에 대해 한국 미술계가 입을 열었다. 전시품을 기증한 체스터 장 박사는 현재 작품 수집 경로에 대한 논란에 휩싸였다. 〈본지 10월 17일자 A-1면〉 한 개입 수집가가 작품 거래 과정에서 장 박사가 작품을 강압적으로 가져갔다고 주장하면서 파문이 일었다. 당시 거래자는 장 박사가 거래 중 ‘장물’이나 ‘위작’ 가능성을 직접 언급했음에도 불구하고 LACMA에 작품을 전시했다고 주장했다. 최근 이동국(사진) 경기도 박물관장은 본지가 지난 7월 보도한 LACMA의 위작 논란 부인 기사〈본지 7월 9일자 A-3면〉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이 관장은 지난 6월 26일 LACMA가 제기된 위작 논란을 논의하기 위해 개최한 전문가 간담회에 참석한 인물 중 한 명이다. LACMA 측이 수년간 과학적 연구를 마쳤다는 입장에 대해 이 관장은 “과학 감정은 작품 감정의 한 과정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만에 하나 과학 감정이 진품으로 판정되더라도, 안목 감정과 프로비넌스(작가의 작업실에서 지금의 소장자에 이르기까지의 작품 이력을 추적하는 것)가 완벽히 일치해야 진품으로 확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이번 전시회에 공개된 대부분의 작품 수준이 C급, D급”이라며 “보물 전시회라고 하지만 보물급 작품은 사실상 없다”고 지적했다. 이 관장은 “LACMA가 추가 연구를 진행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연구는 한국과의 공동 연구가 필수적”이라며, “한국 고미술계에서는 이미 체스터 장 컬렉션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LACMA 측이 논란이 된 전시회의 도록(catalogue) 발간 계획이 없었다고 밝힌 것에 대해 이 관장은 “지난 6월 연구 토론회에서 마이클 고반 LACMA 관장은 원래 발간하려 했던 도록을 발간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고반 관장은 더 많은 연구 후 도록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관장은 미술 전문지 ‘아트인컬처’ 8월호 칼럼에서 전시 큐레이터이자 LACMA 중국 및 동아시아 미술부장인 스티븐 리틀의 기획 방식도 비판했다. 그는 “리틀이 과학 감정을 맹신하고 한국 전문가의 의견을 무시한 채 독선적으로 전시회를 열었기 때문에 위작 논란이 불거졌다"고 설명했다. 이 관장은 리틀이 과학 감정을 통해 작품이 진품임을 주장하더라도 이는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위작 논란 작품 중 박수근의 ‘세 명의 여성과 어린이’를 예로 들며 과학 감정 결과 진품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작품 속 인물들의 위치와 모습이 제목과 맞지 않으며 박수근의 기존 대표작들과도 구도가 다르다는 점을 태현선 큐레이터(리움미술관)와 홍선표 교수(이화여대)가 밝혀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국 보물과는 관련이 없는 수석 2점과 중국 청나라 시대 벼루와 먹이 전시된 것을 두고, 이 관장은 중국 미술 전문가인 리틀이 이를 몰랐을 리 없다고 비판했다. 이 관장은 ‘보물’이라는 키워드를 사용한 전시회가 한국 미술의 가치에 대한 ‘무지(無知)와 무시(無視)’를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위작 논란이 LACMA를 비롯한 서구 미술계에서 여전히 한국 미술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계기로 한국이 한국 미술의 본질을 서구에 제대로 알리고, 한국 미술을 소개하는 방식과 전략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LACMA 위작 논란 작품, 수집 경로<체스터 장 박사> 의혹 제기 김경준 기자보물 체스터 한국 미술계 작품 감정 이번 전시회
2024.10.20. 18:59
지난 25일부터 LA카운티미술관(LACMA)에서 전시 중인 ‘한국의 보물들(Korean Treasures)’ 작품 일부가 위작이라는 의견이 한국에서 나왔다. LACMA의 이번 전시는 남가주 한인 커뮤니티의 올드타이머이자 사회공헌활동가인 체스터 장 박사가 지난 2021년 LACMA에 기증한 한국의 고미술품 중 일부다. LACMA는 장 박사와 아들 캐머런 장 박사(전문의)가 기증한 초기 컬렉션 중 35점을 선정해 지난 25일부터 오는 6월 30일까지 레스닉 파빌리온에서 일반인에게 공개하고 있다. 위작 논란이 나온 작품은 박수근과 이중섭의 그림이다. 야자수가 있는 해변 풍경이 담긴 박수근(1914~1965)의 ‘와이키키’와 또 다른 유화 ‘세 명의 여성과 어린이’(1961년경), 이중섭(1916~1956)의 유화 ‘황소를 타는 소년’(1953년경)과 타일 그림 ‘기어오르는 아이들’이다. 한국내 감정 관계자들은 “사진 이미지로만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박수근·이중섭, 그리고 북한에서 활동한 화가들로 구성된 그림들만큼은 출처와 진위가 의심스럽다”며 “선의의 기증이라도 미술관은 이를 검증해 전시 여부를 결정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 그림들을 직접 본 국립현대미술관 윤범모 전 관장은 “수장고에서 10여 점을 본 뒤 박수근·이중섭·김관호 등 몇 점에 대해 ‘위작’이라는 의견서를 써 줬다”고 말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2022년 LACMA와 ‘사이의 공간: 한국미술의 근대’전을 공동 개최했고, 윤 관장은 이때 해당 그림들을 봤다. 윤 전 관장은 “필요하면 한국의 전문가와 감정기관에 원격 감정을 의뢰할 수 있다고 조언했는데 미술관이 전시를 강행한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 관객들이 ‘한국 근대 미술의 대표작이라는 것이 이런 수준인가’ 오해할까 싶다”고도 덧붙였다. 한국미술품감정가협회장을 지낸 그는 “그림값이 비싼 박수근·이중섭 등은 지금도 꾸준히 위작이 제조·유통되고 있어 면밀한 검증이 필요하다. 전문가가 적은 미국의 미술관으로 들어가는 건 아닐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박수근의 장남 성남(77) 씨도 “거친 갈색을 주조색으로 우리 이웃들의 정감 어린 일상을 담은 아버지가 하와이의 파란 하늘을 그렸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인물화도 전형적 ‘짜깁기’다. 주요 인물 도상을 여기저기서 가져다가 맥락 없이 붙였다. 아버지의 인물화는 여백 미가 있고 인물이 갖는 스토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시로 아버지의 이미지에 흠이 갈까 안타깝다”라고도 했다. 이같은 논란에 대해 LACMA는 28일 본지에 “LACMA는 박수근, 이중섭, 김관호의 작품에 대한 우리의 연구를 확신한다. 우리는 이 작품들에 대한 정보를 계속 추구할 것이며 우리의 미래의 출판물에 새로운 발견을 공유할 것이다”라며 위작 논란을 일축했다. 앞서 지난 21일 열린 VIP 리셉션에서 이번 전시회를 기획한 중국·한국·동남아 및 남아시아 미술관장이자 큐레이터인 스티븐 리틀 박사는 “기증자인 체스터 장 박사 집안이 50년 이상 간직하던 작품들로 이번 전시회를 통해 처음 공개되는 작품들”이라며 “작품 확인 등을 위해 지난 3년간 한국을 수차례 방문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기증자인 체스터 장 박사 역시 28일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LACMA에서 미술품을 기증받은 후 오랫동안 검증 작업을 진행했다.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박수근 작품을 구입할 때 그의 아들(박성남)의 작품도 함께 판매되고 있었다. LACMA 기증품 중에는 아들의 작품도 여러 개 포함돼 있다. 만약 박수근 화가의 작품이 위작이라면 아들의 작품도 위작이라는 것”이라며 “위작 논란은 성립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장연화.한국 중앙일보 권근영 기자 [email protected]한국 보물 위작 논란 보물들 전시품 박수근 이중섭
2024.02.28. 20:21
내 김치냉장고 한쪽은 한국의 된장, 고추장 등 장류 저장고이다. 어제 배추 된장국 끓이려고 된장과 고추장을 꺼내는데 고추장이 든 작은 용기가 서너개가 되었다. 한국서 올 때 친구들 혹은 지인들이 준 것을 먹다 보면 그렇게 된다. 보통 때도 늘 보던 장면이지만, 왠지 눈에 거슬려서 “이걸 한데 모아야지” 싶었다. 꺼내다 보니 오른쪽 구석에 밑에 매실 병이 있다. 매실청 건더기인데, 뚜껑에 2017년 5월 14일이라는 명찰이 붙어 있다. 요즘은 셰프들도 요리할 때 보면 매실청이 빠지는 적이 없다. 매실이 워낙 천연소화제에 기관지와 피로해소에 좋다고 해서 매실청 담는 집이 많다. 나도 덩달아 매실 장아찌를 몇 번 담았다. 매실 씨에 독성이 있다고 해서 씨를 다 빼고 담았는데, 씨 빼는 작업이 하도 일이 많아 몇 번 만들다 포기했다. 그러다가 매실을 씨째로 담아도 일 년 동안 숙성시키면 독이 다 빠져서 아무 상관 없다는 말을 듣고 작년에 다시 매실청을 담았다. 5월에 일 년이 된다. 나는 신 것을 매우 싫어해서 매실청 따르고 나면 건더기는 그냥 버렸다. 그 신맛 나는 매실로 장아찌를 만든다든가 하는 건 엄두도 내지 않았다. 하지만 워낙 매실이 비싸니까 아깝단 생각이 없진 않았나 보다. 그래서 버릴 날을 미루다가 잊어서 밑에 깔린 바람에 얘는 아직 명줄이 남았던 것이다. 첨엔 그냥 버리려고 했다. 그래도 씨를 빼고 만드느라 애썼던 내 노동에 미련이 남아 형식적으로 한쪽을 먹어 보았다. 그리고 얼떨떨해졌다. 아직도 오돌오돌한 매실은 신맛은 무늬뿐, 뭔가 입맛을 돋워주는 오묘한 매력이 있었다. 만 5년 동안 숙성되었으므로 신맛이 그동안 무뎌지고, 청은 따라낸 후이니 당도도 적당했다. 조금 꺼내어 간장에 살짝 무쳤더니 은근히 입 안을 사로잡는다. 마치 횡재한 기분이 들었다. 손댄 김에 신이 나서 내가 먹을 것은 그렇게 간장에 버무리고, 나머지는 고추장에 버무렸다. 늘 소화 문제로 골치 썩는 첫째에겐 아주 좋은 선물이 될 것 같고, 친구들에게도 나누어주면 좋을 것 같다. 매실 장아찌는 이렇게 청을 따르고 남은 건더기를 입맛에 맞게 간을 해서 장아찌로 먹으면 되는데, 진즉에 그러지 못한 일이 새삼 아깝기 짝이 없다. 시답잖게 여겼던 매실의 발견이 마치 숨은 보물찾기에서 보물 찾은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사실 우리 어릴 적엔 안방 위에 있던 ‘다락’이 보물창고였다. 다락 위엔 꿀이며 엿, 밤, 곶감 등 우리들의 간식거리가 있었지만, 아이들에겐 접근금지의 성역이었다. 그것을 몰래 훔쳐 먹을 때의 스릴과 두근두근 가슴 뜀. 들켜서 혼나도 마냥 즐거웠다. 그리고 겨울이면 뒷마당 항아리에서 짚 위에 켜켜이 쌓여 있는 홍시가 익기를 기다리던 안타까움도 잊을 수 없다. 그리고 보니 어릴 때의 그 기다림과 설렘과 애달픔의 시간이 우리에겐 인생의 인내와 절제를 위한 숙성기였음을 새삼 깨닫는다. 사순절이다. 5년을 묵히니까 원래의 신맛이 무뎌지고 순해진 매실을 보면서 나를 돌아본다. 푹 삭은 매실처럼, 오래된 장처럼, 세월의 두께가 인성의 향기로 담금질 된 사람을 보면 아무 말 없이 옆에만 있어도 평화를 느끼고, 신뢰와 치유가 모르는 새 스며든다. 언젠가는 나도 매실처럼 깊이 숙성되어 사람들에게 그렇게 스며들 수 있겠지. 그 날을 기다리며…. 이영주 / 수필가뉴욕의 맛과 멋 보물 매실 된장 고추장 김치냉장고 한쪽 뒷마당 항아리
2022.04.08. 17:08
LA다운타운에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중고책방이 있다. 책방이라고 하기에는 규모가 제법 크다. ‘더 라스트 북 스토어(The Last Book Store)’. 2005년 은행이었던 자리에 문을 열었다. 오프라인 서점보다 인터넷을 더 찾게 되면서 서점의 형태가 크게 변하고 그나마 숫자도 줄고 있다. 어쩌면 이름 그대로 마지막 서점이 될지도 모르겠다. 책을 찾다 보면 보물을 건질 수도 있다. 책갈피에 그대로 남겨진 편지, 저자의 사인이 담긴 표지 등 돈으로 환산할 수는 없지만 그런 책을 만나면 보물을 얻은 기분이 든다. 이번 주말 내내 무덥다. 냉방도 좋다. 더위를 피해 보물찾기에 나서 보면 어떨지. 주소는 453 S. Spring St. 오전 11시에 문을 열고 오후 8시에 닫는다. 글·사진=김상진 부국장거울과 창 보물 책방 오프라인 서점 마지막 서점 편지 저자
2022.03.25. 18: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