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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망경] We Got Him

얼마 전부터 조짐이 보이면서 무슨 일이 터질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어떤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느낌. K-pop Demon Hunters 애니메이션 시작에 깔리는 음산한 대사처럼 영웅들이 악귀들을 퇴치하는 스토리의 전주곡 같은.   “악귀들은 언제나 우리 세상을 탐했어/ 인간의 혼을 훔쳐 그 힘을 왕한테 전달했지/ 귀마에게/ …”   2025년 9월 10일. 미 유타주 밸리 대학 캠퍼스. 32살의 젊은 정치인 찰리 커크(Charlie Kirk: 1993~2025)가 강연 도중 건너편 건물 옥상에서 쏜 저격수의 총탄을 목에 맞고 사망했다. 커크는 18살에 ‘Turning Point’라는 보수성향의 정치단체를 창립하여 도널드 트럼프가 아주 좋아하는 사회운동가로 잘 알려졌다.   22살의 타일러 로빈슨이 그를 죽였다. 아버지의 권고를 받아 경찰에 자수한 대학 중퇴자. 9월 12일. 유타 주지사 스펜서 콕스가 전 미국을 향하여 “We got him, 우리가 잡았습니다.” 하며 어두운 첫 마디를 던진다.   어제오늘 사이에 지구촌 SNS 화면이 요동친다. 전 세계가 커크의 죽음을 애도하는 반면 젊고 원기 왕성한 보수성향 젊은이의 피살을 축하하고 망자를 조롱하는 사람들 또한 어처구니없는 관심의 대상이 된다. 이게 우리의 진면목이라는 말인가.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한 사람이 총 맞아 죽은 것이 그다지도 기쁜가.   누군가 말한다. 현대는 보수와 진보, 민주주의와 사회주의의 끊임없는 투쟁의 장이라고. SNS에게 삶을 깡그리 지배당하는 당신과 내가 구독자, 조회수, 엄지척의 노예의 일상을 살아간다고.   수년 전부터 모든 한국인이 관심을 쏟아 온 말, ‘팬덤정치’를 생각한다. ‘fandom’은 ‘fanatic, 광신도’ 또는 ‘fancy, 공상, 욕망’의 첫 부분 ‘fan’과 영토라는 뜻을 지닌 ‘-dom’이 합쳐진 단어로서 19세기부터 쓰이기 시작한 말.   그래서 ‘kingdom’이 ‘왕국, 王國’이니까 직역해서 ‘fandom’은 ‘광신도국, 狂信徒國’이 되는 셈이다. ‘팬덤’은 정치적으로 노무현 대통령 시대의 ‘노사모’에서 비롯됐다는 기록이다. 팬덤정치는 현대의 ‘포퓰리즘’, 그리고 고대의 ‘중우정치’와 깊은 연관을 맺는다.   “중우정치(衆愚政治, ochlocracy), 또는 떼법(mob rule, mob justice)이란 다수의 어리석은 민중이 이끄는 정치를 이르는 말로, 민주주의의 단점을 부각시킨 것이다. 플라톤은 다수의 난폭한 폭민들이 이끄는 정치라는 뜻의 ‘폭민정치’라고 하였고, 그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다수의 빈민이 이끄는 ‘빈민정치’라고도 하였다. (후략)…” (위키백과에서 퍼옴, 2025년 9월)   고리타분한 사설을 늘어놓아서 당신에게 미안하다. 예나 지금이나 정치가와 민중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말을 하고 싶은 마음일 뿐. 긴 세월 동안 달라진 것은 언어가 약간 순화됐거나 위선적이고 능청맞아진 것이라고나 할까.   오늘, 9월 16일 로빈슨은 법정에 나간다. 사방에서 이 사건은 충동적인 행동이 아니라 오랫동안 치밀하게 기획된 일이라는 발언이 쏟아져 나오면서 그를 배후에서 면밀하게 가르치고 준비시킨 거대한 세력이 있다는 의견 또한 분분하다.   K-pop Demon Hunters 대사대로 “인간의 혼을 훔쳐” 그 힘을 전달받는 수혜자, 왕(귀마, 鬼魔)은 과연 누구인가. 어쨌든 싸움은 이제 시작이다. 누가 소리친다, “We‘re gonna get him!” 서량 / 시인·정신과 의사잠망경 중우정치 ochlocracy 보수성향 젊은이 정치인 찰리

2025.09.16.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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