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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타운 맛따라기] 복을 감싸안은 맛, 보쌈

보쌈은 ‘복(福)을 싼다’는 의미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삶은 돼지고기를 얇게 썰어 김치나 배춧잎에 싸 먹던 풍습이 오늘날까지 이어졌다. 김장이 끝난 뒤 돼지를 삶아 갓 담근 김치와 함께 이웃과 나누던 풍습, 그 넉넉한 나눔의 음식이 오늘날 보쌈의 원형이다.   이처럼 보쌈은 본래 나눔과 풍요의 상징이다. LA 한인타운에서 보쌈이라는 음식이 갖는 의미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고된 이민 생활의 시름을 달래고, 지인들과 정을 나누는 자리 중심에는 으레 푸짐한 보쌈 한 접시가 있었다.   타운 보쌈의 역사를 논할 때 ‘고바우’를 빼놓을 수 없다. 버몬트 길로 이전하기 전, 베벌리 길 시절의 고바우는 소문난 막걸릿집이었다. 입구 오픈 키친에서 아주머니들이 직접 구워주던 해물파전과 보쌈, 그리고 동동주는 많은 이에게 타운의 정서를 상징하는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그 시절 고바우는 단순한 식당이 아니라, ‘타운의 저녁’을 함께 나누던 공간이었다.   ‘이모네’의 보쌈은 술꾼들 사이에서 ‘소주 한 잔 생각나는 집’으로 통한다. 특히 굴보쌈은 입소문이 자자하다. 저녁 무렵이면 거의 모든 테이블에 보쌈 한 접시와 소주잔이 빠지지 않는다. 음식이 술을 부르고, 술이 다시 대화를 부르는 곳이다.   ‘장터보쌈’은 보쌈·족발·순대를 기본으로, 불고기·비빔밥·김치찌개·곱창볶음·감자탕까지 아우른다. 메뉴는 다양하지만, 보쌈과 족발, 순대의 맛은 여전히 수준급이다. 한식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집이지만, 그중에서도 보쌈은 이 식당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대표 메뉴다.   ‘육대장’의 런치 보쌈은 간결한 구성이 매력이다. 점심시간에 육개장과 함께 보쌈 한 접시를 나누어 먹으면, 적당한 양에 깔끔한 맛이 더해져 직장인들에게 인기다.     한편, 보쌈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족발 전문점들의 흥망성쇠는 타운 요식업계의 역동성을 보여준다. 한때 웨스턴길의 ‘미스터 보쌈’은 신세대 보쌈집으로 이름을 날렸지만, 십수 년 만에 문을 닫았다. 그 자리에 ‘불불이 족발’이 들어섰다가, 다시 ‘더원족발’로 상호를 바꿔 재오픈했다. 사실상 같은 주인이다. 불불이 족발은 한때 동양선교교회 길 건너편, ‘와싸다’ 옆에 있던 맛집으로 유명했지만 팬데믹 이후 문을 닫았다.   그 자리에 지금은 ‘핑크피그’가 새로 문을 열었다. 족발 전문점이지만, 특히 처음 맛본 ‘족발튀김’이 특별히 인상적이다. 족발의 부드러움에 바삭한 식감이 더해져 이색적인 별미로 다가온다.   오랫동안 족발의 대명사로 불리던 ‘장충족발’도 빼놓을 수 없다. 웨스턴과 5가에 있던 본점은 사라졌지만, 올림픽 길의 지점은 여전히 건재하다. 한 시대를 풍미한 이름답게 ‘전통 족발’의 정석을 고수하고 있다.   8가 길 옛 진흥각 자리에 들어선 ‘청춘족발’도 요즘 인기다. 족발뿐 아니라 순대볶음, 해물파전, 돼지국밥 등 다양한 메뉴를 갖췄다. 다소 소박한 분위기의 소주방이지만, 그만큼 편안하게 한잔하기 좋은 곳이다.   3가 길의 ‘LA왕발’은 가성비가 돋보인다. 9.99달러 순대국 덕분에 찾았다가, 윤기 흐르는 족발의 부드러움에 반해 단골이 되는 이들이 많다. 순대 접시도 수준급이고, 전체적으로 정성스러운 손맛이 느껴진다.   감자탕으로 유명한 ‘감자골’의 보쌈도 기대 이상이다. 육수불고기로 잘 알려진 ‘황해도식당’의 보쌈·족발무침, ‘선농단’과 ‘항아리칼국수’의 보쌈 메뉴까지 보쌈은 이제 한인타운 거의 모든 한식당의 ‘기본 안주’이자 ‘소주와의 동반자’로 자리 잡았다.   보쌈은 21세기에도 한인타운에서 저녁 문화를 상징한다. 돼지고기 한 점을 상추에 싸 먹으며 쌓이는 정, 소주잔을 부딪치며 이어지는 대화, 그리고 그 속에 담긴 그리움과 위로. 복을 싸서 나누던 풍습은, 타운의 밤을 위로하는 따뜻한 안주로 그렇게 이어지고 있다. 라이언 오 / CBC 윌셔프로퍼티 대표K타운 맛따라기 보쌈 보쌈과 족발 타운 보쌈 보쌈 메뉴

2025.11.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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