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우리말] 귀하다는 말
귀하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요? 우리는 보통 목숨이 귀하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하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목숨이 여러 개 있었다면 목숨을 귀하게 생각하지 않았을 겁니다. 귀하다는 말은 다른 말로 하자면 드물다, 희귀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보잘것없는 곤충이어도 세계에 남아있는 게 몇 마리뿐이라면 귀할 수밖에 없습니다. 보석이 귀한 것도 드물기 때문입니다. 흔한 물건이고, 어디에서나 발견되는 것이라면 보석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귀해야 보석입니다. 인간이 창조해 놓은 것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선사시대에 돌을 깎아놓은 석기라면 귀하겠지요. 아마도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요즘 시대에 누군가 깎아놓은 돌이라면 그야말로 돌덩이에 불과합니다. 전혀 귀한 대접을 받지 못할 겁니다. 그런데 현대에 만들어진 돌이라고 하여도 예술가의 손에서 탄생한 것이라든지, 유명인이 애지중지하던 것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엄청난 가치가 있는 귀한 물건이 될 겁니다. 여러 개가 있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귀한 사람이 있지요. 우선 내게 하나뿐인 어머니, 아버지라면 귀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또한 자식이 있다면, 자식도 너무나도 귀한 존재입니다. 저 역시 자식을 낳고, 기르면서 귀하다는 말의 뜻이 더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귀한 것은 드문 것이기도 하지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게 정말 귀한지 알고 싶다면 바꿀 수 있는 것을 생각해 보면 됩니다. 아들을, 딸을 무엇과 바꿀 수 있을까요? 생각만 해도 가슴이 아립니다. 그러고 보면 어쨌든 가장 귀한 것은 나 자신입니다. 스스로 생각할 때 가장 드문, 기적과도 같은 일입니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만나고, 그 사이에서 내가 태어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기적이 다른 게 기적이 아닙니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것 자체가 기적입니다. 그러기에 수많은 종교에서 나 자신을 귀하게 여기라고 했을 겁니다. 내가 귀하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종교의 시작입니다. 내가 귀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변화가 일어납니다. 남이 귀하다는 것도 알게 되는 겁니다. 동물도 귀하고, 나무도 귀하고, 꽃도 귀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종교에서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흔해 보이지만 사실 각각은 모두 귀한 기적의 산물입니다. 그 기적을 알기에 우리는 생명을 함부로 다루지 않게 됩니다. 귀하게 생각하는 것이죠. 내일 내가 어떻게 될지 모르기에 오늘이 한없이 귀합니다. 오늘은 내게 온 선물이기도 하고, 축복이기도 합니다. 역시 종교에서 지금, 여기를 강조하는 것은 오늘을 귀하게 여기라는 의미입니다. 지나간 과거에 얽매여 스스로 한탄하고, 힘들어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불안해하지 말고,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물론 반대로 과거를 지나치게 자랑스러워하거나 미래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생각해서도 안 될 겁니다. 지금, 여기, 오늘이 귀한 하루가 되어야 합니다. 나의 오늘이 변하면 과거가 변하고, 미래가 변하고, 내가 변합니다. 내가 더 귀해집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귀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을 줄여야 합니다. 귀하지 않게 여기는 것을 우리말에서는 ‘귀찮다’라고 합니다. 귀하지 않다가 줄어든 말이 귀찮다입니다. 우리는 그런 마음을 한심(寒心)하다고 합니다. 한심은 새로움에 감동하지 않고 귀찮아하는 마음입니다. 그래서 마음이 차가워진 겁니다. 오늘을 귀하게 여기고, 만남을 귀하게 여기는 삶이기 바랍니다. 또 귀한 하루가 시작됩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보통 목숨
2025.07.20. 17: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