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약 너무 먹는다…6명 중 1명 8종 이상 처방
시니어들의 약 과다복용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메디케어 가입자 6명 중 1명은 8종 이상의 처방약을 동시에 복용하는 것으로 나타나 시니어 건강 관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80대 한인 김모 씨는 LA 한인타운 내 한 맥도널드에서 친구들과 커피를 마시던 중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놀란 친구들은 911에 신고해 김씨를 응급실로 이송했지만, 병원에서는 즉각적인 원인을 찾지 못했다. 이영직 내과 전문의는 “이 환자가 쓰러진 원인은 평소 복용하던 약과 수면제를 과다 복용한 데 있었다”며 “여러 약물에 의존하는 시니어가 생각보다 많아 의료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처방약 등에 과도하게 의존하며 여러 약을 동시에 복용하는 상황을 ‘다약제 복용(폴리파머시·Polypharmacy)’이라고 한다. 시니어들의 다약제 복용 실태는 심각한 수준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메디케어 가입자 4600만 명 중 760만 명이 최소 90일 이상 8종 이상의 약을 동시에 처방받고 있다고 23일 보도했다. 10종 이상의 약을 함께 복용하는 시니어는 390만 명, 15종 이상을 동시에 복용하는 시니어는 42만 명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5종 이상의 약을 동시에 복용하는 경우 약물 오남용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문제는 상당수 시니어가 다약제 복용에 따른 부작용보다 심리적 ‘안정감’을 더 크게 느낀다는 점이다. 이 전문의는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을 앓는 시니어가 5개 이상의 약을 동시에 복용하면 정신 혼미나 낙상 위험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성분이 다른 약물이 동시에 체내에 퍼지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다약제 복용으로 건강이 악화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시 약을 늘리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다약제 복용 시니어는 본인도 모르는 사이 어지럼증(벤조디아제핀), 인지 저하(가바펜틴), 근육 이완(메토카르바몰·사이클로벤자프린) 등의 부작용이 있는 진통제나 수면유도제를 동시에 복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WSJ는 시니어 약 14만7000명이 세 가지 이상의 성분이 포함된 약물을 동시에 복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당 시니어들은 인지 능력 저하와 어지럼증으로 인한 낙상, 골절 등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다. 한인 의료계도 다약제 복용의 위험성을 강조하며 불필요한 약물 복용을 줄일 것을 권고하고 있다. 제일약국 제이 신 약사는 “한인 시니어 가운데 약을 많이 먹어야 장수한다고 믿어 다약제 복용을 선호하는 비율이 약 60%에 달한다”며 “모든 약에는 부작용이 있고, 서로 다른 약물이 반응하면 간과 신장에 부담을 줄 수 있는 만큼 꼭 필요한 약만 복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문의 역시 “6종 이상의 약을 동시에 복용한 그룹과 위약(약효가 없는 가짜 약)을 복용한 그룹을 비교한 결과, 위약을 복용한 그룹의 생존율이 30% 이상 높았다”며 “주치의와 충분히 상의해 불필요한 약이 있다면 중단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형재 기자시니어 처방 복용 시니어 한인 시니어 시니어 건강
2025.12.23. 2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