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서로를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상대방이 만든 환상을 사랑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랑이라는 이름의 완벽한 알리바이가 무너져 내리는 순간을 목격하는 일은 언제나 고통스럽다. 그러나 크리스토퍼 보글리 감독의 신작 ‘더 드라마(The Drama)’는 그 고통의 과정을 지독하리만치 탐미적이고 냉소적인 시선으로 쫓는다. 2026년 상반기 가장 문제적 걸작 중 하나로 부상한 이 작품은 결혼이라는 사회적 합의를 앞둔 한 커플의 균열을 통해 인간 본성이 지닌 근원적인 공포와 위선을 해부한다. 영화 ‘더 드라마’는 우리에게 ‘진실의 가치’에 대해 묻는다. 정보가 넘쳐나고 모든 것이 데이터화되는 시대에 내 옆에 누운 사람의 머릿속은 여전히 블랙박스로 남아 있다는 사실에 기괴한 비애마저 느껴진다. 영화의 시작은 기만적일 만큼 평온하다. 결혼을 앞둔 연인의 일상은 익숙한 로맨틱 코미디의 결을 따른다. 그러나 이 평화는 오래가지 않는다. 중반부, 젠데이아가 연기하는 캐릭터가 던지는 어떤 고백이 분위기를 완전히 뒤집어 버린다. 이 지점에서 보글리는 장르의 문법을 과감히 무너뜨린다. 달콤한 연애담의 잔해 위로 스릴러의 긴장과 블랙 코미디의 냉소가 스며들고 카메라는 두 연인의 얼굴을 집요하게 좇으며 그들이 쓴 가면을 벗겨낸다. 성공한 커플 에마(젠데이아)와 찰리(로버트 패틴슨)는 결혼식을 불과 며칠 앞두고 있다. 영화의 초반 30분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미장센 속에서 이들의 견고한 사랑을 보여준다. 세련된 뉴욕의 아파트, 완벽하게 조율된 결혼 준비 과정은 마치 한 편의 우아한 로맨틱 코미디처럼 흘러간다. 찰리는 자신이 에마를 세상에서 가장 잘 아는 사람이라고 자부하며 두 사람의 미래에는 어떤 걸림돌도 없어 보인다. 어느 날 밤, 지인들과의 술자리에서 에마가 자신의 과거에 있었던 어느 한 사건을 고백하면서 영화의 톤은 급격히 냉각된다. 그 고백은 충격적이게도, 그녀가 과거에 계획했으나 실행하지 않았던 학교 총기테러에 관한 것이다. 에마는 이것을 단순한 농담이나 술주정이 아닌, 자신의 본성 깊은 곳에 자리한 억눌린 욕망이었다고 말한다. 이 시점 이후 찰리의 삶은 산산조각 난다. 그는 사랑했던 연인의 얼굴에서 잠재적 범죄자의 그림자를 보기 시작한다. 에마의 과거 행적을 뒤쫓으며 그녀가 숨겨온 어두운 흔적들을 발견하려 애쓰지만, 에마는 오히려 그런 찰리의 집착을 비웃듯 더욱 모호한 태도로 일관한다. 영화는 어느덧 두 사람의 심리 서스펜스로 전환되어 있다. 찰리는 그녀를 신고해야 한다는 도덕적 의무감과 여전히 그녀를 사랑한다는 감정 사이에서 극심한 혼란을 겪는다. 반면 에마는 자신의 추악한 진실을 공유했다는 사실에서 묘한 해방감을 느끼며 더욱 당당하게 행동한다. 결혼식 전야, 찰리는 에마의 고백이 자신을 시험하기 위한 정교한 심리 게임이었는지, 아니면 정말 실제 있었던 일이었는지 묻는다. 에마는 끝까지 명확한 답을 주지 않은 채 찰리의 마음속에 내재되어 있던 폭력성과 의심을 끌어내어 그를 더욱 자극한다. 결국 폭발한 찰리는 에마를 공격하게 되고, 그 순간 그는 자신이 그토록 혐오하던 에마의 어두운 본성과 자신이 다르지 않음을 깨닫는다. 사랑이 아닌, 서로의 심연을 확인한 자들만이 공유하는 서늘한 공포를 끌어안고 이 둘은 끝내 결혼에 골인할 수 있을까. 관객은 이 순간 이들이 결합하는 것이 사랑의 승리인지, 아니면 공멸을 향한 시작인지 질문하게 된다. 젠데이아는 그녀의 연기 인생에서 가장 모호하고도 강력한 캐릭터를 연기한다. 피해자인지 가해자인지, 혹은 단순한 관찰자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경계 위에 서 있는 에마가 충격적인 범죄 계획을 털어놓는 장면에서 젠데이아의 눈빛은 서늘한 공포와 기묘한 해방감을 동시에 발산하며 극의 텐션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단순히 대본을 수행하는 연기를 넘어, 캐릭터를 관객의 상상력 속으로 이식하는 연기, 서늘하고 입체적인 심리 묘사는 벌써부터 그녀가 2027년 오스카상 여우주연상 후보로 거론될 것이라는 관측을 낳는다. 로버트 패틴슨의 존재감 역시 압도적이다. 그는 평범한 남성이 믿음의 근간이 흔들릴 때 겪는 심리적 붕괴를 기괴한 호흡과 뒤틀린 몸짓으로 형상화한다. 젠데이아가 구축한 정적인 미스터리에 동적인 광기를 불어넣는 그는, 두 배우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동력의 주체다. 특히 두 인물이 충돌하는 후반부의 대립 시퀀스는 2027년 오스카 남녀주연상 부문에서 가장 자주 인용될 클립이 될 것이 분명하다. 패틴슨은 자칫 기능적으로 전락할 수 있는 남성 캐릭터에 구체적인 살을 붙여 관객이 그 불쾌한 감정에 끝내 동조하게 만드는 심연의 연기를 펼친다. 보글리 감독은 사회적 관계 속에서 개인이 유지하려 애쓰는 정상성이라는 가면이 얼마나 허구적인지를 조롱하듯 보여준다. 영화 곳곳에 배치된 부조리한 유머들은 관객을 실소하게 하지만 그 웃음의 끝은 언제나 불편한 자각으로 이어진다. 감독은 ‘의도된 불편함’을 정교하게 설계하여 관객을 영화 속 인물들과 동일한 심리적 막다른 길로 몰아넣는다. 잉마르 베리만의 1973년작 ‘결혼의 풍경’(Scenes from a Marriage)이 지녔던 신경질적인 통찰에 현대적인 감각의 스릴러를 덧입힌 듯하다. 특히 뉴욕이라는 도시의 풍경을 활용해 폐쇄적인 실내 구조와 대비, 인물들이 느끼는 고립감을 시각적으로 극대화한 연출이 탁월하다. 제목 ‘더 드라마(The Drama)’에서 정관사 ‘더(The)’가 지닌 함의는 이 영화의 냉소적인 태도를 드러내는 가장 결정적인 복선이라 할 수 있다. 보글리 감독이 굳이 이 평범하고도 거대한 단어 ‘드라마’에 ‘더(The)’를 붙여 제목으로 선택한 이유는 영화 속 이야기를 ‘단 하나의, 결정적인’ 사건으로서의 드라마로 다루고자 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드라마는 허구의 이야기나 극적인 사건을 통칭하지만, 정관사 ‘더’(The)가 붙는 순간 ‘그 사건’, 혹은 유일무이한 비극으로 격상된다. 극 중 에마와 찰리가 마주하는 파열음은 단순한 연인 간의 다툼이 아니라, 그들의 인생 전체를 송두리째 뒤바꾸고 정의 내리는 결정적인 파국임을 시사한다. 수많은 일상의 해프닝 중 하나가 아니라, 삶의 모든 진실을 집어삼키는 단 하나의 거대한 사건. 단순한 영화적 체험을 넘어 현대의 모든 관계에 종말을 선언하는 비망록이라 할 수 있다. 김정 영화 평론가 [email protected]사랑 본질 중반부 젠데이아가 결혼식 전야 연기 인생
2026.04.08. 18:23
실존주의는 인간의 본질이란 무엇이냐는 물음을 던지는데, 사르트르는 그의 저서인 '닫힌 방'에서 '응시'에 대해서 얘기한다. 그 작품 속에는 성인 남자 한 명과 성인 여자 두 명이 출구도 없는 조그만 방에 갇히게 된다. 그들은 서로의 비밀을 털어놓자, 서로를 응시하기 시작했다. 인간이 인간을 응시하는 것처럼 지옥이 없다고 사르트르는 작품 속에서 하소연한다. 지옥이 무서운 것은 항상 불이 켜져 있고, 자기를 응시하는 것이라고 사르트르는 말한다. 인간의 응시와 관련된 것으로 '현상학'이 있다. 현상학을 처음 제시한 사람은 에드문트 후설이다. 그는 유대인으로서 현상학에 관해서 많은 연구를 했으나, 모두 책으로 출간하지 않아서 그가 집필한 수많은 원고(책 100권 정도의 분량)를 나치 독일의 감시를 뚫고 벨기에의 '루뱅대학'에 숨기게 된다. 아직도 그의 철학을 무엇이라고 단정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아직도 연구 중이기 때문이다. 그는 과학 실증주의에 빠진 인문 사회를 구하고자 '현상학'이란 학문을 주창한다. 현상학은 사물의 본질을 직관하여 그것을 토대로 모든 학문의 토대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후설은 모든 자연적 태도(현상에 보이는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주시하는 것, 선입견 또는 주관적 태도)를 버리고 '판단중지(epoche)'를 통하여 사물을 응시하는 '순수의식'의 상태로 직관해야 사물의 본질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즉, 순수의식이 된 상태로 사물을 주시(노에시스)하면 본질화된 사물(노에마)로 되는데 이것을 위해서 형상적 태도를 통한 자연스러운 변경과 분석이 필요하다고 했다. 노에마가 형성되면 그것을 뇌로 보내서 기억시키고 필요시, 그 사물을 다시 보면 본질을 바로 볼 수 있다는 '환원'의 개념으로 설명한다. 마치 칸트의 관념론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칸트는 본질을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고, 후설은 본질을 볼 수 있다고 한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여기서 환원되는 사물의 본질이 사람마다 모두 다르게 나타난다는 점이 모순처럼 보인다. 객관화가 빠진 상태서 어떻게 관념화가 가능한지 의심스러운 것이다. 사르트르는 '순수의식'은 무(無)라고 한다. 사람은 의식이 무(無)이므로 새로운 내용의 의식으로 언제든지 채움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대해 메를로퐁티는 비판한다. 인간의 의식은 항상 무언가로 채워진다는 것이다. 즉, 죽을 때조차도 인간의 표정을 보면, 그 순간도 뭔가를 의식하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이것을 '몸의 현상학' 또는 '지각의 현상학'이라고 부른다. 즉, 응시는 눈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의 감각을 모두 동원한다는 것이다. 예술작품을 보면서 시각뿐만 아니라 촉각으로도 느낀다는 것이다. 가령, 셸링이 예술작품을 감상할 때 무의식 속에서 본질의 아름다움을 느낀다는 것과도 유사하다. 플라톤은 본질을 보는 방법으로, 참지식에 이르기 위해서는 '본질'을 봐야 하는데, 이것은 '변증법'을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후에 헤겔이 변증법을 사용하여 본질을 볼 수 있다고 주장했는데, 플라톤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헤겔은 정반합(正反合) 개념으로 변증법을 정형화했다. 만물은 끊임없이 변화하며 그 변화의 원인을 자기 부정 즉, 모순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원래의 상태를 정(正)이라 하면 모순에 의한 자기 부정은 반(反)이다. 만물은 이 모순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며 그 결과 새로운 합(合)이 생기는 원리이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면 최고의 지점에 도달하고 이것을 본질이라 한다. 가령, 꽃을 변증법적으로 계속 응시하면 꽃의 본질을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박검진 단국대 전자공학과 졸업. 한국기술교육대에서 기술경영학(MOT)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LG반도체 특허협상팀 팀장, 하이닉스반도체 특허분석팀 차장, 호서대 특허관리어드바이저, 한국기술교육대 산학협력단 교수를 거쳐 현재 콜라보기술경영연구소 대표.박검진의 종교·철학 여행 본질 사물 사물 본질 학문 토대 하이닉스반도체 특허분석팀
2025.11.03. 18:09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One Battle after Another)'는 2026년 오스카 작품상 후보로 거론되는 영화다. '햄닛(Hamnet)', '프랑켄슈타인(Frankenstein)', '위키드 포 굿(Wicked: For Good)' 정도가 현재 내년 작품상 후보군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데어 윌 비 블러드(There Will be Blood)', '팬텀 스레드(Phantom Thread)' 등으로 유명한 거장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은 비평가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감독이다. 스탠리 큐브릭 이후 가장 위대한 감독 중 한 명이라는 평가도 있다. 앤더슨은 감각적인 미장센, 복잡하게 얽힌 인간 군상, 그리고 특유의 리얼리즘과 블랙 유머가 섞인 연출을 특징으로 하는 감독으로 동시대 감독 중에서도 비평가와 영화학자들에게 가장 높이 평가받는 인물 중 하나다. 그의 영화들은 거의 모든 메이저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아왔다. 장르마다 다른 스타일을 보여주면서도 고유한 미학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정치적 메시지와 드라마를 결합한 그의 최신작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이 처음으로 손잡은 작품이다. 영화는 방대한 서사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구조 속에서 다양한 인물들이 빚어내는 갈등과 유대감을 통해 한층 깊이 있는 이야기를 펼쳐낸다. 영화는 급진적 혁명 단체인 '프렌치 75'의 16년 전 반란 활동에서 시작한다. 이민자 수용소를 공격, 불법체류자들을 해방하고 극우 세력 정치인들의 사무실을 폭파하며 은행을 터는 등 과격한 행동을 수행한다. 밥 퍼거슨(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과 퍼피디아 베버리힐즈(테야나 테일러) 커플이 단체의 중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이들을 체포하기 위해 스티븐 록조 대령(숀 펜)이 출동한다. 매우 폭력적인 그는 극우적 이념의 소유자로 프렌치 75를 오랫동안 추적해 왔다. 어느 날 퍼피디아는 록조에게 체포되고 그에게 성희롱을 당한다. 얼마 후 퍼피디아는 누구의 아이인지 모를 딸을 출산한다. 이후 산후우울증을 겪고 그로 인해 과격한 행동을 벌이다 또다시 체포된다. 결국 동료 혁명가들의 정보를 제공하고 풀려나 증인 보호 프로그램 하에 멕시코로 도망한다. 16년의 세월이 흐른 뒤 밥은 신분을 바꾼 채 딸 윌라(체이스 인피니티)와 함께 은둔 생활을 이어간다. 그는 대마초 상습 흡연으로 편집증을 비롯한 정서적 불안에 시달린다. 딸을 깊이 사랑하지만 이상적인 아버지상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 밥의 숙적 록조 대령이 다시 나타난다. 록조는 윌라가 자신의 딸인지를 알기 위해 윌라를 납치한다. 16년 전 퍼피디아가 체포됐을 때의 장면이 상기된다. 그는 DNA 검사로 윌라가 자신의 딸임을 확인하려 한다. 밥은 옛 혁명 동료들을 모으고 혼돈의 전장으로 다시 뛰어든다. 혁명 조직의 리더이며 윌라의 가라데 선생 세르지오 카를로스(베니시오 델 토로)가 조력자로 밥을 돕는다. 밥과 윌라는 록조의 끈질긴 추적뿐 아니라 정부 권력이 가하는 폭력과 압박에도 맞서야 한다. 그 과정에서 혁명 단체 내부의 갈등과 퍼피디아가 남긴 배신의 흔적이 드러나며 상처와 이념적 대립이 한층 깊어진다. 무엇보다 혁명의 영웅이라 믿었던 어머니가 사실은 밀고자였음을 알게 된 윌라는 극심한 정신적 혼란에 빠진다. 퍼피디아는 영화 말미 딸 윌라에게 자신의 입장을 고백하는 편지를 보낸다. 이를 기점으로 처음으로 세 가족이 감정적으로 하나가 된다. 영화는 대규모 액션물의 외형을 지니고 있지만, 그 속에는 사랑, 부성애와 보호 본능, 혁명 공동체의 유대, 동료들의 희생 같은 다층적인 테마가 어우러져 있다. 앤더슨 감독은 정치가들의 극단적 분열과 내부 모순 같은 사회적 주제에 집중하며 다양한 등장 인물들을 통해 혁명이란 단순한 이상 추구가 아니라 끊임없는 투쟁임을 강조한다. 그 과정에서 블랙 코미디적 장치가 자조적이고 풍자적인 과장으로 표현되며 서사에 또 다른 결을 더한다. 그러나 퍼피디아의 동료 고발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프렌치 75 동료들과의 갈등이나 혁명에 대한 회의 같은 내적 동기가 충분히 제시되지 않은 채 그녀의 행동이 갑작스러운 배신으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마지막 장면, 윌라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엄마 퍼피디아의 유대감이 감동적이다. 딸은 엄마의 편지에 감화되며 엄마가 이루지 못한 혁명과 이상, 자유, 투쟁을 이어가려는 듯한 모습으로 반응한다.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는 정치적 양극화와 분열, 그로 인한 국가 권력의 폭주가 개인의 삶을 어떻게 파괴하고 재편하는지를 탐구하는 작품이다. 오늘의 미국, 나아가 전 세계적으로도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주제이기도 하다. 영화 속 록조 대령의 극우적 권력 행사는 실제 미국 내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극단주의, 인종 갈등, 권위주의적 통치 방식과 매우 유사하다. 특히 이민자 구금시설, 무장 민병대, 언론 조작 등은 현실적인 뉴스 헤드라인과 맞닿아 있다. 영화는 권위주의적 리더십과 충돌하며 이에 저항으로 맞서는 시민들의 강렬한 투쟁을 보편적 인간의 고통으로 표현한다. 과거 이상주의와 현재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밥 퍼거슨 가족이 겪는 파괴와 재건의 스토리를 통해 정치적 결정이 가정, 사랑, 정체성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하게 부각한다 딸을 되찾기 위해 사투에 나선 밥 퍼거슨 역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연기 결을 선보인다. 그는 혁명가의 거칠고 불안한 에너지와 아버지로서의 따뜻하고 섬세한 감정을 절묘하게 오가며 밥의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구현해낸다. 특히 대마초 상습 흡연으로 인해 프렌치 75의 비밀 코드를 기억하지 못해 벌어지는 장면은 디카프리오 특유의 표정 연기로 관객의 폭소를 자아낸다. 극렬 극우주의자의 상징적 캐릭터인 록조 대령은 영화의 핵심 갈등을 끌고 가는 인물이다. 숀 펜은 빌런의 악함에 충실한 연기를 펼친다. 위협적이지만 내면에 잠겨 있는 불안과 열등감을 깊이 있게 연기한다. 미국 사회의 극단주의와 권위주의를 풍자하는 역대급 조연 연기라는 평가와 함께 그의 세 번째 오스카 수상이 점쳐진다. 김정 영화 평론가 [email protected]혁명가 본질 동료 혁명가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메이저 영화제
2025.10.08. 18:28
‘무사안일, 복지부동’. 일을 적극적으로 처리하지 않고 소극적으로 대하는 업무 자세를 일컫는다. 책임을 지지 않으면서 다른 이유를 들어 일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고 변명하는 공무원에게 많이 쓰이는 표현이기도 하다. 최근 이기철 초대 재외동포 청장이 미국을 다녀갔다. 그는 지난 8월 8일부터 뉴욕을 시작으로 워싱턴DC, LA를 차례로 방문했다. 각 지역에서 동포간담회를 가진 이 청장은 선천적 복수국적자와 관련한 이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미주 한인들이 손톱 밑 가시로 토로하고 있는 선천적 복수국적과 관련해 국적법이 개정돼 시행되고 있으나 18세 3월 말까지 국적이탈 신청을 하지 못한 선천적 복수국적자들은 예외 조항을 활용해 아무 때나 보다 쉽게 국적이탈을 할 수 있게 제도를 운용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적법을 다시 고치지 않고서도 외국서 태어나 장기간 거주하고 있고 병역을 면탈할 의도가 없는 경우 등 대여섯 가지 예외 조항을 선의로 해석해 가급적 수용함으로써 국적이탈을 보다 쉽게 허용하도록 제도를 운용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청장은 또 “(한인 2세들에게 불합리하게 적용되고 있는) 선천적 복수국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단 한국 내 여론이 개선돼야 한다”며 “여론 형성을 위한 전문가 기고와 강연, 그리고 교과서에 재외동포와 관련된 내용을 수록하는 것도 재외동포에 대한 인식 개선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는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다. 또 해당 사안의 시급성에 대해 전혀 감조차 잡지 못하는 모습이다. 잡초는 뿌리째 뽑아야 다시 잡초가 나지 않는다. 뿌리는 그냥 둔 채 마치 선심 쓰듯 기존 제도를 그대로 운용하겠다는 것은 재외동포들이 겪고 있는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왜 재외동포들이 선천적 복수국적 문제를 가장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문제라고 입을 모으고 있는지, 또 피해를 보는 사람이 병역과 관련한 남자들만이 아니라 여자도 적지 않다는 점 등을 간과하고 있음이 여실히 드러난다. 구체적인 피해 사례들을 한 번이라도 훑어봤다면 위와 같은 발언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마치 재외동포청이 재외동포에게 시혜라도 베푸는 듯한, 그리고 말로만 재외동포를 위한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우려된다. 이기철 청장은 “재외동포청은 무엇보다 재외동포들의 소리를 듣고 정책을 수립해 실행하게 된다”면서 “핵심 목표는 한인 차세대들이 정체성을 함양하고 조국이 항상 옆에 있다고 느끼도록 하는 것이며 주류사회에 더 많이 진출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청장에게 정말 이런 마음이 있다면 선천적 복수국적 문제의 핵심이 무엇이며, 이를 해결하려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다시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관련 국적법의 완전한 개정 없이 현 제도를 잘 활용하면 된다는 말은 자신이, 또는 재외동포청이나 한국 정부가 재외동포를 자유자재로 요리할 수 있는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조삼모사식 방안을 마치 큰 혜택을 베푸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해답은 국적 자동상실을 허용하는 내용을 개정안에 포함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국적법 개정 없이 법을 유연하게 적용하겠다는 것은 선천적 복수국적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될 수 없다. 국적이탈을 하려면 최소 1년에서 2년이라는 시간과 적지 않은 비용이 필요하고 그마저 한정된 시간 안에 처리하도록 만들어 놓은 현행법을 그냥 두고 특수 상황에 부닥쳐 요청하는 사람들에게만, 그것도 ‘해석’이라는 관문을 통과한 사람만 국적이탈을 허용하겠다는 것은 국가가 갑질하는 것이며 폭력이다. 재외동포청은 재외동포의 권익을 위한 기관이어야 한다. 김병일 / 뉴스랩 에디터중앙칼럼 재외동포청장 본질 선천적 복수국적자들 재외동포 청장 국적이탈 신청
2023.08.29. 18:16
“욕망은 인간의 본질이다.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바뤼흐 스피노자·네덜란드 철학자한마디 욕망 본질 바뤼흐 스피노자 네덜란드 철학자
2022.05.03. 18:56
주택 및 커머셜 부동산의 매매는 물론이고 사업체와 회사 거래 시, 계약부터 잔금의 지불에까지 모든 과정을 총괄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에스크로다. 우선 계약을 맺은 셀러가 법적 혹은 등기상 하자 없는 셀러인지를 확인하고, 바이어가 계약금을 지불하는 기관이기도 하며, 융자 진행에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는 역할까지 모두 관할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계약서의 이행이나 수정사항은 물론 모든 자금의 입·출금도 법적인 절차에 의해 서류의 진행에 맞게 마무리가 에스크로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미국에 서부와 중서부 몇 개의 주에서 법적으로 권장되는 에스크로 업무는 거의 유사한 방법으로 동부 쪽에서는 변호사가 업무를 맡고 있다. 따라서 동부에서 부동산을 매매하고 이곳 서부로 투자하는 경우의 에스크로는 1031을 비롯한 모든 절차에 동부 쪽 변호사 사무실과 긴밀하게 연계가 되고 서로 절차를 이해하고 있으므로 진행에 별다른 불편함이 없다. 한장이든 여러 장이든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은 비슷하지만 우선 계약금을 셀러가 챙길 수가 없고 에스크로의 트러스트 어카운트에 입금이 되므로 안전하다고 볼 수 있다. 중도금이나 잔금을 지불하는 기준도 단순히 날짜에 맞추어지는 한국식 거래방식에 비해 이곳 미국의 에스크로는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부동산이나 사업체의 매물에 대한 세금과 담보권 조사가 철저히 이루어지고, 법적 소유권자의 확인 그리고 매매자가 제공해야 하는 여러가지 조건들이 철저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주변 환경 조사서, 주택이나 건물의 내·외부를 전문가를 통해 조사한 자료, 해당 시에서 요구하는 서류들, 관리회사의 자료들, 등기 보험회사의 소유권에 대한 보고서, 채무 혹은 담보권에 대한 확인과 금액, 재산세 납부의 확인, 건물주와의 계약서 및 렌트비 내역, 법정 공고 기간을 통한 거래처와의 정산 등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자료가 에스크로를 통해 들어오고 확인을 거쳐야만 정식으로 클로징이 이루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피자 가게를 구입하는 경우 일일이 셀러의 밀린 밀가루나 치즈값의 외상 장부를 들추어볼 필요가 없다. 3주간의 법정 공고 기간을 통해 에스크로에 접수된 거래처의 청구 금액을 셀러가 확인 후 에스크로를 통해 지불함으로써 인수·인계를 확실하게 할 수 있다. 그리고 아무리 빚이 없이 깨끗하다고 하는 셀러의 백만번의 말보다는 에스크로에서 해당 주(State)와 카운티(County) 기준으로 조사된 자료로 담보가 걸려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보다 정확한 방법이다. 부동산의 경우에는 바이어의 제반 비용을 포함한 입금과 은행 융자를 한 경우 펀딩이 끝난 후 마지막으로 소유권 보험회사(타이틀 회사)를 통한 명의 이전 등기가 완료돼야만 온전히 주인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에스크로는 진행 상황과 날짜에 맞추어 모든 보험을 신청해 놓고 은행과의 담보권 서류 등을 전달하고 절차를 따른다. 더욱 중요한 것은 자금을 대출해 주는 융자 기관이나 은행에서 반드시 에스크로 오피서의 서명이 들어간 서류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입금이나 지불관계를 에스크로에 확인한다는 것이다. 주 정부기관의 인준을 받은 에스크로 오피서가 기관에 제출하는 모든 서류는 공신력을 가지므로 그 자격에도 철저한 신원조회가 이루어진다. 가끔 예외를 주장하는 셀러나 바이어들로 인해 시달리는 하루가 길게 느껴지기도 하나 많은 분의 재산을 보호하는 데 중요한 몫을 한다는 자부심으로 늘 뿌듯하다. ▶문의: (213)365-8081 제이 권/프리마 에스크로 대표부동산 이야기 에스크로 본질 에스크로 업무 소유권 보험회사 확인 건물주
2022.04.19.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