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연말이 됐다. 대형 마트 등 내가 찾는 업소의 직원들은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한다. 기분이 나쁘지 않다. 특히 대형 마트 직원들은 고객 예절에 대해 별도로 교육을 받는 것 같다. 나는 연방정부에서 은퇴한 다음 의료 통역사로 몇 년간 파트타임 일을 한 적이 있다. 한 번은 어느 대형 병원엘 갔는데 접수창구에 있던 간호사가 미소로 나를 반겼다. 너무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한 모퉁이를 돌아가니 간호사들이 옹기종기 앉아 일하고 있었다. 그들도 나를 보더니 접수창구의 간호사처럼 상냥하게 웃는 것이 아닌가. 그때야 그 병원 간호사들은 환자나 방문객을 미소로 맞이하라는 교육을 받았음을 깨달았다. 나는 손님을 미소로 접대하지 않았다가 해고될 뻔한 적이 있다. 1974년 하와이에 이민을 왔을 당시였다. 가져온 돈을 다 쓰고 일자리를 찾았으나 할 만한 일이 없었다. 구인광고를 보고 와이키키 해변에 있는 한 일본식당의 부매니저로 취업했다. 말이 부매니저지 빛 좋은 개살구였다. 봉급은 쥐꼬리만큼인데 손님 접대. 웨이터, 심지어 접시닦이 일까지 했다. 가장 먼저 출근해서 제일 마지막에 퇴근했다. 가장 힘든 일이 손님 접대였다. 빨간 상의에 흰 바지를 입고 현관에 서서 손님을 맞이했다. 한 번은 몸집이 큰 사모안 여성 고객들이 몰려와 새로 온 매니저에게 하와이식 인사를 해준다며 나를 껴안더니 볼에 키스를 퍼부었다. 한두 명이 아니라 내 볼은 립스틱 자국으로 요란했다. 어느 날 아침 출근을 했더니 매니저가 나를 보자고 했다. 한인 3세인 매니저는 키도 훤칠하게 크고 미남이며 청산유수로 말을 잘했다. 그는 어제저녁 본사 사장이 우리 식당에 점검차 몰래 다녀갔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현관에 허수아비처럼 무표정하게 서 있는 나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고 한다. 손님이 오면 미소를 지으며 ‘이럇사이마세’라고 허리를 굽히며 인사를 할 것을 기대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당장 그 부매니저를 해고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매니저는 사장을 설득했다고 한다. 지금 사람 구하기가 힘들고 부매니저는 사람도 착실하고 일도 잘한다고 했으며 미소 짓는 훈련을 시켜보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나는 다음 날부터 아침에 일어나면 거울을 보며 입을 삐죽거리며 미소 짓는 연습을 했다. 며칠 동안은 출근해서 매니저로부터 손님을 대해는 태도에 관한 교육도 받았다. 그의 교육 내용은 간단명료했다. 봉급을 주는 사람은 사장이 아니라 바로 식당을 찾는 고객이라는 것이었다. 감사한 마음이 우러나올 때 미소는 저절로 나온다. 고객이 나의 봉급을 준다고 생각하면. 윤재현 / 전 연방정부 공무원열린광장 고객 봉급 고객 예절 병원 간호사들 하와이식 인사
2023.12.26. 19:22
뉴욕 일원의 물가상승률이 소득증가율의 약 3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보다 소득이 늘긴 했지만,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소득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 계속되는 물가 오름세에 뉴요커들이 지갑을 닫자 경제는 더디게 회복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25일 토마스 디나폴리 뉴욕주 감사원장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뉴욕시 메트로폴리탄 지역(노동통계국(BLS) 기준, 뉴욕시·뉴왁·저지시티)의 물가상승률은 전년동월 대비 6.1%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뉴욕 일원 소득증가율(2.3%)의 약 3배 수준이다. 디나폴리 감사원장은 “뉴욕시 물가상승률은 다른 도시에 비해선 낮지만 중요한 점은 물가상승률이 소득증가율을 크게 앞지르며 가계 예산을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가격이 크게 오른 품목은 에너지 제품으로 전년동월 대비 32.7% 올랐다. 교통비는 14.7% 상승했고 레크리에이션 가격은 8.3%, 음식비는 8.0% 올랐다. 전국 평균 물가상승률(8.5%)과 탬파(10.2%), LA(8.5%), 보스턴(7.3%) 등에는 못 미치지만 뉴요커들의 삶이 팍팍해 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소비자들은 앞으로도 물가가 꾸준히 오를 것으로 예상하며 소비를 줄이고 있다. 지난달 뉴욕연방준비은행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 기대인플레이션(1년 후 예상 물가상승률)은 6.6%였지만 예상 소득증가율은 3.0%였다. 고가 가전과 가구·차량 구매는 크게 줄었고 식료품 쇼핑도 자제하는 분위기다. 한 한인 소비자는 “미국에 오래 살면서도 육류 가격이 이만큼 오른 것은 본 적이 없다”며 “저렴한 육류를 사거나 닭고기로 대체하는데 닭고기 가격마저 올랐다”고 말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팬데믹 이후 잦아진 이직과 일할 사람이 부족해진 것도 물가상승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직자의 64%가 임금을 인상하는데다 근로자의 20%는 1년 내 이직을 계획하고 있다”며 “이직이 물가상승세를 부추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디나폴리 감사원장도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올리면서 물가를 잡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지만 글로벌 정세불안과 타이트한 노동시장, 운송비용 증가가 물가를 계속 끌어올릴 것”이라고 전했다. 김은별 기자물가 봉급 뉴욕시 물가상승률 예상 물가상승률 물가 봉급
2022.04.25. 1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