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아침에] 둘이 만나 하나가 되는 날
얼마 전 교회에 외부 강사 한 분이 오셔서 설교했다. 신학대학교 교수이자 목사, 그리고 공인 상담사이기도 한 그 강사는 설교를 시작하며 5월에 있는 특별한 날들을 아는지 물었다. 5월 8일은 한국의 어버이날, 5월 둘째 주일은 어머니날, 5월 15일은 스승의 날. 강사가 날짜를 부를 때마다 회중석에서는 잘 알고 있다는 듯 활기찬 답이 흘러나왔다.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을 즈음, 강사는 비장의 카드처럼 넌지시 물었다. “그럼, 5월 21일은 무슨 날일까요?” 잠시 예배당에 적막이 흐르는 사이, 강사는 이날만큼은 아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듯 여유로운 미소를 띠고 있을 때였다. 회중석에서 누군가 큰소리로 외쳤다. “부부의 날이요!” 어디선가 들려온 소리에 강사는 허를 찔린 듯 당황했고, 이내 허탈한 웃음과 함께 정답임을 인정했다. 예배당 안에는 감탄이 흘러나왔다. 더 놀라운 사실은 그 정답을 맞힌 주인공이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젊은 여성 성도였다는 점이다. 예배가 끝난 후 어떻게 그날을 아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 성도는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우리 엄마 아빠가 해마다 그날을 지키시거든요.” 지금까지 만난 수많은 부부 중에서 ‘부부의 날’을 기억하고 챙기며 산다는 부부를 처음 발견하는 순간이었다. 며칠 후, 마침 그 부부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들을 보자마자 정말 부부의 날을 지키냐고 물었다. 그 질문에 남편은 계면쩍다는 듯 대답했다. “에이, 거창하게 지키는 건 아닙니다. 그저 그날 밥 먹을 때 ‘오늘 부부의 날이니까 맛있게 먹자’라고 말하며 먹고, 어디 갈 때 ‘부부의 날이니 기분 좋게 가자’ 하는 정도지요.” 겸손하게 말했지만, 함께 살아온 짧지 않은 세월 동안 매년 그날을 기억해 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 부부가 얼마나 서로를 아껴왔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5월의 특별한 날들을 물었던 강사 목사는 5월은 ‘가정의 달’이기도 하지만 ‘관계의 달’이라고 정의했다. 어버이날, 어머니날, 스승의 날, 그리고 부부의 날 모두가 결국 소중한 ‘관계’가 만들어낸 날이기 때문이다. 사실 5월이라고 해서 모두가 가정의 즐거움만 기억하는 것은 아니다. 부모가 떠나간 빈자리에 홀로 남은 이들, 혹은 이별이나 사별의 아픔을 겪은 이들에게는 오히려 소외감과 상처가 커지는 잔인한 달이 되기도 한다. 그러기에 내 곁에 있는 이들과의 소중한 관계를 돌아보는 일은 더욱 뜻깊다. 5월 21일을 ‘부부의 날’로 정한 까닭은 ‘둘(2)이 만나 하나(1)가 된다’라는 의미를 담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올해부터는 나도 이날을 기념해야겠다. 뭐 대단하고 거창한 이벤트가 아니더라도, 그저 함께하는 소박한 식사 자리를 ‘부부의 날 맞이 만찬’이라 부르고, 부족한 사람을 남편으로 맞아 살아주는 아내에게 고마운 마음을 담아 작은 선물 하나를 건네보는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부부가 서로의 존재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고마워할 때, 가정에는 진정한 행복이 찾아올 것이다. ‘부부의 날’이 더 많이 알려질수록, 그리고 더 많은 사람이 ‘부부의 날’을 기억하고 기념할수록 부부 사이는 더욱더 부드러워지고, 가정은 더 화목해지며, 우리가 사는 세상은 조금 더 따뜻해질 것이다. 이창민 / 목사·시온연합감리교회이아침에 오늘 부부 부부 사이 강사 목사
2026.05.20. 1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