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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마당] 그녀는 수술 중

어둠에도 농도가 있지   한쪽 눈을 잃자 온전한 세상이 아닌 검은 어둠이다   어떤 위로의 말에도   세상은 흐리고 희미할 뿐       비 오는 날의 수채화를 산다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가 무뎌진 곳까지   심연 속에서 길을 잃고   칠흑 같던 어둠도 세월에 하얗게 바래고   외눈으로 세상 사는 법을 겨우 익힐 무렵   그 외눈까지 찾아온 암세포   의사는 초기라 달랜다       절박하다       눈물도 부정도 절망도 사치일 뿐     시간이 없다   수술대가 기다린다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모르는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을 눈에 담을     시간이 없다   많이 보고 듣고 사랑하고   나눌 시간이 뭉텅뭉텅 잘린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껴안고 싶은 사람만을 생각하며       수술대 위에서   스스로 눈이 감긴다 정명숙 / 시인문예마당 수술 어둠도 세월 부정도 절망도 자의 경계

2025.01.30. 19:03

[글마당] 그녀는 수술 중

어둠에도 농도가 있지   한쪽 눈을 잃자 온전한 세상이 아닌 검은 어둠이다   어떤 위로의 말에도   세상은 흐리고 희미할 뿐   비 오는 날의 수채화를 산다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가 무뎌진 곳까지   심연 속에서 길을 잃고   칠흑 같던 어둠도 세월에 하얗게 바래고   외눈으로 세상 사는 법을 겨우 익힐 무렵   그 외눈까지 찾아온 암세포   의사는 초기라 달랜다       절박하다       눈물도 부정도 절망도 사치일 뿐     시간이 없다   수술대가 기다린다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모르는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을 눈에 담을     시간이 없다   많이 보고 듣고 사랑하고   나눌 시간이 뭉텅뭉텅 잘린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껴안고 싶은 사람만을 생각하며       수술대 위에서   스스로 눈이 감긴다 정명숙 / 시인글마당 수술 어둠도 세월 부정도 절망도 자의 경계

2025.01.23.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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