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에드워드 버크 전 시카고 시의원이 유죄 평결을 받았다. 21일 시카고 다운타운 덕슨 연방 법원에서 열린 버크 전 시의원에 대한 재판에서 배심원들은 갈취와 뇌물 등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이로 인해 버크 전 시의원은 내년 6월로 예정된 형량 선고로 최대 징역 20년형에 처하게 됐다. 이번 재판으로 버크 시의원은 부정부패 혐의로 법정에서 유죄가 확정된 전 현직 시카고 시의원 중 38번째가 됐다. 그만큼 긴 부패 정치인의 리스트에 에드워드 버크라는 이름이 추가된 셈이다. 지금까지 부정부패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시카고 정치인 리스트에는 로드 블라고야비치 전 주지사가 대표적이다. 블라고야비치 전 주지사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그의 빈 자리에 후임을 임명할 권한이 주어지자 자신에게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인물을 고르기 위해 각종 제안을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전화 내용이 연방검찰에 의해 도청되었고 재판 과정에서도 공개됐는데 ‘FXXXXXX golden’이라고 말한 내용이 재판만큼 유명한 문구가 됐다. 블라고야비치는 결국 14년형을 선고 받고 징역형을 살았고 2020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에 의해 감형돼 석방됐다. 연방 교도소에 수감된 일리노이 주지사는 블라고야비치가 네번째였다. 더 최근으로는 2017년 기소되어 일곱 건의 위증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패트릭 데일리 톰슨 전 시의원이 있다. 리차드 J 데일리 전 시장의 손자이자 리차드 M 데일리 시장의 조카이기도 한 톰슨 전 시의원은 지역내 은행으로부터 21만달러를 대출 형식으로 받고 이를 제대로 갚지 않은 상태에서 연방은행 당국에 거짓 진술을 하고 세금 보고를 허위로 한 범죄를 저질렀다. 그가 받은 형량은 4개월의 징역형이었다. 아마도 최근 시카고 시의원 중에서 재판이나 부패 혐의로 가장 자주 언급된 인물은 대니 솔리스 전 시의원일 것이다. 그는 에드워드 버크 전 시의원과 마이클 매디간 전 일리노이 하원 의장이 유죄를 선고 받거나 기소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무려 6년간이나 연방 수사 당국에 협조하며 유력 정치인들의 부정 행위가 수면 위로 드러날 수 있도록 협조했기 때문이다. 그런 본인 역시 부정부패에서 자유롭지는 못했다. 오히려 그런 혐의로 인해 수사 당국에서 제안한 도청 장치 착용에 찬성했고 그 댓가로 자신은 기소되지 않기로 타협을 한 것이다. 이런 공로로 인해 솔리스 전 시의원은 최근 수십년간 연방 정부의 입장에서 활동한 가장 거물급 정보원이자 증인으로 인정받았다. 솔리스 전 시의원 역시 조닝 위원장으로 있으면서 부동산 개발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버크 전 시의원 만큼의 거물급인 매디간 전 의장 역시 내년 4월 재판을 앞두고 있다. 전력 공급사인 컴에드로부터 자사에 유리한 법안을 지지해 달라며 막대한 금전적인 이득을 취한 것이 가장 큰 혐의다. 지금까지 파악된 증거와 진술들만 보더라도 매디간 전 의장도 유죄를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만약 매디간 전 의장까지 부정부패 혐의가 인정된다면 시카고와 일리노이 유력 정치인이 모두 재임 중 발생한 이권을 챙긴 혐의로 법의 심판을 받게 되는 셈이다. 두 정치인의 공통점이라면 시카고 특유의 머신 정치의 수혜자라는 것이다. 머신 정치란 리차드 J 데일리 시장 당시 생겨난 현상으로 시카고 정치 스타일을 뜻한다. 최종 보스 한 명을 중심으로 피라미드식 서열이 존재하면서 자신에게 기여한 인물들에게 이권을 나눠주며 공고한 권력 구조를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유지하기 위해 뇌물과 선거 캠페인 지원은 필수였고 대대로 지역구를 나눠가지는 현상도 비일비재했다. 버크와 매디간 모두 각자 지역구를 오랫동안 좌지우지 하면서 선거에서는 상대 후보가 출마조차 하지 않는 일이 잦았다는 것이 이를 대변한다. 지금은 일리노이 정계에서 머신 정치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지는 않는다. 우선 현재 정치권이 새로운 인물로 많이 바뀌었고 머신 정치가 버려야 할 악습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가고 있다. 시청이나 주의회에서도 이를 뒷받침할 윤리 규정이 마련되면서 부정부패가 싹을 띄울 가능성을 애초부터 잘라내고자 하는 노력이 있었다. 이번 버크 전 시의원의 재판 결과를 지켜보면서 가장 부패한 도시로 시카고가 4년 연속 선정됐다는 보도를 떠올리게 된다. 이 보고서는 일리노이대 시카고에서 매년 발행하는데 불법 혐의로 기소되거나 유죄를 확정 받는 것도 기준이 된다. 이 보고서는 일리노이 주민들은 “선출직 공직자들에 대한 의심을 하곤 하는데 이는 종종 정당화되곤 한다"며 부정부패 정치인들의 불법성을 꼬집었다. 버크 전 시의원의 유죄를 결정한 북일리노이 연방 법원에서만 1976년부터 2021년까지 모두 1824건의 연방 부정부패 사건이 유죄로 결정났다고 한다. 가장 최근 10년인 2010년부터 2021년까지만 보더라도 339건으로 집계됐다. 언제까지 시카고 부정부패 사건이 계속될지는 알 수 없지만 중요한 것은 유권자들이 선출직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게을리한다면 유사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시의원인 아버지가 재임 중 갑자기 사망하면서 지역구에 출마해 정치를 시작했던 젊은 검사 출신 버크 전 시의원도 처음부터 타고 난 부정부패 정치인은 아니었을 것이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정치 부패 부정부패 혐의 시카고 정치인 부패 정치인
2023.12.27. 14:29
애너하임 시 부패 의혹 조사에서 잠재적 범죄 음모가 발견됐다. 조사를 담당한 라구나니겔의 JL그룹은 지난달 31일 공개한 353쪽 분량의 보고서에서 코로나19 피해 복구 기금 150만 달러가 해리 시두 전 시장과 토드 에이먼트 전 애너하임 상공회의소 회장과 관련 있는 프로그램, 비영리기관에 지급됐으며, 이들이 권력을 남용했다고 밝혔다. 클레이 스미스 전 OC지방법원 판사가 이끈 조사팀은 약 100만 개의 이메일과 5만여 건의 시 공문서를 검토했으며, 특히 정치적 기부와 독립적 지출이 시 관련 계약 및 협약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에 중점을 두고 들여다봤다. 에이먼트 전 회장은 지난해 연방 검찰의 수사에 협조하기로 하고 중범 혐의 4건에 관해 유죄를 인정한 바 있다. 반면, 아직 기소되지 않은 시두 전 시장은 에인절스 스타디움 매각 과정에서 선거 자금 기부를 기대하며 LA에인절스 측에 내부 정보를 제공했다는 것을 포함,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시두 전 시장은 연방수사국의 수사가 시작되자 지난해 5월 사임했다.애너하임 부패 부패 조사 잠재적 범죄 애너하임 상공회의소
2023.08.02. 7:00
뇌물수수 등 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았던 로버트 메넨데즈(민주·뉴저지·사진) 연방상원의원이 혐의를 벗은 지 5년만에 다시 연방당국에 의해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6일 뉴욕타임스(NYT)는 메넨데즈 의원 캠페인 관계자를 인용해 현재 연방검찰 뉴욕남부지검이 메넨데즈 의원에 대한 혐의를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보도했다. 캠페인 관계자 마이클 솔리먼은 “조사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수사 범위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며 공식적인 요청이 있을 경우 수사에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남부지검 대변인은 관련 답변을 거부했다고 NYT는 전했다. 2015년 법무부는 메넨데즈 의원을 뇌물수수, 청렴 의무 불의행 등 부패 혐의로 기소했지만, 2017년 연방법원 뉴저지지법 윌리엄 월스 판사가 미결정 심리(Mistrial)를 선언하면서 메넨데즈 의원은 혐의를 벗을 수 있었다. 당시 배심원단은 9주간의 심리 끝에 메넨데즈 의원의 혐의에 대한 유·무죄 여부를 놓고 의견 불일치를 보이면서 재판 자체가 무효가 됐다. 당시 연방수사국(FBI)과 검찰은 메넨데즈 의원이 2010년 오랜 지인이자 정치적 후원자인 살로먼 멜겐이 제공한 전용기로 수차례 도미니카공화국, 프랑스 파리 등을 방문해 부적절한 향응과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과 동시에 60만 달러 이상의 정치 후원금을 받고 안과 전문의인 멜겐과 연방정부가 벌이고 있는 메디케어 과다 청구 관련 소송에서 부적절한 정치적 압력을 행사했다는 혐의 등을 수사해 기소했다. CNN에 따르면 멜겐은 별도의 사건에서 17년형을 선고 받았지만, 2021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의해 감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심종민 기자부패 혐의 부패 혐의 의원 부패 연방법원 뉴저지지법
2022.10.27. 21:19
일리노이 주의 대표적인 전화 회사인 AT&T가 부정 부패 혐의에 연루되면서 거액의 벌금을 물게 됐다. 마이클 매디간(80) 전 일리노이 주 하원 의장이 이 사건에 깊이 개입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AT&T와 일리노이 AT&T 전 사장인 폴 라 시아차는 지난 주 5건의 공모 혐의로 연방 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매디간 전 하원 의장 역시 공모 혐의가 현재 진행 중인 부정 부패 재판에 추가됐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매디간 전 의장측은 AT&T에 접근해 불리한 규정을 없애주고 일부 수수료를 인상하는 조건으로 AT&T에 현금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디간 전 의장 측근인 에드워드 아베세도 전 주 하원의원에게 2만5000달러를 지급하기로 한 회사 이메일이 검찰 증거로 공개됐다. 검찰 증거에 따르면 AT&T는 지난 2017년 실제로 아베세도 전 의원측에 2500달러씩을 아홉 번에 나눠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AT&T측은 이 같은 혐의 사실을 모두 인정했으며 형사 처벌을 피하는 대신 재판에 적극 협조하기로 검찰측과 합의했다. 아울러 벌금 2300만달러를 납부하기로 했다. 매디간 전 하원 의장이 일리노이 주 유틸리티 회사를 압박해 뇌물을 받은 것으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앞서 전기 공급업체인 컴에드(ComEd)사는 지난 2020년 매디간측에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2억달러의 벌금을 납부키로 합의한 바 있다. 일리노이 거대 유틸리티 회사가 정치권 거물에 뇌물을 제공하면서 자사의 이익을 노린 것이 확인된 셈이다. '일리노이 정계 실세', '정치 머신의 상징'으로 불리던 매디건은 51년 전인 1971년 주하원에 입성해 1983년 하원의장직에 올랐고 1998년부터 민주당위원장까지 겸임하며 일리노이 주 정계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 2020년부터 연방수사국(FBI)의 수사 대상에 올라 컴에드 관련부정부패 의혹이 드러나면서 정치 생명 위기를 맞았고, 결국 지난 해 '미국 지방의회 사상 최장수 하원의장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지난 3월 공갈 및 뇌물수수 등 22가지의 혐의로 기소됐고 이번 AT&T 사건을 비롯 계속해서 혐의가 늘어나는 중이며 측근들과 함께 내년 초 재판을 앞두고 있다. Nathan Park•Kevin Rho 기자부패 연루 관련부정부패 의혹 부정 부패 일리노이 정계
2022.10.17. 15:16
한인 여고생 이해민양(사건 당시 19세)을 살해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이던 아드난 사이드(41)가 석방된 후, 볼티모어 검찰의 재기소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이드 석방이 "부패 혐의 재판을 앞둔 지역 검사장의 정치적 결정이었다"는 내용의 본보 단독보도(23일자 A1면)가 나간 이후, "한인이 희생양 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분노하는 한인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볼티모어의 우드론 고교 12학년에 재학중이던 이양은 1999년 1월 13일 실종이 됐고 그로부터 한달 후인 2월 9일 학교에서 멀리 떨어진 리킨 공원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이양이 사라지기 한달 전까지 사귀었던 파키스탄계 이민 2세인 애드난 사이드는 살인혐의로 체포돼 2000년 종신형을 선고받고 지금까지 복역해왔다. 하지만 지난 2014년 공영라디오 NPR이 제작한 팟캐스트가 경찰의 초동수사에 의문을 제기하고 진범이 따로 있을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검찰의 재조사가 이뤄졌다. 검찰은 사이드의 무죄를 인정하지 않았으나 법원에 석방을 요청하는 애매한 태도를 취했다. 검찰은 사건 당시 이양이 입었던 옷과 손톱 밑 등에서 채취한 DNA를 재조사하고 있으며 그 결과에 따라 사이드를 재기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오는 18일까지 다시 기소하지 않으면 공소권을 취소한다고 밝혀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워싱턴 포스트는 전문가 말을 인용해 볼티모어 검찰이 결국 기소를 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매너카 신하 메릴랜드 대학 로스쿨 교수는 "여러 정황상 재기소가 어려울 것이며, 재기소한다면 엄청나게 놀랄만한 일"이라고 밝혔다. 메릴랜드 검찰은 지난 2018년 사이드가 이양을 목졸라 살해할 당시 차량 안에서 발견된 혈흔과 각종 DNA를 조사했으나 사이드의 DNA를 검출하지 못했다. 검찰당국은 지난 3월 과거에는 도입되지 않았던 신기술을 동원해 새로운 증거를 확보할 수 있다며 DNA 재조사에 들어간 상태다. 사이드가 진범이 아니라 석방된 것이 아니라, 진범이라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판단 때문에 석방됐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법률 관계자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볼티모어 시 검찰청 법률 조사업무를 담당했던 할 리에들 씨는 "사이드의 9월19일 석방은 볼티모어 검사장 메릴린 모스비가 개인적으로 빠져있는 곤경과 관련 있다고 확신한다"고 볼티모어 선 지의 기고문에서 밝혔다. 그는 "모스비 검사의 개인적 목적을 위해 사이드가 그 날 서둘러 석방됐으며, 부패혐의로 재판받는 검사장이 아닌 진보적 영웅 검사로 언론에 묘사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런 이미지를 통해 "내년도 배심원들이 판결하는 부패혐의 재판에서, 배심원들이 '영웅 검사가 부패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하도록 하려는 속셈"이라고 분석했다. 메릴린 모스비 검사장의 개인적 욕심으로 한인 이해민 양의 삶과 사이드의 23년간의 복역이 맞교환 되고, 이들 둘 모두가 피해자로 사법역사에 기록되는 것인가. 정의의 잣대에 한인은 물론 메릴랜드 주민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세용 기자 [email protected]검사장 부패 볼티모어 검사장 지역 검사장 사이드 석방
2022.09.26. 14:48
길거리에 주차된 차량 안에서 총상을 입은 시신이 일부 부패된 상태에서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롱비치 경찰국은 지난 14일 오션불러바드 인근에 주차된 차량 안에서 올해 41세 데온드레 워싱턴의 시신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차량 주변에서 심각한 악취가 풍기자 이를 이상하게 생각한 주민들이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사망자 부검 결과 워싱턴을 상체에 다량의 총상을 입고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롱비치 경찰은 용의자나 피해자 관련 제보(562-570-7244)를 기다리고 있다. 부패 총상 총상 사망 이후 사망자 롱비치 경찰국
2022.09.16. 14:23
유사 이래 수없이 반복되었던 국가들의 흥망성쇠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국가 멸망의 내적 요인으로 부정부패가 가장 대표적으로 지목된다. 한 나라의 발흥기에 확립된 국가기강은 태평성대를 거치면서 느슨해지다가 말기에 이르러서는 문란해지며 국가를 흔드는 가장 치명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1800년 6월29일 개혁군주 정조가 갑자기 붕어했다. 11세의 순조가 즉위하자 대왕대비 정순왕후가 수렴청정했다. 이후 외척들이 득세하면서 헌종, 철종까지 안동김씨, 풍양조씨의 60년 세도정치가 이어졌다. 권력독점은 매관매직으로 이어졌고 부정부패가 만연했다. 이는 삼정의 문란으로 나타났다. 전정은 토지 한 결당 쌀 4~6두를 내던 것을 20결을 내게 했고 없는 땅을 있는 것처럼 조작해 더 많은 세금을 내도록 했다. 또한 군정은 1년에 군포 1필을 냈는데 이를 고을별로 총액을 정해 거두어 관리들이 이를 이용해 백성을 수탈했다. 이로 인해 먹고 살기 힘들어 혹여나 도망이라도 가면 연대 책임을 물어 그 몫의 군포를 내야 했고 어린아이나 심지어 죽은 사람까지 군적에 올려 군포를 받곤 했다. 삼정 중에서 환곡의 문란이 가장 심각했다. 빌릴 의사가 없는 사람에게 강제로 곡식을 빌려주었는데 빌려 준 곡식의 질이 매우 심각했다. 곡식에 모래가 섞여 있는 것은 물론이고 반이 겨로 되어 있는 경우도 많았다. 심지어는 곡식을 주지도 않고 이자를 납부하라는 어이없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그리고 환곡된 곡식은 엄청난 고리대로 변질되었다. 삼정이 문란하게 되자 백성은 도탄에 빠졌다. 영화 ‘군도’는 1862년 (철종 13년)에 일어난 ‘진주민란’을 배경으로 한다. 진주민란은 당시 삼남지방(충청도, 전라도, 경상도)을 휩쓸었던 농민봉기로 1862년 한해에만 전국에서 71회의 민란이 일어났다. 당시 삼정의 문란이 얼마나 극심했는지는 다산 정약용이 지은 ‘애절양(哀絶陽)’이라는 시에 잘 나타나 있다. 애절양(哀絶陽)은 “생식기를 잘라버린 서러움”이란 뜻으로 정약용은 이 시를 짓게 된 동기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이 시는 계해년(1803) 가을 내가 강진에서 지은 것이다. 그때 갈밭마을에 사는 백성이 아이를 낳은 지 3일 만에 군적에 올라 있어 이정(里正)이 군포 대신 소를 빼앗아가니 격분한 남편은 칼을 뽑아 자신의 남근을 잘라버리면서 "나는 이 물건 때문에 이런 곤액을 받는구나" 했다. 아내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남근을 가지고 관가에 가서 울면서 호소했으나 문지기가 막아버렸다. 내가 이를 듣고 이 시를 지었다.” “갈밭마을 젊은 아낙 그칠 줄 모르는 통곡소리/ 현문을 향해 가며 하늘에 울부짖길/ 싸움터에 나간 지아비가 못 돌아오는 수는 있어도/ 남자가 그 걸 자른 건 들어본 일이 없다네/ 시아버지는 삼상 나고 애는 아직 물도 안 말랐는데/ 조자손 삼대가 다 군적에 실리다니/ 가서 아무리 호소해도 문지기는 호랑이요/ 이정은 으르렁대며 마굿간 소 몰아가고/ 칼을 갈아 방에 들자 자리에는 피가 가득/ 자식 낳아 곤액 당한 것 한스러워 그랬다네/ 무슨 죄가 있어서 잠실음형 당했던가/ 민땅 자식들 거세한 것 그도 역시 슬픈 일인데/ 자식 낳고 또 낳음은 하늘이 정한 이치기에/ 하늘 닮아 아들 되고 땅 닮아 딸이 되지/ 불깐 말 불깐 돼지 그도 서럽다 할 것인데/ 대 이어갈 생민들이야 말을 더해 무엇하리/ 부자들은 일 년 내내 풍류나 즐기면서/ 낟알 한 톨 비단 한 치 바치는 일 없는데/ 똑같은 백성 두고 왜 그리도 차별일까/ 객창에서 거듭해서 시구편을 외워보네.” 조선을 네 차례 방문한 영국의 이사벨라 버드 비숍 여사는“조선 관료들의 부정행위는 마치 히드라(머리가 아홉 개 달린 그리스 신화 속 괴물)의 머리 같아서 아무리 잘라내도 끝이 없다”고 적었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 조선〉을 쓴 미국의 퍼시벌 로웰은 “조선 관리의 수는 적으나 그들이 곧 나라의 주인이고 나머지 사람은 인구를 늘리는 역할만 할 뿐”이라고 개탄했다. 당시 전라도 강진에 유배 중이던 다산 정약용은 흑산도에 유배 중인 둘째 형 정약전에게 보낸 편지에서 “천하는 썩어버린 지 이미 오래입니다”라고 하였고, 〈방례초본 〉(미완성인 이 책은 나중에 책 제목을 〈경세유표 〉로 바꿈) 서문에서 이렇게 적었다. “세상이 털끝 하나까지도 병들지 않은 곳이 없으니, 지금 이것을 고치지 않는다면 반드시 나라를 망하게 하고야 말 것이다.”또한 1821년에 쓴 〈목민심서〉 자서(自序)를 읽어보자.“오늘날 백성을 다스리는 자들은 오직 거둬들이는 데만 급급하고 백성을 기를 줄은 모른다. 백성들은 여위고 시달리고, 시들고 병들어 쓰러져 진구렁을 메우는데, 그들을 기른다는 자들은 화려한 옷과 맛있는 음식으로 자기만을 살찌우고 있다. 어찌 슬프지 아니한가.” 조선은 스스로 망했다. 무능한 고종과 부귀양명에 눈이 먼 신하들이 망국의 길을 자초했다. 맹자는 “한 나라가 멸망하는 것을 보면, 반드시 그 나라 스스로가 망할 짓을 한 후에 다른 나라가 그 나라를 멸망시킨다..”라고 했다. 조선이 망한 것은 일본의 침략 이전에 우리 스스로 ‘망할 짓’을 했다는 의미다. 군주인 고종은 무능했고, 신하들은 부패해 권력만 탐했고 가렴주구를 일삼아 나라를 망할 지경으로 만들었다. 나라는 망했지만 왕실은 일제로부터 엄청난 은사금을 받았고 신하들은 백성들의 피폐함에도 불구하고 호가호위했다. 오죽했으면 중국의 계몽 지식인 량치차오(梁啓超)가 한일합방 직후인 1910년 9월에 쓴 〈조선 멸망의 원인〉이라는 글에서 “일본이 정예를 길러 남의 나라를 망하게 할 수 있는 실력을 가진 것만이 문제겠는가. 돌이켜보건대, 조선이 망하는 길을 취하지 않았다면 비록 100개의 일본이라고 하더라도 저들이 어쩌겠는가.”라고 통탄했다. 량치차오는 “조선을 망하게 한 자는 처음에는 중국인이었고, 이어서 러시아인이었으며, 마지막은 일본인이다. 그렇지만 중국·러시아·일본인이 조선을 망하게 한 것이 아니라 조선 스스로 망한 것이다.”라고 했다. 그렇다. 조선은 스스로 망한 것이다. 오늘이라고 달라졌을까. 언론매체에 하루가 멀다 하고 온갖 비리와 의혹이 쏟아져 나온다. 정치인은 ‘부패 백화점’의 단골손님이다.‘동지애로 똘똘 뭉친 좌파는 정권 탈취를 위한 선전·선동에 능하듯이 그들의 공동이익 추구 카르텔에도 능하다. 천하의 공물(公物)인 대한민국을 자기네 패거리의 사유물로 포획해 독점하려 한다. 작은 도둑은 처벌받는데 큰 도둑이 더 큰소리치고 활개 치는 세상이 우릴 허탈하게 한다. 좌파정권은 현란한 정의의 수사(修辭)로 도둑정치의 난정(亂政)을 은폐한다. 이러고도 대한민국이 온전하길 바랄 수 있을까. 대장동 의혹을 보라. 복마전이 따로 없다. 비리의 규모와 수법에 국민이 분노하는데 잘못한 사람이 없다고 한다. 이 의혹의 몸통으로 지목받는 사람은 “단군 이래 최대의 개발이익 환수”라고 주장하지만, 그 실체는 땅 짚고 헤엄치기 사업으로 드러났고, 이렇게 쉽게 벌어들인 엄청난 돈을 펑펑 지출한 건 국민을 더욱 허탈하게 한다. 권력이 국민 재산을 약탈하는 도둑정치는 개탄스럽다. 하지만 정권이 정의를 사칭하고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도둑질해 국민을 속이고 나라의 영혼을 훼손하는 것은 훨씬 무서운 일이다. 실물 자산은 복원할 수 있어도 국가를 이끄는 근본 가치와 규범은 회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부정부패는 우리 스스로 재앙을 부르는 짓이나 다름없다. 만해 한용운의 말이 가슴을 울린다. “망국의 한이 크지 아니한 것은 아니나, 정복자만을 원망하는 자는 언제든지 그 한을 풀기가 어려운 것이다. 불행한 경지를 만나면 흔히 하늘을 원망하고 사람을 탓한다. 강자를 원망하고 사회를 저주하고 천지를 원망한다. 얼핏 보면 영웅처럼 보인다. 그러나 자기를 약하게 한 것은 다른 강자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며, 자기를 불행케 한 것은 사회나 천지나 시대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다. 망국의 원인이 제거되지 않는 이상, 제이 제삼의 정복자가 다시 나타나게 된다. 자기 불행도, 자기 행복도 남에 의해 온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가련하기도 하지만 가증스럽기가 더할 수 없다.” 김지민 기자조선 부패 조선 관료들 조선 관리 국가 멸망
2022.02.22. 7:12
한인타운 70% 이상이 포함된 LA 10지구가 요동치고 있다. 뇌물공여 등 20개 혐의로 지난주 연방검찰에 전격 기소된 마크 리들리-토머스(66·사진) 시의원이 성명을 통해 무죄를 주장하며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여론은 그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에릭 가세티 LA시장도 입장을 표명했다. “만약 기소 내용이 사실이라면 대가 치를 준비를 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계 관계자 대다수는 리들리-토머스가 각종 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으면서 10지구를 동시에 이끌어 나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사퇴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익명을 원한 LA시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리들리-토머스의 올해 사퇴 가능성이 90% 이상”이라며 “보궐선거 전까지 10지구는 시의원 대행 체제로 돌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가 사퇴하면 보궐선거는 내년 예비선거인 6월에 함께 시행될 예정이다. 변수는 선거구 지도다. 선거구 재조정으로 인해 내년에 LA시 15개 지역 선거구는 바뀐다. 10지구도 마찬가지다. 한인타운 몇 퍼센트가 포함될지, 현재로선 미지수다. 선거구 재조정에 참여하고 있는 스티브 강 Ktown 태스크포스 홍보담당은 “한인타운 단일화 가능성은 높다”면서도 “하지만 한인타운이 10지구가 아닌 다른 지역으로 옮겨갈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LA시선거구재조정위원회(LACCRC) 측은 한인타운을 10지구에서 다른 선거구로 이동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재조정에 참여하고 있는 관계자는 “그동안 10지구는 흑인 지역구였다. 한인 유권자가 많은 한인타운을 10지구에 포함할 경우 흑인 정치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판단을 (LACCRC 측에서) 할 수 있다”고 했다. 남은 공청회와 지도 수정 과정에 한인타운을 다른 선거구로 이동하거나 축소하도록 입김을 넣을 수 있다는 것이다. 관계자들은 여러 정황을 미루어 볼 때 보궐선거 시행 가능성은 높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인 후보군 이름도 나온다.〈본지 10월 15일 A-4면〉 지난해 10지구 선거에서 리들리-토머스에게 본선에서 패했던 그레이스 유 변호사는 성명을 통해 “마르티네스 시의장이 리들리-토머스의 시의원직을 박탈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유 변호사가 출마하면 이번이 세 번째 출마다. 이외 LA시 캐니버스 감독위원회 위원장인 로버트 안 변호사 출마설도 계속 나돌고 있다. 안 변호사는 과거 캘리포니아 연방하원 34지구에 출마해 본선까지 진출한 바 있다. 원용석 기자
2021.10.17. 2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