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북극곰이 살찌는 이유
북극곰의 사냥터가 급속히 줄어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르웨이의 외딴 지역 스발바르 군도에 서식하는 북극곰들은 오히려 살이 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관심을 끈다. 연구에 따르면, 군도가 포함된 바렌츠해는 다른 북극 지역보다 기온 상승 폭이 커 다른 북극곰 서식지보다 해빙(海氷)이 훨씬 더 빠르게 줄고 있다. 이번 연구의 주 저자는 “해빙의 감소에도 북극곰들의 신체 상태(체지방 증가)가 개선되었다는 점은 매우 놀라운 결과”라고 말했다. 스발바르의 북극곰들은 순록이나 바다코끼리 같은 육상 먹잇감을 포식하며, 몸집을 키운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기온 상승(극지 온난화)으로 해빙 면적이 줄어들면서 주요 먹잇감인 고리무늬물범(ringed seals)의 사냥도 수월해진 것으로 보인다. 물범의 서식지가 줄어들어 면적당 밀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1995년부터 2019년 사이 성체 북극곰 770마리의 ‘신체 상태 지수(BCI: body condition index)’를 통해 체지방을 분석했다. 그 결과, 북극곰들의 BCI는 2000년까지는 감소세를 보였으나, 이후에는 해빙이 급격히 줄어든 시기임에도 증가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04년 당시 1900~3600마리로 추산됐던 바렌츠해 북극곰의 총 개체 수도 증가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최근 수십 년간 북극의 기온 상승 폭은 지구 전체 평균치의 2~4배에 달한다. 특히 바렌츠해의 경우 지난 40년 동안 다른 북극 지역들보다도 훨씬 가파른 기온 상승을 보였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10년마다 최대 2℃씩 기온이 치솟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지역은 1979년부터 2014년 사이 다른 지역에 비해 북극곰 서식지인 해빙이 두 배 이상 빠른 속도로 사라졌다. 이번 연구 결과는 북극의 다른 지역 북극곰들에 대한 연구 결과와 상반되는 것이라 연구자들의 예상이 빗나갔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흥미롭다. 가령, 캐나다 허드슨만에 서식하는 북극곰들의 신체 상태는 극지 온난화로 인해 크게 나빠졌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번 연구의 주 저자는 2003년 당시 북극곰의 미래를 예측해 보라는 요청을 받았다면, “북극곰들은 점점 더 말라갈 것”이라고 단언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하지만 우리는 정반대의 현상을 목격하고 있다. 북극곰들은 육지에서 보내는 시간이 훨씬 더 길어졌음에도 더 양호한 신체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극곰의 신체 상태 악화는 개체 수에 문제가 발생 할 것을 알리는 징후로 여겨진다. 즉, 북극곰의 서식 환경이 나빠져 먹이를 구하기가 어려워지면, 지방을 비축하지 못해 점점 야위어 갈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번 스발바르에서 나타난 예상 밖의 결과는 한 지역의 연구 결과를 다른 지역까지 섣불리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이어 스발바르의 상황이 “서식지, 생태계 구조, 에너지 섭취량, 그리고 에너지 소비량 사이의 복잡한 상호 관계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 저자는 “좋은 소식이기는 하지만, 이번 연구는 지구 온난화와 해빙 감소로 인해 북극곰들이 가까운 미래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북극곰들이 바다코끼리나 순록을 사냥할 수는 있겠지만, 해빙 위에서 물범을 사냥하는 것에 의존하는 것이 정상적이기 때문이다. 또 육상에서 북극곰의 행동반경이 넓어짐에 따라 인간과의 조우 또한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즉, 인간의 활동도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극지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의 지역적 차이가 더 현저하게 나타나고 있다. 김용원 / 알래스카주립대 페어뱅크스 교수기고 북극곰 북극곰 서식지 지역 북극곰들 당시 북극곰
2026.03.31. 18: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