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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분노를 파는 시대

지난 한 해 전세계 사람들이 어떤 일에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지고 살아 왔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것은, 매년 12월에 옥스포드 사전 측에서 선정하는, 올 해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와 그와 함께 최종 경쟁을 보였던 단어들을 살펴 보는 일이다.   이 단어들이 2025 문화적 흐름을 반영해 세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올 해의 단어로는 ‘분노 미끼(Rage bait)’가 선정되었다. 이는 사람들을 화나게 하고, 격분하도록 고의로 설계된 온라인 콘텐츠를 뜻한다. 조회 수를 높일 목적으로 이를 읽거나 보는 이들에게 분노나 짜증을 유발하게 하는 글, 그림, 영상 등을 가리킨다. 올 해 사용 빈도가 3배나 늘었다고 한다.   올 해의 단어가 선정되기 마지막까지 경쟁을 벌였던 단어는 ‘아우라 파밍(Aura farming)’과 ‘바이오핵(Biohack)’이었다.   아우라 파밍은 멋있게 보이려고 일부러 분위기나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다. SNS를 이용해 인상적이고 매력적인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어 은근히, 공개적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요즘은 늙은 오빠라고 착각하는 사람들도 이런 행동을 한다.   이는 지나치게 남에게 어떻게 보이는가에 자신을 맞추면서 거꾸로 자존감을 잃게 될 수도 있다. 젊은 연예인들이 악성 댓글 때문에 자살까지 하는 예에서 이의 폐단을 읽을 수 있다.   다른 경쟁 단어였던 바이오핵은 몸의 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식단 조절, 생활 습관의 변화 등을 적극적으로 실천하여 자신의 신체, 건강, 수명 등을 최적화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뜻한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과도한 목표를 세우고, 거기에 몰입하고 있는 것 같다.   삶의 가치를 내면에서 찾지 않고 외적인 것에서 찾는 것이 지나치면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 건강은 삶을 위한 좋은 수단이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건강하지 않은 사람도 얼마든지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고, 또 그렇게 살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우리 몸은 최적화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나이 들어가는 동반자이다.   경쟁했던 두 단어가 개인에게 치중된 반면 최종 선정된 분노미끼는 사회를 위험에 빠트릴 수도 있는 디지털 문화의 변화를 의미한다. 온라인 콘텐츠가 단순한 정보나 지식의 제공이나 즐거움을 제공하는 ‘클릭 미끼(Click-bait)’가 아니라, 감정을 조작하고 참여를 유도해 극단적으로 편향된 집단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SNS의 알고리즘은 무엇을 제공해야 더 많은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지 너무 잘 알고 있다.   최근 중앙일보와 한국 갤럽이 지난 11월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 1년간 한국 사회와 정치에 관련해 “음모론이 많아 졌다는 주장에 대해 동의하느냐”라고 물은 결과 65%가 ‘동의한다’였고, 26%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20대 등 젊을수록 긍정 비율이 높았고,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접하는 층일수록 부정 비율이 높았다.   같은 성향의 내용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알고리즘의 특성 때문인 것 같다. 우리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무엇인가에 지배당할 수도 있는 미래를 보는 것 같아 염려스럽다.  최성규 / 베스트 영어 훈련 원장열린광장 분노 분노 미끼 온라인 콘텐츠 한국 사회

2025.12.2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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