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S에 엠퍼시가 뿌리내리기 어려운 것은 그 플랫폼이 지나치게 인상 관리에 적합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곳에서는 누군가와 직접 접촉할 때와 달리 보여주고 싶지 않은 표정은 보여주지 않아도 된다. 항상 무수한 청중이 있는 장소에서는 누군가에게 건네는 말이나 타인에 대한 말조차 인상 관리의 일환이다. 이처럼 각자가 자기 인상의 총체적인 프로듀스로 바쁜 공간에서는 그 사람의 ‘무대 뒤’ 모습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브래디 미카코『타인의 신발을 신어보다』 두 가지 공감력이 있다. 하나는 단순히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거나 가엽게 여기는 ‘심퍼시(sympathy)’. 또 하나는 역지사지 타인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지적인 공감력 ‘엠퍼시(empathy)’다. 저자는 극단적 갈등과 불관용의 시대 ‘타인의 신발을 신어보는’ 엠퍼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민주주의를 위한 필수 요소이기도 하다. 타인의 신발을 신어보기 위해서는 먼저 내 신발을 벗어야 한다. 자기객관화다. ‘좋아요’가 넘쳐나는 공감의 공간인 SNS가 오히려 엠퍼시의 황무지가 되는 것도 이런 자기객관화 부재와 관련 있다. “SNS가 일상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비인간적인 언어가 소용돌이치는 장소가 되어버린 것도 익명성보다 너무도 순수하게 ‘보이는 것이 전부’인 ‘무대 앞’이기에 타인을 한 사람의 인간으로 볼 수 없어 엠퍼시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기 때문은 아닐까. 심퍼시적 ‘좋아요!’는 많이 누르지만 엠퍼시의 황야가 되기 쉬운 공간, 그곳이 SNS가 아닐까.”문장으로 읽는 책 브래디 신발 자기객관화 부재 공간 그곳 자기 인상
2022.07.21. 18:48
“은퇴하겠다”던 노장 선수가 40일 만에 자신의 말을 확 뒤집고 복귀를 선언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 환영과 응원의 인사를 건넨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말을 바꿨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을 법도 했다. 어쩌면 이 사나이니까 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프로풋볼의 살아있는 전설, 톰 브래디(45)의 이야기다. 프로풋볼(NFL) 사상 최고 선수로 꼽히는 브래디는 지난달 2일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당시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쓰기 어려운 말이지만 이제는 해야 한다”면서 은퇴 결심을 밝혔다. 하지만 40일 만인 지난 14일 “내가 있어야 할 곳은 필드”라며 은퇴를 번복했다. 23번째 시즌 경력을 이어갈 것을 분명히 밝혔다. 그의 변심에 소속팀과 팬들은 물론 매체들까지 나서 전설의 귀환을 기뻐했다. 브래디는 지금까지 22년간 수퍼볼 우승 7회, 최우수선수(MVP) 3회, 수퍼볼 MVP 5회 등을 차지한 역대 최고의 쿼터백이다. 은퇴한 페이튼·일라이 매닝 형제 등 기라성 같은 선수들이 그의 라이벌로 거론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은 점점 흐릿해졌다. 반면 브래디는 점점 또렷해졌다. 누구보다 오래 현역 생활을 이어오며 차곡차곡 대기록을 쌓았고, 이제는 누구도 따라오기 힘들게 됐다. 은퇴 번복으로 그 격차는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롱런의 비결은 타고난 재능 덕분이었을까. 브래디는 아버지와 세 아들이 모두 NFL 선수로 활약한 매닝 가(家)처럼 명문 미식축구 집안의 우월한 유전자를 타고나지 않았다. 그는 철저히 무명으로 출발했다. 200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99순위로 뉴잉글랜드에 입단했다. 하지만 ‘훈련 중독자’라고 불릴 만큼 피나는 노력으로 실력을 끌어올렸다. 커피와 술은 물론 설탕과 조미료도 먹지 않는 철저한 식단관리도 병행한다. 불혹을 훌쩍 넘긴 그가 피 끓는 20대들과 나란히 경쟁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브래디의 포지션인 쿼터백은 팀의 사령관이자 리더다. 그의 손끝에서 전술이 시작되고, 완성된다. 그만큼 책임이 무거운 자리다. 브래디처럼 철저한 자기관리와 피나는 노력으로 조직을 살리는 리더들이 우리 사회에도 많아지길 기대한다. “이제 그만하겠다”고 무대를 내려가려 할 때 은퇴를 번복시키고 싶을 만큼 훌륭한, 그런 리더가 보고 싶다. 장주영 / 한국 중앙일보 사회에디터J네트워크 브래디 복귀 반면 브래디 은퇴 번복 은퇴 결심
2022.03.20. 1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