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의는 바른 길이어야 한다
지난 1월3일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63) 대통령을 전격 체포해 미국으로 송환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마약 테러리즘에 대한 사법적 승리라고 평가했지만, 한 국가의 수장을 무력으로 체포해 자국 법정에 세운 이번 조치는 국제사회에 심각한 논란을 남겼다. 독재 정권의 종식과는 별개로, 이번 사건은 법치가 아닌 힘의 논리가 국제질서를 대신할 수 있다는 위험한 선례가 됐기 때문이다. 마두로는 나쁜 지도자였다. 12년간의 장기 집권과 부정선거, 인권 탄압으로 권력을 유지했고, 세계 최대 수준의 석유 자원을 보유하고도 무능한 정책으로 국민을 빈곤과 기아로 내몰았다. 그의 통치는 분명 종식돼야 했다. 그러나 이번 사안의 핵심은 마두로의 선악 여부가 아니라, 한 국가가 타국 영토에서 현직 지도자를 체포해 압송하는 행위의 정당성이다. 국제 형사 사법은 사법 공조와 공식적인 인도 절차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기본 원칙이다. 이를 무시한 이번 작전은 적법성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한 전례를 들어 이번 작전을 옹호한다. 그러나 두 사건은 대상의 지위와 법적 근거에서 본질적으로 다르다. 빈 라덴은 비국가 테러 조직의 우두머리였고, 그의 사살은 9·11 테러 이후 의회의 승인을 받은 ‘무력사용권한(AUMF)’에 따른 전시 작전이었다. 반면 마두로는 주권 국가의 현직 수장이며, 체포 명분은 일반 형사법상의 마약 혐의다. 이를 자위권이나 미국민 보호 권한으로 정당화하는 것은 자의적 법 해석이라는 비판을 낳는다. 더 우려스러운 대목은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향후 통치에 관여할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다. 이는 사법 집행을 넘어 사실상의 정권 교체와 내정 개입으로 비칠 수 있다. 외부의 강제 개입은 내부 정치의 정당성을 약화시키고, 그 피해는 결국 베네수엘라 국민에게 돌아간다. 미주 한인사회가 이번 사태를 복잡한 심경으로 지켜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정학적 갈등이 첨예한 한반도를 모국으로 둔 우리에게, 강대국의 일방적 무력 행사는 결코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힘의 논리가 법과 원칙을 압도할 때 어떤 비극이 초래되는지 우리는 역사 속에서 이미 뼈저리게 경험했다. 나쁜 지도자는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그 책임을 묻는 방식은 규범에 기반한 질서(Rules-based Order)에 따라야 한다. 원칙은 때로 더디고 고통스럽다. 하지만 빠른 길보다 바른 길을 택할 때에만 다음 세대에 부끄럽지 않은 질서를 남길 수 있다.사설 비국가 테러 일반 형사법상 마약 테러리즘
2026.01.07.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