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뱅크 뒤채(ADU) 임대 주택 2베드룸, 2배스룸, 1000스퀘어피트, 월 4500달러.” 지난해 페이스북에 한 임대인이 올린 게시물에 수십 개의 댓글이 달렸다. 이들은 “ADU 임대료가 진짜 4500달러?”, “4500달러 임대료를 모아 집을 사는게 낫겠다”, “가난한 사람들이 모기지를 갚아 집주인 부자 만들자” 등 50여개 가까운 댓글과 이모티콘으로 집주인을 비난했다. LA타임스는 “남가주에서 임대료가 계속 오르면서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SNS)에서 임대료가 비싼 매물을 대상으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 온라인 전쟁이 벌어지면서 ‘렌트 셰이밍(rent shaming)’ 사례가 늘고 있다”고 11일 보도했다. ‘렌트 셰이밍’은 비싼 임대료로 폭리를 노리는 집주인을 비난하는 현상이다. 집주인들 입장에서는 ‘렌트 셰이밍’을 세입자를 구하려는 노력을 악화시키는 사이버 괴롭힘으로 간주한다. 반면 임차인에게는 비싼 임대 매물을 지적하고 여론화하는 수단이다. 이런 ‘렌트 셰이밍’ 현상은 부동산 업계의 디지털 전환을 대변한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임차인은 ‘임대(For Rent)’ 표지판이 있는 전화번호로 연락하거나 부동산 중개인을 통해 임대 매물을 확인했다. 페이스북이나 넥스트도어 같이 플랫폼에 임대 매물이 게시되면서 임대 매물 판단이 쉬워졌지만, 급등한 임대료를 두고 집주인과 세입자간의 온라인 전쟁도 시작됐다. LA카운티 아파트 평균 임대료는 지난 2014년 1471달러였다. 10년만인 올해 중간 임대료는 2796달러로 90.1%, 2배 가까이 뛰었다. 지난해 1월 1일부터 11월 15일까지 190만 건의 임대료를 분석한 렌트홉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LA는 전국에서 임차인에게 임대료가 가장 비싼 우편번호 100개 중 15개를 차지했다. 샌타모니카와 말리부 같은 대표적인 부유층 도시가 상위권에 올랐고 이보다 저렴하다고 생각하는 한인타운 포함 LA도심 지역도 상위 100위 안에 들었다. 〈표 참조〉 한인타운과 윌셔 파크(우편번호 90010)는 95위로 2베드룸 중간 임대료는 4500달러, 1베드룸은 3112달러로 나타났다. 가장 비싼 우편번호 15개는 LA와 주변 도시(베벌리힐스, 마리나 델레이, 산타모니카)에 있다. 우편번호 90272(퍼시픽 팰리세이즈)의 침실 2개 중간 임대료는 5998달러, 우편번호 90067(센추리 시티)은 7523달러, 우편번호 90210(베버리힐스)은 5950달러로 나타났다. 전국에서 가장 임대료가 비싼 도시는 플로리다주 피셔 아일랜드(우편번호 33109)로 2베드룸 중간 임대료는 2만 달러, 1베드룸은 1만2000달러다. 상위 100개 우편번호는 7개 주에 집중되어 있으며, 그중 42개가 뉴욕에 있고 이어 30개가 캘리포니아에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은영 기자 [email protected]렌트비 비난 중간 임대료 임대 매물 우편번호 15개
2024.12.11. 21:18
오래전, 그러니까 한·중이 국교를 수립하기 전 1985년 중국 출장 갔을 때 이야기다. 같은 동네 지인 한 분이 북경에 가면 꼭 만나보고 오라며 전화번호를 하나를 손에 쥐여주었다. 해방 전 동아일보 상해 특파원으로 일하셨던 형님인데 북한을 조국으로 택하면서 안 계신 분으로 여기고 산다는 아픈 이야기와 함께 말이다. 홍콩에서 배를 타고 밤새 달려 도착한 곳은 중국의 최남단 샤먼이었다. 맑은 날 새벽이면 대만의 닭 울음소리가 들린다고 할 정도로 본토와 가까운 곳으로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에 따라 대만의 많은 기업이 들어와 공장을 돌리고 있던 곳이다. 당시만 해도 공산국 하면 머리에 뿔 달린 사람이 사는 곳인 양 외면해오던 정서라 머무는 내내 마음고생이 많았던 것 같다. 아무튼 3일간의 샤먼 일정을 잘 끝내고 북경행 비행기에 올랐다. 아무리 국내선이라지만 명색이 중국 수도를 오르내리는 비행기 안인데 시골 버스처럼 북새통이다. 좌석에 앉은 아낙네의 머리 위로 짐보따리도 보였고 엄마 아빠의 무릎에 앉혀 가거나 간간이 가슴을 열고 젖을 물리고 있는 모습조차 보여 민망하였다. 그 가운데 지금도 기억나는 명장면은 천상의 식사 때다. 한국 비행기처럼 쇠고기, 닭고기 중 어느 것을 택하겠느냐는 즐거운 선택까지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차마 바퀴 달린수레를밀고 온 여승무원이 무표정한 모습으로 승객들의 무릎을 향해 포장도 안 된 닭 다리를 던질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않았다. 북경에서 찾은 그분의 집은 키보다 높은 담장을 낀 솟을대문 안 작은마을에 있었다. 중국이 지주들의 집을 빼앗아 수십 개로 분할해 살게 했기 때문이란다. 어르신도 집안 작은 공터를 불하받아 부엌 딸린방 한 칸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한다. 아무튼 이날 일제 치하에서 나라 없는 백성이 당한 설움, 해방 후 북한을 택한 속사정은 물론 김일성의 초청으로 방문할 때마다 영웅훈장과 흉장들을 수없이 하사받은 이야기를 들었다. 한참 후 화장실이 어디냐고 물으니 부인께서 ‘후라쉬’을 챙겨 대문 밖 공터로 안내한다. 아하! 말로만 듣던 중국여행 시필수지참물우산과 신문지가 요긴한 바로 그곳이다. 그리고 7년! 1992년 한·중이 외교관계를 맺은 가을 그분을 다시 만났다. 이번엔 그때와 달리 숙연함 속에 눈가에 서리는 눈물과 함께 종래는 금이야 옥이야 했던 훈장과 흉장들을 통째로마당 저편으로 던지며 “속고 살았다”를 반복하셨다. 왜 뜬금없이 돌아가신 중국 동포 이야길 하느냐고요? 그분의 이야기가 나와 우리들의 이야기이고, 나아가 70년 전 러시아인으로 사시다 카자흐스탄으로 끌려가 어렵게 사셨던 홍범도 장군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홍범도 장군 이야기는 2년 전 9월 본란에 ‘홍 장군에 덮어씌우려는 악의 인션티브’라는 제하의 칼럼을 게재한 바 있다. 당시 문재인 정부가 홍 장군 유해를 카자흐스탄에서 모셔온 뒤 대전현충원에 봉안한 것을 보수 만화가 윤서인이라는 사람이 ‘홍 장군이 공산주의 투사’라며 ‘문 씨 미쳤다’고 맹비난하는 것을 보고 역사적 사실과 함께 반박 글을 쓴 것이다. 돌이켜보면 일제 치하에서 한 분은 중국 땅에서 살기 위해 북한을 조국으로 택할 수밖에 없었고, 한 분은 일본의 공적 1호, 요주의 인물로 낙인되어 중국 땅에서더는 목숨을 부지할 수 없어 러시아로 건너가 그 나라 주인 레닌의 호의를 마다할 수 없었던 신분이었다. 그런 그분들을 지금의 잣대로 평가하며 비난할 수 있을까? 그때 대한민국은 그들이 비빌 언덕이라도 되어주지도 못했으면서도 말이다. 김도수 / 자유기고가살며 생각하며 비난 장군 이야기 동포 이야기 북경행 비행기
2023.11.10. 18:32
‘강철동맹’을 외치는 한·미 정상을 지켜본 중국의 불안감은 흉기 같은 거친 언사로 뿜어져 나왔다. 사드 사태 이후 잠잠했던 한·중 관계가 다시 격랑에 빠져들 분위기다. 후시진 전 환구시보 편집인은 지난달 27일 ‘대세는 거스르기 힘들 것’이란 제목의 칼럼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윤 대통령에 대해 그는 “한·중 수교 이후 중국에 가장 비우호적인 한국 대통령이자 한국 사회의 반중 정서를 부추기는 실질적인 선동자 중 한 명”이라며 “한국을 악의 길로 몰아가고 있다”고 직격했다. 심지어 “윤 대통령은 중국 문화에서 정의하는 소인배로 도덕성이 부족하고 전략적 몽유병 환자처럼 행동한다”며 “중국은 그와 같은 정치인들을 질책하고 결코 면죄부를 줘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국을 미국의 ‘전략적 볼모’로 전락하게 했다면서다.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과격한 언사다. 중국 ‘전랑(戰狼)’ 언론의 대표격인 그는 소셜미디어 2476만 명의 팔로워를 이끌고 당국의 의중대로 여론을 추동해 왔다. “중국은 전략적 결단을 유지해 윤 정부와 춤도 추지 말아야 한다”는 대목에선 이후 중국의 반격을 짐작하게 한다. 중국의 태도에 일단 우리 정부는 할 말은 하겠다는 기조다. 중국 외교부가 윤 대통령의 대만 발언에 대해 지난달 20일 “말참견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하자 “무례한 발언은 용납하지 않겠다”고 맞받았다. “일본에 무릎 꿇었다”는 중국 매체 보도엔 “오만이 도를 넘었다”고 발끈했다. 반박과 더불어 “무력에 의한 현상 변경은 안 된다”는 발언에 흥분한 중국에 “하나의 중국 원칙 존중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는 우리 외교부의 응수는 시의적절했다. 당사국 모두에 해당하는 원론적인 발언에 흥분해 중국이 외교적 예의마저 잃었다는 인상만 남겼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도 한미공동성명을 문제삼아 “대만 문제에서 잘못되고 위험한 길로 가지 마라”고 경고했다. 한·미간 반도체 협력을 두고 “미국 명령을 따르면 한국 기업에 피해가 갈 것”이란 중국의 반응도 과도한 측면이 있다. 미국의 제안은 우리 기업들이 중국에 수출하는 물량을 줄이라는 것이 아니라 중국의 칩 부족분을 채워주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칩 수입량이 줄어드는 중국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다급해진 중국이 에둘러 한국을 압박한 셈이다. 한·미 회담 이후 중국이 어떤 대응에 나설지는 분명치 않다. 그러나 북한 문제와 수출 기업 제재 등 중국이 쓸 수 있는 수단은 다양하다. 중국이 받는 압력이 커질수록 반격의 강도도 세질 수 있다. 박성훈 / 베이징특파원J네트워크 중국 비난 윤석열 대통령 한국 사회 대만 발언
2023.04.30. 18:17
‘강철동맹’을 외치는 한·미 정상을 지켜본 중국의 불안감은 흉기 같은 거친 언사로 뿜어져 나왔다. 사드 사태 이후 잠잠했던 한·중 관계가 다시 격랑에 빠져들 분위기다. 후시진 전 환구시보 편집인은 27일 ‘대세는 거스르기 힘들 것’이란 제목의 칼럼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윤 대통령에 대해 그는 “한·중 수교 이후 중국에 가장 비우호적인 한국 대통령이자 한국 사회의 반중 정서를 부추기는 실질적인 선동자 중 한 명”이라며 “한국을 악의 길로 몰아가고 있다”고 직격했다. 심지어 “윤 대통령은 중국 문화에서 정의하는 소인배로 도덕성이 부족하고 전략적 몽유병 환자처럼 행동한다”며 “중국은 그와 같은 정치인들을 질책하고 결코 면죄부를 줘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국을 미국의 ‘전략적 볼모’로 전락하게 했다면서다.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과격한 언사다. 중국 ‘전랑(戰狼)’ 언론의 대표격인 그는 소셜미디어 2476만 명의 팔로워를 이끌고 당국의 의중대로 여론을 추동해 왔다. “중국은 전략적 결단을 유지해 윤 정부와 춤도 추지 말아야 한다”는 대목에선 이후 중국의 반격을 짐작하게 한다. 중국의 태도에 일단 우리 정부는 할 말은 하겠다는 기조다. 중국 외교부가 윤 대통령의 대만 발언에 대해 지난 20일 “말참견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하자 “무례한 발언은 용납하지 않겠다”고 맞받았다. “일본에 무릎 꿇었다”는 중국 매체 보도엔 “오만이 도를 넘었다”고 발끈했다. 반박과 더불어 “무력에 의한 현상 변경은 안 된다”는 발언에 흥분한 중국에 “하나의 중국 원칙 존중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는 우리 외교부의 응수는 시의적절했다. 당사국 모두에 해당하는 원론적인 발언에 흥분해 중국이 외교적 예의마저 잃었다는 인상만 남겼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도 한미공동성명을 문제삼아 “대만 문제에서 잘못되고 위험한 길로 가지 마라”고 경고했다. 한·미간 반도체 협력을 두고 “미국 명령을 따르면 한국 기업에 피해가 갈 것”이란 중국의 반응도 과도한 측면이 있다. 미국의 제안은 우리 기업들이 중국에 수출하는 물량을 줄이라는 것이 아니라 중국의 칩 부족분을 채워주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칩 수입량이 줄어드는 중국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다급해진 중국이 에둘러 한국을 압박한 셈이다. 한·미 회담 이후 중국이 어떤 대응에 나설지는 분명치 않다. 그러나 북한 문제와 수출 기업 제재 등 중국이 쓸 수 있는 수단은 다양하다. 중국이 받는 압력이 커질수록 반격의 강도도 세질 수 있다. 박성훈 / 베이징특파원J네트워크 중국 비난 윤석열 대통령 한국 사회 대만 발언
2023.04.27. 19:12
세계 최대의 이미지·영상 플랫폼인 게티이미지가 우리나라 전통 한복과 부채춤을 중국의 문화로 표기한 사진을 유통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이버 외교 사절단 반크는 게티이미지가 한복을 입고 부채춤을 추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유통하면서 “중국 무용수들이 춘제(음력 1월 1일)를 기념하기 위해 전통 의상을 입는다”는 설명을 달았다고 24일 밝혔다. 반크는 “사진 설명을 보면 세계인 누구나 한복과 부채춤이 중국의 전통의상과 문화로 왜곡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2015년 2월 21일 중국 베이징의 템플 페어에서 열린 춘제 축하공연을 촬영했다. 이 사진은 현재 게티이미지에서 크기에 따라 175달러, 375달러, 499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또 사진은 내셔널지오그래픽 영어 교재에도 같은 설명이 달려 실렸다. 이에 반크는 게티이미지 측에 항의 서한을 보내고 시정을 요청했다. 방치할 경우 해외 유명 교과서, 관광 출판, 방송, 언론에도 확산하기 때문이라고 반크는 설명했다. 반크는 또 게티이미지 외에 해외 유명 사진 공유사이트에 잘못된 내용이 반영되지 않도록 시정 운동과 함께 한국의 전통문화를 제대로 소개하는 사진을 적극적으로 올리는 캠페인을 전개할 계획이다.비난 시정 요청전통문화 한복 부채춤 입고 부채춤
2022.10.24. 20:44
우리 동네 올드타운 한적한 길에 늘 손님이 북적이는 식당이 있다. 교회 오가는 지름길이라 새벽마다 보게 되는데 몇 개의 주변 가게 앞까지 테이블을 길게 놓아뒀음에도 손님이 가득 차고, 특히 주일 아침은 기다리는 손님까지 합세해 식당 주변이 온통 잔칫집 같다. 코로나 전에 몇 번 간 적이 있지만 미국 음식이 그렇지 뭐, 하며 오래 뜸하다가 작년 말쯤 마음이 내켜서 들어갔다. 가계 오픈하는 시간이라 직원들은 분주했고 분위기는 조금 어수선했지만, 세월이 한참 흐른 듯 감회가 새로웠다. 창 옆에 자리를 잡고 주문받으러 오기를 기다리며 가져온 신문을 펼치려는 순간이었다. 조그만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양념통 사이에서 징그러운 바퀴벌레가 슬슬 기어 나왔다. 너무 놀라 벌떡 일어서며 직원을 불렀다. 도저히 음식 먹을 기분이 아니어서 멀뚱하게 바라보는 직원을 뒤로하고 식당을 나와버렸다. 그 집 앞을 오가며 사람들은 모르지, 저 집에서 바퀴벌레가 나왔다는 사실을, 무슨 대단한 비리를 알고 있다는 듯 비난의 마음을 품었다. 그 후 눈길이 더 자주 머무는 그 식당은 변함없이 붐볐고, 친절하기가 짝이 없었던 오래전의 직원 진 할머니가 손님마다 일일이 포옹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몸이 아파서 대수술을 했고 크리스찬임을 자랑스럽게 밝히던 미국 할머니, 하이! 라도 하고 싶었지만 들어가서 먹을 것도 아닌데 싶어 용기를 내지 못했다. 세월은 흘러 바퀴벌레 기억도 희미해져 가고, 아니 그 기억은 그만 접어버리자 마음을 다잡고 며칠 전 그 식당으로 쑥 들어갔다. 우리를 알아본 진 할머니가 그 특유의 환한 웃음으로 다가와 찐하게 포옹을 해댔다. 얼마 만이냐 어떻게 지냈냐 자기는 일주일에 두 번 일하는데 마침 너희들을 보게 되어 반갑다, 그녀의 못 말리는 수다가 이어졌다. 하지만 다른 손님이 들어오자 얼른 그쪽으로 달려가는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이 식당을 이만큼 올려놓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한 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활달한 진 할머니, 그녀의 건강을 기원했다. 직원의 서비스도 중요하지만, 지속해서 손님을 끌기 위해서는 역시 음식 맛일 것이다. 비슷한 메뉴를 가진, 내가 종종 가는 다른 식당의 음식과 자연스럽게 비교가 되었다. 그날따라 바퀴벌레의 기억을 상쇄할 만큼 서비스, 맛, 가격에서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님들이 바본가, 이러니까 오는 거지. 바퀴벌레가 있으면 어때! 정도는 아니지만, 그럴 수도 있는 거구나 혹은 다른 사람이 안 봐서 정말 다행이야 하는 너그러움도 살짝 들었다. 이번 일을 통해 시간을 통과하고 나면 상황을 바라보는 눈이 많이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쁜 경험 혹은 기억으로 인해 좋은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 적은 없었는지, 더 나아가 누군가의 말만 듣고 한 사람을 일방적으로 나쁘게 판단한 경우는 없었는지 돌아보았다. 결점에 매여있다가 놓쳐버린 사람도 있었던 것 같다. 내가 판단 받고 싶지 않듯이 그도 그랬을 것이다. 어! 그런 사람 아니었네! 하면 늦었을 수도 있다. 누군가를 폄하하고 싶을 때 그 누군가의 자리에 나를 세워보기로 한다. 오연희 / 시인이 아침에 비난 바퀴벌레 기억 식당 주변 할머니 하이
2022.09.11. 1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