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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라틴계의 외침이 우리에게 묻는 것

‘포춘(Fortune).’   부를 뜻한다. ‘성공’을 의미하며, 동시에 이를 성취하기 위한 ‘기회’와 ‘계기’를 의미하기도 한다.   미국 생활을 시작하면서 미국인들이 불우한 이웃과 가정들을 지칭하며 ‘Unfortunate’라고 표현하는 것이 인상 깊었다. 그냥 가난하거나 어려운 환경이라고 언급하기보다는 ‘기회나 운이 따르지 않았던’ 사람들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동등한 교육을 비롯해 더 많은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다 보니, 앞서가지 못하는 것을 우회적으로 또는 덜 직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오퍼튜니티(Opportunity)’는 ‘기회’다. 비슷한 ‘챈스(Chance)’와는 무게감이 다른 말이다. 사전의 준비와 계획, 노력 등이 바탕이 된다는 것을 설정하는 단어이며, ‘Chance’에 비해서 더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사회적 의미(Semantics)를 갖는 단어다.   미국은 이런 ‘기회’가 장점인 곳이다. 이민으로 이뤄진 나라다 보니 맨주먹으로 정착해 성공한 스토리는 전 세계에 항상 울림을 준다. 그래서 미국은 줄곧 ‘기회의 땅(Land of opportunity)’으로 선망의 대상이 되어왔다.   독자들의 대부분도 이런 꿈과 희망을 갖고 미국 땅에 발을 들였을 것이다. 더군다나 1950~70년대 초기 이민 선배들은 이런 기회에 다가가기 위해서 궂은 일 마다 않고 열심히 일했다. 아이들 교육에 열정을 다했으며, 미국 사회에 필요한 사람으로 길러내기 위해 애썼다. 덕분에 한인사회는 성공했다. 이제 한인타운과 한국을 무시하는 사람들은 없다. 뛰어난 아이디어와 예술적 감각으로 전 세계를 놀라게 하지 않았나.   연방정부의 불법체류자 단속에 반발하는 시위가 연일 벌어지고 있다. 군대가 동원되면서 다친 사람도 여기저기 나온다. 강력 범죄로 사회 안정을 해치는 범죄자들을 제외하고는 시위대의 대부분은 우리 이웃이자 동료이다. 업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로, 리모델링 작업에 온종일 땀을 흘리는 인부로, 한여름 뜨거운 주방에서도 보조 요리사로 일하는 사람들이다.   굳이 긴 역사를 따지지 않아도 라틴계 이웃들은 더 나은 기회와 운을 갖지 못한 사람들임이 분명하다. 물론 탁월한 노력으로 사회 각계에서 뿌리 내리고 성공의 길을 걷는 라틴계 이웃도 적지 않지만, 대부분은 어려운 가정 형편에 빈곤을 벗어나지 못하고 지낸다. 열심히 벌어서 본국 가족도 먹여 살려야 한다.   한 발짝 물러나 이들에게 적절한 기회가 주어질지, 필요한 최소한의 경제적 여유가 주어질지 생각해보면 우리 사회 안에 매우 많은 요소와 조건들이 아직 요원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평등과 균등의 사회를 지향해도 항상 계층적 구분과 갈등은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라틴계도 더 목소리를 높이고 싶을 테다. 더 기회를 달라고, 차별하지 말고 대접해달라고, 이렇게 열심히 일하고 있으니 믿을 만한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해달라고 말이다. 그래야 미국이 ‘기회의 땅’이 될 것이라고 말이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해지려면 조건이 있다. 당분간 지속할 시위에서 이런 목소리들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경관 대상 폭행, 약탈, 절도 등 폭력적 또는 불법적 행위가 나오지 않도록 자정해야 한다. 한편으론 길거리 시위만 고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더 안전하고 편안한 캠페인이나 계몽운동도 효과적이지 않을까.   한인들도 기억할 것이 있다. 라틴계 이웃들의 어려움과 고충을 이해하고 보다 긍휼한 마음을 가지면 좋겠다. 불과 수십 년 전에 아시안들은 부동산을 구입할 권리조차 갖지 못했었다. 목소리를 높인 결과 이젠 가주 내 한인들 소유 골프장이 수십 개에 달한다. 라틴계도 그런 새로운 기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이번 라틴계의 시위는 현재의 미국이 여전히 기회의 땅인지 여부를 보여줄 것이다. 최인성 / 사회부 부국장중앙칼럼 라틴계 외침 라틴계 이웃들 이번 라틴계 사회적 의미

2025.06.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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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편지] 어린이날

우리나라 어린이날은 1923년 색동회와 천도교소년회 주관으로 제정되었다. 1925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제정된 국제어린이날보다 앞선다. 손병희의 사위이며 아동 문학가인 소파 방정환이 동학의 제2세 교조 해월 최시형 사상의 영향 하에 ‘어린이’라는 말을 처음으로 만들었다. 그 전까지 ‘어리다’의 뜻은 ‘어리석다’는 의미뿐이었다. 동학혁명과 3·1만세독립운동의 정신이 ‘어린이’라는 신조어를 통해 사회적 의미를 새롭게 굳힌 것이다. 우리 민족 고유의 ‘인내천’ 사상이 인류 보편의 휴머니즘으로 발전한 좋은 예다.   사망률이 높은 전근대 사회에서는 아이들에게 존엄성을 부여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성장 과정에서의 통과의례는 그만큼 중요했다. 고대 그리스의 경우 여자아이들을 위한 흥미로운 의식이 있었다. 아테네 근처 브라우론에 있는 아르테미스 여신의 성역에서 해마다 행해지는 ‘브라우로니아(Brauronia) 페스티벌’이다. 사춘기 이전 8∼12세 여자아이들이 1년 동안 그곳에서 지낸 뒤, 떠나기 전에 치르는 행사다. 춤과 달리기 등 여러 종목으로 구성된 이 예식은 사춘기를 맞이하는 여성에게 상징적 의미와 함께 신체 단련의 의미도 있었다.   아르테미스 여신은 산모들의 수호신이기도 했다. 순산을 위해 아르테미스에게 빌었고, 출산 때 입었던 옷을 바치기도 했다. 아이들의 미래 건강을 빌며 그동안 생존한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바쳐진 브라우론 성역의 석상들을 보고 있으면 아이를 사랑하는 고대 그리스 부모들의 간절한 마음이 느껴진다.   우리나라 어린이날의 의의는 서구 전통의 어떠한 어린이 관념과도 비교할 수 없는 근원적인 사상의 발로다. 방정환의 어린이 개념은 일체의 신화적 사유를 거부한다. 인간이 곧 하느님이라는 생각, 따라서 어린이가 곧 하느님이라는 사유가 전제되지 않고서는 어린이날의 바른 의미를 깨달을 수 없다. 김승중 /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아메리카 편지 어린이날 우리나라 어린이날 아르테미스 여신 사회적 의미

2023.05.12.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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