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내 탓이오
텔레비전을 자주 보는 편은 아니지만 얼마 전 한국의 한 TV 프로그램을 보게 됐다. 동물을 소재로 한 것이었다. 아파트에 거주하는 30대 젊은 부부가 반려견을 키우고 있었다. 아내가 퇴근해서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자 개가 주인을 보고 반가워서 어쩔 줄 모르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야단법석이었다. 그녀는 “어이구, 내 새끼 잘 놀았어? 조금만 기다려, 엄마가 맘마 줄게”라며 마치 어린 자녀를 대하듯 말을 해 놀라웠다. 자녀가 없는 외로움을 반려견으로 대신하는 모양이었다. 그녀는 반려견이 소파에 있던 쿠션을 종일 물어뜯어 거실을 난장판으로 어지럽혔는데도 아무 불평 없이 청소했다. 불현듯, 치매에 걸린 시부모가 그렇게 했으면 어떤 행동을 취했을까? 자못 궁금해졌다. 혹시나 부모보다 개가 더 존중받는 시대가 된 것은 아닌지…. 그녀의 다음 행동은 반려견을 안고 식탁에 앉아 밥을 먹는 것이었다. 본인이 한 숟가락 퍼서 먹고 그 숟가락으로 개에게도 한 입 넣어 주는 것이 아닌가?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실내에서 개를 키우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일 것 같다. 우선, 털 날림으로 알레르기가 생길 수 있고, 냄새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소음 문제로 이웃과 다툼의 소지도 있을 법하다. 요즘 한국 사회는 결혼을 하지 않는 사람이 늘어나고 결혼하더라도 자녀를 낳지 않는 추세라고 한다. 양육비와 교육비 부담이 너무 큰 것이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그러다 보니 시골의 농촌 학교는 물론 최근엔 서울에도 신입생이 부족해 문을 닫는 학교가 생기고 있다고 한다. 1인 가구는 넘쳐나도 전체 인구는 줄어들고 집안에서 아이 울음 대신 개 짖는 소리만 들린다고 하니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한국의 저출산 문제는 경제적 부담, 가치관의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된다.의 그렇다면 해결책은 없는 것인가?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이 부담이 아닌 기쁨이 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경제적 지원과 사회적 인프라 확충을 동시에 추진해야 할 것 같고 젊은 층의 인식도 달라져야 한다. 나도 신혼 때 생활 형편이 여의치 않아 딸 한 명만 낳았다. 나중에 이를 후회하기도 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지금의 한국 사회를 보면 불협화음으로 삐거덕거리기도 하는 것 같다. 과연 누구 탓일까? 따지고 보면 나 또한 삐거덕거림에 한몫한 공범이었다. 이 모든 오류를 ‘내 탓이오’ 라고 돌리는 것이 마땅하다. 이제는 묻고 싶다. 우리는 정말 사람답게 살고 있는 것일까? 사람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사람 냄새가 그립다. 이진용 / 수필가발언대 한국 사회 사회적 인프라 저출산 문제
2026.05.28. 20: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