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전체

최신기사

자본주의 중심 뉴욕서, 사회주의 외치는 '금수저 좌파'

하나의 유령이 뉴욕을 배회하고 있다. 사회주의라는 유령이.   뉴욕에 이를 불러낸 건 조란 맘다니라는 33세의 인도계 무슬림 청년이다. 지난 6월 24일 민주당 뉴욕시장 후보 경선에서 앤드루 쿠오모 전 뉴욕 주지사를 누르고 승리했다. 올 2월 지지율 1%에 불과했던 그의 승리 이후 역사상 최초의 무슬림, 인도계 뉴욕 시장의 탄생이 임박했다는 보도가 잇따른다.   승리 원인에 대한 분석은 대동소이하다. 쿠오모가 성추문의 늪에 빠져 있었고, 에릭 애덤스 현 시장의 인기가 바닥이라는 점이 맘다니에겐 훈풍이었다. 뉴욕의 반트럼프 정서 역시 그를 거들었다. 맘다니 선풍은 기득권 정치의 균열 원인이 아니라 그 결과인 셈이다.   그는 선거운동의 귀재다. 5만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가가호호 방문하는 풀뿌리 유세로 톡톡히 효과를 봤다. SNS를 통해 젊은층 중심으로 쌓아둔 팬덤과 소수계라는 인종적 특성도 가점을 받았다.   또 그는 뉴욕시 경선의 선호순위투표제(RCV)를 최대한 활용했다. RCV는 유권자가 복수의 후보에 순위를 매겨 투표하는 방식이다. 과반 후보가 없으면, 최하위 득표자를 탈락시키고 그를 1순위로 선택한 유권자의 2순위 표를 해당 후보에게 보태 계산한다. 이 과정을 어느 한 후보가 과반을 얻을 때까지 반복한다. 맘다니는 비슷한 성향의 후보들과 연대해 2순위에 서로의 이름이 오르도록 유도했다. 이게 쿠오모를 앞설 수 있었던 동력이었다. 오는 11월의 본선은 단순 다득표제로 치러진다.       ▶미국 민주당 급진단체 가입, 정치 첫발   혜성처럼 나타나 뉴욕 정가를 뒤엎어 놓은 맘다니는 누구인가. 1991년 우간다에서 태어나 98년 부모를 따라 뉴욕으로 이주했다. 맨해튼의 사립 초중등학교, 브롱스과학고에 이어 인문계 명문 보든대학을 졸업했다. 그가 다닌 초등학교는 연간 6만6000달러, 대학은 8만6000달러의 등록금을 내야 하는 엘리트 학교다.   그는 부모 덕에 구김살 없이 자란 금수저다. 모친 미라 나이르(67)는 세계적인 영화감독이다. 2001년 '몬순 웨딩'으로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면서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부친 마흐무드 맘다니(79)는 컬럼비아대 교수다. 미국대학교수협회(AAUP)에 따르면 그와 비슷한 경력의 교수 연봉은 약 30만 달러다.   정치학자 마흐무드는 종종 극단적 주장을 편다. 히틀러의 유대인 말살은 링컨의 인디언 토벌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유대인의 시오니즘은 나치즘의 한 형태다, 2023년 11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은 테러가 아닌 군사작전이다… 보수층은 마흐무드의 세계관이 아들에게 영향을 줬다고 본다.   맘다니는 졸업 후 비영리 단체에서 일했다. 집을 압류당한 서민들을 지원하는 일이었다. 또 래퍼로 활동하면서 '미스터 카다몸'이라는 예명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2017년 급진 좌파단체인 민주사회주의연맹(DSA)에 가입하면서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공화당-티파티의 조합과 거울처럼 대칭되는 게 민주당-DSA다. 2018년 미국 시민권을 딴 뒤 2년 만에 퀸즈 36지구의 주의원에 당선했다. 그의 첫 공직이다.   그는 자타 공인 사회주의자다. 거리 투쟁도 마다하지 않는다. 2018년엔 시위를 벌이다 체포된 적도 있다. 당시 "정의는 사무실이 아니라 거리에서 쟁취하는 것"이라며 폼나는 말을 했다.   주의원 4년 동안 통과시킨 법은 단 3건. 그것도 민생과 거리가 먼 절차법들이다. 그는 초라한 입법 실적엔 신경 쓰지 않는다. 그가 내세우는 실적은 거리에 있다. 2021년 택시기사들의 부채 탕감을 요구하며 시청 앞에서 15일간 단식을 했다. 탕감 대상자들은 주로 인도.방글라데시.파키스탄 등 서남아 이민자들이었다. 결과적으로 2억 달러의 부채탕감이 실행돼 6000여 명이 혜택을 받았다. 그가 투사로서의 이미지를 부각시킨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그 성공 경험이 선거 공약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그의 1번 공약은 임대료 동결이다. 임차인들은 연간 20억 달러를 절약할 수 있고, 이게 소비로 이어져 경제가 활성화된다는 주장이다. 싱크탱크 파이브보로 연구소에 따르면 뉴욕시민의 42%가 주거비를 가장 큰 부담으로 여긴다. 많은 사람이 불만스러워하는 문제에 유혹적인 공약을 내놨다는 점에선 선거 감각이 뛰어나다.   임대료 규제는 여러 나라에서 해보다 실패한 정책이다. 공급 부족, 슬럼화 등 부작용 탓에 임차인이 더 고통스러운 규제다. 아르헨티나에선 2023년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좌파 정권 시절의 임대료 규제를 싹 없애자, 공급이 늘고 임대료는 하락했다. 맘다니는 시장원리와 담쌓은 채 사탕발림을 요란하게 선전하고 있다. 정부의 '도덕적 책무' 운운하면서 말이다.   이어 무상보육, 무료 버스, 공공 수퍼마켓이 뒤를 잇는다. 시가 5세 미만 모든 아동의 보육을 책임지겠다고 한다. 버스는 다 공짜로 타고 다니라 한다. 정부가 직접 수퍼마켓을 세워 서민에게 식료품을 싸게 공급하겠다고도 한다. 시간당 16.5달러 수준인 뉴욕의 최저임금을 2030년까지 30달러로 높인다는 계획도 있다.   여느 좌파와 마찬가지로 재원은 증세로 충당한다는 구상이다. 연간 500만 달러 이상 고소득자에 5% 추가 과세하고, 시 법인세를 8.5%에서 11.5%로 인상하며, 억만장자에게 2%의 부유세를 물리겠다 한다. 미국에서 뉴욕은 연방과 주 법인세 외에 시 법인세를 별도로 매기는 유일한 도시다. 공약대로라면 뉴욕 기업의 법인세 부담은 최고 39.75%가 넘는다.   기업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7월 14일 뉴욕에서 만난 한인 사업가들도 전전긍긍하는 분위기였다. "동종업계 사람들 만나면 다들 같은 걱정이다. 접을지 떠날지 둘 중 하나가 될 것 같다."(부동산 에이전트) "일단 견뎌보고, 안 되겠다 싶으면 라스베이거스로 옮길 예정이다."(서비스업 경영자)       ▶공약대로라면 뉴욕 법인세 40% 육박할 듯   공약보다 더 위협적인 것은 그의 과격한 언행이다. 2020년 팟캐스트에서 그는 사유재산 철폐를 주장했다. 2021년 DSA 회의에선 "생산수단을 장악하고 계급의식을 배양하자"고 말했다. 뉴욕 한복판에서 공산당 선언을 한 셈이다. 자신이 태어나던 해에 벌어진 소련 붕괴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다.   무슬림의 정체성을 과하다 싶을 정도로 드러내는 것도 논란이다. 지난 6월 TV토론에서 그는 "이스라엘을 유대 국가로서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반이스라엘 과격파의 구호인 "팔레스타인 투쟁의 세계화(Globalize the Intifada)"에 대한 비판도 거부했다. 반면 이란.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이슬람 전제주의와 열악한 인권 상황엔 눈을 감는다. 성 소수자 권익을 옹호하지만, 동성애에 가혹한 이슬람 국가에겐 아무 말 못 한다.   모두 그런 건 아니지만, 좌파에게서 위선을 빼면 간이 안 맞는다. 맘다니는 2009년 컬럼비아대에 지원하면서 본인 인종을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라고 써낸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에서 이 표현은 흑인과 동의어다. 컬럼비아대는 입학 전형에 흑인을 우대하는 어퍼머티브 액션을 채택하고 있었다. 그 덕을 좀 보려는 의도로 추정되지만, 결과적으론 낙방해 미수에 그쳤다.   그에겐 공과 사의 상반된 두 얼굴이 공존한다. 그는 렌트비 비싸게 받는 건물주를 마치 사회악처럼 매도한다. 정작 자기 모친은 첼시에 117㎡(35평)짜리 아파트를 월 6500달러에 세놓다 2019년 매각했다. 뉴욕 임대료 중간값의 배를 웃도는 금액이다. 서민 주거비 경감이 진심이라면 어려운 이에게 싸게 빌려주자 했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   또 주의회 재산공개에 따르면 그는 '우간다의 강남' 잉자(Jinja)에 1만6200㎡(4900평)의 땅을 보유하고 있다. 재산가치 15만~25만 달러로 기재돼 있는데, 우간다의 보통사람은 사기 어려운 프리미엄급 토지다. 사유재산 철폐를 주장하면서 우간다에 땅을 사두는 투자감각이 남다르다. 위선적인 좌파만큼 위선적인 인간도 없다.   물론 부자라 해서 좌파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부자가 노동자들에 공감해 함께 투쟁하는 것과, 노동계급인 척하며 표를 얻으려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전자는 연대, 후자는 연기다. 상식이 있다면 맘다니가 어느 쪽인지 알 수 있다.   뉴욕시장은 웬만한 주지사보다 큰 자리다. 미국 50개 주 가운데 뉴욕(850만 명)보다 많은 주민이 사는 주는 12곳뿐이다. 한 해 예산 규모(1150억 달러)는 주 단위로 따져 캘리포니아, 뉴욕시를 뺀 뉴욕주, 그리고 텍사스에 이어 네 번째로 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뉴욕시장 선거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   혹시 맘다니가 시장 되면 뉴욕이 평양처럼 변할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의 핵심 지지자들이 그걸 원하진 않을 듯하다. 뉴욕 선관위에 따르면 그는 경선에서 소득 7만5000~15만 달러 구간의 유권자에게 표를 가장 많이 받았다. 그의 집중 공략 대상인 서민 노동자가 아니라, 번듯한 대학 나와 괜찮은 직장 다니는 사람들이 지지했다. 사회주의자를 뽑음으로써 도덕적 죄책감에 면죄부를 받았다고 느끼는 프티 부르주아의 허위의식일 수 있다(심리학자 로브 헨더슨). 그렇다면 '떴다방 좌파' 탓에 뉴욕이 노숙자와 범죄자가 들끓는 샌프란시스코쯤으로 전락할 가능성은 있다. 그 고통이 맘다니 같은 부자들을 피해 서민에게 간다는 게 문제다. 남윤호 미주중앙일보 대표사회주의 자본주의 민주당 뉴욕시장 뉴욕시 경선 뉴욕 주지사

2025.08.10. 20:08

썸네일

한미연합회 ‘사회주의 규탄 결의안’ 환영

한미동맹 강화와 시장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활동하는 한인 비영리단체 한미연합회(AKUS.America Korea United Society)가 사회주의에 반대하는 연방의회 결정을 환영한다고 발표했다.   한미연합회는 8일 “연방하원은 지난 2월 2일 마리아 엘비라 살라자르 의원이 발의한 ‘사회주의 공포 규탄 결의안’(H. CON. RES. 9)을 찬성 328표 대 반대 86표로 통과시켰다”며 “이를 크게 환영하며, 연방의회가 앞으로도 이런 높은 가치의 법안을 만들어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위대한 업적을 쌓아나가기를 촉구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 발표에는 미주본부(뉴저지) 김영길 총회장을 비롯해 ▶뉴욕(홍종학) ▶뉴욕 오렌지카운티(이호제) ▶필라델피아(김철수) ▶커네티컷(강병목) 등 각 지역 회장들이 동참했다.   한미연합회는 성명서에서 “북한의 핵 확산 우려 상태에서 ‘평화 논의’는 매우 위험하고 시대착오적 발상으로, 북한의 공산주의 정권은 한반도 평화를 파괴했고 한민족을 갈라놓았다”며 “여전히 수많은 이들의 인권을 위협하고 생명을 빼앗는 독재주의가 북한을 지배하고 있고, 한반도 평화법안을 내세우는 사람들은 북한을 이롭게 하는 것이며 이는 ‘가짜 평화’로, 굳건한 안보 토대 위에 진정한 자유와 평화를 가져올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미연합회 활동과 회원 가입·후원 문의는 웹사이트(usakus.org)를 참조하거나, 전화(571-695-0004) 또는 e메일([email protected])로 하면 된다.   박종원 기자한미연합회 사회주의 한반도 평화법안 사회주의 규탄 한미연합회 활동

2023.02.09. 21:16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