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믿음] 우리가 믿는 하나님
아이티에 왔다. 몹시 안타깝고 그리웠던 아이들을 만나려고 뉴저지에서 마이애미로 가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날 새벽같이 나와 비행기를 타고 아이티 북부 도시 캡 헤이션에 도착했다. 갱들의 피해를 보지 않아 조용한 캡 헤이션에서 다섯 시간을 기다려 작은 비행기를 타고 수도 포르토프랭스에 도착했는데, 20분이 걸렸다. 이번 방문은 10개월 만이다. 작년 9월 초에 다녀간 후, 11월부터 미국 항공편의 운항이 중단되었고, 이후 계속 연장되어 지금도 포르토프랭스는 국제선 비행기가 운항하지 않는다. 그나마 국내선이 지난 6월부터 정부가 보험을 보증하면서 정기운항을 시작했지만, 국제선은 내년까지 재개되지 못할 것으로 대부분 예상한다. 지금 포르토프랭스는 전기가 전혀 공급되지 않는다. 얼마 전, 발전소 인근 주민들이 갱들의 습격을 받았을 때 정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경찰로부터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한 일이 있었다. 이에 분노한 주민들이 애꿎은 송전탑 여섯 개를 절단해 넘어뜨리면서 전력 공급이 완전히 끊겼다. 우리가 머무는 센터도 제한적으로만 발전기를 돌리고 있다. 일반 서민들은 밤이면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지내고, 낮에는 전기로 할 수 있는 어떤 것도 할 수 없다. 수도 전체가 완전히 단전 상태다. 이런 사정 속에서, 오랜만에 온 우리는 고아원 아이들을 차례대로 센터로 불러서 만났다. 전기도 전혀 들어오지 않고, 갱들은 여전히 밤낮없이 총격전을 벌이며 사람들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고아원은 갱 점령지역에서 숨죽여 지내고 있다. 긴장하며 지내는 아이들을 위로하고, 사랑을 나누고자 만나서 신체검사도 하고, 모처럼 푸짐한 도시락도 함께 먹으며 격려했다. 아이들은 표현이 없지만, 원장들은 어려운 걸음을 해준 우리에게 뜨거운 포옹으로 감사를 전하며 맞잡은 손을 놓지 못한다. 어찌 지냈느냐는 안부도 부질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자주 울컥한다. “버텨줘서 고맙다”라는 말을 눈빛으로 나누며, 우리는 씩씩한 척 큰 소리로 노래도 부르고, 길고 깊은 감사 기도도 함께 드렸다. 아예 문을 닫은 학교가 수업을 하는 학교보다 훨씬 많은 상황인데, 문을 연 학교도 수업을 제대로 못 해 방학을 늦추고 있다. 그런 가운데 고등학교 졸업 국가 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가 이번 주에 치러졌고, 고아원 아이들도 여러 명 응시했다. 이 시험에 합격하면 대학 입학시험을 볼 자격을 준다. 우리는 지금 4명의 대학생 학비와 생활비를 지원하고 있는데, 9월 학기에 최소한 두 명을 추가로 지원하기 위해 기도 중이다. 갱단의 폭력으로 나라의 존립이 흔들리고, 국제사회의 외면 속에 소망이 보이지 않는 이 땅에서, 갱들이 활동할 때는 아이들이 학교도 갈 수 없지만 우리는 그래도 아이들 교육을 좀 더 지원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후원받은 식량을 받아가려면 적지 않은 통행료를 갱단에 내야 하고, 숨 한 번 크게 쉬기도 어려운 현실 속에 삶은 점점 더 피폐해지고 있지만, 우리는 고아들의 삶이 처참해질수록 더욱 하나님만 바라본다. 시편 140편 12절에서 다윗은 이렇게 고백한다. “주님이 고난받는 사람을 변호해 주시고, 가난한 사람에게 공의를 베푸시는 분임을, 나는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아직도 아이티에서 고아들을 품고 소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이유는, 고난받는 사람 편에 계신 그 하나님이 바로 우리가 믿는 하나님이시기 때문이다. 이 참혹한 땅에서 하나님이 우리 편이심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헨리 / 선교사·더 코너 인터내셔널 대표삶과 믿음 하나님 국제선 비행기 가운데 고등학교 고아원 아이들
2025.07.10. 1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