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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상조회, 돌려막기 이젠 그만해야

한인 이민사를 이어온 ‘상조(相助)’ 정신이 흔들리고 있다. 나성영락교회(담임목사 박은성) 산하에 33년 전 설립된 나성영락복지상조회(회장 전수홍)가 파산 위기에 놓였다.   상조회측은 지난 7일자로 회원 608명에게 완전 파산(챕터 7) 혹은 파산보호 신청(챕터 11) 등 두 가지 안건에 대한 찬반 표결을 한다고 알렸다. 전자 선택시 환급액은 700~800달러, 후자의 경우 운영은 계속되나 장례 지급비가 현재의 3분의 1 수준인 5000달러로 줄어든다. 어느 쪽이든 회원들은 피해를 입게 된다.   회원들의 반발은 크다. 사태의 본질은 믿음의 배신이다. 대부분의 회원이 한인사회 대표교회인 나성영락교회를 믿고 상조회를 선택했다. 평생을 의지해 온 공동체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상실감이 크다.     한 회원의 아들 제이 박씨는 “현재 94세인 어머니는 나성영락교회 집사, 권사로 50년 이상 활동했다”면서 “어머니는 나성영락교회를 믿고 상조회에 가입했고, 25년 이상 회비를 납부해 4년 전 1만5000달러 이상을 완납했다. 이제 와서 5000달러만 주겠다는 통보는 부당하다”고 비난했다.   불만이 쇄도하고 있지만 교회측은 단호하다. 10여 년 전에 상조회가 별도의 비영리법인으로 분리됐고 그후 운영에 관여하지 않았기에 교회 측이 재정적인 책임을 지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상조회의 회칙에는 교회와의 관계가 명시되어 있다. 예를 들어 ‘상조회 이사중 1인은 영락교회 당회원 1인을 포함한다’거나 ‘상조회 기금관리는 매월 1회 교회에 의해 감사를 받는다’는 내용이다. 이대로 실제 집행됐는지 여부는 따져봐야겠지만 회칙을 근거로 회원들이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상조회원 강모씨의 며느리는 “나성영락교회 교인 가족으로서 교회에 의해 속고 조종당했다는 기분만 든다. 교인들의 마음이 돌아서지 않도록 나성영락교회가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실 파국은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최근 몇 년 사이 일심노인상조회, OC 한미노인회 등 상조회 파산 소식이 잇따랐다. 특정 단체만 재정난을 겪고 있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신규 회원의 가입으로 기존 회원의 장례비를 충당하는 방식은 사실상 ‘폰지 사기’와 유사한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고령화와 이민자 유입 감소, 물가 상승 등 복합적인 원인으로 손익분기점이 이미 무너졌음에도 임시방편으로 적자를 메우는 것은 폭탄 돌리기나 다름없다.   상황이 악화된 근본적인 원인은 대부분의 한인 상조회가 비전문가인 임원진의 선의와 봉사에 의존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했기 때문이다. 전문적인 재정 운용 계획이나 미래 인구 구조 변화에 대한 예측 없이 ‘우리끼리 돕고 살자’는 정에 기댄 운영 방식은 이제 한계에 봉착했다. 물론 공동체의 선의는 존중받아 마땅하지만, 한 개인의 존엄한 마무리를 책임지는 절차를 선의에만 맡길 수는 없다.   늦었지만 대안을 찾아야 할 때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파산 위기에 놓인 상조회와 이를 설립한 모체 기관들은 책임을 통감하고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특히 나성영락교회는 상조회의 위기가 교회의 신뢰도와 직결된 문제임을 인지하고 책임지고 적극적으로 해결에 나서야 한다. 일방적 통보가 아닌, 회원들과의 진솔한 대화와 협의를 통해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일례로 2023년 2월 해체를 결정한 OC한미노인상조회는 노인회관을 담보로 융자를 얻어 회원 피해를 최소화하려 노력했다. 당시 남아있던 상조 기금 7만 9000여달러에 융자금 30만 달러를 보태 마련한 보상금을 상조 납부액에 비례해 차등 분배했다. 융자를 더 얻어야 한다는 회원들의 반발도 있었지만 노인회측은 “운영에 큰 차질없이 감당할 수 있는 최대 수준”이라고 양해를 구했다.   되풀이되는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이제 한인 상조 문화 패러다임도 바뀌어야 한다. 신뢰와 정에만 기댄 ‘계조직’ 형태의 상조회는 이제 수명을 다했다. ‘시니어 장례 보험(Final Expense Insurance)’ 등 권리를 명확히 보장받는 금융 상품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상조회 사태가 터질 때마다 시니어 회원들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자식들에게 마지막 순간까지 짐이 될까하는 슬픈 걱정이다. 돌려막기에 지친 상조회나, 장례비를 받을 수 있을까 노심초사하는 회원들이나 이젠 속앓이를 그만둘 때도 됐다.사설 상조회 상조회원 강모씨 상조회 파산 상조회 기금관리

2025.08.20.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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