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3인방에 대한 고찰
기부천사들의 조용한 선행은 큰 울림을 준다. 나눔을 실천하는 이들을 두고 “온정을 선사한 3인방”과 같이 표현해도 될까? 3인방에 쓰인 ‘방’이 어디서 온 말인지 알아야 한다. 사전엔 4인방이 올라 있다. ‘4인방’은 중국의 문화대혁명 기간 권력을 휘둘렀던 마오쩌둥의 부인 장칭과 그 무리 4명을 이르는 말이다. ‘상하이방’도 언론에 자주 오르내린다. 장쩌민의 후원에 힘입어 1980년대 권력의 실세로 군림했던 상하이 출신들을 가리킨다. 2000년 이후 등장한 국무원 석유부·석유학원 출신의 인맥을 일컫는 ‘석유방’도 빼놓을 수 없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청방’과 ‘홍방’이 있다. 이들 조직은 상호 부조를 위해 만들었던 비밀결사대였으나 훗날 범죄단체로 변질돼 중국 암흑가의 대명사가 됐다. 중국에서 ‘방(幇)’은 이익을 위해 이룬 무리, 파벌, 패거리 등 부정적 색채가 강한 의미로 사용돼 왔다. 이런 쓰임에 비추어 보면 ‘기부천사 3인방’ ‘의인 4인방’ ‘신인상 후보 5인방’처럼 사용하는 것은 어색한 감이 있다. ‘문고리 3인방’ ‘비리 핵심 인물 5인방’ 등의 쓰임새가 더 자연스럽다. 중국에서 넘어온 이 말을 우리나라에선 긍정적 의미든 부정적 의미든 가리지 않고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아직 표준국어대사전에 독립된 형태로 올라 있지 않지만 몇 인방과 같은 형태로 많이 쓰인다. ‘무리’의 뜻을 더하는 접사로 세를 넓혀 가는 모양새다. 그게 언중의 선택이라면 사전에도 가치 평가를 담지 않은 말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우리말 바루기 고찰 석유학원 출신 상하이 출신들 부정적 색채
2025.09.02.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