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 워싱턴보다 잘사나
한국의 빠른 경제성장으로 인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한인들이 늘고 있다. 최근 한국을 다녀오거나 한국 소식을 자주 접하는 한인들은 “한국이 미국보다 더 잘사는게 아닌가”하는 의문을 갖기 마련이다. 한국은 최근 10년새 선진국 반열에 올랐으며, 더군다나 한류 열풍과 각종 K 신드롬을 만들어내며 한인들의 긍지를 더해주고 있으나 여러 측면에서 미국과 비교해 한참 뒤쳐지던 한국이 오히려 미국을 앞서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온다. 하지만 양국의 수도 워싱턴과 서울의 경제력을 수평적으로 놓고 비교하면 한국이 미국을 앞선다고 보기는 힘들다. 연방센서스국의 최근 통계에 의하면, 인구 115만명인 페어팩스 카운티의 1인당 국내총생산액(GDP)은 14만5217달러다. OECD와 한국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인구 932만명인 서울의 1인당 GDP는 4만816달러로 세배 이상의 차이를 보인다. 서울에서 가장 부유한 강남구(55만명)만 놓고 보더라도 10만750달러로, 4만달러 이상의 격차가 있다. 명목 GDP가 아니라, 실질 소득 지표로 활용되는 구매력 기준으로 GDP를 환산하더라도 페어팩스 카운티는 16만달러, 서울 강남구는 9만달러로 여전히 큰 격차를 보인다. 하지만 소득이 아니라 자산을 기준으로 볼때는 한국이 훨씬 잘사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를 불러온다. 서울 강남구의 평균 아파트 가격은 28억원(201만달러)에 이른다. 리스팅기관 MLS의 7월 보고서에 의하면, 페어팩스 카운티의 싱글하우스 평균매매가격은 117만 15422달러, 타운하우스와 콘도를 포함한 평균매매가격은 88만480달러로, 강남구와 상당한 격차가 발생한다. 역이민을 추진하는 상당수 한인들이 비싼 아파트 가격 때문에 서울을 아예 고려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자산을 기준으로 할 경우 몇가지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자산은 자기자본과 부채의 합계액으로, 한국 강남 아파트 자산의 80% 이상이 부채로 잡힌다. 페어팩스 카운티 주택의 평균 에쿼티 비율은 절반이 넘는다. 두 지역의 자산 에쿼티 비율을 놓고 보면 페어팩스 카운티가 우위를 차지한다. 또한 한국 가구가 형성한 자산의 80% 이상이 주택 등 부동산 자산이고, 미국은 50% 미만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미국이 주식 등 금융자산을 주로 은퇴저축 수단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자산 중 금융자산 비율이 한국보다 높은 것이다. 부동산 외의 금융자산까지 고려하고 부채를 제외한 순자산만 놓고 본다면 여전히 두배 이상의 차이를 보인다. 한국은 작년 4분기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1.7%로 OECD 38개국 중 두번째로 높았다. OECD 평균은 60.3%, 미국은 69%, 페어팩스 카운티는 66%다. 한국이 잘 사는 것처럼 보일 수는 있지만, 사실상 빚으로 쌓아올린 모래성일 수 있다는 얘기다. 김옥채 기자 [email protected]워싱턴 서울 서울 강남구 금융자산 비율 페어팩스 카운티
2025.08.18. 1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