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에 사는 것이 참으로 불편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기 출범 이후, 이미 깊었던 정치적 양극화는 더욱 심화하였고, 사회 전반에 당황함을 넘은 피로감이 번지고 있다. 이민자들의 삶은 점점 위축되고, 일상의 평온조차 위협받고 있다. 트럼프는 공약대로 자신의 정책을 거침없이 밀어붙이고 있으며, 필요하다면 사실을 왜곡해서라도 정당화한다. 그가 임명한 고위 공직자와 공화당 정치인들은 무조건 그의 뜻에 따르고 있다. 지난 6일, 이민세관단속국(ICE)은 남가주 일대의 일터 여러 곳을 기습해 수십 명의 불법 체류자를 체포했다. 대부분은 수년, 수십 년을 이 땅에서 살아온 이들이며, 별다른 범죄 기록도 없이 가족을 부양하며 지내던 사람들이었다. 법적 절차도 생략된 즉각적인 추방에 많은 이들은 분노했고, 그 분노는 곧 전국적인 시위로 번졌다. 하지만 일부 시위는 폭력과 약탈로 얼룩졌다. 이는 시위의 정당성을 흐리고, 정부 측에 빌미를 제공했다. 트럼프는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주 방위군을 연방으로 편입시켜 파병했고, 급기야는 지원 방위군과 군병력까지 배치했다. 시위의 정점은 지난 14일이었다. 트럼프의 79세 생일이자 미 육군 창설 250주년을 맞아 워싱턴에서는 대규모 열병식이 열렸다. 동시에 전국 2100여 개 도시에서는 ‘노 킹스(NO KINGS)’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든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시위에 나섰다. 같은 날, 같은 나라에서 마치 전혀 다른 두 현실이 공존하는 듯한 장면이었다. 캘리포니아는 무역과 이민자 노동력에 기반한 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농업, 요식업, 건설, 의료, 운송, 조경업 등 주요 산업은 이민자 없이는 제대로 운영되기 어렵다. 그러나 정부의 막무가내 단속으로 인해 많은 이민자들이 외출조차 꺼리게 되었고 일터는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문제는 강경한 이민정책 그 자체가 아니다. 많은 이들은 불법 체류자 단속의 필요성에 공감한다. 하지만 지금의 방식은 도를 넘고 있다. 트럼프의 통치는 점점 민주주의적 절차와 시민의 권리, 때론 법원의 판결도 무시하는 방향으로 기울고 있다. 시위대를 범죄자 취급하고, 무력으로 진압하며, 주정부 권한까지 침해하는 통치는 미국이 지켜온 ‘질서 있는 자유’의 전통을 위협하고 있다. 트럼프의 2기 임기는 아직 반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남은 3년 반 후 미국은 지금보다 훨씬 더 낯선 모습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지난 250년간 미국은 수많은 혼란과 대립을 지나오면서도, 자유와 관용, 다양성이라는 가치를 지켜왔다. 그 유산이 지금 심각한 시험대 위에 올랐다. 나와 같은 이민자들은 그저 조용히 성실하게 이 땅에서 삶을 일구고 싶을 뿐이다. 그러나 지금의 미국은 그 소박한 바람마저 두려움으로 바꾸고 있다. 선조 이민자들의 눈물과 분노, 침묵과 고통이 헛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인간미 있는 미국’을 기대하며 희망의 끈을 높고 싶지 않다. 레지나 정 / LA 독자열린광장 시험대 질서 이민자 노동력 도널드 트럼프 선조 이민자들
2025.06.29. 16:21
한인이민 120주년과 제18주년 미주한인의날을 기념하는 미주한인재단-워싱턴(회장 박로사) 주최의 기념축전이 지난 8일 버지니아 페어팩스 고교 대강당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300여명이 참석한 행사는 기념식과 공연 순서로 이어졌다. 정세권 초대 회장의 개회선언에 이어서 이은애 대회장은 "하와이로 첫 이민 왔던 선조들 이후로 120년이 지난 지금, 미국 주류사회의 당당한 한축을 이룬 한인들의 저력이 놀랍고 자랑스럽다"며 "한인들의 개천절인 미주한인의 날을 다함께 축하하자"고 이야기 했다. 박로사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한인의 날을 기념하는 미주한인재단-워싱턴의 노력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권세중 총영사가 대독한 축하 메시지를 통해 "한미혈맹의 버팀목인 미국내 한인 이민자들께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날 참석한 제리 코널리 연방하원의원은 "200만 미주 한인 중 4만2천여명을 대표하는 지역 의원으로서 한인들께 감사하며, 102명 선조 이민자들의 꿈이 실현됐음에 같은 이민자 조상을 둔 미국인으로서 축하를 전한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기념축전에서 로사 박 회장은 해롤드 변 버지니아주 노동산업부 부국장과 제임스 피셔 추모의 벽 기념재단 진 회장 및 송 존슨 페어팩스 카운티 교사 등에게 표창장을 전달했다. 아울러 해롤드 변 부국장과 박충기 메릴랜드 수석 행정판사는 각각 버지니아주 글렌 영킨 주지사와 메릴랜드주 래리 호건 주지사의 미주한인의날 선포문을 미주한인재단-워싱턴 측에 전달했다. 이어서 열린 공연은 이날 축제의 하이라이트였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열린 가장 큰 규모의 공연으로 기록될 이날 무대는 국가 무형문화재 김묘선 선생과 정수경 씨의 '승무', 이가원-이석원 씨가 선보인 매화잠 저 꽃에 물을 주어라', 프레센스 트리오(삼 신, 이봉희, 케니 백)의 색소폰-피아노 연주 등으로 화려했다. USTMA(최응길 관장)의 태권도 시범부대, 이광규(베이스), 권기선(소프라노) 씨의 성악공연과 이희경 무용단, 수지토마스 라인댄스, 케이팝 댄스그룹 '1픽'의 공연도 환호를 받았다. '스토리가 있는 공연'을 목표로 했던 주최측의 바람대로, 한국문화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향하는 모습을 공연으로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세용 기자 [email protected]이민자 선조 선조 이민자들 한인 이민자들께 이민자 조상
2023.01.09. 14: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