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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망각의 언덕에서

생각이 바뀌면 인생이 변한다.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난다. 처한 상황에서 벗어나 결단과 용기로 생각의 문을 열면 다음 단계로 진입하게 된다. 인생살이는 마음먹기에 달렸다. 과거에서 벗어나야 미래의 희망이 보인다.   생각은 계획을 세우거나 문제를 해결하고 판단을 내리는 활동이다.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과정을 통해 의식적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정신 작용이다. 백날 생각만 하고 결정을 내리지 못하면 진전과 변화가 없다.   생각이 미래를 창조한다. 무엇을 탐구하고 옳다고 믿는 생각은 부정적인 뇌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재프로그램 한다. 생각은 창조의 원동력이 된다.   일어나면 매일 열심히 거울을 본다. 집안 곳곳에 거울을 달아놓고 내 모습을 정리한다. 이 순간은 단 하루 내게 허락된 선물이고 축복이다. 새로 시작하는 하루와 맞장 뜰 준비를 한다. 상대는 거울 속 내 모습이다. 누구보다 우월하지도 열등하지도 않는 단단한 속껍질로 버티며 살아갈 생각을 한다.   집안 곳곳에는 펜과 메모지를 비치한다. 생각의 파편은 날파리처럼 한 순간에 휘리릭 날아가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흔적없이 사라진 얼굴들처럼.   죽음의 신 하데스가 다스리는 저승에는 망자들이 거쳐야 할 다섯 개의 강이 있다. 저승 입구 아케론 강을 건너며 깊은 고통을 씻어낸다. 비탄과 통곡의 코키토스 강에서 시름과 비통함을 내려 놓는다. 물과 진흙이 끓는 플레게톤 강에서 남은 감정들을 완전히 태운다. 스틱스강은 두려움과 증오를 털어내는 강이다. 레테의 강은 망자가 건너는 마지막 강이다. 내세로 가기 전 과거의 기억을 잊기 위해 망각의 강에서 강물을 마시고 이승의 기억을 모두 지우고 작별을 한다.   잊어버리고 싶은 상처도 많겠지만 지울 수 없는 흔적도 있다. 세월의 바람 속에 상처는 신음으로 흐느낀다. 폭우가 내리는 날에는 번개로 창문을 두드린다.   우서방 투병 동안 무엇을 먹고 어떻게 살았는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2년 동안 리사와 굶지는 않았을 텐데 먹은 음식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는다.   뇌는 필요 없는 기억을 저장하지 않는다. 정신적 충격이 큰 사건이나 고통스러운 경험은 의도적으로 잊게 만든다. 선택적 망각(Selective forgetting)이다. 뇌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작동시키는 생존 수단인 셈이다.   뇌는 자신에게 해롭거나 고통스러운 정보는 아예 거부하거나 지워버리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외상이나 상처로부터 완전히 무너지지 않도록 뇌는 자가 방어 시스템을 가동한다.   ‘흙을 빚어 그릇을 만드는데 가운데가 비어 있으므로 그릇의 쓸모가 있게 된다.’ 노자 도덕경 11장에 나온다. 비우지 않으면 채울 수 없다. 마음을 비우고 생각을 가다듬고 어제처럼 내일을 버티고 오늘을 살아갈 결단을 하면 살아 남게 된다.   어제의 기억에 묻혀 오늘을 살면 슬픈 기억을 떨치고 망각의 강을 건너지 못한다. 레테의 강을 건너면 망각의 언덕에는 작은 깃발 하나 나부낀다.   일생동안 가파른 언덕으로 바위를 밀어 올리는 시지프스의 형벌을 받는다 해도 레테의 강을 건널 때 사랑은 눈물로 방울져 흘러내린다. 망각은 신의 내린 축복이다. 잊히지 않는 것들 속에서 날파리처럼 떠도는 기억은 꽃잎 송별로 밤하늘을 아프게 수놓는다. (Q7 Editions 대표)     이기희이기희 하늘 선택적 망각 정신적 충격 저승 입구

2025.08.12.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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