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오도 지적 뒤 보복” 현대차 피소
현대자동차그룹이 미래 주력 사업과 관련해 무리한 홍보로 투자자들을 오도할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던 고위직 임원으로부터 피소됐다. 특히 소송을 제기한 이 임원은 비윤리적 행위를 시정하기 위해 현대자동차 정의선 회장에게 직접 편지까지 보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LA카운티 수피리어법원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의 미래 항공 모빌리티(AAM) 법인 ‘수퍼널(Supernal)’의 최고 파트너십·정책 책임자 다이애나 쿠퍼가 지난달 17일 직장 내 괴롭힘과 성차별 등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피고는 수퍼널을 비롯해 현대자동차북미판매법인, 현대자동차주식회사 등이다. 수퍼널은 현대차그룹이 신사업으로 추진하는 도심형 전기 수직이착륙(eVTOL) 에어택시 개발을 담당하는 핵심 법인이다. 쿠퍼는 회사 설립 초기 정책 총괄 담당자로 합류해 항공 정책 업무를 맡아왔다. 사건은 쿠퍼가 회사의 기술 개발 일정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비롯됐다. 소장에 따르면 쿠퍼는 지난 2023년 수퍼널 측이 기술 개발 일정이 비현실적임을 알면서도 이를 대외적으로 홍보해 투자자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원고 측은 문제 제기 이후 회사로부터 조직적 배제와 보복성 조치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소장에 따르면 쿠퍼는 현대차 임원 회의 참석에서 제외됐고, 한국 본사 방문도 금지됐다. 또 다른 여성 임원과 함께 분기 회의에서 배제되는 등 차별적 대우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원고 측은 현대차가 미온적 대응으로 논란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LA타임스도 “수퍼널 모회사인 현대차그룹이 내부 문제를 2년간 인지하지 못하다가 올해 처음 인지했다”며 “쿠퍼가 지난 4월 수퍼널의 관리 부실 및 비윤리적 행위에 대해 현대자동차 회장에게 직접 투서했다”고 지난 5일 보도했다. 소장에는 비윤리적 행위와 관련해 ▶경영진이 고객을 위해 5000달러에 매춘 여성을 고용하겠다는 발언 ▶원고의 신체에 대한 동료들의 부적절한 언급 ▶남성 직원이 자신의 성관계 영상을 보여준 사건 등이 담겨 있다. 원고 측은 문제 제기 이후 임금과 승진에서도 차별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쿠퍼는 남성 동료들보다 낮은 급여를 받았고, 승진을 약속받아 워싱턴DC 지사에서 어바인 본사로 이동했으나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과 관련해 법조계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현대자동차그룹 등에 사기죄가 적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원기 변호사는 “일정이 무리하다는 사실을 인지한 상태에서 홍보했다면 고의적 허위사실에 의한 사기”라며 “설령 모르고 홍보했다 해도 과실적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해 피해 보상 책임은 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고의가 인정되면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현대차그룹은 투서를 받은 이후 약 3개월 반 동안 조사를 진행했고, 수퍼널의 최고경영책임자(CEO)와 최고기술책임자(CTO) 등을 해임했다. 그러나 원고 측은 이 기간 쿠퍼에 대한 보호 조치가 제공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본지는 현대자동차북미판매법인 측에 공식 입장을 요청했지만 17일 오후 6시 현재 답변을 받지 못한 상태다. 한편 지난 2월 현대차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인 현대오토에버 아메리카에서는 약 270만명 분의 데이터 유출이 무려 9일간 발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10일 포브스에 따르면 올해 2월 22일부터 3월 2일 사이 가주 파운틴밸리 지역 현대오토에버 아메리카 본사에서 데이터 유출이 발생해 이름, 소셜 시큐리티 번호 등의 개인정보가 노출됐다. 김경준 기자현대자동차 성차별 성차별 문제 배제해성차별적 발언 성차별적 문화
2025.11.17. 2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