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와 시선] LA필의 새해 선물은 CQ<문화지수>
많은 부모가 자녀 안에 내재돼 있을 음악적 감성을 찾아보려 피아노 앞에 앉히고 바이올린을 손에 들려준다. 아이들이 내키지 않아 해도 억지로 등 떠밀며 교습을 강요하는 부모도 많다. 잠재된 재능을 발견하려면 어려움을 견뎌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음악적 재능은 어려움을 겪어야만 찾아낼 수 있는 것은 아닌 듯하다. 딸들이 어렸을 때 이 미스터리한 재능을 발견해 보려 억지로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시켰다가 아이들이 울면서 연습하는 모습에 두 손 들었던 경험이 이 사실을 확신케 했다. 어느덧 중년이 된 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44·장영주)이 음악에 특출한 재능을 보인 것은 4세 때. 바이올리니스트인 그의 아버지 장민수씨는 집에서 실내악 연습을 하곤 했는데 어느 날인가 네 살배기 딸이 장난감 바이올린으로 자신이 동료와 연습했던 곡을 비슷하게 소리 내는 것에 놀랐던 기억을 자주 얘기하곤 했다. 그는 “음악인의 길이 너무 힘들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내 아이들은 음악가로 키우지 않겠다고 굳게 다짐하고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딸의 재능을 발견하고 이를 모른척할 수 없었던 장민수씨는 결국 딸에게 바이올린 교습을 시작했다. 그리고 사라 장은 불과 8세의 나이에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세계 음악계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어떠한 분야든 뛰어난 재능을 타고나는 아이들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그렇다면 예술적 재능이 없다고 아예 자녀를 예술과 멀리해 감성이 무딘 성인으로 자라도록 방치할 것인가. 일반적으로 사람의 성향을 평가하기 위해선 지능지수인 IQ(Intelligence Quotient)와 감성지수인 EQ(Emotional Quotient)외에 CQ(Cultural Quotient)라는 ‘문화지수’를 자료로 사용하기도 한다. CQ란 정서와 교양을 점검하는 일종의 ‘사회성 아이큐’다. 이 부분이 발달한 사람은 창의적일 뿐 아니라 대인관계가 좋고 열린 마음으로 사회생활을 성공적으로 해나간다. 중요한 사실은 IQ 와 EQ가 선천적 요인에 기인하는데 비해 CQ는 후천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두뇌가 우수하다고 하더라도 정서함양에 힘쓰지 않는 사람은 CQ가 낙후되며, 다방면에 걸친 지식 습득과 문화예술에 관심을 갖고 이를 가까이 접해 온 사람은 CQ가 높게 나타난다. 정 트리오를 세계적 음악인으로 키워낸 고 이원숙여사는 “내가 중요시한 것은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었다고 강조하곤 했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씨도 어머니의 이 교육 철학이 충족한 삶의 원천이었음을 인정한다. “6.25 전쟁 후 시장에서 어렵게 장사를 하시면서도 어린 시절 우리를 주말마다 항상 새 옷 입혀 음악회에 데리고 가셨다”며 바이올리니스트로의 길이 힘들어 포기하고 싶을 때 자신을 일으켜 세웠던 힘은 바로 음악사랑이었다고 회상한다. LA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이번 시즌에도 클래시컬 뮤직계를 빛내고 있는 많은 한인 음악인을 초청,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에서 멋진 음악회를 준비했다. 피아니스트 김선욱과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이 내년 1월21일 함께 리사이틀을 연다. 피아니스트 조성진도 1월27일 바흐와 쇼팽 등 독보적 기량을 보여줄 곡으로 독주회를 갖는다. 지난 16일 LA 필 초청 리사이틀로 청중을 사로잡았던 피아니스트 임윤찬은 내년 2월12일부터 15일까지 4차례 구스타보 두다멜 지휘로 LA 필과의 협연 무대에 오른다. 특별히 이번 무대에서 임윤찬이 들려줄 곡은 낭만시대 매스터피스로 평가되는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이다. 로베르트 슈만이 평생 단 한 곡만을 작곡한 피아노 협주곡으로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19세기 최고의 걸작이다. 예술을 가까이 접하며 사회적 아이큐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의외로 쉽고 즐거울 수 있다. 새해 선물처럼 다가온 이 세계 음악계 한인 보석들을 만나는 것이 어찌 즐겁고 기쁘지 않겠는가.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재능보다 충족한 마음일 듯 하다. 유이나 / 칼럼니스트무대와 시선 문화지수 새해 세계적 음악인 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 세계 음악계
2025.11.04. 19: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