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막히는 도시의 무더위 속, 청량한 바람이 부는 세쿼이아 국립공원은 그야말로 별세계이다. 평균 해발 7200피트 숲속의 공기는 한여름에도 서늘하고 상쾌해, 한 번 찾으면 매년 다시 가고 싶어진다. LA에서 약 5시간 운전 거리인 세쿼이아 국립공원은 킹스 캐년과 함께 며칠 여유를 두고 방문하면 가장 이상적이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1박 2일 만에 알차게 둘러보는 방법을 소개한다. ◆첫째 날 - 세쿼이아의 품속으로 ▶랏지폴 캠핑장(Lodgepole Campground) 여행의 시작은 숙소 예약부터이다. 공원 내에 호텔 수준의 랏지가 있지만, 거대한 나무 숲속에서 지내며 세쿼이아의 참맛을 느껴보자. 많은 캠핑장이 있지만, 세쿼이아 국립공원의 중심에 위치한 랏지폴 캠핑장은 넓은 자리와 빽빽한 숲속 시원한 그늘이 있고, 마켓, 빨래방, 샤워실 등 각종 편의시설이 완비되어 있다. 공원을 운행하는 셔틀버스의 종착지이기도 해 어디로 이동하든 편리하다. 밤에는 시냇물 소리와 캠프파이어, 그리고 머리 위로 쏟아지는 별빛이 최고의 힐링을 선사한다. ▶셔먼 장군 나무(General Sherman Tree) 세상에서 가장 큰 나무로 알려진 셔먼 장군 나무는 남북전쟁 북군 장군의 이름을 딴 거목으로, 높이 275피트, 둘레 102피트로 30층 주거용 아파트 높이와 맞먹는다. 랏지폴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전용 주차장에서 하차한 뒤 약 0.5마일 트레일을 걸으면 도착한다. 주변에도 거대한 세쿼이아들이 즐비해 숲의 위대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콩그레스 트레일(Congress Trail) 셔먼 장군 나무에서 이어지는 약 1시간 코스로, 대통령 나무, 세쿼이아 추장 나무, 상원 나무, 하원 나무 등 이름만큼이나 위엄과 품격이 다른 거목들을 만나게 된다. 이 트레일의 이름은 국립공원 지정을 의결하는 미국 의회의 권위를 상징하는 의미에서 붙여졌다고 한다. ▶토코파 폭포(Tokopah Falls) 랏지폴 캠핑장에서 시작하는 트레일을 따라 카위 강(Kaweah River)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면 상상을 초월하는 멋진 폭포를 만나게 된다. 왕복 거리 4마일에 2~3시간 정도 소요되며, 폭포 수량은 해마다 다르지만 초여름에는 시원하게 쏟아진다. 길 중간 숲속 초장과 야생화 군락이 펼쳐져 힐링 트레킹으로 제격이다. ◆둘째 날 - 일출과 함께 시작하는 하루 ▶모로 바위(Moro Rock) 둘째 날은 이른 아침 8시 이전에 모로 바위로 향하는 게 중요하다. 이후에는 셔틀버스 이용만 가능해 시간이 더 소요된다. 모로 바위의 유래는 확실하지 않지만, 스페인어로 회색 말(Moro)을 뜻하는 단어가 바위 색깔과 닮아 붙여졌다는 설이 있다. 1931년부터 설치된 돌계단을 따라 오르면 북쪽으로 펼쳐지는 그레이트 웨스턴 디바이드(Great Western Divide)의 압도적 전망이 펼쳐진다. 바위 아래 뜨리 리버스(Three Rivers) 마을까지는 4000피트 낙차로, 그랜드 캐년 깊이와 맞먹는 장관을 경험한다. ▶크레센트 메도(Crescent Meadow) 모로 바위에서 조금만 더 들어가면 나오는 초원 지대인 크레센트 메도는 자이언트 포레스트(Giant Forest)를 중심으로, 초원 주위를 둘러싼 거대한 세쿼이아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이 마치 동화 속 한 장면 같다. 트레일은 평탄하고 넓어 남녀노소 누구나 가능하며, 표지판이 잘 설치되어 있어 길을 잃을 염려가 적다. 하이킹 중 수많은 세쿼이아 나무들과의 만남을 경험할 수 있다. 세쿼이아 나무 안으로 차가 통과할 수 있는 터널 로그가 있어 SUV나 승용차도 지나갈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그랜트 장군 나무(General Grant Tree) 마지막 일정은 킹스 캐년 국립공원으로 살짝 넘어가 그랜트 장군 나무를 만나는 것이다. 남북전쟁 북군 장군이자 제18대 대통령인 율리시스 그랜트의 이름을 딴 그랜트 장군 나무는 세쿼이아 공원 내에서 두 번째로 큰 나무이다. 수많은 세쿼이아를 만나는 가운데 속이 텅 빈 터널 트리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으며, 운이 좋으면 어슬렁거리는 흑곰을 목격하기도 한다. 킹스 캐년과 세쿼이아 국립공원은 연결되어 있어 함께 둘러보기에 좋지만, 세쿼이아와 킹스 캐년의 시더 그로브까지는 1박 2일로는 어렵고 하루를 더 할애해야 한다. ▶TIP: 여름철 셔틀버스 5월 말부터 9월 초까지는 공원 내 무료 셔틀버스가 운행된다. 성수기에는 개인 차량 제한 구간이 있으니, 셔틀버스를 이용해 여유 있는 여행을 즐기도록 하자. ▶마무리 세쿼이아 국립공원과 킹스 캐년은 단순한 숲 이상의 공간이다. 하늘을 찌를 듯 솟은 거대한 나무들이 전해주는 시간의 깊이, 계곡을 가르는 강물 소리와 시원한 바람, 그리고 별빛 가득한 밤하늘이 우리를 기다린다. 1박 2일, 짧지만 가장 진한 자연 속 쉼표를 찍고 올 수 있는 장소다. ━ 김인호 20년간 미주 중앙일보에 산행 및 여행 칼럼을 기고하였으며 유튜브 채널 '김인호 여행작가'를 운영하고 있다.국립공원 세쿼이아 세쿼이아 국립공원 국립공원 지정 나무 숲속
2025.07.10. 21:09
2025년 현재 국내 총 63개의 국립공원 중 9곳이 캘리포니아에 있다. 단일 주로는 가장 많은 국립공원을 자랑한다. 태평양을 따라 이어지는 드라마틱한 해안선, 척박한 사막과 용암 대지, 그리고 하늘을 가릴 듯 우거진 숲까지...이 땅은 지형적 다양성만큼이나 매 순간 새로운 자연의 얼굴을 보여준다. 각 국립공원은 저마다의 매력으로 여행자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이번 여행에서는 캘리포니아의 대표적인 국립공원들을 하나하나 짚어보며, 그 안에 숨겨진 자연을 탐험해 본다. 1. 요세미티 국립공원 미국 국립공원의 상징이라 불릴 만큼 압도적인 존재감을 가진 곳이다. 엘캐피탄(El Capitan), 하프돔(Half Dome),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긴 3단 폭포인 요세미티 폭포(Yosemite Falls)가 대표 명소다. 여름철에만 문을 여는 글래시어 포인트(Glacier Point)에서는 계곡 아래로 펼쳐지는 대자연의 전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암벽 등반, 트레킹, 사진 촬영까지, 네 발로 걷고 눈으로 담아야 할 대자연의 교과서다. 2. 세쿼이아 국립공원 ‘지구에서 가장 거대한 생명체’를 마주할 수 있는 장소다. 셔먼 장군 나무(General Sherman Tree)는 높이와 둘레 모두 세계 최고 수준이며, 그 거대한 몸집 안에 인간의 시간 개념이 무력해짐을 느낄 수 있다. 2000~3000년을 살아온 세쿼이아 숲을 걷다 보면, ‘자연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게 된다. 깊은 협곡 사이를 흐르는 시냇물, 동굴 속 미지의 공간이 함께 어우러진 이곳은 킹스 캐니언과 함께 둘러보기에 제격이다. 3. 킹스캐년 국립공원 웅장한 화강암 계곡과 고요한 초지가 조화를 이루는 풍경. 그랜트 그로브(Grant Grove)와 시더 그로브(Cedar Grove), 그리고 줌월트 미도우(Zumwalt Meadow) 트레일을 따라 흐르는 킹 리버는, 걷는 이의 마음마저 씻어내린다. 동굴 탐험과 가족 단위 캠핑이 인기이며, 요세미티 못지않은 스케일을 즐길 수 있는 숨은 명소다. 4. 데스밸리 국립공원 말 그대로 ‘죽음의 계곡’. 그러나 죽음보다 더 강렬한 생명력을 품은 곳이기도 하다. 해수면보다 282피트 낮은 배드워터 분지(Badwater Basin)와 미국 본토 최고봉 마운트 휘트니(Mt. Whitney, 1만4505피트)가 불과 85마일 거리에 공존한다는 점은 이 지역이 지닌 자연의 역설을 보여준다. 거대한 모래언덕, 활화산 분화구 우베하베(Ubehebe Crater)까지, 한여름의 열기 속에서도 여행자를 유혹하는 풍경이 가득하다. 5. 조슈아트리 국립공원 모하비 사막의 상징, 조슈아 트리(Joshua Tree). 마치 외계 행성을 걷는 듯한 기묘한 바위 지형과 이 독특한 나무는 함께 어우러져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암벽 등반과 야영, 밤하늘 별 관측이 인기를 끌며, 인근의 팜스프링스와 연계한 여행 코스로도 적합하다. 6. 라센화산 국립공원 화산 활동이 여전히 이어지는 지역으로, 간헐천과 머드팟, 온천이 생생한 지질 현장을 보여준다. 라센 피크(Lassen Peak)는 비교적 쉽게 오를 수 있는 활화산 정상으로,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다른 어떤 국립공원과도 차별화된다. 직접 땅이 끓고 있는 소리를 듣는 순간, 지구의 심장을 느낄 수 있다. 7. 피너클스 국립공원 2013년에 국립공원으로 승격된 신참. 그러나 풍경은 결코 초라하지 않다. 날카로운 기암괴석, 협곡과 동굴이 어우러진 지형은 마치 고대 신화 속 배경 같다. 특히 희귀조류인 캘리포니아 콘도르를 관찰할 수 있는 소수의 장소 중 하나다. 살리나스에서 존 스타인벡 문학 세계를 만나고, 몬트레이로 이동해 수족관과 해안 드라이브까지 연결하면 여행의 스케일이 넓어진다. 8. 레드우드 국립공원 하늘을 찌를 듯 뻗은 레드우드 삼나무 숲. 그 안을 걷는 것만으로도 존재의 작음을 실감하게 된다. 자동차로 통과할 수 있는 드라이브 스루 트리와 에비뉴 오브 자이언트, 파운더스 그로브 트레일은 영화 같은 경험을 선사한다. 바다와 숲, 그리고 안개가 어우러지는 이곳은 자연 명상의 성지다. 9. 채널 아일랜드 국립공원 ‘미국의 갈라파고스’라 불리는 해상 국립공원. 다섯 개 섬으로 이루어진 이곳은 희귀한 해양 생태계와 청정 환경이 보호되고 있다. 카약킹, 스노클링, 하이킹, 캠핑 등 액티비티 천국이며,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동식물을 마주하는 순간 여행은 한층 깊어진다. 떠나자. 그리고 경험하자. “세상에는 세 가지 방식으로 배운다. 경험, 책, 그리고 여행.” - 성 아우구스티누스 “모든 여행은 한 걸음에서 시작된다.” - 노자 ▶문의: (213)427-5500 정호영 / 삼호관광 가이드정호영의 바람으로 떠나는 숲 이야기 끝판왕 자연 요세미티 국립공원 세쿼이아 국립공원 이번 여행
2025.04.24. 18:52
늘 자동차 소리와 매연이 뒤섞인 복잡한 도심에서 같은 일상을 보내다 보면 건물 정글에서 벗어나 뻥 뚫린 자연 속으로 떠나고 싶어진다. 여름 더위를 피해 시원한 공기를 맞으며 고요한 자연 속에서 힐링할 수 있는 LA 근교 캠핑장을 소개한다. 말리부 크릭 주립공원 캠핑은 가고 싶고 LA를 너무 멀리 벗어나기 힘들다면 말리부 크릭 주립공원(Malibu Creek State Park)을 추천한다. 여행 전문가들로부터 남가주 최고의 캠핑지로 불리는 이 주립공원은 LA 북서쪽으로 약 50분 정도 떨어져 있다. 공원은 높은 산봉우리 배경과 오크나무 숲 사이로 시냇물이 흐르는 샌타모니카 산맥의 아름다움을 담고 있다. 주립공원으로 등록되기 전까지 영화 혹성탈출 등 폭스 영화의 야외 촬영지로 사용됐다. 호수가 많은 이 공원은 여름철 더위 식히기에 안성맞춤이며 하이킹과 바이킹을 즐길 수 있다. 캠핑장 예약은 필수다. ▶웹:parks.ca.gov/?page_id=614 세쿼이아와 킹스 캐니언 거대한 세쿼이아 나무가 하늘을 찌를 듯하며 깊은 협곡과 맑은 물이 콸콸 흘러가는 강으로 유명한 세쿼이아와 킹스 캐니언 국립공원은 여름 더위를 물리치기 좋은 캠핑 장소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에서 북쪽으로 약 75마일 떨어져 있는 세쿼이아 국립공원은 세계에서 제일 큰 나무로 알려진 셔만 장군 나무(General Sherman Tree)가 자리 잡고 있다. 국립공원 내에는 약 6곳의 캠핑장이 있다. 대표적인 ‘로지폴 캠프그라운드’는 마켓, 빨래방, 샤워실 등 각종 편의시설이 인근에 있으며 공원 셔틀버스의 종착지로 이동이 편리하다. 이 캠핑장은 최대 200개의 텐트와 RV를 수용할 수 있으며 6700피트 해발 고도에 자리 잡고 있다. ▶웹:nps.gov/seki/planyourvisit/campgrounds.ht 크리스탈코브 주립 해변 모로 캠핑장 오렌지카운티에 위치한 크리스탈코브 주립 해변 모로 캠핑장(Crystal Cove State Beach Moro Campground)에서는 가장 캠핑다운 캠핑을 즐겨볼 수 있다. 이 캠핑장에는 물과 전기공급이 안 되어 조금은 불편할 수 있지만 하루 정도 세상과 단절되어 자연 속에서 힐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깨끗한 화장실과 동전 샤워 시설은 구비되어 있다. 캠핑장에는 28개의 지정된 RV와 트레일러 장소, 그리고 30개의 텐트를 칠 수 있는 장소가 있다. 모로 캠핑장에서 약 3마일 떨어진 곳에는 모로 캐년(Moro Canyon)이 있어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또 해안선과 등산로가 있어 다채로운 캠핑을 즐길 수 있다. 이곳의 또 다른 재미는 일 년 내내 공원 직원들이 이끄는 해설 프로그램이다. 조수 웅덩이 탐험 혹은 새 관찰 투어가 가능하며 해변에서 발견된 바다 유리를 이용하여 액세서리를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웹:crystalcovestatepark.org 샌엘리호 해변 캠핑장 높이 솟은 절벽 가장자리의 샌엘리호 해변 캠핑장(San Elijo State Beach Campground)은 카디프(Cardiff) 해안에서 일 년 내내 서핑을 즐기는 방문객으로 항상 북적인다. 캠핑장의 근거지인 엘리 하워드 서프 스쿨(Eli Howard Surf School)은 캠핑과 일일 수업을 제공하고 있다. 캠핑장 인근에는 레고랜드와 시월드가 위치해 있어 가족 친화적인 분위기로 어린 자녀를 둔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인기가 많다. 또 캠핑장에서 3분만 걸으면 씨사이드마켓이 있어 지역 어부가 갓 잡은 신선한 생선을 맛볼 수 있다. 캠핑장에는 171개의 사이트가 있으며 이 중 145개가 오션 뷰다. ▶웹:parks.ca.gov/?page_id=662 엘캐피탄 캐년 캠핑이 조금 부담스러우면 자연을 그대로 즐길 수 있지만, 숙박과 식기구가 준비된 글램핑도 좋은 방법이다. LA에서 차로 약 2시간 떨어진 엘캐피탄 캐년(El Capitan Canyon)은 푸른 바다와 녹색 나무들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캠핑지다. 이곳에는 100여 개의 오두막과 텐트 및 RV가 있어 다채로운 캠핑 활동을 즐길 수 있다. 숙박시설 내에 식기구 등 요리 장비가 마련되어 있어 캠핑 초보자도 쉽고 간편하게 캠핑을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여행지다. 또한 숲속을 따라 드라이브 코스가 있어 시원한 바람을 만끽할 수 있다. 관광 코스로는 서핑 강습, 고래 관찰, 카약 체험, 와인 시음 등이 있어 자연과 액티비티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다. 5월~9월 사이에는 여름 콘서트도 열린다.다. ▶웹:elcapitancanyon.com 김예진 기자 [email protected]여름특집 캠핑 캠핑장 예약 세쿼이아 국립공원 캐니언 국립공원
2023.06.11. 1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