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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읽기] 두 종류의 소설

문학을 오래 읽지 않고 있으면 불안해진다. 문학 읽기는 삶의 한 방식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요즘 널리 읽히는 소설가 중 성해나가 있다. 성해나의 작품은 다르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그의 소설을 읽으며 가장 두드러진 점은 속도감이라고 느꼈다. 이야기에 가속도가 붙어 읽는 나의 호흡도 가팔라진다. 빠른 템포는 현실과의 접착력이 강하다는 데서 비롯되기도 한다. 현실은 그에게서 술술 풀리는 글이 되어 읽는 이는 배경지식이 따로 필요치 않고, 픽션과 사실을 머릿속에서 뒤섞게 된다. 소설의 시간성이 현실의 시침을 훨씬 앞서는 것이 오늘날 주도적인 문학의 한 가지 흐름이자 문체일 것이다.   한편 이들은 시간을 역행하기도 한다. 현실이 윤리를 재빨리 흘려버리는 것을 이들 소설은 물고 늘어지며 이슈를 복기시킨다. 성해나의 단편 ‘길티 클럽’과 구병모의 ‘어느 피씨주의자의 종생기’는 문단에서 화제의 인물이었다가 대중이 들이민 ‘PC(Political Correctness·정치적 올바름)’한 잣대 탓에 전광석화처럼 내쫓기는 작가들 이야기다. 비판의 초점은 대중이 지닌 모럴의 속도다. “지독하고 뜨겁고 불온하며 그래서 더더욱 허무한, 어떤 모럴. 떨쳐내고 싶지만 그럴 수 없었다.” 역설적인 점은 요즘 소설의 단문과 빠른 속도는 작가들이 사회의 표면을 담아내려고 했기 때문에 생긴 것이며, 그러면서 동시에 이를 비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시대를 거슬러가면 속도는 둔중해진다. 달리던 독자는 이제 걸을 수 있다. 이를테면 뒤라스의 『연인』은 읽는 이에게 ‘정지’의 순간을 반복해서 안겨준다. 문장은 단문이다. 하지만 인물을 “시간들이 후려치자” 그리 역동적일 것도 없는 사건은 멈춰 서고, 독자는 앞 단락으로 돌아가 문장을 곱씹게 된다. 등장인물의 시간이 틀어막히면 반대로 독자의 시간은 광활해진다. 읽는 이에게 속도의 제어 능력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때 내 삶은 소설 속으로 깊이 들어가거나 소설이 내 삶에 깊이 침투해온다.   뒤라스의 문장에서는 공기·소리·풍경이 걸어 나온다. 사방에 안개가 자욱해지고, 혐오의 침묵은 놀라우며, 소녀와 남자가 맺는 관계는 형체가 없는 바다 그 자체다. 독자는 글을 읽는다기보다 자신을 들이마신다. 급기야 소설에서 나와 자기 자신 속으로 들어간다. 흥미로운 점은 구병모와 성해나의 작품을 읽을 때는 ‘우리 사회’를 떠올리게 되는 반면, 뒤라스를 읽을 때는 ‘나의 내면’을 떠올리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한없이 빠르고자 하며 도덕을 잣대 삼아 틀 바깥으로 삐져나온 것들을 재단한다. 그 속도에는 경박해질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다. 반면 나의 내면은 떨어진 보푸라기들을 쓸어담아 간직한다. 보풀에는 지난 시간들이 뭉쳐 있고, 그것을 줍는 천천한 걸음은 중심을 비워 새것을 담아낼 여력을 늘린다.   각각의 ‘나’도 종종 시대를 급히 뒤쫓지만, 거기서 쉽게 유리되며 군중과 나는 언제나 다르다고 생각한다. 나를 ‘우리’라고 볼 수 없는 건 우리가 나를 특별히 필요로 하지 않고 내가 없어도 흔히 우리는 성립되기 때문이다. 나에게 내면으로 들어가게 하는 소설이 필요한 이유는 시간을 느리게 만드는 데서 윤리성도 솟아나기 때문이다. 시간은 늘 현재에 강력하게 붙들려 있는 듯하지만, 미래의 불안을 미리 당겨와 몸집을 늘리기도 하고, 과거를 현재의 한복판으로 데려다 놓기도 한다.   과거로 되돌아가면 우리는 ‘그럴수도 있었겠다’며 가정법을 떠올리거나 혹은 회상에 젖는다. (망각에 저항하는 회상은 윤리적이다) 그런 촉발을 일으키는 글들은 근원성을 던져준다. 역사성과 근원성은 인간의 본질이며, 특히 뒤엣것은 우리를 철학자로 만든다. 소설은 이야기이지만 사건과 스토리가 핵심은 아니다. ‘없는’ 이야기 혹은 이야기의 ‘바깥’에서 독자는 시간을 거닌다. 200자 원고지 80매 안팎의 단편에서 스펙터클과 인과의 장치들을 최대로 구현할 수도 있지만 ‘아무것도 없음’ 역시 소설의 중심이 될 수 있다. 그압도적인 예가 로베르트 발저다. 그의 단편 ‘토볼트의 삶’을 보면 “아무내용 없음이 무게를 지”닌다. 주인공인 하인은 마룻바닥을 문지르다가 거기에 오후 햇살 한 점이 어른거리는 데서 생의 기쁨을 발견하는 자다. 독자는 여기서 “언어의 황무지화”를 맞닥뜨리는데, 형식만 완벽하면 딱히 내용과 줄거리가 없는 황무지라도 우아함을 일궈낸다. 작품의 밀당은 이처럼 언어의 수줍음과 반보 후퇴의 머뭇거림에서 생겨난다.   단어의 선택과 문장 구성은 시간을 신뢰할 때, 그리고 존재만큼 ‘무(無)’를 고려할 때 달라질 여지를 발휘한다. 중심을 휘어잡는 힘이 부서질 때 가능하지 않을 것만 같던 전망이 모니터의 빈 화면 앞에 펼쳐진다. 그렇게 해서 작품이 아름다워지면 자연히 그 작품을 쓴 이와 읽는 이 모두 전체의 아름다움 속에 포괄되면서 시간을 한껏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이은혜 / 글항아리 편집장마음 읽기 소설 무게감 이들 소설 요즘 소설 서고 독자

2025.05.28. 21:43

[문장으로 읽는 책] 여행하는 소설

“여행 경험이 많진 않지만 전부터 비행기 표 알아보는 걸 좋아했다. 앞으로 절대 가 볼 일 없고, 가 보지 못할 나라라도 그랬다. 직장 일로 영혼이 어둑해지거나 인간에게 자주 실망할 때면 혼자 이국의 낯선 도시를 검색해 보곤 했다. 태블릿 피시와 다정히 얼굴을 맞댄 채 열대지방 햇볕 쬐듯 전자파를 쬐었다.”     장류진 외 『여행하는 소설』   일상이 막히고 여행이 귀한 경험이 된 시절에 맞춤한 소설집이다. 일곱 명의 작가가 여행을 소재로 썼다. 위 인용문은 김애란의 소설 ‘숲속 작은 집’의 일부. 해외여행 중 메이드에게 팁을 주는 문제로 고민하는 얘기다.   “하루오는 전에 없이 길고 깊은 잠을 잤다. 깨어 보니 낯선 방이었다. 몇 겹의 삶이 지나간 듯 오래 잔 느낌이었다. 그 아침, 천장을 바라보며 누워 있는 하루오는 어쩐지 바다 밑바닥에서 빠져나오는 기분으로 몸을 일으켰다. 창문을 열고 소음으로 가득한 거리를 내려다보았다. 희미한 햇살이 있었고, 자동차들이 무수히 지나다녔고, 매연이 뒤섞인 찬 공기가 창문으로 밀려들었다. 하루오는 아, 하고 짧은 신음을 내뱉었다. 어딘지 모르게, 그것은 새로운 세계였던 것이다.” 이장욱의 ‘절반 이상의 하루오’의 일부다. 일본인 하루오는 부산 남포동 모텔방에서 하룻밤을 자고, 아침을 먹으러 가는 길에 “도를 믿느냐”는 기이한 질문을 받고 “기이하게도 죽고 싶었던 마음이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건, 나란 존재가 5센티미터쯤 다른 세계로 옮겨진 것 같은 그런 순간이 아니었을까.” 짐 싸고 싶어지는 문장이다.문장으로 읽는 책 여행 소설 여행 경험 열대지방 햇볕 태블릿 피시

2024.08.21. 18:52

‘소설 이존창’ 출간…조선천주교 실존 인물 이야기

조선시대 천주교사를 새롭게 조명한 정대영 작가의 ‘인간의 길-소설 이존창(도서출판 실반트리·사진)’이 출간됐다.   정작가는 조선 천주교사에서 최대 미스터리로 꼽히는 이존창(세례명 루도비꼬)이라는 실존 인물을 지난 5년 동안 자료 수집과 답사를 통해 소설 속으로 불러들였다.     이존창의 삶은 18세기 정조(재위기간 1776~1800년) 연간을 관통한다.     조선의 르네상스로 불리던 정조 재위기에 조선은 선교사 파송 없이 스스로 노력과 엄청난 희생을 감수하며 천주교를 받아들인다.     소설의 모티브가 된 주인공 이존창은 실존 인물인데도 신분이나 출신지, 가족관계, 출생시기 등 제대로 밝혀진 것이 없다.     조선 천주교사의 주요 장면마다 이름을 올리고 있음에도 구체적인 행적이나 주변을 둘러싼 사건들이 지금까지도 미스테리로 남아 있다.     이 책의 기획부터 출판까지 전 과정을 지휘한 캘스테이트(CSU) 롱비치 박선욱 교수는 “한국 천주교사가 해외에도 널리 알려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출간 작업에 참여하게 되었다”며 “천주교 신자였던 돌아가신 어머님에 대한 그리움으로 종교서적 출판 작업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박교수는 ‘퀘이커 350년사’, ‘윌리엄펜 전기’ 등 종교 분야 번역서를 출간했다. 이은영 기자소설 조선천주교 조선 천주교사 한국 천주교사 종교서적 작업

2024.04.14. 19:01

[삶의 뜨락에서] 쓰지 못한 소설

4월 2일 아침, 바닷가 낚시터에서 제물을 발견했다. 사과 한 접시, 쿠키 한 접시가 잡은 고기를 손질하는 도마 위에 차려져 있었다. 바나나 접시는 바람에 날려 바닥에 떨어져 있고 새가 먹다 만 과자도 흩어져 있었다. 약 2년 전부터 낚시터에는 이름 모르는 남자의 사진과 함께 조화가 꽂혀 있었다. 오늘이 그가 운명한 날인지도 모른다.   로잘린 하버 바닷가에 아침마다 기도하는 아시아계 여인이 있다. 그녀는 추운 날씨에도 10분 정도 엎드려 절을 한 후 작은 배낭을 메고 달린다. 언젠가 굿모닝 인사를 했는데 반응이 없었다.   벌써 5년은 되었을 것이다. 베트남 여행 중 하노이 근처에 있는 작은 사당을 찾았다. 한 젊은 여인이 부처님 앞에 무릎을 꿇고 향을 피우며 절을 올리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진실해 보여 유심히 바라보았다. 여인은 처연하도록 아름다웠다.   베트남은 긴 나라다. 남쪽 호지명 시티(사이공)에서 북쪽 하노이까지는 1100마일, 인구도 8000만이나 된다. 호지명 시티는 태평양에 인접해 스페인, 포르투갈 해양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피부색, 언어도 다르고 문화적으로도 유럽에 가깝다. 중국과 붙어 있는 수도 하노이는 중국의 영향권에 속하고 중국계 후손이 많다. 문화적으로도 불교, 유교 전통이 강하다. 도로변 주택에는 한 집에 3대가 기거하고 있고, 마을 입구에 귀신 먹으라고 음식을 차려 놓은 것을 목격했다.   베트남 여행이 끝날 무렵, 나는 베트남 전쟁을 소재로 하는 소설을 영어로 쓰고 싶었다. 기념품 가게에서 아오자이를 입은 베트남 여인의 사진을 사 왔다. 책의 표지로 디자인할 생각이었다. 소설의 줄거리를 구상했다. 베트남전에 참전한 한국 장교와 미군 장교 친구가 있었다.   한국 장교는 주말에 미군 장교와 어울렸다. 어느 날 카페에서 두 베트남 여자를 만나 대화를 나눈다. 한 여자는 하노이 근처에서 내려온 사람, 조용한 미소, 수수한 차림, 수심에 찬 얼굴에는 신비한 아름다움이 있었다. 다른 한 여자는 화려한 옷차림에 발랄한 성격, 유럽 피가 섞였는지 이국적이었다. 두 여인 모두 거의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고 있었다.   그날 저녁 두 장교는 어느 여자가 더 마음에 드는지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한국 장교는 화려한 베트남 여인을, 미군 장교는 전통적인 북쪽 여자를 좋아한다고 했다. 이들의 데이트는 계속된다. 미군 장교는 어느 날 여자가 사는 마을을 찾아간다. 그녀는 집에 없었다. 사당에서 향불을 피우고 절을 하고 있었다. 그는 먼발치에서 심각하도록 경건한 그녀를 바라본다. 여인에게는 아무도 침범할 수 없는 성역이 있었다. 남자는 왜 그렇게 절을 하느냐고 물었다. “어머니는 매일 절을 합니다. 전쟁에서 숨진 아버지의 영혼을 위해, 참전 중인 오빠의 무사 귀환을 위해 빕니다.” 미군 장교는 충격을 받고 그녀의 무속을 받아들이고 그녀를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 한국 장교는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그런 여자가 싫다. 서구적인 베트남 여자가 훨씬 좋다. 그런데 결혼은 어려울 것이다. 부모님이 월남 여자와의 혼인을 절대 승낙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군 장교는 의아해했다. 우리 부모는 내 결정을 존중할 것이다. 내가 그녀를 택한다면 그것은 나의 선택이다. 전쟁이 끝나고 미군 장교는 그녀의 믿음을 존중하고 아름다운 베트남 여인과 결혼, 미국에서 행복하게 산다. 한국 장교는 베트남 여인을 부모에게 선보였다가 큰 야단을 맞고 헤어지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구상만 했을 뿐 소설로 옮기지 못하고 있다. 소설을 쓰려면 다시 베트남 전쟁 현장을 찾아다니고, 미국과 한국, 베트남에서 자료를 수집해야 한다. 1~2년 준비 기간이 필요할 것이다. 언젠가 시간이 나면 시도할 수 있겠지만 건강이 허용할지 알 수 없다.   바닷가 공원에는 다른 종교와 문화를 가진 수많은 사람이 드나든다. 해를 바라보고 돗자리 깔고 절하는 무슬림들, 물가에 모여 세례받는 기독교인, 아침 해를 바라보고 기도한 후 조깅하는 여인, 제물을 차려놓고 비는 사람들, 이상하게 보는 사람이 없다. 모두는 모두의 믿음과 사생활을 존중한다.     이날 비가 내렸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머리 숙이고 기도를 드렸다. 하나님, 모두가 모두를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옵소서. 최복림 / 시인삶의 뜨락에서 소설 베트남 여자 베트남 여인 베트남 전쟁

2024.04.09. 20:57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만남들!

 덴버에서 플로리다 탬파로 이사 가신 집사님 부부 댁을 방문했습니다. 도착한 다음날은 주일(일요일)이었습니다. 아침에 우리 일행(4명)은 ‘오칼라’를 향했습니다. 집사님 댁에서 오칼라까지는 약 60마일로 1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오칼라 한인 장로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기 위해서였습니다. 담임하시는 김삼 목사님과 1998년에 신학대학원에서 함께 공부했었습니다. 목사님 부부를 24년 만에 만났습니다. 예배 후 친교 시간을 가졌습니다. 반찬이 풍성했습니다. 오늘(2/5)이 정월 대보름이라고 하셨습니다. 목사님 부부와 우리 일행은 카페로 자리를 옮겨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저녁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중국뷔페식당에 갔습니다. 식당 영업시간이 끝나는 시간까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교회 도착해서 헤어질 때까지 10시간을 함께했습니다. 다음날 근처에 있는 공원(Lettuce Lake Park)에 갔습니다. 카운티에서 관리하는 공원이었습니다. 공원은 240에이커로 매우 넓었습니다. Hillsborough 강이 흐르고 있습니다. 호수가 넓고 아름다웠습니다. 새들이 호수가의 나무에 앉아있기도 하고 날기도 했습니다. 처음으로 악어를 보았습니다. 집사님 댁에서 일본 선교사로 가실 부부와 점심을 함께 했습니다. 남편 D 선교사님은 일본 오사카에서 생화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으셨습니다. 플로리다에서 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었습니다. 나이 50세에는 하나님의 사역을 하겠다고 친구와 약속을 했었다고 합니다. 약속이 생각나 아내와 상의하지 않고 사직서를 냈습니다. 사표를 낸 날 2군데에서 지금 연봉보다 2배를 주겠다는 편지들이 도착했다고 합니다. 아내 S 선교사님은 조선족이라고 합니다. ‘연변’에서 자랐습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무역업을 하셨습니다. 그녀에게 법대를 가라고 종용했다고 합니다. 그녀는 대학 3학년 2학기 때 사법고시에 합격했습니다. 최연소 검사라고 여러 신문에 기사가 실렸다고 합니다. 아버지는 여러 나라와 무역을 했습니다. 일본에 가셨을 때 양질의 나무들을 본 후 이 나무들을 수입할 생각을 하셨습니다. 이 나무로 고급 가구를 만들어 일본으로 수출했습니다. 딸이 일본에서 국제무역에 대한 법률공부를 더 하기를 원했습니다. 왜냐하면 두 나라 사이에서 무역 분쟁이 발생할 경우에 법률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D와 S는 지인의 소개로 오사카 대학에서 만났습니다. 두 분은 결혼을 했습니다. 미국으로 이민을 오게 되었습니다. D 선교사는 교수로 근무를 했습니다. S 선교사는 집에서 스시와 롤을 만들어 SAM’S에 납품을 했다고 합니다. 일본의 기숙학교의 과학 선생님으로 가실 예정입니다. 교수 연봉에 비해 사례비(월급)도 적고 할 일도 많지만 빨리 가고 싶어 하셨습니다. 낮12시경에 만나서 밤 12시 넘어서 헤어졌습니다. 12시간 이상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우리 신학대학원의 분교가 일본과 대만에 생기면 두 분이 통역을 도와주시기로 했습니다. D 선교사님은 한국어, 일본어 그리고 영어가 가능한 분입니다. S 선교사님은 중국어, 한국어, 일본어, 영어 그리고 러시아가 가능한 분입니다. 두 분의 인생은 소설보다 더 소설 같았습니다. 탬파에 왔으니 덴버에서 볼 수 없는 바다를 보러 해변으로 갔습니다. 물고기를 낚으면 돌고래가 물고기만을 빼내어 먹는다고 합니다. 돌고래에게 물고기를 주면 10만 불의 벌금을 부과한다고 경고하였습니다. 아주 작은 물고기를 많이 잡았지만 돌고래는 보지 못했습니다. 새들이 작은 물고기를 바다로 던지면 채갔습니다. 구시가지에 나갔습니다. 미국 옛날 도시를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시가지를 순회하는 전차가 있었습니다. 특이한 광경은 공원에 닭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탬파 시에서 보호하는 닭들이라고 합니다. ‘유령 작가’의 저자 ‘로버트 해리스’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훌륭한 책은 모두 다르지만 형편없는 책은 완전히 똑같다. 이런 일을 하면서 나쁜 책을 수도 없이 읽은 후에 내린 결론이다. 너무나 형편없어서 출간될 수도 없는 책들. 소설이든 회고록이든, 나쁜 책들이 공통으로 갖고 있는 문제는 바로 이거다. 진실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 좋은 책이 반드시 진실을 다루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읽는 동안만큼은 사실처럼 느껴져야 한다.” 좋은 소설은 진실을 위해 허구를 차용할 뿐, 사실을 감추려고 거짓을 꾸미지는 않습니다. 누구나 소설이 허구라는 걸 알지만 좋은 소설에는 감동이 있습니다. 이번 플로리다 여행에서는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삶을 사신 분들을 만났습니다. ‘만남은 인연이지만, 관계는 노력이다!’라는 말과 ‘꽃보다 할배!’라는 TV의 여행 프로그램이 생각났습니다. 목회칼럼소설 에콰도르 돌고래가 물고기 집사님 부부 목사님 부부

2023.02.17. 12:39

이수정 작가, 재외동포문학상 단편소설 대상

  뉴욕 일원에서 20여년간 살아온 한인 이수정(55·얼굴) 씨가 재외동포문학상 단편소설 부문 대상을 받았다.     27일 '2022년도 재외동포문학상 심사 결과'에 따르면, 이수정 작가의 '타이거 마스크'가 단편소설 부문 대상으로 선정됐다. 이 작품은 1960~1970년대 한국에서 황금기를 거친 프로레슬링의 명멸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타이거 마스크'를 쓰고 미국인 선수들에게 맨날 지는 역할만 하던 레슬링 선수에게 동정심을 느끼던 아버지는, 이 선수가 링에서 사고로 죽자 급기야 '타이거 마스크'의 대를 잇게 된다. 레슬링 선수에게 본인의 무력한 신세를 투영하던 아버지와 그 가족들이 겪는 이야기가 소설 속에서 뉴욕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아시안 혐오범죄, 코로나19 팬데믹 이슈까지 담겨 있다.   2001년 남편과 함께 미국으로 온 이 작가는 "이민자들은 외부의 어떤 힘이 덧씌운 프레임을 쓰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에 그 프레임을 '타이거 마스크'에 투영해 봤다"며 "그 프레임을 부분적으로나마 깨고, 자유롭게 살아갈 용기를 내고 싶었다"고 집필 의도를 설명했다.   이 작가는 온라인 소설 북클럽을 결성하고, 로컬 라디오 방송에서 '명작소설 속 명장면' 코너를 운영하는 등 한인들에게 꾸준히 소설을 전파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 많은 사람과 소설을 읽고 쓸 수 있도록 정진하라는 뜻으로 알겠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올해 24회째를 맞는 재외동포문학상은 재외동포재단(이사장 김성곤)에서 732만 재외동포의 문학적 감성과 향수를 고양하기 위해 매년 주최하고 있다. 지난 4월 22일부터 6월 20일까지 총 43개국에서 802편의 작품이 출품됐다.     시 부문 대상에는 중국동포 주양수 씨의 '치매꽃', 일반 산문부문 대상에는 카자흐스탄 동포 전옐레나 씨의 '뿌리 깊은 나무처럼'이 선정됐다. 중고등부 글짓기 부문 최우수상은 최찬아(카자흐스탄)의 '누구에게나 겨울은 있다', 초등부 글짓기는 주세아(러시아)의 '나는 카잔카'가 차지했다. 한글학교 특별상은 중국 상해포동한국주말학교, 러시아 카잔볼가한글학교, 카자흐스탄 알마티토요한글학교에 돌아갔다. 시상식은 연말 각국 재외공관을 통해 진행하며 수상 작품집은 11월쯤 단행본과 전자책으로 발간해 배포할 계획이다. 김은별 기자 [email protected]재외동포문학상 이수정 소설 타이거마스크 대상 단편소설

2022.09.27.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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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으로 읽는 책] 소설 만세

나는 소설을 한 사람의 삶에 들어가 그의 마음과 감정을 살피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객관적으로 알고 확인하는 것을 넘어 알게 된 것에 책임감을 갖고 그편에 서서 적극적으로 그를 믿고 변호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내가 소설에 매료되고 지금도 소설을 사랑하는 핵심적인 매력이 그것이다.   정용준 『소설 만세』   그러니까 소설이란 “단 한 사람의 편에 서서 그를 설명하고 그의 편을 들어주는 것”이다. 소설가가 쓴 소설예찬, 혹은 소설가를 꿈꾸는 이들에 대한 가이드북이다. “어떤 사람이 소설을 쓰는가? 내면에 무엇인가 가득한 사람이 소설을 쓴다. 다른 사람이라면 고민조차 하지 않았을 생각들을 하며 의문과 질문을 품고 어느 것 하나 사소하고 일반적인 것으로 바라보지 않으며, 그렇게 바라볼 수 없는 사람이 소설을 쓴다.”   소설가를 꿈꾼다면 일단 써야 한다. 재능은 두 번째 문제다. “소설을 쓰면 소설가가 된다. 더 나은 소설을 쓰면 더 나은 소설가가 되는 것뿐이다.” “많은 사람이 믿고 예상하는 것처럼 재능은 소설가가 되는 데 필수적인 요건도 아닐뿐더러 막상 소설을 써 보면 크게 도움도 안 된다. 물론 소설가에게 필요한 재능이 있긴 하다. … 계속 쓰려는 마음과 그 마음을 지켜내는 능력과 그 능력에 의지해 소설 쓰기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여러 어려움과 실패의 두려움을 이겨내면서 계속 소설을 써 나가는 행동력, 그것이 바로 재능이다. 용기를 내는 작가가 되자. 용감하게 쓰자.” “소설을 쓸 때 글쓰기를 방해하는 가장 큰 적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양성희 /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문장으로 읽는 책 소설 만세 소설 만세 소설 쓰기 행동력 그것

2022.08.22. 19:27

“중국 동북공정 반박 위해 소설 썼죠” 소설가 연규호 씨 역사 소설

연규호 작가가 역사장편 소설 ‘투탕카멘의 녹슨 단검(사단법인 한국소설가협회.사진)’을 출간했다.     ‘투탕카멘의 녹슨 단검’은 연규호 작가가 지난 5~6년동안 한민족 상고사(고조선과 요하문명) 연구를 통해 한민족이 황하문명보다 1000여년전부터 요하, 몽고, 만주 산동반도, 한반도에 문명을 이루고 있었지만 중국과 일본에 의해 말살 당해 상고사가 전무한 것을 알게 된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연작가는 “중국의 동북공정으로 한민족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중국 동북공정을 반박하는 역사 소설을 출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연작가는 3년에 걸친 고증과 한국 소설가협회 이사장, 김호운 소설가, 서울대학교 신용하 교수, 미주 최용완 시인 등의 도움을 받아 집필을 끝냈다.     연작가는 "한국에서 출간 후 교보문고에서 판매되고 있는데 동북공정을 다룬 역사소설이라 큰 호응을 얻고 있다"며 "향후 영어로 번역해 한국 역사를 왜곡하는 중국과 일본을 반박하는데 작은 힘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미주소설가협회 전 회장인 연규호 작가는 내과전문의로 일하다 은퇴 후 현역 소설가로 활동하고 있다.     제22회 미주문학상, 제5회 미주 펜문학상, 제6회 한국소설가협회 해외한국소설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투탕카멘의 녹슨 단검’은 반디서점이나 알라딘서점에서 구입할 수 있다.  이은영 기자중국 소설 한국소설가협회 해외한국소설문학상 사단법인 한국소설가협회 소설가 연규호

2022.08.14. 19:00

[중앙 칼럼] 2022년 다시 읽는 소설 ‘1984’

상황이 묘하게 닮았다. ‘빅 브라더(Big Brother)’가 모든 걸 통제하는 듯한 작금의 사회가 그렇다. 조지 오웰이 쓴 소설 ‘1984’에 나오는 빅 브라더는 모든 개인을 24시간 감시하고 지배하는 정체불명의 권력이다. 어디를 가나 이 말이 붙어 있고 흘러나온다.     ‘빅 브라더는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   시민들은 당이 진실이라고 선전하는 것은 무엇이든 진리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만이 사실로 수용될 수 있다. 의문을 갖는 것은 절대적으로 금지다. 당의 방침에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처벌 대상에 오른다. 이러한 세뇌 및 사상 개조가 진실부(Ministry of Truth)의 역할이다.   소설 속 ‘진실부’가 현실 가운데 등장하려 한다. 최근 바이든 정부가 진실부와 흡사한 ‘허위정보 관리위원회(Disinformation Governance Board)’를 만들기로 했다. 잘못된 정보를 걸러내고 가짜 뉴스 등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이 기관의 위원장으로 니나 잰코위츠가 낙점됐다. 허위 정보 관련 전문가라는 잰코위츠는 ‘정보 전쟁에서 지는 법(How to lose the information war)’이라는 책을 낸 인물이다. 역설적으로 그가 정보 전쟁에서 지지 않는 방법은 신박하다. 일례로 열혈 민주당원인 잰코위츠는 지난 2020년 대선판을 흔들 뻔했던 헌터 바이든의 노트북이 러시아의 공작이라고 그 누구보다 강력하게 주장했었다. 거의 우기는 수준이었다.     지금은 어떤가. 그 노트북은 결국 헌터의 것임이 확인됐다.  그런 잰코위츠에게 바이든 정부가 허위정보를 가려내게 한다는 것은 실소를 자아낸다.   허위정보, 가짜뉴스의 기준이라는 것도 매우 상대적 개념이다. 허위정보 관리는 이견(異見)이 있는 사안에 관해 토론하고 판단할 여지를 없애고 참과 거짓으로만 이분화시킬 수 있다.     게다가 정파적 이익에 따라 유리한 정보, 입맛에 맞는 뉴스만 부각하고 그 외에는 ‘가짜’ ‘극우’ 등의 딱지를 붙여 제거해버릴 위험이 존재한다. 소비자는 뉴스와 정보를 스스로 판단하고 취사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걸 정부가 대신하겠다는 건 곧 빅 브라더의 역할을 자처하는 셈이다.   소설 ‘1984’에 나오는 진실부는 몇 가지 슬로건을 내세운다. ‘자유는 종속(Freedom is Slavery)’ ‘무지는 힘(Ignorance is Strength)’.     바이든 정부의 의도 역시 심상치 않다.허위정보 관리위원회 신설은 사실상 일론 머스크(테슬라 CEO)가 표현의 자유를 언급하며 트위터를 인수하겠다는 소식에 촉발했다.     트위터 인수 소식에 여기저기서 거품을 문 이들이 있다. 그중 한 명이 빌 게이츠다. 그는 “소셜 미디어는 가짜 뉴스 확산을 막아야 하는 역할이 있다. 머스크의 인수 의도를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빌 게이츠가 그런 말을 하니 흥미롭다.     “내년부터 코로나 극적으로 줄어든다”(2020년 9월15일) →“백신 매우 효과적이고 안전하다”(2020년 11월23일) →“내년에는 코로나 종식된다”(2021년 12월7일) →“인류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 정착하는 시기 된다”(2022년 1월7일) →“코로나 결국 독감 된다”(2022년 1월11일) →“또 다른 팬데믹 온다”(2022년 2월18일) →“최악의 상황 아직 안 왔을 가능성 있다”(2022년 5월1일).   수시로 바뀌는 게이츠의 발언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그는 전염병 전문가도 아니다. 게이츠는 가짜 뉴스 운운하기 전에 명확한 근거도 없이 사회적 불안을 조장하는 예언자적 발언부터 자제해야 한다.     허위정보 관리위원회가 신설되면 잰코위츠는 공정한 잣대를 통해 게이츠의 주장도 통제하길 바란다. 그래야 좌우를 떠나 공정한 일 아닌가.     안 그러면 소설 속 ‘1984’의 시대가 ‘2022’에는 정말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장열 / 사회부 부장중앙 칼럼 소설 허위정보 가짜뉴스 허위정보 관리위원회 포스트 코로나

2022.05.16.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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