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광장] 송구영신, 용서와 결심
금년도 어느새 훌쩍 흘러가 달력이 달랑 한 장 남았다. 뱀띠 해가 지나가고 말띠 해가 다가오고 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묵은 것을 버리고 새로움으로 새해를 맞이하는 과정이 송구영신 또는 근하신년이다. 연말연시가 되면 자신에게 호의를 베풀어 준 지인이나 웃어른께 안부를 전하기 위해 크리스마스 카드나 연하장을 보내곤 했는데 그 문구는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보내며’로 시작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어 요즈음은 따스한 정감이 깃든 손수 쓴 카드 인사는 거의 사라지고 대신 온기 없는 겉치레 인사가 휴대전화에서 불이 나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미국이나 조국인 대한민국은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 미국은 트럼프가 1월에 취임한 이후 관세폭탄과 불법 이민자 추방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끌벅적하여 편안한 날이 없었고 한국도 큰 소란으로 일 년 내내 떠들썩했던 것은 마찬가지였다. 대통령이 판단 착오의 계엄령으로 지난해 12월 임기 중 그 직에서 탄핵을 당하였고 영부인마저 물의를 일으켜 영어의 몸이 되었다. 부귀영화가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란 것을 일깨워 주었고 또 권좌를 지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처신해야 옳은 지 좋은 본보기가 된 해였다. 나 역시도 육체적으로 너무 고통스러운 한 해였다. 척추관 협착증으로 단 1분을 서있기가 힘들었고 보행기에 의존하여 10미터 정도를 걷기가 괴로워 죽을 맛이었다. 지금까지도 정형외과에서 치료받고 있는 중인데 그 통증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리라. 미국의 송구영신 행사는 12월 31일 자정이 되면 동부에서 카운트다운을 하며 축포를 쏘아 올리고 환호하는 것으로 새해를 시작하고 한국은 제야의 행사로 보신각에서 사회 저명 인사들이 모여 33번의 타종으로 신년을 알린다. TV로 중계되는 이런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새해에는 왠지 길조가 있을 것 같아 가슴이 설렌다.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매년 해가 바뀌면 지난해를 되돌아보며 자신을 반성하고 새로운 결심으로 옹골진 목표를 정했으나 작심삼일로 용두사미 꼴이 거듭하기만 하였다. 이번 새해에는 큰 각오보다는 작은 변화부터 실천해 보리라 다짐한다. 나는 갑오년 말띠 생이다. 내 나이 70대 초반, 살아온 삶이 짧은 것 같은데 내 나이가 벌써 이렇게 되었단 말인가! 옛날 같으면 산에서 누워 있을 나이다. 남은 생은 덤으로 살아가는 것으로 여기리라. 우리는 뱀을 사악한 동물로 여긴다. 지나가는 계사년의 뱀을 다가오는 병오년의 말이 잡아먹고 원기를 보충하여 힘차게 달려주는 한 해가 되어 주기를 소망한다. 새해가 되면 어르신께 세배 드리며 만수무강을 기원하면 우리에게는 덕담이 돌아왔다. 지금은 그 세배가 그리운 추억이 되어 희미한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이제 지나간 일은 ‘훌훌’ 다 털어버리자. 나에게 서운하게 해준 사람, 미워했던 사람도 모두 용서해 주고 그 사람의 복을 빌어 주기로 하자. 삼가 새해를 축하하며 내년엔 모든 소망 꼭 이루시길 간절히 기원하며 밝아오는 새 아침을 맞이하련다. 이진용 / 수필가열린광장 송구영신 용서 송구영신 용서 송구영신 행사 카드 인사
2025.11.30. 1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