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주 쇼핑몰 활로는 '야외 몰 파크'
일요일이었던 지난달 22일 오전 9시30분, 하루 전까지 내린 비가 그치고 구름 사이로 해가 비치자 런웨이 플라야 비스타(Runway Playa Vista) 몰엔 유모차 행렬이 이어졌다. 인근 놀이 공간에서는 아이들이 자동차 모양 놀이기구의 손잡이를 돌리고 바퀴를 회전시키며 웃음소리를 냈다. 유아들은 킥보드를 타고 빠르게 지나갔고, 부모들은 드물게 찾아온 LA 폭풍우 속 육아의 고충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아이들의 넘치는 에너지를 풀어주기 위해 이들이 선택한 곳은 일반 공원이 아니라 ‘몰 파크(Mall Park)’였다. 정확히는 맨해튼 비치 인근 쇼핑센터 매장 앞에 조성된 인조잔디 광장과 놀이시설이었다. “큰딸이 여기서 바로 춤을 배워요. 그래서 일요일마다 오는 게 우리 가족의 루틴이죠.” 두 살 딸 엘리와 함께 놀이 자동차 옆에 앉아 홀푸드마켓 쇼핑백을 들고 있던 대니얼 라베어는 이렇게 말했다. “큰딸은 춤 수업에 가고, 우리는 여기서 놀아요.” 남가주 전역에서 쇼핑몰에 잔디와 놀이시설을 갖춘 ‘몰 파크’가 늘어나며 자녀 양육에 지친 부모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최근 쇼핑센터들은 변화하는 유통 환경에 대응하고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유치하기 위해 녹지 공간을 늘리고 있으며, 일부는 놀이시설도 함께 조성하고 있다. 맨해튼 비치 인근 쇼핑센터 런웨이 플라야 비스타와 더 포인트(The Point)는 쇼핑과 외식, 놀이 공간을 결합해 부모가 볼일을 보는 동안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도록 했다. 전자상거래의 부상으로 소매 개발업자들이 고객 유치를 위해 창의적인 방법으로 활로를 모색해야 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중 하나는 잔디와 어린이 친화 공간을 쇼핑몰의 중심 요소로 만들어 가족을 겨냥하는 전략이다. 일부 공간은 의자가 놓인 작은 잔디밭에 불과하지만, 공을 차거나 새로운 환경 탐색을 즐기는 유아들에게 인기가 높다. 또 다른 쇼핑센터들은 보다 정교한 놀이시설을 갖추고 있다. 빅토리아 가든스(Victoria Gardens)의 오차드 플레이 에어리어는 쉐이크 쉑(Shake Shack)과 실버레이크 라멘(Silverlake Ramen) 인근에 있다. 이 잔디 공간들은 어린이 콘서트, 성인 운동 수업, 크리스마스 트리 점등식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리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개발·투자회사 JLL의 라이프스타일 부문 사장 폴 체이스는 “점점 더 많은 쇼핑센터가 단순한 거래 공간에서 벗어나 지역 커뮤니티의 목적지로 탈바꿈하고 있다”고 말했다. JLL은 지난해 11월 해당 부문 명칭을 ‘리테일’에서 ‘라이프스타일’로 변경했다. 이는 단순 쇼핑이 아니라 시간을 보내는 공간으로 관리 방향이 바뀌었음을 반영한다. 업계에서는 아이들이 놀고 가족이 모이는 조경 공간을 ‘엔터테인먼트 존’이라 부른다. 맨해튼 빌리지는 지난 2021년 개보수를 통해 평평한 주차장을 잔디와 벤치, 분수, 완만한 언덕을 갖춘 엔터테인먼트 존으로 탈바꿈시켰다. 주말이면 유아들이 작은 언덕을 오르내리며 분수에 손을 담그고, 부모들은 녹지 서쪽 끝 카페에서 커피를 마신다. 맨해튼빌리지 건너편 엘세군도에 위치한 더 포인트는 2002년 문을 연 사우스베이 최초의 ‘몰 파크’ 개발 사례다. 축구 경기를 마친 아이들이 공을 차는 같은 잔디에서 아기들은 기어 다니고, 가족들은 멘도시노 팜스와 카바 등 몰 내 식당에서 산 음식을 먹으며 피크닉을 즐긴다. 모회사 페더럴 리얼티 인베스트먼트 트러스트의 제프 크레쉑은 더 포인트가 ‘사우스베이의 거실’을 목표로 설계됐으며, 백화점이 아닌 4만5000스퀘어피트의 개방 공간이 핵심 앵커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통적인 쇼핑몰은 상업 공간 중심에 앉을 곳을 조금 덧붙인 구조였다”며 “우리는 수십 년간의 쇼핑센터 개념을 거꾸로 설계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 지역에는 공공 공원도 충분히 있으며, 부모들은 공공 놀이터도 이용한다. 그러나 아이들이 노는 동안 식사와 쇼핑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편리함 때문에 런웨이 플라야 비스타, 더 포인트, 맨해튼빌리지를 찾는다. 편리함은 곧 공동체로 이어졌다. 라베어는 런웨이 플라야 비스타에서 딸이 다니는 인근 유치원의 학부모들을 자주 마주친다. “오늘도 적어도 한두 가족은 만날 거예요. 제게 여기는 우리 커뮤니티입니다.” 일부 공원 관련 단체들은 이 같은 사설 몰 파크가 긍정적인 공간이 될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모두에게 개방된 공공 공원을 대체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LA 네이버후드 랜드 트러스트의 토리 키어 대표는 이런 모임 공간 자체에는 찬성한다고 밝혔다. 그는 “어떤 형태든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했다. 시 공원연합의 캐서린 나겔 대표는 공원과 상업시설의 결합이 새로운 현상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공원이 생기면 상업시설이 뒤따르는 상호 보완 관계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최근 공공 공원 역시 다양한 활동을 도입하고 있으며, 소매업체와 공공 토지 관리 주체가 서로에게서 배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나겔은 “공공 공간을 활성화하지 않으면 비생산적 활동이 일어날 수 있다”라며 그 사례로 뉴욕 브라이언트 공원에서 열린 살사댄스 행사를 들었다. 몰 파크의 녹지 공간은 진정한 공공 공간은 아니다. 키어는 “사유지 소유주가 모임 공간을 만드는 것은 좋지만, 나무와 잔디, 놀이시설을 갖춘 강력한 도시공원 시스템을 대체할 수는 없다. 공원의 아름다움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시위와 축제, 일상 활동을 안전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공원에서 방문객은 시민이지만, 쇼핑센터 엔터테인먼트 존에서는 고객이다. 체이스 사장은 “결국 머무는 시간의 문제다. 사람들이 오래 머물수록 더 많은 돈을 쓰게 된다”고 말했다. 엔터테인먼트 존을 방문하는 가족들은 상업적 요소를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쇼핑몰에서 어울리며 자란 밀레니얼과 엑스(X) 세대 부모들에게 이 같은 공간은 익숙하다. 지금의 삶의 단계에서 편리함과 잘 관리된 잔디, 공동체 의식은 가치 있는 요소다. 두 살 딸 클로이와 놀던 샬럿 알레스는 “아이를 뛰어놀게 하면서 쇼핑도 할 수 있으니 모두에게 이득”이라고 말했다. ━ 원문은 3월 3일자 ‘Open-air ’mall parks‘ are on the rise in SoCal and exhausted parents are loving it’ 기사입니다. 글=레이철 크라우스쇼핑몰 남가주 쇼핑센터 런웨이 녹지 공간 쇼핑센터 매장
2026.03.18.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