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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불체 단속에 군 장비…대응 수위 높아져

불법체류자 단속과 시위 감시에 군사 장비와 병력까지 투입되면서 LA 불체 단속이 정상적인 수위를 넘어섰다는 시민사회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KTLA 보도에 따르면, 14일 LA카운티 산타페 스프링스 스왑밋에서는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 60여 명이 전술 장비를 착용한 채 현장에 투입됐다. 국토안보부(DHS) 소속 헬리콥터가 상공을 선회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요원들은 행사장 부스와 화장실을 수색하며 신분증 확인을 요구했고, 예정돼 있던 공연은 취소됐다.   이 스왑밋은 라티노 커뮤니티 중심의 플리마켓으로 매주 수천 명이 방문하는 곳이다. 노점상 아라셀리 로페즈 씨는 “화장실에 있던 사람도 끌어냈다”며 “부모님과 할머니는 당분간 장사를 접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스왑밋 운영 측은 “사전 통보나 동의 없이 단속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비슷한 양상의 작전은 캄튼에서도 벌어졌다. LA타임스가 확보한 지난 9일 영상에는 군용 녹색 도색의 장갑차가 주택가로 진입하는 장면이 담겼다. 해치 위 무장 요원은 군복과 헬멧, 방탄복을 착용하고 비살상 탄환 투발용으로 추정되는 페인트볼 탄창 장착 총기를 소지하고 있었다. 총구가 일시적으로 조준되는 모습이 촬영됐으나 발사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장갑차 상단에는 벽 파괴 추정 장비도 확인됐다. 주민들은 철문이 부숴지고  5~7명이 연행됐으며 이 중 일부는 어린이었다고 전했다.   이번 단속에서 군사 장비 투입은 시위 현장 감시에도 확장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최근 LA 시내 상공에 군용 헬기 블랙호크와 MQ-9 ‘프레데터 B’ 감시 드론이 운영된 정황을 지적했다. MQ-9 프레데터는 주로 해외 군사작전에 사용되며, 무장 탑재가 가능한 기종이다. 테크 전문매체 404미디어는 “이 모델은 헬파이어 미사일 장착이 가능하지만, 현재 LA 상공에서 무장 탑재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국경세관보호국(CBP)은 “해당 드론은 무장하지 않았고 연방 요원의 현장 안전을 위한 감시 용도”라고 설명했다. 시위 감시 목적 여부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공공장소 공중 감시 확대가 사생활 보호와 표현의 자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단속 강화를 위해 LA 도심에 주방위군 4000명, 해병대 700명을 배치했다. 스콧 셔먼 작전 지휘관은 “해병대는 법 집행에는 직접 참여하지 않고 ICE 요원의 안전을 보호하는 역할”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해병대 병력이 민간인 구금에 나선 장면이 공개되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13일 해병대 병력은 연방 건물에 접근하는 민간인 1명을 구금했다. 체포된 인물은 육군 참전용사 출신 귀화 시민권자로 확인됐다. 군 병력이 통상 민간 치안 활동에 직접 나서는 사례가 드문 만큼, 시민사회 일부에서는 법적·제도적 논란의 소지를 제기하고 있다.   한편, 단속에 반발하는 시위는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 LA경찰국(LAPD)은 현재까지 시위 관련 체포자 수가 561명에 이른다고 집계했다. 강한길 기자드론 수위 불법체류자 단속 군사 장비 이번 단속 이민세관단속국(ICE) 미주중앙일보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 미국 LA뉴스 LA중앙일보 강한길 군용 헬기 해병대 단속 불법체류자 장갑차

2025.06.16.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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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호 수위 크게 낮아졌다

예년에 비해 따뜻하고 눈도 적게 내리면서 오대호의 수위가 크게 낮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한 생태계의 변화와 관련 산업의 피해는 피할 수 없게 됐다.     최근 오대호 수위를 측정하는 육군 공병대 자료에 따르면 미시간과 휴런호의 2월 수위는 예년에 비해 8인치 가까이 낮았다. 이는 지난 2014년 이후 최저치다. 이는 슈페리어호와 온타리오호 역시 마찬가지여서 각각 2013년, 200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위를 찍은 것으로 확인됐다.     오대호의 수위가 낮아진 것은 지난 겨울 비교적 건조한 날씨가 계속 됐고 적설량 역시 예년에 비해 적었기 때문이다. 북부 중서부 지역의 지난 겨울 적설량은 평균 2피트 이상 적었다. 시카고의 경우에도 평년에 비해 약 1피트 가량 적은 적설량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평균 기온 역시 높았다. 지난 겨울 중서부 지역의 평균 기온은 34.9도였는데 이는 평년에 비해 6.8도나 높은 것이었다. 시카고의 지난 2월 평균 기온은 최근 150년래 가장 따뜻했던 달로 기록됐다. 지난 2023년 6월부터 2024년 8월까지는 15개월 연속 지구의 기온이 사상 최고를 기록하기도 했다.     평균 기온이 올라가고 건조한 겨울이 이어지면서 얼음이 덮힌 오대호의 면적 역시 줄어들었다. 오대호의 얼음이 가장 넓게 형성되는 시기는 2월말인데 이 때에는 호수 면적의 최대 90%가 얼음으로 덮힌다. 하지만 올해에는 평균 53%가 얼음이 얼어 큰 차이를 보였다. 미시간호의 경우 전체 면적의 1/3만 얼음이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의 16%에 비하면 증가한 것이지만 평균에 비하면 크게 낮아진 수치다. 이리호만 최대 80%의 얼음이 형성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호수에 생기는 얼음의 크기가 작게 되면 호변 침식작용이 커지게 된다. 아울러 얼음 위에서 하는 낚시도 불가능해지면서 관련 산업의 피해도 피할 수 없게 된다. 더군다나 얼음이 줄어들면서 호수 표면의 온도가 올라가게 되는데 이는 곧 어류 먹이 사슬에도 영향을 끼쳐 상업 낚시에도 피해가 올 수 있다.     오대호의 수위가 낮아지면 물건을 수송하는 상선에도 영향이 온다. 조사에 따르면 상선은 수위가 낮아지면서 최대로 실을 수 있는 물건의 양이 줄어들게 돼 한번 운행하는데 최대 3만달러의 손실을 끼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오대호의 수위가 낮아지는 것이 수년간 이어질 경우 관련 산업의 피해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Nathan Park 기자오대호 수위 오대호 수위 최근 오대호 겨울 적설량

2025.03.28.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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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수위 높아지는 북의 핵공격 위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5일 밤 북한군 창설 90주년 열병식에서 “우리 국가가 보유한 핵 무력을 최대의 급속한 속도로 더욱 강화 발전시키기 위한 조치들을 계속 취해나갈 것”이라며 핵 보유 의사를 분명히 했다.     문재인 정부가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보증 선 지난 5년간 북한은 집중적으로 핵무기를 고도화했다. 북한 핵무기의 위력과 숫자가 늘어난 것보다 더 심각한 것은 북한이 핵무력 사용 범위를 크게 넓혔다는 점이라고 전문가는 말한다.     열병식에 김정은은 원수계급장을 어깨에 붙인 군복을 입고 나타나 연설했다. 최근 연이은 성명을 통해 기존의 가면을 벗어던지고 공세적 핵전략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2018년 4월 20일 북한은 “우리 국가에 대한 핵위협이나 핵도발이 없는 한 핵무기를 절대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핵 선제 불사용의 입장을 공언했다.     하지만 2022년 4월 25일 김정은은 “우리의 핵이 전쟁 방지라는 하나의 사명에만 속박되어 있을 수는 없다”며 핵무기 선제사용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이게 김정은의 속 마음이다.     핵보유국 중 가장 공세적이고 위협적인 북한은 대한민국을 상대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음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이전에는 핵 개발 목적을 미국으로 지목했지만 김여정은 2022년 4월 4일 “남조선이 우리와 군사적 대결을 선택하는 상황이 온다면 부득이 우리의 핵 전투 무력은 자기의 임무를 수행해야 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 국민을 겨냥한 핵무기 사용을 위협하고 있다.     북한식 쇼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는 병력 2만 명을 동원한 최대 규모의 열병식은 그야말로 광란의 행진이었다. 인민은 허기로 굶어 죽든 말든 전쟁을 향한 집착이 절정에 이른 것 같다.     때마침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징후 및 발사 후 비행궤적을 추적하는 미국 공군의 코브라볼(RC-135S) 정찰기가 동해로 전개돼 북한의 도발이 임박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미 코브라볼 정찰기가 엿새째 동해에 출격해 북에 ‘선 넘지 말라’며 경고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대한민국의 정치권에서 법치사회의 근간을 흔드는 검수완박으로 여야 정당이 소모적인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북한은 전쟁 억지의 수단인 핵무기를 언제든지 사용하겠다는 협박으로 대외 위협의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다. 선제타격까지 경고한 새 한국 정부를 향한 대결 선언이 심상치 않다.     새 정부는 국가안보에 최우선 정책순위를 두어야 할 것이다.  이재학 / 6.25참전유공자회 수석부회장시론 핵공격 수위 핵공격 위협 핵무기 선제사용 핵무기 사용

2022.05.11. 18:13

[열린 광장] 위험 수위 넘어선 ‘언어 오염’

 일제강점기를 지나오면서 우리 부모 세대에는 일본어의 잔재가 많이 남아 있었다. 그 시절이 지나며 어느 때부터인가 우리 일상에서 일본어가 하나둘 사라지고, 오봉·벤또 같은 어휘들이 쟁반·도시락이라는 우리말로 돌아왔다. 물론 우와기는 윗도리, 쓰봉은 바지로.     〔〈【이렇게 우리 삶에서 자취를 감추게 된 일본어의 잔재나 어쭙잖은 일본식 영어 발음의 쓰봉·도란스·바께쓰 같은 괴상한 단어를 생각하다, 상처에 바르던 옥도정기가 아까징끼였다가 ‘빨간약’으로 불리던 대목에서는 슬그머니 웃음이 배어난다.   】〉〕1980~90년대를 아우르면서 왜색 흔적을 지우고, 우리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대학가에서는 ‘국풍’에 이어 ‘신토불이’의 신바람과 함께 우리 전통의 풍물패 장단이 큰 물결을 이루었다. ‘우리 것’ 혹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아름답다’라는 선언문과 함께 우리 문화의 숨결을 담은 활동이 학교 안팎 곳곳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최근에는 〔〈【한류의 이름으로 K팝을 비롯한 】〉〕다양한 K문화 열풍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이런 열풍은 80~90년대를 이어 다시금 ‘우리 것’ ‘우리말’에 대한 관심과 열정으로 지구 곳곳을 들썩이게 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우리말이 또다시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영어 같기도 하고, 일본어 같기도 하고, 낯선 외국어 같기도 하고, 또 우리말 같기도 하고. 영 종잡을 수 없는 혼종 표현들이 넘쳐난다. ‘멘붕’처럼 절반은 영어에 절반을 한자어로 섞어 놓은 것뿐만 아니라, 예전에는 생각도 못 할 초두음만으로 된 연속체도 등장했다. ‘자(동)판(매)기’나 ‘야(간)자(율학습)’처럼 음절 단위의 줄임만은 있어도 초두음만으로 표현하는 것은 우리말 어법에 그다지 익숙하지 않다.   그런데 온라인 메신저의 등장과 더불어 ‘ㅅㄹㅎ(사랑해)’ 같은 표현을 지나, ‘ㅇㅋ(OK)’ 혹은 ‘ㄹㅇ(real)’처럼 영어의 한국어 표기를 따온 수수께끼 같은 표현이 난무한다. 이제는 너무나 흔한 상투어가 되어버린 ‘ㅎㅎ’ ‘ㅋㅋㅋ’ 등은 대화 상대를 잘 가려서 써야 한다는 주의도 듣는다. 상대방에 따라서는 비아냥으로 들릴 수도 있다기에.   언어도 유행을 타듯 사라지는 것도 있고, 또 새로운 표현이 생겨나 우리 일상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이렇게 우리말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또 하나의 현상은 말장난 같은 사자성어가 소통의 도구가 되는 것이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나 ‘폼생폼사(form生form死)’ 같은 국적 모를 네 글자 조합이 창의적 기발함을 업고 천연덕스럽게 활개를 친다. ‘고진감래(苦盡甘來)’ 대신 ‘고생 끝에 낙이 온다’나 ‘감탄고토(甘呑苦吐)’를 몰라도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익숙한데, 요사이 유행에 빗대면 ‘고끝낙온’이나 ‘달삼쓰뱉’이 시대에 어울리는 사자성어다.     그런데 어떤 것들은 국적도 정체성도 가늠되지 않는 마구잡이 조합이다.    더 이상의 미래는 없을 것이라는 디지털 문명 안에서, 수천 년을 거스르는 동서양 역사 속 인물들의 이야기가 인문학으로 소환되어 가르침의 소재가 된다. 반면 로봇과 인공지능에 지배되는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온통 영어로 채색된 것 같은 낯선 단어들을 체화해야 한다.     고전과 미래를 오가는 사이 말이 곧 ‘얼’이라는데, 흔들리는 우리의 정신은 어디에 닻을 내리고 살아야 할까. 최명원 / 성균관대 독어독문학과 교수열린 광장 수위 언어 우리말 어법 우리말 같기 혼종 표현들

2022.03.28. 19:57

[열린 광장] 위험 수위 넘어선 ‘언어 오염’

일제강점기를 지나오면서 우리 부모 세대에는 일본어의 잔재가 많이 남아 있었다. 나도 어린 시절 엄마 심부름을 다닐 때면 몇몇 일본어를 곧잘 우리말인 양 알아듣곤 했었다. 그 시절이 지나며 어느 때부터인가 우리 일상에서 일본어가 하나둘 사라지고, 오봉·벤또 같은 어휘들이 쟁반·도시락이라는 우리말로 돌아왔다. 물론 우와기는 윗도리, 쓰봉은 바지로.     이렇게 우리 삶에서 자취를 감추게 된 일본어의 잔재나 어쭙잖은 일본식 영어 발음의 쓰봉·도란스·바께쓰 같은 괴상한 단어를 생각하다, 상처에 바르던 옥도정기가 아까징끼였다가 ‘빨간약’으로 불리던 대목에서는 슬그머니 웃음이 배어난다.   1980~90년대를 아우르면서 왜색 흔적을 지우고, 우리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대학가에서는 ‘국풍’에 이어 ‘신토불이’의 신바람과 함께 우리 전통의 풍물패 장단이 큰 물결을 이루었다. ‘우리 것’ 혹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아름답다’라는 선언문과 함께 우리 문화의 숨결을 담은 활동이 학교 안팎 곳곳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교내 어디서나 꽹과리와 장구 소리가 들리고, 널찍한 공간만 있으면 상고를 쓰고 북과 징을 두드리는 동아리 구성원들의 춤사위가 판을 이루었다.   최근에는 한류의 이름으로 K팝을 비롯한 다양한 K문화 열풍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이런 열풍은 80~90년대를 이어 다시금 ‘우리 것’ ‘우리말’에 대한 관심과 열정으로 지구 곳곳을 들썩이게 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우리말이 또다시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영어 같기도 하고, 일본어 같기도 하고, 낯선 외국어 같기도 하고, 또 우리말 같기도 하고. 영 종잡을 수 없는 혼종 표현들이 넘쳐난다. ‘멘붕’처럼 절반은 영어에 절반을 한자어로 섞어 놓은 것뿐만 아니라, 예전에는 생각도 못 할 초두음만으로 된 연속체도 등장했다. ‘자(동)판(매)기’나 ‘야(간)자(율학습)’처럼 음절 단위의 줄임만은 있어도 초두음만으로 표현하는 것은 우리말 어법에 그다지 익숙하지 않다.   그런데 온라인 메신저의 등장과 더불어 ‘ㅅㄹㅎ(사랑해)’ 같은 표현을 지나, ‘ㅇㅋ(OK)’ 혹은 ‘ㄹㅇ(real)’처럼 영어의 한국어 표기를 따온 수수께끼 같은 표현이 난무한다. 이제는 너무나 흔한 상투어가 되어버린 ‘ㅎㅎ’ ‘ㅋㅋㅋ’ 등은 대화 상대를 잘 가려서 써야 한다는 주의도 듣는다. 상대방에 따라서는 비아냥으로 들릴 수도 있다기에.   언어도 유행을 타듯 사라지는 것도 있고, 또 새로운 표현이 생겨나 우리 일상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이렇게 우리말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또 하나의 현상은 말장난 같은 사자성어가 소통의 도구가 되는 것이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나 ‘폼생폼사(form生form死)’ 같은 국적 모를 네 글자 조합이 창의적 기발함을 업고 천연덕스럽게 활개를 친다. ‘고진감래(苦盡甘來)’ 대신 ‘고생 끝에 낙이 온다’나 ‘감탄고토(甘呑苦吐)’를 몰라도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익숙한데, 요사이 유행에 빗대면 ‘고끝낙온’이나 ‘달삼쓰뱉’이 시대에 어울리는 사자성어다.     그런데 어떤 것들은 국적도 정체성도 가늠되지 않는 마구잡이 조합이다. 이렇게 뒤엉킨 창조적 발상은 말에 깃들인 생각의 틀마저 뒤틀어 놓는다.   더 이상의 미래는 없을 것이라는 디지털 문명 안에서, 수천 년을 거스르는 동서양 역사 속 인물들의 이야기가 인문학으로 소환되어 가르침의 소재가 된다. 반면 로봇과 인공지능에 지배되는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온통 영어로 채색된 것 같은 낯선 단어들을 체화해야 한다.     고전과 미래를 오가는 사이 말이 곧 ‘얼’이라는데, 흔들리는 우리의 정신은 어디에 닻을 내리고 살아야 할까. 최명원 / 성균관대 독어독문학과 교수열린 광장 수위 언어 우리말 어법 우리말 같기 혼종 표현들

2022.03.25.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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