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전체

최신기사

[문예마당] 천 년의 숨결, 강릉단오제

강릉단오제를 다녀온 지 벌써 1년이 지났다. 지난해 6월, 강릉 남대천을 따라 길게 늘어선 천막들 사이로 흘러나오던 행사의 열기를 잊지 못한다.   음력 5월 5일 단오를 기점으로 8일간 펼쳐진 이 축제는 단오굿, 단오 체험, 민속놀이, 청소년 어울림 한마당, 각종 경연대회 등 총 64개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시민과 방문객을 맞이했다. 단순히 오래된 축제를 넘어, 강릉단오제는 수천 년 이어져 온 우리 민족의 삶의 방식과 정신을 오롯이 담아내는 살아있는 역사이자 문화유산임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단오제 첫날, 신을 맞이하는 영신행차에 이어 펼쳐진 신통대길 길놀이는 축제의 서막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강릉시 읍면동 주민들과 각 기관 단체 34팀이 참여한 이 길놀이는 단순히 행진을 넘어, 각 공동체의 기발한 아이디어와 특색 있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창의적인 경연장이었다. 단합된 열정으로 뿜어내는 에너지는 축제장을 가득 채웠고, 이는 곧 강릉 지역 주민들의 강한 공동체 의식과 문화적 자긍심을 대변하는 듯했다.   특히 강릉관노가면극의 무언극은 매우 흥미로웠다. 대사 없이 몸짓과 소리로만 이루어진 가면극은 관객들에게 상상력을 자극하고 몰입감을 선사하며, 전통 연희의 깊이 있는 예술성을 느끼게 했다. 또한 강남동 농악대는 오색 복장과 현란한 상모돌리기, 그리고 악기 소리의 완벽한 조화로 눈과 귀를 사로잡는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어린아이들이 무동을 타고 천진난만하게 춤추는 모습, 부녀자들이 밝은 표정으로 일사불란하게 소고를 두드리는 모습은 단순한 공연을 넘어, 농악이 그들의 삶에 깊이 뿌리내려 기쁨과 단합의 구심점 역할을 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처럼 강릉단오제는 세대를 아우르는 모두의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강릉단오제의 핵심 행사인 단오굿은 엿새 동안 단오제단에서 진행됐다. 여러 거리의 굿 중 박혜미 이수자가 진행한 국가무형유산 용왕굿은 특히나 화려했다. 바다를 생업의 터전으로 삼는 강릉 주민들에게 풍어와 만선은 생존과 직결된 문제였기에, 굿판에는 삶의 간절한 염원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또한 거친 파도 속에서 조업하는 가족의 무탈을 빌기 위해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하는 여인들의 모습은 가족 사랑과 안전에 대한 깊은 기원을 느끼게 했다.   필자 역시 시 「동해안 별신굿」에서 ‘…/만경창파로 떠난 사람들아 / 날뛰는 꽹과리 소리 장구 소리 붙잡아라/ 정신줄 놓지 말거라./ 돌아오소. …’라고 쓴 바 있듯이, 우리 민족에게 굿은 단순한 미신을 넘어 삶의 애환과 희로애락을 담아내는 중요한 의식이었다.   연로한 무녀들이 굿판을 떠나도, 종이꽃 신당 앞에는 무복을 입은 젊은 이수자들이 무구를 흔들며 기나긴 무가를 낭랑하게 읊조리고 있었다. 이들의 목소리에는 전통을 계승하려는 젊은 세대의 책임감과 열정이 느껴졌다. 땀으로 흠뻑 젖은 하얀 모시 적삼을 입은 6명의 악사들은 무아의 경지에서 꽹과리와 징을 두드리고 장구를 치며 혼신의 힘을 다해 반주했다. 이 젊은 이수자들은 인간의 절박함을 신에게 고하는 중재자의 역할뿐만 아니라, 관객과 소통하며 함께 호흡하는 연희자의 모습으로도 비쳐졌다. 이는 굿이 단순히 신을 향한 의식이 아니라, 사람들과 함께 즐기고 공감하는 살아있는 공연 예술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강릉은 태백산과 인접해 있어 단오제 때 산신제를 지내고, 대관령의 국사성황신 내외를 모셔오고 모셔가는 제례와 조전제 등 유교식 제례도 거행한다. 이때 강릉시장을 비롯한 각 기관단체장들이 제관이 되어 주민들의 안녕과 풍농, 풍어를 기원하는 모습은 지역 사회의 리더들이 앞장서서 전통문화를 보전하고 이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깊은 울림을 주었다.   이처럼 단오제가 무속적이고 비과학적 요소를 중심축으로 한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에 무속 행사에 대한 예산 집행 반대와 미신 숭배라는 부정적 관점을 가진 종교 단체들이 단오제 기간 중 열띤 집회를 여는 것 또한 강릉의 현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강릉단오제가 지닌 가치는 흔들림이 없다.   강릉단오제는 단순히 미신을 숭배하는 축제가 아니다. 오늘날 전국적으로 지방자치단체의 특색 있는 행사가 주목받는 가운데, 강릉단오제는 국가 유산(무형문화재 제13호)이자 2005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축제로 인정받고 있다. 이는 강릉단오제가 한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보존하고 계승해야 할 인류 공동의 자산임을 의미한다. 외래 종교가 유입되기 훨씬 이전부터 천 년을 이어온 강릉단오제는 이제 미신 중심의 제의식을 넘어 과거와 현대를 잇는 총체적인 문화 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강릉시청은 강릉단오제 전수교육관을 운영하며, 강릉단오제 위원회와 강릉단오제전승보존회는 전통 행사의 전승과 보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축제 사흘째 되는 날, 강릉의 한 성당에서 단오장에 차린 천막 식당에 들러 막국수를 맛봤다. 식당 안을 진두지휘하며 손님들을 안내하던 신부님은 강릉단오제라는 전통 문화를 귀하게 여긴다는 뜻을 잠깐 비치기도 했다. 종교적 신념을 넘어 문화적 가치를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이러한 포용적인 태도는 강릉단오제가 지닌 또 다른 중요한 의미를 보여준다. 마지막 날 밤, 찬란한 불꽃놀이로 단오제 행사는 성대하게 막을 내렸고, 언론은 약 70만 명이 다녀갔다고 전했다. 이 수치는 강릉단오제가 단순히 지역 축제를 넘어 전국적인, 나아가 국제적인 관심을 받고 있음을 증명한다.   강릉단오제의 각종 행사와 퍼포먼스는 어린이와 어르신이 함께 어우러져 공연하고 참여하며 세대 간의 소통과 화합을 도모하고, 이를 통해 공동체 의식을 다지고 삶의 활력을 불어넣는 데 크게 기여했을 것이다. 또한 천막 장터에서 생필품과 먹거리를 사고파는 소상인들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직접적으로 도움이 됐다. 축제가 단순한 유흥을 넘어 지역 사회의 경제적, 사회적 활력소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축제가 지향해야 할 바람직한 모습이기도 하다.   결국 강릉단오제는 세계화 시대를 맞아 한국적 삶의 원형을 담고 있으며, 우리 민족의 생존 방식과 공동체 정신을 보여줌으로써 민속학적, 인류학적으로도 큰 의의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살아있는 전통 문화유산인 강릉단오제가 앞으로도 그 가치를 이어가며 더욱 발전해나가기를 기대한다. 권정순 / 시인문예마당 강릉단오제 숨결 강릉 지역 공동체 의식 강릉 주민들

2025.07.31. 18:12

"하루 한 알로 상쾌한 숨결·건강한 잇몸"

현대인의 구강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으로는 입 냄새와 충치, 잇몸 질환이 대표적이다.     오복에 해당하는 구강은 평생 건강하게 관리하며 사용해야 하는데, 양치만으로는 부족한 구강 관리에 새로운 대안으로 '구강유산균'이 주목받고 있다.     과학적 임상을 거쳐 효과를 입증한 구강유산균으로는 '오라틱스 구강유산균'을 추천한다. 입속 유해균의 증식을 억제하고 유익균을 활성화해 구강 내 세균 균형을 잡아주는 기능성 유산균으로 자일리톨, 녹차추출물, 허브 성분 등 특허받은 복합 성분을 함유해 구강 내 유해균 억제 효과를 한층 높인 것이 특징이다.   오라틱스는 또한 구강 내 충치와 치주 질환을 일으키는 뮤탄스균과 진지 발리스균을 억제하고 유익균을 증식시키는 'oraCMU'와 'oraCMS1' 균주를 활용하여 구취 개선, 충치 예방, 잇몸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임상 시험 결과 오라틱스 섭취 후 구취 성분 감소, 구강 유해균 억제, 구강 유산균 증가, 플라크 생성 억제, 치태 지수 감소, 잇몸 염증 유발 인자 생성 억제, 잇몸 출혈 지수 감소 등의 효과를 보였다. 특별히 유산균 단독 섭취 시보다 16배 높은 유해균 억제력을 보이는 것도 확인됐다.   섭취 방법도 간편하다. 알약을 삼키는 것이 아니라 혀 위에 올려놓으면 자연스럽게 녹는 멜츠(Melts) 타입으로, 어린이부터 노년층까지 부담 없이 복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취침 전 또는 양치 후 복용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조언한다.   건강한 구강은 상쾌한 숨결과 자신 있는 미소의 출발점이다. 치과 진료만큼 중요한 일상 속 구강관리, 이제는 오라틱스 구강유산균으로 시작해 볼 때다.       미주 최대 인터넷 쇼핑 사이트 '핫딜'에서는 오라틱스 2박스 구입 시 2박스를 증정(가격 $59.40) 하는 특별 기획 이벤트가 진행 중이니 이 기회를 놓치지 말자.   ▶온라인 구입하기: hotdeal.koreadaily.com핫딜 숨결 건강

2025.06.01. 12:56

썸네일

[삶의 뜨락에서] 인간의 숨결, 온기 4

인간의 고유한 힘, 진정한 힘은 개별성, 개체성, 고유성에서 나오는데 이성은 일반적 원리 속에 인간을 묶어놓아 그 생명력을 질식시킨다. 인간이 자신의 진정한 모습으로 돌아오려면 이성에서 해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용서와 사랑이라는 이념이 피해자들에게 정신적 승리를 안겨주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기독교적 이념의 족쇄에 인간을 다시 가둘 뿐이라고 한다. 이 얼마나 예리한 지적인가. 소름이 돋는다.     ‘밀양’이라는 영화가 칸영화제에서 수상해 화제를 모았었다. 영화 내용은 한 교사가 어린이를 살해한 후 결국 감옥에 간다. 살해범은 교도소에서 회개하고 용서를 받았다며 마음의 평화를 얻고 얼굴도 편안해 보인다. 하지만 아이의 엄마는 평생을 괴로워하며 살인범을 용서하기 위해 신에 의지하기도 하며 오랜 시간을 고통에 시달린다. 자신이 그만 그 고통에서 헤어나기 위해 감옥에 있는 살인범을 용서하고자 만나러 간다. 거기서 그녀는 자신은 그동안 지옥 같은 삶을 살아왔는데 이 살해범은 죄를 회개하고 죄 사함을 받았다며 밝게 웃는다. 누가 그를 용서했단 말인가. 세상의 그 어느 인간답지 못한 파렴치한도 하나님께 회개하면 용서를 받는다는 기독교적 사랑에 회의를 하게 만든다.     이런 세상의 부조리에 인간은 흔들리게 되고 위기를 맞는다. 인간의 존엄은 도전받고 이성은 부정당한다. 이성에 대한 회의감이 깊어 간다. 이성이 가져다준 과학과 산업에 대한 회의감이 확산하면서 인간이 짐승과 구분되는 핵심적 차이점이 이성이라는 생각이 설득력을 잃어간다. 오히려 쾌락과 고통의 메커니즘을 통해 인간의 행위를 설명하려는 과학적 시도가 설득력을 높여가고 있다. 쾌락을 추구하고 고통을 피하는 동물적 본능을 설명하는 쾌락주의적 공리주의가 확산한다.     다윈의 진화론을 정의한 ‘종의 기원’은 모든 생물 종은 자기 종을 번식하기 위해 환경에 적응해 나가는 존재라고 설명한다. 환경에 잘 적응해 생물학적 특성들이 변화되면 살아남고 그렇지 못하면 퇴화해 멸망한다는 다윈의 진화론은 인류의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엥겔스는 자유의 이름으로 운영되는 자본주의의 심각한 후유증을 개탄한다. 카를 마르크스는 자본을 가진 유산계급만이 시장을 독점하고 삶이 더욱 비참해졌음을 지적하고 실제로 부정의 한 사회구조 속에서 부르주아와 자본주의의 노예로 전락했음을 주장한다. 자본주의 체제 아래서 노동자들은 제도의 노예가 되어 스스로 자신을 꾸려나가는 통제권을 갖지 못한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노동자들을 해방해 진정한 의미의 자유를 보장하는 개혁 또는 혁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니체는 삶이란 차가운 이성에 의해 포착되는 논리적 구조나 일반적 법칙에 있지 않고 개별적 환경에서 자신의 욕구와 부단히 부딪히며 자신을 실현해 가는 생명력이 삶의 본질을 이룬다고 말한다.     그 후 나치즘과 파시즘의 국가주의적 전체주의가 이성과 개인의 존엄을 무시하고 폭압적 권위주의로 나갔지만, 전 세계를 냉전으로 몰아넣고 사회주의는 얼마 가지 못한 채 20세기 후반에 붕괴하였다. 그 후 하이데거, 니체, 사르트르, 카뮈 등의 실존철학자들이 주장하는 진정한 인간성을 회복하는 길은 개인의 개별성, 고유성, 주체성을 찾아 나가는 것으로 새 주류를 이룬다. 타인과의 공감을 통해 자율적으로 타인도 나와 같은 희로애락의 정서를 갖고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존엄한 존재임을 인정하고 공존의 사회를 만들어 나갈 때 비로소 인간다움이 갖춰진다.     온라인이 기본 생활권이 되고 AI가 선택을 대신해 주는 삶의 장래가 밝지만은 않다. 나의 선택들이 모여 내가 누구인지를 결정한다. 작가는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답을 찾는 오랜 여행을 철학적으로 역사적으로 고찰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덕택에 우리는 편하게 인류의 역사, 철학을 이 책 한 권으로 공부할 수 있었다.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 깊이 삭히고 싶다. 정명숙 / 시인삶의 뜨락에서 숨결 온기 자본주의 경제체제 숨결 온기 개별성 고유성

2024.11.04. 21:04

나무 숨결을 따라서…서각전시회

  리앤리 갤러리(관장 이 아녜스)가 목원 이지만의 첫 서각 개인전을 개최한다.   11월 2일부터 12일까지 ‘나무의 숨결을 따라서’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회에서 약 50여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아이오아에 거주하는 작가는 작고하신 아버지의 유작품을 통해서 2014년 서각을 접하게 됐다. 매년 2회 한국을 방문하면서 인천에 있는 목우서각문화에서 서각을 공부했다. 서예는 글빛박혁남, 서각은 목우 정기호 선생으로부터 꾸준히 사사받았다. 10년 동안 한국의 전통 서각은 물론 현대서각을 두루 섭렵했다.     2015년 코리아 아트 페스타전을 시작으로 일본, 중국, 미국 등 많은 아트페어와 해외전에 참여해 전통예술의 아름다움과 서각의 보급에 힘쓰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 서예문인화 대전과 인천 서각 대전의 심사위원을 역임하고 있다     ▶주소:3130 Wilshire Blvd. #502. LA   ▶문의:(213)365-8285     이은영 기자   이은영 기자나무 숨결 나무 숨결 목우 정기호 코리아 아트

2024.10.27. 17:47

썸네일

[삶의 뜨락에서] 인간의 숨결, 온기 3

이런 배경 아래 새롭게 유대교가 주목받게 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유대교의 근본 전통을 이루는 율법보다는 복음의 구원에 이르는 핵심인 예수 그리스도교가 주목을 받게 된다. 그 당시 사람들은 혼란한 시기에 자신들을 구원해 줄 절대적인 힘을 갈구하고 있었고 예수 그리스도가 이스라엘 민족만을 위한 구원자가 아니라 모든 인간을 위한 구원자임을 선포한다.     밀라노 칙령이 공포된 313년 기독교가 로마제국에 의해 공식적으로 승인된다. 그 핵심은 인간의 존엄과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이상적인 출발이었으나 교황을 중심으로 한 계급적 제도가 여전히 주를 이루고 있어 다시 천년의 세월을 기다려야만 했다. 고대사회 때부터 길들여진 계급적 사고는 당시 사람들의 의식에 깊이 자리 잡은 상태였다.     기독교에 의해 심어진 평등 의식이 현실 세계에서 실현되려면 사회 환경이 변화될 필요가 있었고 평등한 개인의 존엄에 대한 의식이 더욱 숙성되어야만 했다. 의식이 숙성되기 위해서는 씨앗이 필요하고 이 씨앗은 기독교에 의해 뿌려졌음을 부인할 수 없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시대정신 즉 차가운 이성과 뜨거운 의지에 의하면 우리의 삶은 다양한 욕망과 이성 사이의 갈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중세 암흑기에서 기독교의 잠재력이 향상된다. 평등과 내면세계의 확장으로 존엄한 인간을 위한 전환기를 맞는다. 중세 후반기에 비로소 성장하는 평등의 정신, 즉 모든 사람이 자신의 삶을 자유롭게 기획하고 성취할 권리가 있다는 생각이 성장해 간다. 다른 이들도 나처럼 자율적으로 삶을 꾸려나갈 권리가 있으며 존중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이른다. 개인의 탄생과 더불어 온전하고 자유로운 삶의 발견이 가능하며 개인의 이상과 꿈이 존중받는 방식으로 삶을 영위할 권리가 함께할 때 인간의 존엄을 지킬 수 있으며 진정한 행복에 이를 수 있다.     중세라는 천 년의 긴 잠에서 깨어나 르네상스는 비로소 세계와 인간이 발견되는 계기가 된다. 암흑에서 빛으로 종교와 미신에서 이성과 과학으로 체제에 종속된 인간에서 자유로운 개인으로 전환되는 신호탄을 르네상스가 쏘아 올렸다. 인간은 이제 내적인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게 된다.     인간이 자신이 원하는 삶을 끌어나갈 때 찾아오는 인간의 존엄과 행복이 진정 인간다움이다. 이처럼 중세 후반에 시작된 내면세계에 관한 관심이 르네상스 시대로 이어지며 자아를 가진 개인이라는 존재로 확장된다. 결국 인간다움은 자신이 주인이 되어 자기 내부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스스로 가꾸어 나가는 것이다.     피코 델라 미란돌라 (Pico Della Mirandola, Giovanni)가 1486년에 쓴 ‘인간의 존엄에 대해’ 중 “르네상스 맨, 너에게는 어떤 한계도 없으며 오직 너만이 자신을 위해 자연의 한계를 정할 뿐이다. 너는 너를 세계의 중심에 놓으며 거기서 네 뜻대로 세계를 둘러보고 원하는 것을 볼 수 있다. - 너는 영예롭게 지명된 재판관으로서 스스로 틀을 짜고 제작하는 존재다. 너는 네가 원하는 모습으로 너 자신을 조각하면 된다.”라고 썼다. 르네상스의 확산과 종교개혁의 소용돌이 속에 공통으로 떠오른 화두는 개인주의, 개인의 자율, 개인의 권리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 탄생한 이성은 근대에 개인이 탄생하면서 권위주의를 대체해 모든 이들이 자유를 누리면서 평등하게 사는 세상을 만들어가고, 과학을 발전시켜 사람의 수명을 연장하고 이전보다 더욱 윤택한 삶을 이끌어 가고 있었다. 하지만 과학의 발전과 산업혁명은 삶의 질을 높이지만 하층민은 노동에 시달리거나 빈곤에 내몰리게 된다. 지식층은 이성에 대한 회의감에 빠진다. 니체(1844~1900)는 ‘인간이란 자기 안의 색채를 통해 세계를 바라보며 개인의 고유한 틀 내에서 자기를 실현해 나가는 존재다.’라고 한다. 정명숙 / 시인삶의 뜨락에서 숨결 온기 숨결 온기 평등 의식 자율 개인

2024.10.21. 21:27

[삶의 뜨락에서] 인간의 숨결, 온기 2

지난번에 김기현의 ‘인간다움’을 읽고 ‘인간의 숨결, 온기’라는 제목으로 한 페이지의 글을 올렸다. 책 내용이 인류사를 고대부터 미래까지 총망라한 방대한 내용으로 그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인간다움의 의미가 어떻게 변화되어왔고 또 변화되어가고 있는가를 거시적으로 살펴본 지적 여행을 담고 있다. 한 페이지로 적어놓고 끝내기에는 너무 주옥같은 내용이어서 총 4편에 걸쳐 진정 작가의 심중을 헤아려보고자 한다.     작가는 인간다운 삶을 지탱하는 최소한의 조건으로 공감, 이성, 자유(자율)라고 학문적으로 그리고 역사적으로 풀어나간다. 쉽게 한 마디로 풀이하면 ‘타인을 존중하는 태도’가 바로 인간다움의 기본개념이라고 할 수 있겠다. 타인을 나의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대하지 않고 나와 같은 인격적 존재로 존중하는 모습이 인간적이라고 한다. 고대 철학자들은 이끌리는 삶과 개척하는 삶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한다. 인간은 이성을 통해 비로소 신의 명령에 따라 행위를 하는 수동적이고 운명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자기 능력으로 삶을 가꾸어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불과 도구의 사용, 손가락 사용 능력, 직립보행, 언어사용, 지능으로 자신을 스스로 만물의 영장이라는 지위에 올려놓았다. 수렵 생활을 접고 협력과 협동 같은 효율적인 결집력으로 대규모 집단을 만든다. 농업혁명, 물물교환을 통하여 내부의 결속을 위하고 개인보다는 공동체를 앞세우고 사회를 위한 개인의 희생을 칭송하게 된다. 신화의 세계관에서 완전한 개인은 없다. 제사 문화, 가부장의 권위, 그리스 문화와 유교 문화 모두 가부장 사회다. 가족 중심의 유대관계는 점차 공존의 단위가 확대됨에 따라 씨족과 부족을 거쳐 고대의 도시국가 형태로 발전한다. 국가란 확대된 가족이다. 운명론과 신에게 자리를 내주고 인간이 조연으로 밀려난다.     BC 7~8세기경부터 인간도 삶의 주역이 될 수 있다는 수동적 위치에서 개척자의 위치로 변화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이성’이다. 이성은 Logos로, 인간은 이성을 통해 세상의 원리를 이해하고 스스로 삶을 개척할 수 있다는 적극적 관심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이성의 도전은 운명에 이끌리는 삶을 거부한다. 소크라테스에서 아리스토텔레스 시대에는 성찰이 없는 삶은 살만한 가치가 없다고 여겨왔다. 좋은 삶이란 성찰을 통해 영혼을 돌보는 일, 이성의 지휘 아래 욕망과 기개를 절제하는 삶이며, 진정 인간다운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이성적이어야 한다고 믿었다. 주어진 상황에서 가장 현명한 행동이 무엇인가를 분별하는 능력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고 믿었다. 그 후 인간은 내면세계라는 집을 짓는 기나긴 여정을 시작한다. 평등의 정신이 향상되고 내면세계에 관한 관심이 점차 깊어질 때 모든 사람이 자신의 삶을 자유롭게 기획하고 성취할 권리가 있다는 생각 또한 성장한다.     전쟁은 인간의 이성을 위축시킨다. 그리스 시대는 이성의 전성기였다. 전쟁이 유럽을 휘몰아치면서 생명에 위협을 느끼고 이성이 두려움과 불안을 통제할 수 있다는 신념은 소실된다. 로마가 유럽을 군사적으로 지배하면서 만들어진 문명을 로마 문명이라 부르지 않고 그레코- 로마 문명이라 부른다. 그리스 문명의 영향력이 그만큼 강했음을 의미한다. 중세 시대는 처세의 철학이 되어 스토아학파도 현실적 욕망 너머의 이성적 덕을 추구하고 에피쿠로스학파는 고통과 쾌락을 넘어선 영속적인 쾌락을 추구한다.     유럽 전체에 전쟁이 그치지 않으면서 혼란과 폭력의 세계에 위대한 신이 등장하게 된다. 유대교의 여호와는 그리스, 로마의 신들과 달리 압도적이다. 그리스, 로마의 신들은 Logos(법칙)를 지배하지 못하고 물리계의 자연법칙에 종속되는 존재들이다. 유대교는 다르다. Logos 위에 선다. 암흑 같은 혼돈 속에서 구원을 얻고자 하는 마음이 간절할 때 사람들은 자연의 질서에 종속되는 신보다는 그것을 뛰어넘어 질서 자체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신에게 의지하고 싶어진다. 정명숙 / 시인삶의 뜨락에서 숨결 온기 숨결 온기 그리스 로마 그리스 문명

2024.10.07. 21:19

[삶의 뜨락에서] 인간의 숨결, 온기

‘인간다움’(김기현)을 읽었다. 중앙일보에서 이 책의 저자와 책 내용을 소개하는 기사를 읽었을 때 거의 50년 동안 잊고 지냈던 아련한 단어 ‘인간다움’이 나를 흔들었다. 맞다. 거의 50년 만이다. 1972~1976년까지 대학을 마치고 1977년에 뉴욕에 왔다. 내 인생에서 뇌세포가 가장 활발했던 때가 대학 4년이었다. 간호학을 전공하면서도 나의 마음과 관심은 오직 독서 동아리 ‘자유 교양회’였다. 책을 읽고 토론하고 논쟁하면서 대학 4년을 보냈다. 대학 생활을 마무리하면서 ‘인간성 상실과 회복’이라는 삶의 과제를 안고 미국에 와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우리 이민자들이 겪어야 했던 문화적 충격과 언어장벽은 우리 모두를 힘들게 했다. 특히 나는 완벽주의자에 결벽증까지 있는 편이다. 이민 생활에 빨리 적응해야 한다는 핑계로 ‘눈치작전과 적당히’라는 삶의 요령과 서서히 타협해 가고 있던 나 자신을 발견하고 실망하고 괴로워했다. ‘과연 나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나. 어떻게 살아야 이상적인 삶일까’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 당시 나는 이미 간호사로 일하고 있었다. 오랜 고민 끝에 ‘인간성을 갖춘 진정한 의사’가 되는 길이 가장 의미 있다고 결심하고 의예과에 지원해서 공부를 시작했다. 만 2년 공부 끝에 나는 탈진했고 쓰러졌다. 나에게는 이미 두 살, 네 살의 두 아이가 있었다. 그렇게 나는 내 꿈을 접어야만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 단어를 잊고 살아왔기에 이 책을 신선한 충격과 설렘을 갖고 읽을 수 있었다.     저자 김기현 교수는 평생을 바쳐 철학을 공부하고 연구한 학자로서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지적 여정을 이 책에 담고 있다. 고대부터 현재까지 인류가 쌓아온 지적 유산을 조망하면서 존엄한 삶의 가치가 어떤 과정을 겪으며 형성되었는지 그리고 지금 어떤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지, 이 도전과 위기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 쉽고 편안한 문체로 풀어간다. 무엇이 인간다운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면 행복에 관한 생각이 달라지고 삶의 행동 양식이 달라지고 미래의 모양이 달라진다. 인간다움은 재능과 지식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재능과 지식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달렸다. 이를 단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사용하지 않고 타인도 나처럼 희로애락의 정서를 갖고 행복을 원하며 자기 삶의 목표를 추구하는 존재임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감정이입, 공감, 연민을 갖고 상대의 마음 상태를 읽어갈 때 상대도 나와 같은 인격적 존재로 존중하는 모습이 인간적이다.     인간다움이라는 성품도 몇 가지 재료들이 적절히 결합해 만들어진다. 사용되는 재료는 공감, 이성, 자유(자율)다. 공감은 문명이 시작되기 전에 형성되었고 반면 이성은 상대적으로 기원전 7~8세기경에 씨가 뿌려지고 자기 삶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능력으로써의 자율은 14세기 무렵이 되어서야 싹을 틔운다. 인고의 과정을 거쳐 인류의 자산으로 자리 잡은 인간다움은 19세기에 수난을 겪게 된다. 이때부터 인간다움에 대한 믿음과 그에 대한 반발이 동시에 우리의 세계관에 자리 잡는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간다움에 대해서는 인공지능과 생명과학의 결합으로 탄생한 새로운 기술로 전혀 다른 차원의 도전을 제기한다. 우리 일상생활에서 우리를 편리하게 해주는 기계에 의존하는 사이 인간다움을 이루는 자산의 힘이 묽어지고 있다. 사이버 불링(Cyber- bulling)은 공감 능력을 떨어뜨리고 인공지능이 선택을 대신 해주는 미래로 가고 있다. 빅데이터를 통해 데이터베이스가 폭발적으로 확대되고 데이터를 처리하는 알고리즘이 발전하면서 기계의 판단에 의존하는 일은 우리 삶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다. 인터넷 사회에서 밀려드는 정보에 매몰되어 SNS에 정보를 올리고 업데이트하고 가짜 뉴스가 판치는 유튜브에 정신이 팔려 중요한 일은 밀쳐둔다.     인간다움에 대한 생각이 시대에 따라 변하고 특히 현대사회에서 인간다움은 무엇을 뜻하는가. 무엇이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하는가. 바쁜 미국 생활에 죽비 같은 울림을 준 단어, 인간다움! 나는 이를 인간의 숨결, 온기라고 말하고 싶다. 정명숙 / 시인삶의 뜨락에서 숨결 온기 숨결 온기 대학 생활 공감 이성

2024.09.23. 21:10

'후~' 깨끗한 숨결, 상쾌한 자신감!

입안이 텁텁하다면? 양치나 가글 후에도 영 개운하지가 않다면? 말할 때마다 입 냄새가 신경 쓰인다면?     불쾌한 숨결과 입 냄새 개선 효과가 임상실험을 통해 과학적으로 검증된 '오라틱스 그린브레스' 구강유산균을 추천한다. 오라틱스 그린브레스는 ▶구취 및 입 냄새 감소 ▶충치 예방 ▶잇몸 염증 억제 ▶균형 잡힌 구강 건강 ▶면역력 증가 등 여러 건강상의 이점을 선사하는 구강유산균이다.     특별히 '핫딜'은 구강유산균 전문 브랜드 '오라틱스'의 고객 감사 1+1 파격 할인전을 펼치고 있다. 국내 최초로 구강유산균을 개발한 오라틱스의 2년 연속 브랜드파워 1위 구강유산균 부문 대상 수상을 기념하기 위해 대표 제품인 오라틱스 그린브레스 2팩(2개월 분)을 33달러, 4팩(4개월 분)을 59달러 특별가에 제공한다.     오라틱스는 해외 균주에 의존하지 않고 1997년부터 한국 어린아이 유래 구강유산균만을 연구해왔다. 구강이 건강한 한국 어린이 입에서 분리 동정한 균주 oraCMU(오라씨엠유), oraCMS1(오라씨엠에스원)을 사용한 한국인에 맞는 구강유산균 프로바이오틱스로 구강 정착력, 유해균 억제력 등이 해외 구강유산균 보다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한국, 미국에서 총 9종의 구강유산균 관련 특허를 취득했으며 국내에서는 가장 많은 편수인 33편의 구강유산균 관련 논문 발표와 8건의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등 독보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번 세일을 활용해 무조건 쟁여둬야 하는 오라틱스 그린브레스는 핫딜에서 할인 혜택과 더불어 무료배송으로 주문할 수 있다.     ▶문의:(213)368-2611 ▶상품 살펴보기: hotdeal.koreadaily.com자신감 숨결 그린브레스 구강유산균 해외 구강유산균 구강유산균 전문

2023.10.15. 18:00

썸네일

[이 아침에] 모국의 숨결

모국으로 가는 길이 열렸다.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며 봇물 터지듯 모국을 향하는 발걸음들이 바쁘다. 망설이며 설렘 속에 기다렸다. 예전과 다른 마음 자세로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남편의 신장 투석에 필요한 재료를 미리 택배로 보냈다. 의약품 용법상 어려운 통관을 거쳐야 했다. 오랜만에 소식을 전하는 제자의 환영 메시지를 들으니 모국 방문의 목적에 힘이 실렸다.   서울의 첫 새벽, 커튼을 열어젖히니 안산, 인왕산, 북악산이 파노라마와 같이 눈앞에 펼쳐졌다. 웅장한 산의 자태가 부드러운 곡선을 그렸다. 서대문 사거리에 위치한 숙소 27층에서 바라보는 서울의 풍광은 도읍지로서의 빼어난 면모를 갖춘 듯했다. 인왕산 자락의 정기는 북악산을 타고 남쪽 한강으로 흐른다. 인왕산 기슭에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고 수도 한양을 방위하기 위해 지은 한양도성 성곽이 멀리에서도 보인다.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니 북악산의 정남향에 자리 잡은 푸른 기와집이 보였다. 바로 청와대다.     네 살 때 미국으로 떠난 딸에게 모국 역사의 숨결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 종로구 세종로에 위치한 청와대를 방문했다. “청와대는 ‘Blue House’로 1948년부터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살던 곳이야”라고 설명하기 시작했다.   임진왜란 때 경복궁이 소실되고 일제는 후원 자리에 조선 총독의 관사를 지었다. 일본 패망 후 이 관저를 물려받아 사용한 1948년 이승만 대통령부터, 경무대라는 명칭 대신 청와대로 바꾸어 부른 윤보선 대통령, 이어 박정희 대통령 등 역대 대통령과 영부인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화강암 석조에 지붕은 푸른빛의 청기와가 얹혀 있다. 집무 공간인 본관, 공식 행사 공간인 영빈관, 외빈 접견 장소인 상춘재, 부속기구인 대통령비서실, 경호처, 언론 창구인 춘추관, 녹지원, 수궁 터 등이 있었다. 위 산기슭으로 올라가니 주거 공간인 관저가 있었다. 청기와 지붕의 부드러운 곡선은 빨간 단풍과 대비되어 고운 자태를 드러냈다. 기둥의 비례, 창문 살의 형태, 대청마루 또한 고향 집의 평화로운 안온함을 풍겨 주었다.     도자기 굽듯 구워낸 ‘청와’는 현재 창덕궁 선정전에 남아 있고, 경복궁 근정전 등 일부 건물에도 사용했으나 일반 기와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드는 단단한 기와다. 청자의 나라였던 고려는 도자기뿐만 아니라 일상용품까지 청자로 만들었다. 청자로 만든 기와는 고도의 숙련된 기술이 필요했고, 염초, 안료 등을 수입해야 했기에 비용이 많이 드는 세계적으로 귀한 유물이다.   청와대는 백악관과도 비교되어 견주어진다. 미국 대통령의 집무실이자 관저를 미영전쟁 때 영국군이 워싱턴 D.C.의 공공건물을 불태워 시커멓게 탄 외벽을 흰색 페인트칠하여 백악관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으로 개방된 청와대를 거닐 수 있었다.     졸업 후 50년 만에 여고 친구들을 만났다. 곱게 물든 단풍처럼 고왔던 날들. 십 대의 그리움이 묻어 있는 추억 속에 흩어져 있던 시간의 공백을 메꾸듯 사그라졌다. 어릴 적 내가 보였고 내일에 대한 기대에 찼던 눈빛이 다가왔다. 까르르대는 웃음 속으로 나이의 그림자도 날려 보냈다. 봉직했던 교육 현장을 떠나기까지 성실하게 다져진 대학 친구들의 모습 또한 흐뭇하고 아름다웠다. 보고 싶은 사람과의 만남, 친구와 가족과의 이야기는 숨어있던 온정을 끌어내고 내일에 활력을 주었다. 이들이 있기에 모국은 그리움의 대상이 되나 보다.     고국을 떠난 지 35년째인데도 만나는 사람들은 어제도 곁에 있었던 것 같다. 세월이 지났어도 제자리를 여전히 지키고 있다. 놀랍게 발전한 서울과 그 속에서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며 나 자신의 위치를 재검하며 다짐하는 여정이 되었다. 이희숙 / 수필가이 아침에 모국 숨결 모국 방문 모국 역사 이승만 대통령

2023.01.02. 17:05

[이 아침에] 모국의 숨결

모국으로 가는 길이 열렸다.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며 봇물 터지듯 모국을 향하는 발걸음들이 바쁘다. 망설이며 설렘 속에 기다렸다. 예전과 다른 마음 자세로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남편의 신장 투석에 필요한 재료를 미리 택배로 보냈다. 의약품 용법상 어려운 통관을 거쳐야 했다. 오랜만에 소식을 전하는 제자의 환영 메시지를 들으니 모국 방문의 목적에 힘이 실렸다.   서울의 첫 새벽, 커튼을 열어젖히니 안산, 인왕산, 북악산이 파노라마와 같이 눈앞에 펼쳐졌다. 웅장한 산의 자태가 부드러운 곡선을 그렸다. 서대문 사거리에 위치한 숙소 27층에서 바라보는 서울의 풍광은 도읍지로서의 빼어난 면모를 갖춘 듯했다. 인왕산 자락의 정기는 북악산을 타고 남쪽 한강으로 흐른다. 인왕산 기슭에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고 수도 한양을 방위하기 위해 지은 한양도성 성곽이 멀리에서도 보인다.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니 북악산의 정남향에 자리 잡은 푸른 기와집이 보였다. 바로 청와대다.     네 살 때 미국으로 떠난 딸에게 모국 역사의 숨결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 종로구 세종로에 위치한 청와대를 방문했다. “청와대는 ‘Blue House’로 1948년부터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살던 곳이야”라고 설명하기 시작했다.   임진왜란 때 경복궁이 소실되고 일제는 후원 자리에 조선 총독의 관사를 지었다. 일본 패망 후 이 관저를 물려받아 사용한 1948년 이승만 대통령부터, 경무대라는 명칭 대신 청와대로 바꾸어 부른 윤보선 대통령, 이어 박정희 대통령 등 역대 대통령과 영부인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화강암 석조에 지붕은 푸른빛의 청기와가 얹혀 있다. 집무 공간인 본관, 공식 행사 공간인 영빈관, 외빈 접견 장소인 상춘재, 부속기구인 대통령비서실, 경호처, 언론 창구인 춘추관, 녹지원, 수궁 터 등이 있었다. 위 산기슭으로 올라가니 주거 공간인 관저가 있었다. 청기와 지붕의 부드러운 곡선은 빨간 단풍과 대비되어 고운 자태를 드러냈다. 기둥의 비례, 창문 살의 형태, 대청마루 또한 고향 집의 평화로운 안온함을 풍겨 주었다.     도자기 굽듯 구워낸 ‘청와’는 현재 창덕궁 선정전에 남아 있고, 경복궁 근정전 등 일부 건물에도 사용했으나 일반 기와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드는 단단한 기와다. 청자의 나라였던 고려는 도자기뿐만 아니라 일상용품까지 청자로 만들었다. 청자로 만든 기와는 고도의 숙련된 기술이 필요했고, 염초, 안료 등을 수입해야 했기에 비용이 많이 드는 세계적으로 귀한 유물이다.   청와대는 백악관과도 비교되어 견주어진다. 미국 대통령의 집무실이자 관저를 미영전쟁 때 영국군이 워싱턴 D.C.의 공공건물을 불태워 시커멓게 탄 외벽을 흰색 페인트칠하여 백악관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으로 개방된 청와대를 거닐 수 있었다.     졸업 후 50년 만에 여고 친구들을 만났다. 곱게 물든 단풍처럼 고왔던 날들. 십 대의 그리움이 묻어 있는 추억 속에 흩어져 있던 시간의 공백을 메꾸듯 사그라졌다. 어릴 적 내가 보였고 내일에 대한 기대에 찼던 눈빛이 다가왔다. 까르르대는 웃음 속으로 나이의 그림자도 날려 보냈다. 봉직했던 교육 현장을 떠나기까지 성실하게 다져진 대학 친구들의 모습 또한 흐뭇하고 아름다웠다. 보고 싶은 사람과의 만남, 친구와 가족과의 이야기는 숨어있던 온정을 끌어내고 내일에 활력을 주었다. 이들이 있기에 모국은 그리움의 대상이 되나 보다.     고국을 떠난 지 35년째인데도 만나는 사람들은 어제도 곁에 있었던 것 같다. 세월이 지났어도 제자리를 여전히 지키고 있다. 놀랍게 발전한 서울과 그 속에서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며 나 자신의 위치를 재검하며 다짐하는 여정이 되었다. 이희숙 / 수필가이 아침에 모국 숨결 모국 방문 모국 역사 이승만 대통령

2022.12.16. 19:13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