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겨울 가고 봄 오듯
올 한 해 마음껏 달려보기로 해요. 단 지치지 않게, 무리는 말고 푸른 하늘, 맑은 마음으로 어린아이의 눈으로, 어른의 지혜로 엄마의 포근함으로 함께 달려보기로 해요. 당신의 다짐은 감동적이네요. 단숨에 읽어 내려갔지만, 숨도 차지 않았어요. 슬픔보다 기쁨이, 걱정보다 다가올 기대가 그려져요. “사랑해”라고 쓴 마지막이 마음에 뭉클 다가왔어요. 참 인사가 늦었네요. 헤어진 그날 이후 평안하시죠. 어떤 상황에도 대단한 의지로 하루하루를 맞이하는 게 느껴졌어요. 지난 한 해도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나에게 있어야 할 일만 일어났어요. 돌아보면 당신께 가기 위해 걸어야 할 길만 걷지 않았나 생각해요. 새날 하루하루도 징검다리 건너듯 소중함으로 걸어가기로 해요. 도중에 만나는 기쁨도, 슬픔도, 의아함도 모두 그분이 내게 허락한 일이기에 깊은 사랑으로 참아내기로 해요. 우리 꽃이 진 자리에 마른풀같이 서로 부비며 빈 들을 채우기로 해요 세월이 살같이 날아갑니다. 새해가 지난 지 벌써 여러 날이 지나 갑니다. 어제는 하루 종일 잿빛 하늘이었어요. 하늘 시작 오른쪽부터 어렴풋이 보이는 하늘 왼쪽 끝까지 옅은 안개로 덮혀 있는 듯했어요. 근거리의 나무와 집들은 회색 배경으로 잠들어 있는 사물들을 내 앞으로 끌어오는 듯했어요. 어느 새 숲길을 걷고 있어요. 날씨가 풀려 쌓였던 눈들이 녹아 늦가을 어디쯤을 걷고 있는 듯했어요. 숲길 언덕을 오르면서 이른 아침 먹이를 찾아 나온 새들의 노래가 귓가에 들려요. 휘어진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지난 해 이 들판을 가득 메운 들꽃의 향연을 떠올렸어요. 가지각색 꽃들이 어우러져 계절을 수놓았던 곳. 피었던 꽃들은 지고 이제 그 자리를 대신해서 허리만큼 자란 들풀들이 서로를 기대어 바람에 춤추고 있어요. 안개 속을 걸으면 옅은 갈색의 물결이 눈앞에서 그리움의 춤을 추어요 안개 숲을 걸으면 편안해져요 호수도 들도 산도 안개가 되지요 가까운 것들의 눈엔 눈물이 맺혀요 안개가 되어가는 사람도 있어요 생겨나고 사라지는 삶의 시간도 안개가 걷히면 새싹처럼 푸르게 살아나요 이른 봄 눈을 밀치고 피어나는 꽃들은 얼마나 이쁜지 몰라요. 한여름 뙤약볕 아래에서도 살포시 얼굴을 들고 피어나는 꽃들도 있고요. 겹꽃잎을 가진 국화과 꽃들은 초가을에 피어 거의 겨울이 올 때까지 피어 있지요. 돌연변이처럼 추운 겨울 반짝 피어나는 작은 꽃들 다가가 안녕하고 인사를 건넬 수밖에 없어요. 꽃들의 생명력은 대단하지요. 그럼에도 지지 않는 꽃은 하나도 없어요. 까만 씨앗을 남긴 채 모든 꽃은 한 계절을 피었다가 사라져요. 사람의 일생도 피고 지는 꽃과 같지 않나요. "인생은 풀과 같고, 그 영화는 들의 꽃과 같다"는 성경의 말씀처럼 인생의 절정은 꽃이 피는 순간처럼 화려하지만, 결국에는 풀과 꽃처럼 시들고 사라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지요. 꽃이 피고 지듯이 우리도 피고 지지요. 우리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해 꽃피우는 일만 있지요. 우리 모두 더 아름답게 꽃피우게 햇살처럼 서로의 얼굴을 비춰준다거나 봄비처럼 서로의 얼굴을 닦아주는 일이지요. 겨울 가고 봄 오듯 꽃이 피어요 가을 가고 겨울 오듯 꽃이 지어요 꽃이 피었다 지듯 우리도 피어나고 지지요 산다는 건 최선을 다해 꽃피우는 일이지만 우리 아름답게 꽃피우게 서로의 얼굴을 비춰주는 일이지요 봄비처럼 서로의 얼굴을 따스한 손으로 닦아주는 일이지요 돌아서 있는 눈가를 훔쳐주는 일이지요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 풍경 하늘 시작 하늘 왼쪽 숲길 언덕
2026.01.12. 1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