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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매일 205번 보는 중독, 시니어도 위험

얼마 전 프리웨이에서 후방 추돌 사고를 당해 물리치료를 받게 됐다. 병원에 가니 허리나 목에 문제가 있는 환자들이 각종 물리치료 기기에 누워 회복 치료를 받고 있었다. 그런데 환자들 열이면 열, 모두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있었다. 목디스크나 거북목 치료를 받는 이들조차 누워서 조그마한 스크린을 들여다보고 있으니, 스마트폰은 이제 마치 우리 몸의 한 부분이 됐다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이처럼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는 현상’은 개인의 습관 차원을 넘어,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 됐다. 실제로 각종 조사 자료를 들여다보면 그 심각성은 더욱 뚜렷해진다.   올해 실시된 디멘드세이지 등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Z세대는 하루 평균 6시간 37분, 밀레니얼 세대는 5시간 57분을 스마트폰에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X세대는 4시간 44분, 베이비부머도 3시간 38분을 사용한다. 이 가운데 Z세대의 경우 하루 스크린 사용시간이 9시간을 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미국인들은 하루 평균 205차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집계돼 지난해 대비 46.3%가 늘었으며 57%가 스스로 스마트폰 중독을 자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놀라운 것은 테크 소외계층으로 여겨졌던 베이비부머 세대의 디지털 의존도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애딕션리소스가 최근 59~77세 시니어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하루 3시간 이상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비율이 무려 50%에 달했고, 절반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스마트폰을 확인한다고 답했다. 식사 중 스마트기기를 사용하는 사람도 70%나 됐으며 40%는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없을 때 불안하거나 불편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상당수가 디지털 중독과 유사한 행동 패턴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스마트폰 중독 현상이 확산하는 배경엔 스트리밍 서비스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유튜브는 스마트폰 중독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업 닐슨의 지난 6월 보고서에 따르면, 65세 이상의 유튜브 시청 시간이 2년 새 106% 급증해 모든 연령층 중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유튜브는 이제 시니어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스트리밍 플랫폼이 됐으며 넷플릭스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도 뒤를 잇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루 6시간 이상 스크린을 보는 성인은 우울증 위험이 크다며 오락적 사용은 하루 2시간 이내로 제한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스마트폰 중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인지하지 못하는 과다 사용이다. 스마트폰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게 하면서도 그 과정이 즐겁고 유익한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한다. 특히 틱톡이나 릴스처럼 짧은 영상은 끊임없이 뇌를 자극해 스크롤을 멈출 수 없게 만든다.   전문가들이 조언하는 스마트폰 중독 탈출법을 찾아보니 스마트폰을 얼마나 자주, 어떤 상황에서 사용하는지를 스스로 자각하는 것이 출발점이라고 한다. 앱별 사용 시간을 확인하고 일정 시간 이후에는 자동으로 잠금이 걸리도록 설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두 번째로는 아날로그 활동을 늘리는 일이다. 산책, 독서, 운동, 명상처럼 ‘느림’에 기반한 활동은 디지털 자극에서 벗어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하루 중 일정 시간을 의도적으로 ‘디지털 금식’ 시간으로 정하는 것이다. 처음엔 어색하고 불안하겠지만, 점차 머리가 맑아지고 생각이 정리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스마트폰 중독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신박한 해답은 없는 듯하다. 중독이든 습관이든 결국 결정은 각자의 몫이다.     스마트폰은 삶을 편리하고 풍요롭게도, 피폐하게도 만들 수 있는 ‘양날의 검’이 아닐까 싶다. 지금 이 순간 손에 무엇이 쥐어져 있는지 그리고 그 기기가 삶을 얼마나 지배하고 있는지 스스로 질문을 던져볼 때다. 박낙희 / 경제부장중앙칼럼 시니어 중독 스마트폰 중독 디지털 중독 이상 스마트폰

2025.09.29.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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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포노 사피엔스’ 낙오자의 변명

바야흐로 ‘포노 사피엔스’ 시대다. 이런 시대 흐름의 낙오자인 나는 이 ‘포노 사피엔스’라는 낱말이 두렵다. 그렇다고 적응하려고 발버둥 치고 싶은 생각도 별로 없고, 그럴 능력도 없다. 불편하더라도 그냥 허름한 아날로그 꼰대로 여생을 보내는 편이 행복할 것 같다.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란 단어는 스마트폰과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 지혜가 있는 인간)를 합성한 신조어로,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2015년 특집 기사에서 처음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니까, 일상생활의 모든 것을 스마트폰으로 해결하며 스마트폰을 자기 몸의 일부처럼 여기는 사람들, 즉 ‘스마트폰을 24시간 손에서 놓지 않는 신인류’를 일컫는 것이다. 스마트폰 없는 삶은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 지금 우리의 현실이니, 전 인류가 ‘포노 사피엔스’인 셈이다.   스마트폰은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르게 팔린 기계’로 매우 빠른 속도로 세상과 우리 일상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농업 혁명에 5000년, 산업 혁명에 200년, 디지털 혁명엔 30년이 걸렸지만, 스마트폰 혁명엔 채 10년도 걸리지 않았다.   거칠게 말하자면, 인간이 기계의 노예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스마트폰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도 없다. 기계의 편리함에 길들었을 뿐, 그 편리함이 중단됐을 때의 혼란에 대비할 방책은 아직 마련하지 못했다. 그래서,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감과 공포감을 느끼는 ‘노모포비아’를 걱정하고, 스마트폰 중독에서 벗어나 심신을 치유하자는 ‘디지털 디톡스’ 운동도 벌어지는 것이다.   스마트폰의 위험성과 폐해를 아무리 절박하게 외쳐봐도, 이미 시작된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막을 수 없다. 머지않아 스마트폰에 인공지능(AI)이 장착될 전망이라니 상황은 더 심각해질 것이다. ‘포노 사피엔스’로 인해 인류가 어떤 위기와 기회를 맞고, 어떻게 변할 것인지 짐작조차 어려운 형편이다.   그런데도 ‘호모 사피엔스’들은 끊임없이 더 편리하고, 더 작고 가볍고, 더 달콤한 기계에 목을 맨다. 그러는 동안 인간 자체가 변해간다. 간단한 일이 아니다. 사람이 바뀌는 일이 그렇게 간단할 리 없다. 특히, 창조적 상상력과 개성을 목숨처럼 여기는 예술가들에게는.   세계적 철학자로 명성을 얻고 있는 한병철 박사는 최근 저서 ‘서사의 위기’에서 단순한 정보와 이야기(서사)를 주제로 이 문제를 날카롭게 파고든다. “자기만의 이야기를 잃은 사회, 내 생각, 느낌, 감정을 말하지 못하고, 입력한 정보를 앵무새처럼 내뱉는 사회의 끝은 서사 없는 ‘텅 빈 삶’이다”라고 진단한다. 한병철은 “우리가 억압도, 저항도 없는 스마트한 지배체계에서 자기 삶을 SNS에 게시하며 정보화하도록 조종당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스마트폰이나 디지털 플랫폼에서 얻는 정보로 인해 빠르게 나타났다 사라지는 이슈만 쫓느라 정작 자기의 생각으로부터 멀어져 버린 ‘중독 사회’라는 고발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서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야기의 회복, 상대방의 말을 사려 깊게 들어주는 경청과 인내심, 이야기가 갖는 치유의 힘 등을 제시한다. 서사 없는 삶에 행복은 없다고 그는 강조한다.   이야기와 감동을 만들어내는 것은 예술이다. 달리 말하면, ‘포노 사피엔스’ 시대에 인간성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는 창조적 예술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보 검색만으로는 자기 사랑, 자신만의 이야기, 사람 냄새, 삶의 의미와 방향 제시, 깊은 사유, 소통과 배려, 치유, 꿈, 더불어 사는 삶 같은 근본적 가치를 지켜낼 수 없다. ‘아날로그 꼰대’를 낙오자로 낙인찍기 전에 잠시 ‘사색’하기 바란다.   “검색보다 필요한 것은 사색이다”라는 말이 나온 지 벌써 오래되었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사피엔스 낙오자 스마트폰 혁명 호모 사피엔스 스마트폰 중독

2024.02.15.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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