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외교전문가로 잘 알려진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한국 담당 선임연구원은 현재 양국의 선거가 70년 이후의 동맹관계를 설정하는 가장 큰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12일 본지와의 심층 인터뷰에서 한국의 자체 핵무장은 한미 외교 관계를 크게 뒤흔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년 4월 CFR을 떠나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으로 자리를 옮기기에 앞서 한미동맹관계의 미래를 조망하는 책 ‘The United States-South Korea Alliance: Why It May Fail and Why It Must Not(한미 동맹: 실패할 수도 있는 이유와 실패하지 말아야할 이유)’을 12월 초에 내놨다. 70년 동안의 혈맹 관계가 발전 또는 퇴보할 수 있는 조건과 상황들을 면밀히 분석한 책으로 한미 외교가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선거를 앞둔 한국과 미국은 바쁘다. 현재의 한미 관계는 어떤 상황인가. 당장 주목할 사안들이 있다면. “한미 관계는 건강하며 강고하다. 잠재적으로 변화 요인이 있다면 양국에서 시작된 내년 선거다. 알다시피 양국 정치는 현재 모두 양당의 극강 대치가 특징이며 여기에 강력한 자국 이기주의 프레임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70년 넘은 양국의 동맹 관계에 대해 중대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한국 집권당이 총선에서 과반 차지를 못할 경우를 상정한다면 동맹 관계에는 어떤 영향을 주게되나. “대부분이 총선이 집권당의 패배로 돌아간다면 윤 정부가 레임덕에 들어설 것이라는 전망을 듣고 있다. 이번 총선은 윤 대통령에 대한 평가 성격이 가장 강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평가에 따라 차기 대선 경쟁 구도가 조성될 수 있다는 것이 한국 내 전문가들의 예상이라고 알고 있다. 국민들의 평가, 즉 총선 결과로 인해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일부 외교 관계에 대한 변화는 분명히 필연적일 것으로 본다.” -대선 주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독재자’ 표현을 동원하며 자국 이익 추구를 우선시하고 있다. 내년 대선 경쟁 과정과 결과는 한미 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나. “미국 대선도 한미관계에 영향을 준다. 지난주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선될 경우 한국과의 동맹 관계를 정리하겠다는 발언을 했다. 그 외에도 국제 외교에 대한 여러 생각을 밝히고 있다. 실제 많은 발언을 하고 있어 과연 어떤 것들이 진심인지 알기 힘들지만 지금으로 봐선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가 시작된다면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트럼프 재집권 시 판문점과 하노이 회동 등을 통해 시작된 시도들이 더욱 확대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하노이 회담 당시의 상황과 지금은 세 가지 점에서 크게 차이가 있다. 먼저 윤석열 행정부는 이전 문재인 정부와 달리 김정은 지도부와의 접촉이나 협상에 반대할 것이 분명하다. 이는 하노이 상황과 180도 다른 조건이다. 또 하나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과 갈등이 깊어졌다. 게다가 하노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적 판단과 활동은 대부분 본인의 정치적 입지와 이득을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세 번째는 이런 일련의 과정이 한국이 가진 미국에 대한 동맹상의 신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그래서 이어진 것이 북의 위협에 맞선 독자적 핵 개발이다. 한국민들의 여론도 동맹이나 동북아시아 전체의 안정 보다는 ‘한국 우선’에 기반한 것이며 미국의 도움 없이 자체 무장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나오는 것이다.” -한국의 ‘자체 핵무장’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발언을 했는데. 외교 전문가들의 여론도 비슷한가. “내 발언은 ‘동맹 관계’의 바탕이 한국의 자체 핵무장을 반사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였다. 궁극적으로 핵개발로 가는 가상의 길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현재 바이든 정부도 반대하고 있으며 만약 트럼프가 재집권해도 이를 허락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핵확산방지조약(NPT) 등을 차치하더라도 한국이 핵무장을 하게 된다면 양국의 동맹관계에는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미와 외교 무대를 오래도록 지켜본 전문가로서 지구촌 국가들이 한국의 핵무장을 허락할 가능성이 있고, 이 것이 상식적인가. “현재 상황으로는 가능성이 매우 적고 상식적이지 않다. 한국은 NPT를 붕괴시키는 주역이 되어선 안된다. 한국정부도 이런 내용을 잘 인지하고 있을 것으로 본다.” -한국 여론은 70% 가까이 독자 핵개발에 찬성한다. 잘못된 여론인가. “북의 핵 위협에 대한 우려와 걱정 때문이라고 본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가져올 피해와 여파를 면밀히 감안하지 못한 여론이라고 본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대표되는 한미간 무역관계가 개선될 조짐은 있나. “한국의 대기업들은 최근 수십년 동안 중국 시장에 진출하며 큰 이익을 봤다. 이제 대기업들은 미국에 투자하며 시장진입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IRA라는 ‘보호 무역’ 장벽을 체감하고 있다. 그러나 IRA는 장기적으로 한국 전기자동차 입장에서는 큰 시장과 기회를 열 것이다. 세제 혜택 때문에 큰 주목을 끌었지만 결국 기회의 폭은 더 넓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책에서 한국과 일본의 관계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윤 정부와 일본의 관계 개선은 지속될 것이며 지역 안보에도 긍정적이라고 보는가. “양국의 관계 진전이 진일보한 것이지만 현재 진행중인 선거들로 인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정서가 이런 변화로 더 얻을 수 있는 것이 많다는 점을 아직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관계 개선이 가져오는 혜택이 실제로 있고 현실화된다면 자리를 잡을 것으로 예상한다.” -앞으로 북한과의 대화를 위해 한국과 미국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나. “현재로서는 북한이 대화의 의지를 보이지 않는 이상 아무것도 이뤄질 것이 없다. 북한이 먼저 문을 열어야 한다. 하지만 꽤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 최인성 기자 [email protected]스나이더 스콧 대선도 한미관계 한미 외교전문가 한미 관계
2023.12.13. 20:17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의 전처이자 자선사업가인 매켄지 스콧(사진)이 한인·아시안 전국 권익단체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NAKASEC)’에 350만 달러를 기부했다. 지난 14일 스콧은 전국 비영리단체들에 20억 달러에 달하는 거금을 기부할 계획을 밝혔다. 이 가운데 NAKASEC은 유일한 한인 단체로 이름을 올렸다. 1994년에 창립된 NAKASEC은 한인과 아시안 아메리칸 커뮤니티의 사회·경제 정의를 위해 활동하는 단체다. 여러 지역에서 풀뿌리 운동을 펼치는 커뮤니티단체들이 힘을 모아 만들어졌으며 현재 민권센터(뉴욕·뉴저지), 우리센터(펜실베이니아), 함께센터(버지니아), 하나센터(일리노이), 우리훈또스(텍사스) 5개 단체가 함께 활동하고 있다. NAKASEC 가입단체들은 예상치 않게 확보된 이번 기금을 어떻게 커뮤니티를 위해 사용할지 함께 고민해 결정한 뒤 NAKASEC 이사회의 승인을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심종민 기자 [email protected]매켄지 스콧 전국 비영리단체들 매켄지 스콧 한인 단체
2022.11.22. 18:12
지난주 초 미국 걸스카우트연맹이 들썩했다. 난데없이, 그것도 단체가 아닌 한 개인으로부터 8450만 달러(약 1200억원)라는 걸스카우트 역사상 최대 금액을 기부받았다. 팬데믹 이후 회원 감소와 재정난 심화로 허덕여온 이 단체를 다시 일으킬 액수라는 평가다. 통 큰 기부자는 매켄지 스콧,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전 부인이다. 스콧의 기부 활동은 베이조스와 이혼한 2019년부터 시작됐다. 위자료 380억 달러(당시 환율로 약 40조원)의 절반을 살아 있는 동안 도움이 필요한 곳에 조건 없이 나눠주겠다는 약속(The Giving Pledge)을 꾸준히 이행해오고 있다. 스콧은 지금껏 1200여 단체에 총 120억(약 17조원) 달러를 기부했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이런 기부 형태는 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통상 자선가들은, 예컨대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 빌 게이츠처럼, 재단을 세우고 관련 조직을 만드는 등 기부금 집행 절차에 여러 조건을 제시하는데 스콧은 사무실조차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는 팀을 통해 사전 조사만 하고 그냥 ‘쿨’하게 기부금을 쾌척한다는 것이다. ‘돈다발’을 받은 단체 중에는 당초 기부금 신청을 한 적도 없어 스콧 측의 기부 메일을 사기스팸으로 보고 삭제해버렸다는 일화도 있다. 스콧은 1992년 프린스턴대 영문과를 졸업한 뒤 작가를 꿈꾸었다. 우선 돈을 벌기 위해 뉴욕의 한 투자회사 행정직으로 입사했고 옆 사무실의 수석 부사장이었던 대학 동문 베이조스를 만난다. 두 사람은 사귄 지 3개월 만에 약혼하고 1994년 결혼과 동시에 동반 퇴사를 감행했다. 스콧이 운전하는 볼보 차량으로 미국 횡단을 거쳐 시애틀에 정착한 뒤 세계에서 가장 긴 남미의 강 이름을 딴 아마존을 설립한다. 아마존 최초의 직원이자 회계 및 비서 역할을 맡았던 스콧은 예나 지금이나 공개 행보를 꺼리는데 2013년 한 인터뷰에서 인생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우리가 일생에서 가장 걱정하는 것, 우리를 가두는 느낌을 주는 것, 우리의 실수, 우리가 겪는 불행, 사고, 역설적인 일, 이런 것들이 결과적으로 뒤돌아봤을 때 가장 감사할 일이다. 바로 그것들이 우리가 갈 곳으로 인도해주기 때문이다.” 어렸을 적 아버지의 사업부도를 경험한 그녀의 인생철학과 삶에 대한 태도를 엿보게 해주는 대목이다. 스콧은 자신의 블로그에 이런 글도 남겼다. “누군가를 돕는 일은 우리 모두를 돕는 일이다(Helping any of us can help us all)”. 날씨가 점점 쌀쌀해지고 있다. 기부와 모금의 계절이 다가오는 요즘 다시금 곱씹을 말이 아닐까 싶다. 안착히 / 한국 글로벌협력팀장글로벌 아이 매켄지 스콧 매켄지 스콧 기부금 집행 당초 기부금
2022.10.26. 20:15
지난주 초 미국 걸스카우트연맹이 들썩했다. 난데없이, 그것도 단체가 아닌 한 개인으로부터 8450만 달러라는 걸스카우트 역사상 최대 금액을 기부받았다. 팬데믹 이후 회원 감소와 재정난 심화로 허덕여온 이 단체를 다시 일으킬 액수라는 평가다. 통 큰 기부자는 매켄지 스콧,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전 부인이다. 스콧의 기부 활동은 베이조스와 이혼한 2019년부터 시작됐다. 위자료 380억 달러의 절반을 살아 있는 동안 도움이 필요한 곳에 조건 없이 나눠주겠다는 약속(The Giving Pledge)을 꾸준히 이행해오고 있다. 스콧은 지금껏 1200여 단체에 총 120억 달러를 기부했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이런 기부 형태는 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통상 자선가들은, 예컨대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 빌 게이츠처럼, 재단을 세우고 관련 조직을 만드는 등 기부금 집행 절차에 여러 조건을 제시하는데 스콧은 사무실조차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는 팀을 통해 사전 조사만 하고 그냥 ‘쿨’하게 기부금을 쾌척한다는 것이다. ‘돈다발’을 받은 단체 중에는 당초 기부금 신청을 한 적도 없어 스콧 측의 기부 메일을 사기스팸으로 보고 삭제해버렸다는 일화도 있다. 스콧은 1992년 프린스턴대 영문과를 졸업한 뒤 작가를 꿈꾸었다. 우선 돈을 벌기 위해 뉴욕의 한 투자회사 행정직으로 입사했고 옆 사무실의 수석 부사장이었던 대학 동문 베이조스를 만난다. 두 사람은 사귄 지 3개월 만에 약혼하고 1994년 결혼과 동시에 동반 퇴사를 감행했다. 스콧이 운전하는 볼보 차량으로 미국 횡단을 거쳐 시애틀에 정착한 뒤 세계에서 가장 긴 남미의 강 이름을 딴 아마존을 설립한다. 아마존 최초의 직원이자 회계 및 비서 역할을 맡았던 스콧은 예나 지금이나 공개 행보를 꺼리는데 2013년 한 인터뷰에서 인생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우리가 일생에서 가장 걱정하는 것, 우리를 가두는 느낌을 주는 것, 우리의 실수, 우리가 겪는 불행, 사고, 역설적인 일, 이런 것들이 결과적으로 뒤돌아봤을 때 가장 감사할 일이다. 바로 그것들이 우리가 갈 곳으로 인도해주기 때문이다.” 어렸을 적 아버지의 사업부도를 경험한 그녀의 인생철학과 삶에 대한 태도를 엿보게 해주는 대목이다. 스콧은 자신의 블로그에 이런 글도 남겼다. “누군가를 돕는 일은 우리 모두를 돕는 일이다(Helping any of us can help us all)”. 날씨가 점점 쌀쌀해지고 있다. 기부와 모금의 계절이 다가오는 요즘 다시금 곱씹을 말이 아닐까 싶다. 안착히 / 글로벌협력팀장J네트워크 매켄지 스콧 매켄지 스콧 기부금 집행 당초 기부금
2022.10.24. 1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