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케데헌 대박의 승자와 패자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이하 케데헌)’는 여름 내내 전 세계 대중문화를 흔든 작품이다. 세 명의 K팝 아이돌이 악귀와 싸운다는 기발한 설정은 넷플릭스를 타고 순식간에 ‘전 지구적 현상’으로 번졌다. 공개 7주째에도 스트리밍 1위를 지키며 누적 시청 수 2억 건에 육박했고, 사운드트랙은 빌보드 핫100 1위를 차지했다. 지난 23일과 24일 전국 1700개 극장에서 상영된 ‘싱어롱’ 버전은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단 이틀간 약 18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이는 지난 2022년 넷플릭스가 일주일간 상영한 영화 ‘글래스 어니언’의 흥행 실적(1500만 달러)을 단숨에 넘어선 기록이었다. 그러나 성공의 이면에는 승자와 패자가 있다. 제작사인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은 지난 2021년 팬데믹 시기 넷플릭스와 ‘직행 딜’을 체결했다. 제작비 1억 달러를 보전받고 25% 프리미엄을 받되 상한은 2000만 달러라는 조건이었다. 결국 소니가 거둔 성과는 제작비 1억 달러 회수에 더해진 2000만 달러 프리미엄, 총 1억2000만 달러에 그쳤다. 반대로 넷플릭스는 약 1억2000만 달러와 자체 마케팅 비용만 투입했을 뿐, 이후 성과는 모두 독점했다. 2억 회에 달하는 스트리밍, 7주 연속 글로벌 1위, 빌보드 차트 정상, 단 이틀간 1800만 달러 극장 수익까지 모두 넷플릭스의 자산이 됐다. 여기에 로튼토마토의 97%라는 평단의 호평까지 겹치며 단순한 흥행작을 넘어 작품성까지 인정받았다. 소니는 ‘안전한 거래’로 제한된 이익에 그쳤지만, 넷플릭스는 리스크를 짊어지고 황금알을 거머쥔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프로젝트가 처음부터 대박을 예고한 작품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K팝, 애니메이션, 한국적 퇴마 설정이 섞인 기획은 업계 시각으로는 애매하고 실험적인 조합이었다. 실제로 영화는 공개 직후 반응이 더뎠지만, 틱톡 챌린지와 커버 영상, 팬아트 등 팬덤의 자발적 참여가 확산하면서 5주 차에 시청률이 치솟는 ‘역주행’이 벌어졌다. 결국 대규모 광고보다 팬덤이 만들어낸 바이럴이 흥행의 핵심 동력이었다. 물론 이는 결과론적 평가다. 만약 실패했다면 넷플릭스는 막대한 제작비를 떠안은 패자가 되고, 소니는 손실을 피한 현명한 선택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을 것이다. 이번 사례는 리스크와 보상이 결과에 따라 어떻게 극적으로 갈릴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넷플릭스의 성공 방식은 단순히 자본력이나 플랫폼 규모에서 나오지 않는다. 전문가 눈에는 지나치게 실험적이고 흥행성이 낮아 보이는 작품에도 과감히 투자하는 태도가 핵심이다. 오징어게임이 그랬듯, 케데헌 역시 업계 통념으로는 위험 부담이 큰 기획처럼 보였지만 넷플릭스는 이를 선택했고, 그 모험은 글로벌 현상으로 이어졌다. 또 넷플릭스는 작품을 단발성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시리즈화, 관련 상품, 콘서트 이벤트 같은 파생 사업까지 염두에 두며 장기적으로 키운다. 케데헌도 이미 후속편과 스핀오프 논의가 거론되고 있고, 음악과 극장 이벤트를 통해 프랜차이즈의 초석을 다지고 있다. 위험을 피하지 않고 창작자의 창의성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동시에 장기 가치를 극대화하는 전략, 이것이 넷플릭스식 하이리스크-하이리턴의 진짜 힘이다. 결국 케데헌은 단순한 흥행작이 아니다. 스트리밍 시대에 위험을 감수한 자만이 보상을 독점한다는 냉정한 법칙, 그리고 예상치 못 한 요소가 산업 전체의 판도를 뒤흔드는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남을 것이다. 정윤재 / 사회부 기자기자의 눈 승자 패자 소니 픽처스 k팝 애니메이션 스트리밍 1위
2025.08.25. 1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