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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춘 일상 속 시간, 영화로 되살리다

팬데믹 시기를 배경으로 한 프랑스의 거장 올리비에 아사야스의 자전적 영화다.     멈춰진 시간(Suspended Time)은 베를린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공식 초청작이다.     코로나19는 인류가 '전 지구적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보여주는 시험대였고, 동시에 사회 시스템의 취약성과 가능성을 모두 드러냈던 인류사의 커다란 사건이었다. 트라우마와 피로감 등 팬데믹의 여파는 지금도 곳곳에서 지속되고 있다.     코로나19가 이처럼 전 세계를 뒤흔든 사건이었음에도, 영화나 드라마에서 이를 본격적으로 다룬 작품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이는 아사야스 감독이 자신의 자전적 색채가 짙은 영화를 구상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멈취진 시간'은 팬데믹이 끝난 지 4년 만에 공개되었지만, 팬데믹의 초기에 초점을 맞추며 인간관계와 기억, 정체성을 섬세하게 되짚는다.     장기적인 격리로 인해 모든 것이 멈춰가던, 그리하여 모두가 집에 갇혀 지내야 했던 2020년 봄. 영화감독 폴 버거(뱅상 마케인)는 파리 남쪽 시골 마을인 슈브뢰즈 밸리에 위치한, 어린 시절 부모와 함께 살던 집으로 돌아온다. 그는 부모가 남긴 유품을 정리하며 누구나처럼 불확실성과 불안을 안고 살아간다.     그러나 팬데믹이라는 강제된 고요는 폴에게 뜻밖의 안식처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 읽던 책을 다시 꺼내 들고, 예술에 대해 새롭게 사유하며, 주변 숲을 거닐며 자연과 대화를 나눈다.     폴의 연인이자 다큐멘터리 감독인 캐롤(노라 함자위), 음악 전문 저널리스트인 동생 에티엔(미샤 레스코), 그리고 에티엔의 새 연인 모건(나인 두르소)이 차례로 집을 찾는다. 네 사람은 세세한 방역 지침에 적응해 가며 온라인 쇼핑을 하고, 줌으로 소통하며, 책을 읽고 토론하는 나날을 보낸다.       그들이 마스크 착용, 장보기, 거리 두기를 두고 서로 엇갈리는 의견을 교환하는 동안 팬데믹의 불확실성은 그들 사이에 예기치 않던 갈등을 불러온다. 네 사람은 도덕성에 대해 논쟁을 벌이기도 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상처를 치유해간다.       '멈취진 시간'은 팬데믹 초기의 감정인 고립감, 불안, 그리고 시간의 상실감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외부와 단절된 채 시간이 흘러가지만, 동시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한 기묘한 경계 안에서 네 인물을 통해 인간 행동의 다양한 면모들을 섬세하게 그려간다.       영화는 절제되고 은은하게 진행된다. 그러나 어느 순간 죽음이 더는 추상적 개념이 아닌, 현실의 문제로 다가왔음을 직면하는 중년의 모습이 보게 된다. 아사야스 감독이 자신의 목소리로 장면과 장면 사이를 잇는 내레이션은 전환점 역할을 한다. 중년의 초상이 에세이처럼 한 장 한 장 펼쳐진다.       '멈춰진 시간'은 인간의 기억이라는 광활한 공간 안에서 종종 지적 허영을 드러내며 자유롭게 사유하는 작품이다. 폴은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의 글들에 집요하게 집착하는데 여러 지점에서 우디 앨런의 영화들을 떠올리게 한다. 이 장면들은 통제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남기려는 예술적 행위에 대한 회상으로 다가온다.       아사야스의 이전 작인 '이르마 벱', '실스 마리아의 구름', '퍼스널 쇼퍼'와 비교하면 '멈춰진 시간'은 규모 면에서 소품이다. 그러나 울림에서는 절대 뒤지지 않는다  김정 영화 평론가 [email protected]시간 영화 시간 영화 베를린 국제영화제 기억 정체성

2025.08.20.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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