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끊임없이 후회하며 산다. 과거로 돌아가서 지난 인생을 바꿀 수 있다면 지금의 인생이 좀 더 낫게 될 것을 꿈꾼다. 하지만 누군가 역사에는 '만약'이라는 것이 없다고 했다. 과학적으로 말하자면 열역학 법칙 때문에 그렇다. 바꿔 말해서 이 세상은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가기 때문이다. 엔트로피는 우리 말로 '무질서도'라고 하는데 세상의 모든 것은 무질서한 상태로 변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잉크가 병 속에 들어있을 때는 엔트로피가 적은데 그 잉크를 목욕탕 물속에 부었을 때 잉크가 천천히 물에 섞이는 과정을 엔트로피가 높아진다고 한다. 이렇듯 열역학 법칙에 따라서 엔트로피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증가한다. 그릇이 깨져서 산산조각이 나는 것이 좋은 예다. 시멘트 바닥에 떨어져 잘게 부서진 유리컵은 절대로 다시 원상 복구될 수 없고, 불에 타버린 책은 그 속에 담긴 정보와 함께 영원히 사라진다. Back to the Future라는 영화가 크게 성공했다. 과거로 돌아가서 자기 또래이던 아버지와 어머니를 만나는 내용이다. 시간 여행은 공상과학 영화의 단골 소재인데 과연 과학이 발달하면 영화에서처럼 시간 여행을 할 수 있을까? 미래로의 시간 여행은 이론적으로 가능하지만, 과거로는 절대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 그 답이다. 스티븐 호킹 박사가 광고한 적이 있다. 광고 내용은 미래의 우리 후손을 현재에 초대한 것인데 예측대로 단 한 사람도 오지 않았다. 만약 우리의 과학이 엄청나게 발달해서 먼 미래에 시간을 거스를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된다면 우리는 과거 여행을 하는 그들을 한 번이라도 만났어야 한다. 호킹 박사의 예처럼 그런 시간 여행자는 없었다. 그렇다면 과학 기술이 발달한 미래에도 시간을 거꾸로 여행할 수는 없다는 결론이다. 반대로 미래로 갈 수는 있을까? 물리학적으로는 가능하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속도가 빨라지면 시간 지연 현상이 나타난다. 미래 어느 날 광속에 가까운 속도를 내는 우주선이 개발된다면 그 우주선을 타고 우주를 여행하고 돌아오면 우주선에 탔던 사람의 시간은 지구에 남아있던 사람의 시간보다 천천히 흐른다. 그 결과 우주여행을 하고 돌아온 사람은 미래에 도착하게 되어 미래로의 여행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물론 떠난 때로 다시 돌아올 수는 없다. 비행기를 타고 미국에서 한국으로 간 남편은 공항에서 자기를 배웅해준 아내보다 아주 조금 시간 지연 현상을 겪는다. 비행기의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지만, 빛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느려서 직관적인 경험에 의존하는 우리는 전혀 느끼지 못할 뿐이지 아주 정밀한 기구로 측정하면 그렇다는 말이다. 시간 지연 현상은 속도 말고 중력과의 관계에서도 생긴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블랙홀처럼 중력이 아주 큰 곳 주변의 시간은 우리의 시간보다 훨씬 천천히 흐른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블랙홀 근처의 웜홀을 이용하여 아주 멀리 떨어진 행성을 다녀온 주인공 일행이 임무를 마치고 궤도선에 돌아와 보니 자기네를 기다리던 동료 승무원이 두 곳의 중력 차이로 인해서 상대적으로 엄청나게 늙어버린 모습을 본다. 아직 우리의 과학 기술이 블랙홀을 이용하거나 광속에 가깝게 여행할 수준은 아니어서 미래로의 여행도 그저 상상 수준이지만, 이론적으로 미래로의 여행은 가능하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시간 여행자 시간 지연 과학 이야기
2025.11.07. 12:48
우리는 학교에서 배우거나 자신이 경험한 일을 의심 없이 믿는다. 예를 들어 하나에다 하나를 더하면 둘이 된다는 산수 계산은 절대적인 진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흙 한 덩어리에 또 한 덩어리를 합쳤더니 더 큰 진흙 한 덩어리가 된다고 하면 아마 콜럼버스의 달걀 논쟁이 될 것이다. 꼭 그런 것들을 발상의 전환이라고 부를 수는 없지만 지금 우리 눈앞에 진리라고 보이는 여러 현상은 사실 진리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이 21세기 과학의 입장이다. 아인슈타인은 그런 상상의 도화선에 불을 붙인 사람이다. 그래서 뉴턴 이후 절대적인 진리라고 믿었던 고전물리학에 '상대적'이란 단서를 붙였고, 결국 자신의 광양자설로 시작했던 양자역학에 발목을 잡혔다. 시간과 공간에 관해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의문을 가진 사람이 바로 아인슈타인이다. 120여 년 전 그는 사고실험과 복잡한 계산 끝에 시간과 공간은 절대적이 아니라 상대적이라고 생각했다. 시간은 속도에 따라 빨리 흐르기도 하고 더디 흐르기도 하며, 중력은 공간을 휘게 할 수 있고 시간에 영향을 준다는 엄청난 상상을 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물리학자였지 수학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동료 수학자의 도움을 받아 그런 의문점을 수학 공식을 이용해서 정리했다. 상대성 이론이다. 움직이는 속도가 시간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 그가 첫 번째로 발표한 특수상대성이론이고, 중력이 공간을 휘게 하고 시간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 일반상대성이론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시간을 역행할 수 있을까?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에서 단골로 나오는 소재가 시간 여행이다. 공간은 우리 마음대로 이동할 수 있지만, 시간은 강물처럼 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이 진리다. 그러나 특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속도에 의해 시간 지연 현상이 생긴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우선 '그렇다'가 정답이다.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자동차를 타고 약속 장소로 가고, 다른 한 사람은 걸어서 같은 장소에 가서 만났다. 그리고 아주 정확하고 정밀한 기구로 나이를 측정해 보니 자동차를 탔던 사람이 조금 덜 늙었다. 자동차의 속도가 걷는 것보다 빠르기 때문이다. 사실이다. 아주 미미해서 무시해야 할 만큼의 차이여서 그렇지 사실이다. 이제부터는 오래 살려면 자주 뛰기라도 해야 할 판이다. 뛰면 건강에도 좋다지만 속력에 의한 시간 지연 현상 때문에 눈곱만큼이라도 더 오래 살 수 있다. 그러니 되도록 뛰자. 중력은 빛도 휘게 할 수 있고 시간도 천천히 흐르게 붙잡는다. 지구 중심에 가까울수록 중력이 강해져서 시간이 늦게 흐르고 높은 산봉우리에 오를수록 시간은 빨리 흐른다. 그래서 산에서는 해가 빨리 지는 것이 아니라 높이 올라갈수록 중력이 약해져서 시간이 더 빨리 흐르기 때문이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오래 살고 싶으면 아까 얘기처럼 자주 뛰어야 하고, 고층 아파트는 피하고 세를 들더라도 땅집을 권한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시간과 공간은 상대적이라는 사실이다. 현대를 사는 우리도 일상생활에서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는 시간과 공간의 상대성을 120년 전에 수학 계산을 통해서 알아냈던 사람이 바로 아인슈타인이다. 이렇듯 우주는 그 규모로 보나 특성으로 보나 아직 21세기의 첨단 과학기술로도 설명하기 힘들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시간 공간 시간 지연 동료 수학자 수학 계산
2022.03.25. 15:51